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뽕 박규태 선생 #181 >
[레알 마드리드의 5-1 승리! 아직도 전승 행진을 이어나가는 로스 블랑코스!]
[박규태 상대 관중을 조롱한 세리머니로 벌금과 3경기 출장 정지 처분!]
[박규태, ‘예열하는 도중에 계속해서 우리 팀에 있는 여러 선수에게 가족과 관련된 욕과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내뱉었다. 난 그것을 돌려줬을 뿐이다.’]
[UEFA, 모스크바 관중석에서 외친 인종차별 발언과 레알 마드리드 선수단의 가족을 향한 험담이 담긴 중계화면 확보!]
[UEFA 관계자, 김치팍의 벌금은 그대로, 3경기 출장 정지 처분은 집행 유예!]
[모스크바의 관중을 분노케 한 박규태의 역주행 세리머니? 아니, 인종차별에 대항한 위대한 세리머니!]
[인종차별이 만연한 모스크바와 동유럽을 향한 질타! ‘우리는 바뀌어야 한다!’]
[11경기 전승 행진! 레알 마드리드의 질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인과응보 꺼-어어어어어억!
-ㅋㅋㅋㅋㅋㅋ 일뽕쉑들ㅋㅋㅋ 박규태 인성 가지고 뭐라 하던데 지금은 아무 말도 못 하죠?
-ㅋㅋㅋ 일뽕들 수준이 그렇지.
-미나미노 다음에 차세데 스타도 없어서 죽쓰자넠ㅋㅋㅋ 일뽕들 수준이 그렇짘ㅋㅋㅋ
-차세데->차세대.
-니가 그러케 문뻡을 잘 맏춰?
-이걸로 11연승이네;; 진짜 이번 시즌 레알 마드리드는 무조건 리그 우승은 확정인 듯.
-응, 설레발.
-응, 2위인 발렌시아와 승점 7점 차이.
-이번에도 박규태는 발롱도르 타겠지?
-씹 건웅.
경기가 끝나고 박규태와 스파르타크 모스크바의 이슈가 크게 터졌다.
박규태는 출장 정지와 벌금을 물 것이라고 예상을 하고 있었지만, UEFA에서 그와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단을 향한 모스크바 훌리건의 험담이 담긴 영상을 확보하면서 3경기 출장 정지는 집행 유예로 잘 끝을 맺었다.
이번 사건 덕분에 인종차별이 만연한 동유럽의 축구계가 각성하자며 이야기가 나왔다.
‘그게 쉬우면 진즉 이런 일도 없었겠지.’
회귀 전에 동유럽에서 많이 활동한 박규태는 인종차별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레알 마드리드는 애슬레틱 빌바오를 상대로 3 대 0 승리를 거두었다.
박규태의 해트트릭이 돋보이는 경기였다.
경기에서 승리한 뒤에 박규태는 인터뷰에서 이번에 있었던 사건에 대한 자신의 소감을 살짝 밝혔다.
“누구였어도 저처럼 행동했을 겁니다. 팀의 소중한 동료에게 향하는 인종차별과 험담은 보기 싫었으니까요. 저는 팀과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서 욕을 먹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 인터뷰는 당연히 한국에도 알려졌다.
거기다 공중파 뉴스에도 나오며 화제가 되었다.
박규태는 그런 한국의 분위기를 몰랐다.
그저 자신의 눈앞에 있는 홀로그램에 집중했으니까.
그리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두 유 노 랭킹’ 1위인 VTS의 아성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도 말이다.
* * *
11월 3일.
발렌시아와 경기에서 오랜만에 박규태가 무득점으로 경기를 끝냈다.
레알 마드리드는 이번 경기에서 2대1로 승리하면서 연승을 지켰으며, 2위였던 발렌시아가 이번 경기에서 패배하면서 바르셀로나에 2위 자리를 내어주었다.
동시에 레알 마드리드는 계속해서 연승을 이어나갔다. 리그에서 큰 산을 계속해서 넘기며 압도적인 기록을 세우고 있는 그들은 자신들의 홈으로 모스크바를 불러들였다.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4차전.
조 2위를 노리기 위해서는 승점이 필요한 스파르타크 모스크바에게 레알 마드리드의 홈에서 치러지는 이번 경기는 가장 큰 고비나 다름이 없었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를 찾은 홈팬들은 모스크바의 선수들을 향해서 야유나 조롱을 하지 않았다.
그저 박규태의 응원가를 계속 부를 뿐이었다.
그것만으로 원정까지 찾아온 모스크바의 팬들과 필드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에게 큰 압박이 되었다.
벤치에 앉아 있었음에도 응원가를 계속 듣고 있는 박규태는 껄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김치팍! 김치팍! 김치김치팍팍!
오오오! 팍! 김치의 정령! 김치팍!
어디에나 한국산 공격수가 눈에 들어오지! 김치팍!
마드리드의 황제가 김치의 매운맛을 보여줄 거야!
