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180화 (180/199)

< 국뽕 박규태 선생 #180 >

스파르타크 모스크바의 오트리티에 아레나는 벌써 많은 관중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몇몇 훌리건이 필드에서 가장 가까운 관중석에 앉아서 시퍼런 눈빛으로 어딘가를 노려봤다.

그곳에는 모스크바와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이 입장을 준비하고 있었다.

의외로 두 팀의 선수들은 말이 없었다.

모스크바의 선수들은 어제의 사건을 신경 쓰지 않으려는 눈빛이었고,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은 오늘 경기에서 필승을 거두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었다.

두 팀의 선수단이 필드에 들어서자 오트리티에 아레나가 환호성으로 물들었다.

하지만 필드 근처에 붙어서 야유를 내뱉은 이들도 있었다. 그들의 야유는 거셌다. 박규태는 그들이 악성 훌리건이라는 사실을 빠르게 깨달을 수 있었다.

‘저기 있구나.’

그들의 위치를 파악한 뒤에 박규태는 조용히 다른 선수들과 함께 필드로 입장했다.

-2029-30시즌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A조의 3차전 경기를 중계해드리겠습니다.

-어제 좋지 않은 소식이 들려왔죠?

-네, 모스크바의 악성 훌리건이 훈련을 가는 레알 마드리드의 버스를 테러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라두 웅구레아누와 니콜라스 브라보 선수를 향한 인종차별적인 욕설을 내뱉고, 버스를 향해서 돼지 머리를 던졌다고 합니다.

-그런 상황 때문일까요? 오늘 라인업에 두 선수가 보이지 않습니다. 벤치에도 없군요.

-아무래도 정신적으로 흔들릴 수 있는 두 선수를 배려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전력은 무시무시합니다! 1.5군에 가까운데도 질 것 같지 않은 느낌입니다.

-그렇군요! 확실히 질 것 같지 않은 느낌……. 요즘 레알 마드리드를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말인 것 같습니다. 이번 시즌에 전승을 이어나가고 있거든요?

-네, 맞습니다. 그만큼 레알 마드리드가 선수단을 잘 만든 느낌입니다. 주전부터 로테이션까지 이번 시즌에 폼이 절정으로 올라온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후우…….”

중계진의 말처럼 이번 시즌 초반의 레알 마드리드는 그야말로 질 것 같지 않은 팀이었다.

당연히 모스크바의 선수들에게는 그 부분이 상당한 부담감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우리가 저 팀을 이길 수 있을까?’

‘저게 1.5군이라고? 하…… 환장하겠군.’

젊은 선수들은 조금 위축되어 있었다.

하지만 베테랑들은 달랐다.

그들은 젊은 선수들을 다독이며 승부욕을 끌어올렸다.

특히, 헤르타와 샬케04에서 활약한 레전드 스트라이커인 다비 젤케가 가장 열정적으로 입을 열었다.

“이길 수 있어! 할 수 있으니 집중해!”

그러는 사이에 경기가 시작될 준비가 끝났다.

다비 젤케는 아직도 불안해하는 젊은 선수들을 보면서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경기하면서 긴장이 풀리겠지.’

그렇게 자신의 자리로 향하는 선수들.

주심이 두 진영을 한 번씩 보고 길게 휘슬을 불었다.

삐이이익!

그렇게 전반전이 시작되었다.

* * *

스파르타크 모스크바의 골키퍼인 디미트리 노비코프는 전반전 4분에 나온 골을 멍하니 바라봤다.

어떻게 된 것인지는 몰라도 순식간에 레알 마드리드가 득점을 성공시켰다.

-사이먼 셔틀워스!!

-대단합니다! 요즘 이 선수가 진짜 물이 올랐어요! 출전하는 경기마다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5-4-1 포메이션을 준비한 모스크바에게는 조금 문제가 생길 것 같은데요.

-완전히 내려앉아야 했는데……. 그러기 전에 레알 마드리드가 순식간에 골을 넣어버렸습니다.

-결국에는 3-5-2로 포메이션을 변경합니다. 나니 다마타가 공격수로 올라오는군요.

전반전 4분에 터진 골에 오트리티에 아레나가 도서관처럼 침묵에 빠졌다.

악성 훌리건들도 잠깐 얼이 빠진 것 같았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이렇게 끝낼 생각이 없었다.

-고오오오오올!

-대단합니다! 이번에는 호세 마르켄스의 단독 드리블이 만든 환상적인 골입니다!

-호세 마르켄스가 골을 터뜨리면서 전반 10분 만에 2골을 레알 마드리드가 만들어냅니다!

“이게 무슨……. 이게 말이 돼?”

디미트리가 허탈하게 골대에 들어간 공을 바라봤다.

그때 그의 옆을 지나가던 호세 마르켄스가 디미트리를 보면서 이죽거렸다.

“인종차별에 흔들리면 프로가 아니라면서……. 2골 먹힌 거로 흔들리면 아예 축구를 하면 안 되겠네.”

