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186화 (186/199)

< 국뽕 박규태 선생 #186 >

전반전이 끝났다.

1 대 1로 끝난 전반전의 결과처럼 엘 클라시코라는 말이 어울리는 내용의 경기력이었다.

바르셀로나는 물론이고.

레알 마드리드도 굉장했다.

당연히 선수들의 뛰어난 경기력은 누 캄프를 찾은 모든 이들을 즐겁게 만들어주었다.

만만찮은 경기라는 것을 알기에 라커룸의 상황은 그 어떤 경기보다 분주했다.

두 팀의 감독은 후반전에 상대가 어떤 식으로 나올지 그와 관련된 전술적인 지시를 선수들에게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선수들의 표정도 평소와는 달랐다.

제대로 날이 선 모습이었다.

그리고 시작된 후반전.

-오늘 경기가 굉장히 의미가 있는 경기인만큼 전반전은 상당히 치열했습니다.

-네! 정말 치열했습니다. 특히나 두 팀의 감독들이 어떤 신념을 가지고 전술을 가지고 나왔는지를 볼 수 있어서 축구 전술적으로도 많은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군요.

-바르셀로나는 특유의 티키타카를 중심으로 과거보다 더욱 빠른 측면 연결로 상대를 흔들었습니다.

-그렇죠. 전반전의 빠른 역습도 결국에는 공을 측면으로 바르게 연결해서 얻은 골이었으니까요.

-반대로 레알 마드리드는 점유율을 내준 뒤에 전방으로 길게 때린 패스를 중앙과 측면이 개인적인 돌파 능력을 활용해서 상대의 수비진을 뚫고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들으니 상당히 다른 느낌이군요.

-네, 그래서 후반전이 더 기대되는 것 같습니다.

-두 팀이 1 대 1 동점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드디어 후반전이 시작되었습니다.

후반전이 시작되기 무섭게 바르셀로나는 전반전의 실점을 만회하기 위해서 무섭게 달려들었다.

당연히 관중으로 꽉 들어찬 누 캄프가 환호성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바르셀로나가 간결하고 정확한 패스로 측면을 뚫은 뒤에 날카로운 슈팅이 빗나가자 탄식을 내뱉었다.

오우우우우우우!

에르네스토 리바스 감독이 아쉽다는 듯이 머리를 붙잡고 눈을 찌푸렸고, 완벽한 기회를 놓친 미구엘 모레노가 자신의 머리를 붙잡고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아쉽습니다!

-아……. 이런 기회를 놓치다뇨? 미구엘 모레노가 눈을 질끈 감아버렸습니다.

-너무 긴장한 것일까요?

-그럴 수도 있고…… 레알 마드리드가 수비 시에 미구엘 모레노 선수의 오른발을 계속 신경 쓰고 있었거든요? 그것 때문에 미구엘 모레노 선수는 아까부터 어색한 왼발로 슈팅을 계속 가져갔습니다만! 이게 결과가 좋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잘했어.”

“이 정도 수비는 별거 아니야. 저 녀석 왼발은 완전 젬병이라서 어렵지 않았어.”

“그래도 좋았어.”

“흐흐흐!”

레알 마드리드의 오른쪽 측면을 책임지는 알렉상드르가 페드로 파울로의 칭찬에 멋쩍게 웃었다.

그러는 사이에 이어진 코너킥에서도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진은 침착하게 상대의 공격을 막아냈다.

전반전과 다르게 조금씩 바르셀로나의 속도에 적응하기 시작한 레알 마드리드의 모습을 보면서 에르네스토 리바스 감독이 초조한 표정으로 급히 지시를 내렸다.

“집중해! 한 골만 넣으면 이길 수 있어!”

“미구엘! 마무리의 퀄리티를 올려! 조금만 더 신중하게 슈팅을 가져가! 지금 너무 급해 보여!”

하지만 바르셀로나의 작은 흔들림은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씩 커지기 시작하면서 균열을 만들기 시작했다.

당연히 레알 마드리드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치고 나갑니다!

-모처럼의 역습! 레알 마드리드가 역습을 이어나갑니다! 빠르게 달려 들어가는 선수들!

-빠르게 측면으로 이어진 공!

-바로 중앙으로 찔러 들어갑니다! 쉴 틈이 없이 빠른 속도로 이어지는 패스입니다!

