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182화 (182/199)

< 국뽕 박규태 선생 #182 >

비행기 안에서 박규태는 고민했다. 지금의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전력은 어느 정도라고 봐도 될까?

‘부족하지는 않지.’

가장 절정이지 않을까?

특히나 수비진은 그 어떤 시기보다 대단했다.

좌측 풀백은 맨체스터 시티에서 주전으로 뛰고 있는 김한솔이었고, 중앙과 우측면을 모두 뛸 수 있는 울브스의 주전 풀백인 곽진수도 있었다.

거기다 이번에 새롭게 레버쿠젠에 로테이션 맴버로 영입된 우측 풀백인 김기범과 프라이부르크에서 주전 중앙 수비수로 뛰는 조상훈도 있었다.

‘이번이 아니면 해외파 수비진이 갖춰지는 시기는 없지. 기회일 수밖에 없어.’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공격이 강하면 지지 않지만, 수비가 강하면 우승한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적어도 수비만큼은 그 어떤 시기보다 뛰어난 시기였다.

‘거기에 매 경기 1골을 넣어줄 수 있는 특급 공격수와 좋은 기회를 만들어줄 최고의 공격형 미드필더가 있지.’

할 수 있었다.

월드컵 4강이 결코 무리는 아니었다.

조직력도 그 어떤 경기보다 끈끈했다.

그래도 어려웠다.

세대교체에 성공하면서 지난 월드컵에서 우승한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프랑스, 벨기에, 스페인 등등.

무수한 강팀들이 이번 월드컵에서 우승하기 위해서 바짝 날을 세우고 있었다.

‘힘들 거야.’

하지만 이번 기회를 놓치면 가지고 있는 수명을 모두 잃을 수 있었다.

아니, 이번이 마지막 기회였다.

“캬……! 그것보다 이게 2만 달러짜리 더 레지던스 클래스라는 건가? 진짜 죽이네.”

매일 퍼스트 클래스만 타다가 한화로 약 2,300만 원에 가까운 거금을 주고 침실과 화장실이 있는 더 레지던스 클래스에 몸을 맡겼다.

비행기의 가장 앞부분에 있는 좌석에 몸을 맡긴 그는 돈의 위력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이런 건 팍팍 써야지.’

전담 버틀러의 안내에 따라서 좌석에 앉은 후로 그는 정말로 편안하게 비행기에 누워 있었다.

침실의 침대는 2만 달러의 가치를 해주었다.

‘퍼스트 클래스도 충분히 다른 좌석보다 편하지만……. 솔직히 이렇게 침실에 누워 있는 것보다는 편하지 않지.’

그러는 사이에 비행기는 금방 마드리드에 도착했다. 창밖에는 어느덧 마드리드가 보이기 시작하자 박규태가 조용히 창밖을 바라봤다.

“진짜……. 어떻게든 오래 살아서 사치스럽게 살 거다.”

* * *

다음 상대는 라스팔마스였다.

아프리카 대륙에 속한 카나리아 제도에 있는 팀이기에 프랑스나 이탈리아, 포르투갈 팀과 맞붙으러 국경을 넘는 것보다 훨씬 먼 원정 거리를 자랑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번 경기는 레알 마드리드의 홈에서 치러진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다음에 붙으러 갈 때는 거의 2,000㎞가 넘는 거리를 비행해서 가야 하니 문제지.”

“제일 가까운 세비야가 1,400㎞가 걸리지.”

“거의 마드리드에서 헝가리나 루마니아로 클럽대항전을 가는 거리랑 비슷할걸?”

젊은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단은 지옥의 원정이 될 후반기 라스팔마스와 경기를 생각하며 얼굴을 찌푸렸다.

“그래도 이번엔 우리 홈에서 붙어서 다행이야.”

“으……. 지옥의 원정이라니……! 상상만 해도 무섭다.”

그때 라두 웅구레아누가 젊은 선수들 사이로 끼어들며 말을 꺼냈다.

그의 말에 젊은 선수들이 모두 이해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우리는 원정 한 번이면 끝이잖아. 라스팔마스 녀석들은 이런 원정만 19번이야.”

“와우…….”

“비행기 마일리지 진짜 많이 쌓겠네.”