“뭐? 너 이 자식 뭐라고 했어!”

“네가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준 것뿐이야.”

“개자식이! 너 이리 와봐!”

두 선수가 말싸움하면서 격해지자 근처에 있던 선수들이 달려와서 말리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우우우!

동시에 홈팬들의 야유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주심은 말싸움을 하는 두 선수를 때어놓고는 차분하게 구두 경고를 하며 진정시켰다.

-아무래도 어제 있었던 사건 때문에 두 팀의 선수단이 상당히 예민한 것 같습니다.

-거기다 디미트리 골키퍼가 SNS에서 모스크바의 팬들이 저지른 인종차별적인 행동을 조금 감싸주는 듯한 느낌으로 글을 올렸거든요?

-네, 그 부분 때문에 말싸움이 번진 것 같습니다.

다행히 큰 다툼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디미트리 골키퍼는 자신을 바라보는 레알 마드리드 선수단의 눈빛이 곱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그깟 욕설이 뭐가 대수라고…….”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복수는 끝나지 않았다.

골을 넣었던 호세 마르켄스가 전반 31분에 골을 넣으면서 다시금 두 선수에게 불이 붙었다.

원인은 호세 마르켄스가 디미트리 골키퍼와 1대1 상황에서 레인보우 플릭(사포)으로 골키퍼를 제치고 골을 넣은 뒤에 ‘마더 러시아도 별것 없네!’라는 말을 내뱉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듣고 화가 난 디미트리가 호세 마르켄스에게 투우처럼 달려들었다.

“개자식아! 죽여버리겠어!”

“인종차별적인 발언은 견디면서 이 정도 발언은 못 견디는 거야? 그래서 프로를 할 수 있겠어?”

“뭐? 너 이리와! 이리오라고!”

“엿이나 먹어.”

당연히 주심은 두 선수에게 옐로카드를 들어 올렸다. 그런데도 상황은 진정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덕분에 전반전이 끝나는 시간까지 두 팀의 플레이는 더욱 거칠어지고 있었다.

-아……. 상당히 경기가 거칠어지는 것 같습니다.

-조금은 선수들이 냉정함을 되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아! 주심이 휘슬을 불었습니다. 전반전은 레알 마드리드가 3점을 앞서나가는 상태로 끝이 났습니다.

전반전이 끝난 뒤에 인터넷 중계로 경기를 보던 한국 네티즌들은 활활 불타기 시작했다.

특히 인종차별적인 사건이 엮여서 그런지 네티즌들은 레알 마드리드를 응원하고 있었다.

-캬……. 작은 호세쉑…… 상남자였누.

-저게 19살의 얼굴이냐? 진짜 ㅋㅋㅋㅋ 포르투갈 상남자의 얼굴은 다르구나!

-우리 작은 호세를 건들면 ㅈ되는거야!

-근데 우리 규태는 왜 이렇게 조용하냐;

-오늘 경기에서 잘 뛰는 것 같은데……. 골은 다 다른 선수들이 넣고 있네.

-골 넣고 모스크바에서 김치 세레머니를 보여주면 죽여주는데……. 안 보여주나?

-잉? 빠꾸이태에게 뭘 바람? 저거 겁먹어서 세레머니도 못할 거임ㅋㅋㅋㅋㅋㅋㅋ

-응, 김치갓 박규태는 상남자라서 어디에서든 ‘주-모우우우!’를 외쳐줄 거다.

-오늘도 1골만 넣어주라! 규태야!

-ㅋㅋㅋㅋ 느그김치들 진짜로 답이 없넼ㅋㅋ

-일뽕이 더 문제 같은데?

* * *

짧은 하프타임이 끝나고 시작된 후반전.

조금은 거칠었던 분위기가 살짝 식은 느낌이었지만, 모스크바의 윙백인 케빈 음바부가 만회골을 넣는 순간 전반전처럼 다시금 선수들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모스크바의 팬들이 러시아어가 아닌 영어로 내뱉는 첸트가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단을 자극했기 때문이었다.

어제 사건으로 경기에 나오지 못한 라두 웅구레아누를 조롱하는 첸트였다.

덕분에 주심은 후반전에도 신나게 치즈를 들어 올리느라 고생이었다.

벌써 카드만 두 팀을 합쳐서 10개가 나왔다. 하지만 두 팀의 선수단은 거친 몸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철썩!

-고오오오오올! 펠리페 카발의 원더고오오올!

-다시 점수는 3점 차이! 4-1로 앞서나가는 레알 마드리드입니다! 멋진 중거리 슛이었습니다.

-박규태 선수는 도움을 기록합니다.

-오늘 골은 나오지 않았지만……. 박규태 선수가 정말 많은 활동량을 가져가면서 팀의 공격을 이끌고 있습니다. 벌써 후반전 25분이 지나고 있습니다.

-두 팀이 빠르게 교체카드를 꺼내 듭니다.