딱 2번의 긴 패스로 중앙에 있는 박규태에게 완벽하게 공이 연결되었다.

바르셀로나의 조 고메즈는 자신의 뒤로 파고들던 박규태가 패스를 잡아내자 급히 몸을 들이밀며 그의 슈팅을 방해하려 했다.

하지만 박규태는 탄탄한 자신의 육체를 활용해서 조 고메즈를 밀어내고 더욱 깊게 들어갔다.

“큭!”

“저리 꺼져!”

박규태의 강한 밀침에 순간적으로 중심이 흔들린 조 고메즈의 속도가 느려졌다.

박규태는 그 작은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의 왼발을 움직였다.

골키퍼의 왼쪽으로 빠지는 강력한 슈팅.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나온 멋진 역습 기회를 박규태를 놓치지 않았다.

철썩!

-고오오오오오오올!

-박규태의 역저어어어언고오오오올!

-순간적으로 조 고메즈를 밀어내고 슈팅을 가져갈 타이밍을 잡아냈습니다.

-피지컬이 정말 대단하군요.

-맞습니다! 이게 박규태 선수의 장점이거든요? 기술적으로도 뛰어난 선수이지만, 특히나 피지컬이 유럽의 그 어떤 선수와 비교해서 밀리지를 않습니다!

골을 넣기 무섭게 박규태가 중계 카메라를 향해 달렸다. 그리고 잔디에 미끄러지며 소리쳤다.

“주-모우우우우우우우!”

누 캄프를 뒤흔드는 박규태의 외침.

바르셀로나의 수비진이 고개를 푹 숙였다.

* * *

김진성은 이번 주에 있는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엘 클라시코를 보기 위해서 스페인을 찾았다.

하지만 같이 온 일행이 심한 감기에 걸리며 마드리드의 숙소에서 바르셀로나로 이동할 수 없었고, 어쩔 수 없이 마드리드의 근처 펍에서 경기를 보기로 했다.

“진수야! 여기 좋겠다!”

“오! 여기에 있는 사람들이…… 다 레알 마드리드의 팬이라는 거지? 와…… 진짜 많다.”

“펍도 크고 좋네.”

“미안하다. 나 때문에 직관도 못 하고.”

“븅딱 시끼야……. 그게 왜 네 잘못이야? 영민아! 아픈 건 어쩔 수 없는 거야.”

김진성은 일행과 자리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가볍게 펍을 둘러봤다.

그러자 수많은 시선이 느껴졌다.

일행이 그런 시선을 느끼고 불안해했다.

“여기…… 혹시 인종차별 하는 식당이 아닐까?”

“그…… 그러게! 눈빛이 왜 저러지?”

사람들의 눈빛은 뭔가 홀린 듯했다.

“혹시 여기 그…… 약 같은 거 하는 사람들이 찾는 그런 펍이 아닐까? 여기 위치가 꽤 구석에 있었잖아.”

꿀꺽.

침을 삼키는 친구들.

그때였다.

누군가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물었다.

“Eres coreano?(한국인입니까?)”

그 물음에 어느 정도 스페인어를 알고 있는 영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했다.

“Sí, lo eres?(네, 그런데요?)”

그 말이 들리기 무섭게 펍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사람들의 눈빛에 알 수 없는 기쁨과 광기가 보이기 시작했다.

“꼬레아아아아아아!”

“그란 김치! 그란 김치!”

“저 친구들 한국인이래!”

“팍의 나라에서 온 친구들이야?”

그들은 김진성과 일행에게 다가와 친근하게 굴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에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가 TV로 중계되기 시작했다.

마드리드의 팬들만 잔뜩 모인 펍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펍에 있는 손님 대부분이 레알 마드리드의 레플리카 유니폼을 입고 응원하고 있었다.

“젠장! 선취점을 내주다니!”

“망할 꾸레 녀석들…….”

“팍! 꾸레들에게 지옥을 보여줘!”

“그란! 김치팍! 그란! 김치팍!”

김진성은 그런 펍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거기다 서비스가 가득한 안주와 맛 좋은 주류는 스페인까지 여행을 오면서 지친 육체를 편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때문일까?

김진성은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텐션으로 펍의 한가운데로 가서 응원하기 시작했다.

그는 기어코 사람들 가운데로 나섰다.

그리고 말이 통하지 않는 스페인 사람들을 향해서 엉성한 콩글리시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아니, 응원을 주도해나갔다.