“나라면 당장 라스팔마스에서 다른 팀으로 이적할 거야. 한 시즌에 최소 30,000㎞는 비행기를 타고 움직인다는 뜻 아니야? 어우…… 상상하기도 싫다.”

수다의 꽃이 핀 상황에서도 레알 마드리드의 훈련은 제법 철저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음…….”

하지만 곧 선수들은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뭔가 가볍게 훈련을 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 선수가 있었다.

“김치! 김치! 주모! 주모!”

평소보다 훨씬 기합이 들어간 모습의 박규태.

그를 보면서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단은 도대체 무엇이 박규태를 저렇게 절박하게 만드는지 이해를 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갑자기 팍이 전투적으로 변했어.”

“뭔가…… 뭔가 일어나고 있어.”

“평소의 훈련에서 팍은 ‘김치’와 ‘주모’를 11번밖에 내뱉지 않는데……. 오늘은 벌써 30번을 내뱉었어.”

“도대체 갑자기 왜 저러는 거지?”

“A매치에서 뭔가 느낀 게 아닐까?”

“저렇게 절박하게 움직이면서도 절대 무리하지 않아. 정말 대단한 것 같아.”

점점 궁금증이 쌓이는 선수들.

결국에는 대표로 라두 웅구레아누가 박규태에게 다가가서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팍! 요즘 왜 그렇게 기합이 들어간 거야?”

훈련에 집중하던 박규태는 그런 라두 웅구레아누의 물음에 소매로 땀을 닦고 대답해주었다.

“라두, 넌 축구에 목숨을 걸어본 적이 있어?”

“뭐?”

“나에게 축구는 목숨이야.”

“그게 무슨…….”

“그걸 오랜만에 다시 깨달았어.”

박규태의 진지한 모습에 라두 웅구레아누는 알 수 없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박규태가 했던 오글거리는 말이 이상하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모르겠어. 팍이 저런 실력을 갖추게 된 이유가 저런 마음가짐 때문일까?’

라두 웅구레아누는 박규태와 이야기를 나누고 한참을 고민하다가 조용히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박규태는 계속해서 훈련에 집중했다. 축구가 아니면 죽는다는 마음가짐이었다.

그리고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11월 25일.

라스팔마스와 경기에서 박규태는 보여주었다.

자신이 어떤 선수인지를 말이다.

오른발로 한 골.

왼발로 한 골.

그리고 머리로 한 골.

전반전이 이제 30분 정도 흐른 그 짧은 순간에 박규태는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그리고 주먹을 움켜쥐며 소리를 질렀다.

“주-모우우우우우우우!”

평소보다 더 격한 세레머니.

그리고 우렁찬 포효.

“그래! 김치팍!! 주-모우우우우!”

“으아아아아! 이거야! 이걸 보려고 했어!”

“최고야! 최고라고! 그란 김치팍! 그란 김치팍!(위대한 김치팍!) (위대한 김치팍!) 널 보러왔어!”

전반전이 끝나기 무섭게 벨로아 솔랑케 감독은 며칠 뒤에 있을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위해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박규태를 벤치로 불러들였다.

전반전에 3골을 넣으며 라스팔마스를 폭격한 ‘김치 폭격기’인 박규태가 빠졌음에도 레알 마드리드는 후반전에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며 5 대 0 승리를 거두었다.

하지만 박규태의 폭주는 끝나지 않았다.

-고오오오오올!

-대단합니다!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A조 5차전에서 후반 34분에 박규태 선수가 0 대 0의 균형을 무너트리는 환상적인 발리슛을 성공시켰습니다! 이거죠! 이겁니다!

-대한민국의 자랑인 박규태가 팀의 전승 행진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박규태가 골을 넣기 무섭게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는 지난 라스팔마스와 경기처럼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 어떤 선수보다 이번 시즌에 합류한 박규태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듯이 올라가고 있었다.

우리에게는 그란 김치팍이 있지!

언제나 우리에게 승리를 안겨주는 그란 김치!

그란! 그란! 김치팍! 그란 그란 김치팍!

새로운 응원가까지 생길 정도로 최근 박규태의 폼은 울브스에 있던 시절보다 굉장했다.