김치팍! 김치팍! 김치팍!
소쇼에서 울브스.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까지 이어진 응원가는 이제 그를 수식하는 하나의 정체성이 되었다.
“팍! 교체 준비해!”
4 대 0으로 앞서나가는 레알 마드리드.
박규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박규태 선수가 교체로 투입됩니다!
-홈팬들이 거대한 함성을 보냅니다! 대단합니다! 정말 장관이지 않습니까?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를 가득 채운 팬들이 전반전부터 계속해서 박규태 선수의 응원가를 불렀거든요? 그만큼 단기간에 박규태 선수가 레알 마드리드에서 보여준 활약이 정말 대단하다는 뜻입니다!
후반에 교체로 투입된 박규태를 보면서 레알 마드리드의 볼 보이들이 반짝이는 눈빛을 보냈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의 구장 관계자들도 박규태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팍을 이렇게 가까이서 볼 수 있다니…….”
“예전에 팍이 울브스에서 뛸 때는 그렇게 원망스러웠는데……. 이렇게 같은 편이 되니까 너무 좋다.”
“팍은 분명 우리에게 우승을 안겨줄 거야.”
“요즘 나는 김치를 즐겨 먹고 있어. 김치를 많이 먹으면 팍이 레알 마드리드에 더 오래 있지 않겠어?”
“나도 내일부터 김치랑 불고기를 즐겨야겠어.”
그리고 그들의 기대 덕분일까?
박규태는 후반 44분에 환상적인 중거리 슛으로 팀의 다섯 번째 득점을 터뜨리는 데 성공했다.
-고오오오오오올!
-박규태! 이겁니다!
-멋진 중거리 슛이 터졌습니다!
결국, 모스크바는 레알 마드리드라는 거대한 산을 넘어서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았다.
레알 마드리드가 모스크바를 상대로 5 대 0이라는 큰 점수 차이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모스크바의 디미트리 노비코프 골키퍼는 홈은 물론이고 원정에서도 5점씩 실점해서 그런지 3차전과 다르게 입을 꾹 닫고 그대로 마드리드를 떠났다.
레알 마드리드와 박규태는 계속해서 이겨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진 스포르팅 히혼과 경기에서도 레알 마드리드는 승리를 거두었다.
비록 1 대 0이라는 아쉬운 결과였지만, 연승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운 점도 있었다.
스포르팅 히혼을 상대로 1 대 0 승리를 거둔 뒤에 박규태는 A매치를 위해서 마드리드를 떠났다.
친선 경기였지만, 2030 이탈리아 월드컵 약 6개월 정도 앞두고 있었기에 조직력과 팀워크를 위해서 박규태는 기꺼이 대표팀에 합류했다.
상대는 콩고 민주 공화국.
2020년대에 재능 있는 황금세대가 나오며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지만, 그런 황금세대가 노쇠화하면서 이번 2030 이탈리아 월드컵에서는 아쉽게 탈락한 팀이었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빈곤국들이 황금세대가 한번 지나 가버리면 다시 그 황금세대가 나오기까지 수십 년의 세월이 걸리는데, 콩고 민주 공화국은 그나마 프리미어리그와 리그앙에서 활약하는 젊은 공격진이 있기에 다른 아프리카 국가보다는 비교적 세대교체가 잘 된 팀이었다.
거기다 아프리카 팀이라고 보기에는 상당히 기술적인 선수가 많기에 이번 월드컵을 준비하는 대한민국에는 썩 나쁘지 않은 친선 경기 상대였다.
공항에 들어서니 벌써 기자들이 박규태의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찍으려고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촤쟈쨔쟈쟈쟈쟉!
박규태는 자신을 향해서 번쩍이는 카메라 플래시에도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간단한 인터뷰가 끝나고 바로 천안 NFC로 향했다.
* * *
친선 경기를 앞둔 대표팀.
훈련장은 모처럼 새로운 얼굴들이 많이 보였다. 특히나 젊은 선수들이 많이 자리했다.
“영태야! 안더레흐트는 어때?”
“나쁘지 않아요.”
이강민은 그런 젊은 선수들을 하나씩 챙기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박규태가 나타나자 반가움이 가득한 얼굴로 최근 근황을 물었다.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오랜만이네. 그래, 프리메라리가는 어때?”
“저번 소집에도 봤으면서 무슨 오랜만이에요.”
“그런가? 내가 레알 마드리드전에서 부상으로 빠져서 만날 수 있었어야지.”
“선배가 있었으면 저희 전승 행진이 끝났겠네요. 그나마 선배가 없어서 2 대 1로 이긴 거죠.”
“내가 있었어도 그리 달라질 것 같지는 않았는데?”
“에이……! 발렌시아의 캡틴이 약한척하시기는…….”
그의 말에 이강민이 씩 웃었다.
박규태는 새롭게 팀에 합류한 선수들을 둘러보았다. 최근에 두각을 나타내는 젊은 선수들이 많았다.