“김치팍! 김치팍! 김치김치팍팍! 이렇게! 오케이? 이렇게 김치팍! 김치팍! 김치김치팍팍! 오리지날 규태송!”

팬들은 그의 모습에 처음에는 의아함을 드러냈다. 응원가가 너무 저렴한 것 같았으니까.

“김치팍? 김…… 치팍! 김치김취팍팍?”

“정확히는 못 알아들었지만……. 이게 팍의 첫 응원가라고 하는 것 같아. 내가 한국어를 조금 하거든!”

“정말 한국에서는 그렇게 응원해?”

“소쇼랑 울브스에서도 응원한 방법이라던데?”

하지만 곧 그를 따라서 한 명씩 ‘김치팍! 김치팍! 김치김치팍팍!’을 외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동점이 터졌다.

박규태가 도움을 기록하기 무섭게 김진성을 치솟는 국뽕을 느끼며 크게 소리쳤다.

“그래! 이렇게! 이렇게 응원하면 팍이 우리를 발할라로 데려갈 거야! 오케이? 김치송! 이즈 헤븐팍! 김치송 이즈 발할라! 낫 김치송 이즈 인페르노!”

그제야 펍에 제대로 된 김치송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경기가 끝나고 난 뒤에도 셔터를 닫고 아침까지 달리자고 김성민과 그들의 친구들에게 제의했다.

당연히 그들은 승낙했다.

“그래! 술의 민족인 대한민국을 제대로 보여주자! 우리가 어떤 민족이겠어?”

“규태-팍! 규태-팍! 규태-팍!”

그러는 사이에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모두의 시선은 TV를 향했다.

그리고 후반전이 어느 정도 지난 시간에 드디어 박규태가 멋진 골을 터뜨리며 역전을 이끌었다.

당연히 펍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주-모오오오오오오오!”

“웨얼 리즈 주오오오오오오”

“규태가 넣었어! 넣었다고!”

“좋아! 이대로 끝까지 달리자!”

경기가 끝나기 전까지 펍은 셔터를 닫고 신나게 파티를 벌이기 시작했다.

이제 남은 시간은 추가시간 5분.

하지만 그 시간도 곧 끝났다.

-끝났습니다!

-레알 마드리드가 바르셀로나를 2-1로 꺾으면서 전승 행진을 계속 이어나갑니다!

-대단한 경기였습니다! 두 팀의 선수들이 피가 말리는 접전을 벌였습니다!

-레알 마드리드가 이번 엘 클라시코의 승자가 됩니다! 놀라운 경기였습니다.

-이걸로 레알 마드리드가 다시금 승리르 붙잡았습니다! 바르셀로나의 선수단에는 최악의 상황입니다!

레알 마드리드가 이번 엘 클라시코의 승자가 되었다. 펍의 손님들이 즐거워했다.

“좋았어!!”

“팍이 1골 1도움을 기록했다고!”

“한국에서 온 세 친구의 응원이 아니었으면 힘들었을 거야! 젠장! 환상적이야! 죽여줘!”

“자! 이거 마시라고!”

“판타스티코! 꼬레아!!”

경기가 끝난 뒤.

그제야 김성민과 그의 친구들은 현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셔터가 열리지 않는 이상에야 펍에 갇혀서 술을 잔뜩 먹게 생겼다는 것을 말이다.

‘우욱! 토할 것 같아!’

‘이렇게 가다가는 토하겠어!’

‘술…… 술이 너무 많이 들어갔어!’

하지만 펍의 손님들은 멈출 생각이 없었다. 그들은 신나게 마시고 즐기며 TV를 바라봤다. 그리고 거듭된 음주에 지친 김성민이 부르르 떨며 절규했다.

“주…… 주모! 샤따 열어! 샤따 열어! 이러다가 술독으로 죽겠어! 으아아아악! 주모오오오!”

“그래! 주모! 주모!”

“저 한국인이 흥이 뭔지 아는구만!”

“좋아! 같이 블랑코스를 응원하자고!”

“주-우우우우우모!”

“주-모우우우우우!”

펍의 셔터가 내려진 상황.

김진성은 얼큰한 국뽕과 마드리드 팬들이 주는 와인에 취해서 테이블과 키스를 할 수밖에 없었다.

< 국뽕 박규태 선생 #186 > 끝

ⓒ 엉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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