가벼운 부상으로 주전 선수가 몇몇 빠지면서 선수단의 경기력이 조금 떨어졌음에도 오직 박규태만은 꾸준히 자신의 몫을 해주고 있었다.

그를 향한 팬들의 사랑이 과한 것이 절대 이상하지 않을 그런 활약을 계속해주고 있었다.

-11월의 마지막 경기에서 박규태 선수가 시즌 24호 골을 터뜨렸습니다! 정말로 대단합니다!

-이 정도 기세라면……. 이번 발롱도르도 박규태 선수에게 주어질 것처럼 보입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경기가 끝났습니다!

기어코 페예노르트와 경기에서도 승리를 거두었다. 스페인 언론은 질 것 같지 않은 레알 마드리드의 모습을 연신 기사로 올리며 큰 관심을 보였다.

그만큼 레알 마드리드는 ‘질 것 같지 않은’ 느낌이 가득한 팀이 되었다.

[충격적인 경기력! 경기를 끝내는 박규태의 골!]

[박규태, 그의 전성기는 오지도 않았다!]

[박규태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더욱 성장했다!]

[페예노르트의 세마크 감독,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을 수 없었다. 그는 괴물이었다.’]

[김치 몬스터의 등장에 프리메라리가의 구도가 바뀐다! 리그 1위에서 독주하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

한국에서도 최근 박규태의 경기력을 보면서 월드컵에 대한 기대감을 올리고 있었다.

-이번 2030 이탈리아 월드컵은 기대해도 되겠지?

-적어도 8강이나 16강에 나갈 수 있을 듯.

-아……. 진짜 어떻게 저런 공격수가 한국에서 나올 수 있지? 진짜 이해할 수 없네.

-김치의 힘이다.

-김치를 먹으면 ‘신’이 될 수 있다.

-요즘 왜 이렇게 ‘만능김치설’이 유행하냐?

-아아아아! 고장 난 세탁기에 김치를 넣었더니 고쳐졌습니다! 뽕렐루야!

-그는 신이야! 그는 신이야!

-김치펀치! 김치펀치!

하지만 박규태의 질주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12월의 첫 경기.

레알 소시에다드 원정.

무려 박규태의 옆에 4명의 선수가 있었다.

그런데도 레알 소시에다드는 막을 수 없었다.

레알 소시에다드의 감독인 타이푼 코르쿠트는 월드클래스 급의 선수가 폼이 가장 좋을 때, 필드에 어떤 영향력을 끼치시는지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이게 무슨…….”

-고오오오오오올!

-환상적인 원더고오오오오오올!

-대단합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환상적인 발리슛으로 레알 소시에다드의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주변에 있던 레알 소시에다드의 선수가 4명이나 있었는데……. 박규태 선수는 그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가볍게 골을 넣어버립니다. 정말 기량이 물이 올랐습니다.

-내년에 만 24살이 되는 박규태 선수입니다. 앞으로 10년은 더 활약할 겁니다.

전반전에 첫 골을 넣은 뒤.

박규태는 후반전에 다시금 1골을 추가했다.

-끝났습니다!

-레알 마드리드! 이번 시즌 19경기 연승을 이어나갑니다! 전승 행진이 끊기지 않습니다!

-레알 마드리드가 계속해서 역사를 써나갑니다!

최근 3경기.

박규태는 6골을 기록했다.

1경기당 2골을 넣는 수준이었다.

정말 어마어마한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었다.

처음에는 박규태를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던 라두 웅구레아누도 생각을 바꾸었다.

“팍은 축구를 목숨 걸고 하던데…….”

자신도 뭔가 신념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평소라면 이런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박규태가 저렇게 잘하는 모습을 보니 조금은 흔들리는 것도 사실이었다.

“나도 저렇게 열정적으로 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라두의 시선은 홈팬들과 함께 ‘위 아더 김치’를 외치고 있는 박규태에게 계속 멈춰있었다.

“나에게 축구는 목숨이라……. 나도 그런 신념이나 만들어볼까? 음……. ‘나에게 축구는 살인이다.’ 이런 거?”

한국 네티즌이 들었다면 중2병을 의심할 말을 내뱉으며 그가 깊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 국뽕 박규태 선생 #182 > 끝

ⓒ 엉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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