“그것보다 이번에 새롭게 합류한 선수들이 많아서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그렇지. 경일이는 이번에 처음 보는 거지?”
“김경일 선배님이요? 그렇죠. 이번에 베르더 브레멘으로 이적했다고 들은 것 빼고는 딱히 접점이 없었죠.”
“감독님이 이번에 널 최전방에 세워보겠다고 윙 포워드 자원을 많이 뽑았어. 어떻게든 널 중앙에서 쓰고 싶어 하시더라. 너도 측면보다는 중앙에서 움직임이 좋잖아.”
“그렇죠. 중앙이 편하죠.”
이강민의 말에 대표팀의 새로운 얼굴들이 대부분 측면 자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확실히 나도 중앙에서 뛰는 게 편하지.’
황지찬과 손형민이 은퇴하고 측면에서 뛸 마땅한 자원이 정우현을 제외하면 박규태뿐인 대한민국의 문제를 뱅상 엘라즈 감독은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훈련에서도 감독의 의도는 잘 드러났다.
박규태를 대신에서 윙어인 김용구와 김경일이 측면에서 기량을 점검받았다.
중앙에서 뛰는 한정훈이나 송재순까지 측면에서 뛰면서 여러 가지 시도가 이어졌다.
“용구야! 조금만 더 집중하자!”
“풀백을 활용해! 우리 팀의 풀백은 유럽의 강팀과 비교해서 밀리지 않는다고!”
“경일아! 그렇게 움직이면 중앙이 고립되잖아! 조금만 더 시야를 넓혀!”
하지만 박규태를 대신해서 좌측에서 뛸 만한 자원은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황광수 수석코치가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박규태 선수를 대신해서 좌측면에 세울 수 있는 선수가 이렇게 없을 줄 몰랐습니다.”
“어쩔 수 없죠. 팍이 측면에서도 월드클래스 급의 활약을 펼친다는 뜻이니까. 음…… 그나마 경일이 더 뛰어난 것 같습니다. 일단 이번 경기에서는 그를 좌측에 세워보죠.”
“알겠습니다.”
그리고 경기 당일.
대한민국은 콩고 민주 공화국을 상대로 오랜만에 박규태를 원톱에 세우며 새로운 전술을 보여주었다.
전술을 꽤 잘 먹혀들었다.
시야가 좁은 것을 빼면 김경일은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먹힐 멋진 돌파력을 갖춘 선수였고, 수비진이 빈약한 콩고 민주 공화국은 그의 돌파를 쉽게 막을 수 없었다.
-김경일의 멋진 돌파!
-이어지는 낮은 크로스!
-크로스가 조금 길었습니다! 하지만 박규태 선수가 쫓아가서 기어코 슈팅을 때립니다!
-고오오오오올!
-김경일 선수의 크로스를 놓칠 수 있었는데…… 박규태 선수가 기어코 공을 쫓아가서 골을 만들었습니다!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다.
뱅상 엘라즈 감독은 조용히 김경일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후반전에는 다른 선수들을 측면에 세우면서 어떤 선수가 박규태를 대신해서 좌측에 세울 수 있을지 점검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뱅상 엘라즈 감독을 만족시킨 선수는 김경일을 제외하면 없었다.
결과는 3 대 0.
대한민국의 승리로 끝난 경기.
전술적으로 여러 가지를 시험할 수 있어서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던 경기였다.
그렇게 A매치를 끝내고 다시 비행기에 오르려던 박규태는 인천공항에 세워진 큰 전광판에서 나오는 뉴스를 보고는 눈을 반짝였다.
[세계에 이름을 날리는 한류의 중심인 ‘VTS’가 잠정 휴식기에 들어갔습니다. 지난해…….]
‘VTS의 휴식이라…….’
어쩌면 좋은 기회였다. 그리고 박규태와 생각이 같았는지 조용했던 홀로그램 창이 떠올랐다.
-띠링!
-당신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두 유 노 랭킹’ 1위인 ‘VTS’가 잠정 휴식기에 들어갔습니다.
-랭킹 1위를 거머쥘 유일한 기회입니다.
-‘VTS’의 휴식기가 끝나는 시기는 2030년 9월입니다. 그 시기까지 1위를 달성하지 못하면 당신은 영원한 2위로 당신에게 주어진 미션을 클리어할 수 없습니다.
-마지막 시련이 주어집니다.
[마지막 시련]
-2030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기록하시오.
[달성 보상: ‘두 유 노 랭킹’ 1위.]
[실패: 플레이어의 목숨]
박규태가 멍하니 홀로그램을 바라봤다.
이제 진짜 마지막이 보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좋아할 수 없었다.
“난이도 실화냐?”
2002년에 기록한 기적.
월드컵 4강 신화.
그가 살기 위해서 2030년 월드컵에서 다시금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룩해야 했다.
< 국뽕 박규태 선생 #181 > 끝
ⓒ 엉심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