벨로아 솔랑케는 호세 루이스와 펠리페 카발을 빼고 마르코 팔로레타와 알바로 라이몬디를 투입했다.

수비적으로 굳히겠다는 선택이었다.

모스크바는 전방에서 많은 활동량을 소화한 공격진을 모두 교체하면서 골을 노리려고 했다.

하지만 공격을 전개하는 데 있어서 조금 지지부진했다. 그렇게 시간을 흐르고 있었다.

후반 37분.

모스크바의 홈팬들이 야유를 내뱉고 있었다. 몇몇 관중들은 관중석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박규태의 시선은 필드 가까운데 자리를 잡은 악성 훌리건들에게 향했다.

‘반성할 기미가 안 보이는군.’

그들은 아까부터 호세 마르켄스의 부모님과 가족을 향한 욕설을 내뱉으며 선을 넘고 있었다.

주변에 있는 경비원이 만류했음에도 그들의 입은 다물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면 응징을 당해야지.’

우우우우우우우!

모처럼 그의 발에 공이 굴러왔다.

박규태가 아까보다 느슨한 모스크바의 수비진을 보며 천천히 공을 몰기 시작했다.

모스크바의 선수들은 오늘 조용했던 그를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오히려 반대편 공간을 파고드는 호세 마르켄스를 더욱 견제하며 박규태가 패스하지 못하게 거리만 벌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모스크바의 실수였다.

-박규태 선수가 공을 가지고 침투합니다!

-페널티 박스 근처까지 달리는 박규태! 근처에 있던 사이먼 셔틀워스에게 패스! 다시 주고받고! 달립니다!

-2대1 패스를 주고받고 다시 달리는 박규태! 박규태!

-김치팍! 김치팍! 한 번에 수비수 둘을 제치고 더 깊게 들어갑니다! 이제 남은 것은 골키퍼!

-박규태! 박규태! 박규태! 고오오오오오오오올! 박규태 고오오오오오오올! 침착한 마무리입니다! 골키퍼의 가랑이 사이로 가볍게 공을 집어넣었습니다!

-대단합니다! 후반전 막판에 터진 쐐기이이이고오오올!

-이거죠! 이게 김치팍! 어나더팍입니다!

골을 넣기 무섭게 박규태가 어디론가 달리기 시작했다. 역주행을 시작한 박규태를 보며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은 당혹감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악성 훌리건들이 있던 위치까지 가서 그대로 무릎 슬라이딩을 하며 두 팔을 벌렸다.

박규태가 악성 훌리건을 비웃으며 소리쳤다.

“주-모우우우우우우우우우!”

그리고 크게 울부짖었다!

“샤따내려어어어어어어!”

그 순간 악성 훌리건들이 분노에 차서 필드에 난입하려고 달려들었다.

미리 배치된 모스크바의 경찰들과 구장의 경비원들이 그런 훌리건을 힘겹게 막기 시작했다.

무릎을 꿇고 앉아 두 팔을 벌린 그에게 오물이 날아들었다.

하지만 박규태는 비웃음을 거두지 않았다.

당연히 주심은 박규태에게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한국의 네티즌들은 과거에 있었던 장면을 떠올릴 수 있었다.

-으아아아아 역주행 세레머니이이이이이이이

-ㅋㅋㅋㅋㅋㅋㅋㅋ엌ㅋㅋㅋㅋ 갓데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데바요르의 재림이닼ㅋㅋㅋㅋㅋ

-역시! 그럴 줄 알았음. ㅋㅋㅋㅋㅋ 이 맛에 김치팍을 보는 거지! 이거야! 이거!

-뭐? 겁먹어서 못한다고? 김치팍은 러시아 상남자보다 더 대단한 김치남이닼ㅋㅋ

-순간적으로 사스날 팬들 기억 폭행ㅋㅋㅋㅋ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캬……. 지렸다. 갓데발의 역주행ㅋㅋㅋㅋㅋ 이제는 갓규태의 역주행이라고 불러야 하나?

-ㄴㄴ 갓김치다. 갓김치의 역주행.

-캬……. 지렸다! 갓김치! 갓김치! 갓김치!

-갓김치가 진짜 맛있긴 하지.

-쌉싸름하면서 짭조름한 갓김치가 최고지!

-역시……. 근본은 어디 가지 않네.

-아아……. 뽕렐루야! 믿고 있었습니다. 갓김치!

골을 넣은 뒤에 박규태가 마지막 교체카드로 교체되어 벤치로 들어왔다.

동시에 오트리티에 아레나의 관중석에서 홍염이 피어오르며 혼란에 빠졌다.

삐익! 삐이익! 삐익!

시간은 금방 흘렀다.

챔피언스리그 A조 3차전.

레알 마드리드와 스파르타크 모스크바의 경기는 5 대 1로 레알 마드리드가 승리를 가져갔다.

< 국뽕 박규태 선생 #180 > 끝

ⓒ 엉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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