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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175화 (175/199)

< 국뽕 박규태 선생 #175 (7권 분량) >

이상하게 귀가 가렵다.

뭔가 잘못한 것이 있을까?

박규태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게 있을 리 없지.’

그는 몰랐다. ‘슈퍼 김치맨’의 등짝을 보며 좌절하고 있을 수십만 명의 군인들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박규태는 오랜만에 벤치에서 휴식할 수 있었다.

그건 몇몇 1군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AT 마드리드전 다음 경기가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첫 경기였음에도 벨로아 솔랑케 감독은 과감하게 그들을 선발에서 제외했다.

그리고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고오오오올!

-호드리구 벨라스의 낮게 깔리는 슈팅이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이거죠! 레알 마드리드가 라두 웅구레아누 선수가 없을 때는 어떻게 공격을 풀어나가야 하는지를 아주 이상적인 장면으로 지금 보여줬습니다!

-이게 레알 마드리드가 아니겠습니까?

-그렇죠! 이게 레알 마드리드죠!

멋진 선취점이 터진 뒤에 레알 마드리드는 그 기세를 굳히기 위해서, 그리고 주전들의 폼을 유지하기 위해서 후반전에 교체로 출전을 시켰다.

박규태는 2-0으로 앞서고 있는 후반 30분에 페예노르트의 홈인 데 큅 스타디움의 필드에 나타났다.

당연히 페예노르트의 수비진은 박규태를 극히 경계했지만, 박규태는 추가시간이 2분 남은 상황에서 멋진 하프 발리슛을 때려 넣으며 챔피언스리그에서도 계속해서 득점을 이어나갔다.

“궁금한 게 하나 있어.”

3-0으로 페예노르트를 잡아낸 원정 경기가 끝나고 다시금 비행기를 타고 마드리드로 향하는 중에 비행기 안에서 오늘 경기의 선취점을 기록한 호드리구가 박규태에게 물었다.

“어떻게 그런 슈팅을 가져갈 수 있는 거야?”

“슈팅이라니?”

“그러니까 마지막 골 장면에서 슈팅을 가져가는 도중에 균형을 잃었는데…… 완벽한 슈팅을 가져갔잖아. 그 부분이 궁금해서 말이야. 무슨 감각이 있는 거야?”

마지막 쐐기 골이 된 하프 발리슛을 말하는 것 같았다. 박규태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넣었어도 멋진 골이었지.’

그리고 박규태는 싱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호드리구에게 대답해주었다.

“이게 다 김치를 먹어서 생긴 힘이야.”

“거짓말 같은데?”

의심이 가득한 눈으로 박규태를 바라보는 호드리구의 눈빛에 박규태가 살짝 찔렸지만, 오히려 뻔뻔하게 얼굴에 철판을 깔고 열정적인 설교를 시작했다.

“최근에 니콜라스가 다치지 않는 이유가 뭔지 알아? 바로 김치를 먹어서야.”

진실은 레알 마드리드의 의료팀에서 최근 니콜라스 브라보가 가진 고질적인 허벅지 부상을 방지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찾아낸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박규태는 철판을 깔았다. 호드리구는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얼굴을 찌푸렸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상하게 사기꾼의 냄새가 났지만, 박규태의 굳건한 얼굴과 자신을 보며 엄지를 치켜드는 사이먼 셔틀워스의 모습을 보면 거짓은 아닌 것 같았다.

“난 매운 거 못 먹는데?”

그의 말에 박규태가 씩 웃었다.

왜 김치를 떠올리면 항상 매운 음식을 생각하는 것일까. 사실 김치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말이다.

“그런 너를 위한 멋진 김치를 알고 있지.”

“맵지 않은 김치가 있다고?”

호드리구의 물음에 박규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스마트폰으로 고춧가루가 없는 김치를 소개해 주었다.

“동치미! 사이다보다 시원한 김치지.”

* * *

“음…… 요즘 호드리구가 이상해진 것 같아.”

“어떤 부분이?”

“팍이랑 붙어 다니면서 뭔가…… 알 수 없는 자신감이 넘친다고 해야 하나?”

“그건 다른 선수들도 똑같은데?”

“아니야……. 뭔가 있어. 뭔가……!”

펠리페 카발은 최근에 분위기가 바뀐 호드리구 벨라스의 모습에 의아함을 드러냈다.

다른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처럼 호드리구도 뭔가 조금씩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펠리페 카발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박규태를 바라보았다.

그의 옆에 붙어있던 크리스티안 이오리는 피식 웃으며 그의 등을 두들겨주었다.

“그냥 팍이랑 친한 거겠지.”

“아니야……. 뭔가 역병처럼 팍에게서 시작된 이상한 분위기가 점점 선수단을 장악하고 있어.”

“그래도 경기력은 나쁘지 않잖아. 너무 신경 쓰지 마! 거기다 팍은 좋은 녀석이라고.”

주장인 크리스티안의 말에 펠리페가 수긍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좋은 선수인 건 알겠는데…….’

뭔가 꺼림칙했다.

그는 박규태에게서 퍼지는 저 꺼림칙한 분위기에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지만, 솔직히 지금까지 결과가 너무 좋았기에 그저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김치팍? 도대체 그게 뭐기에…….’

일단은 지켜볼 생각이었다.

혹시라도 호드리구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면 팀에서 베테랑에 속하는 그가 박규태를 제지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펠리페의 생각과 다르게 호드리구가 훈련에서 보여주는 폼은 점점 상승하고 있었다.

“와우!”

“호드리구!!”

“어떻게 넣었어? 언제 저런 슈팅을 연습한 거야? 완전히 미쳤다고! 마치 팍을 보는 것 같았어!”

다른 선수들은 연습 경기에서 박규태가 보여줬던 하프 발리슛을 성공시킨 호드리구를 보며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특히나 슈팅이 그다지 좋지 않은 선수였기에 놀라움은 더욱 컸다.

“도온…….”

“뭐?”

“돈치미.”

“그게 뭔데?”

“코리안 시크릿 김치야.”

“도대체 그게 뭔데 널 바꾼 거야?”

선수들은 자신감이 넘치는 호드리구를 보면서 의아함이 가득한 눈빛으로 박규태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해할 수 없었다.

슈팅이 약한 호드리구에게 저런 위협적인 슈팅을 단기간에 장착시켰는지 모르겠다는 눈빛이었다.

박규태는 그런 선수들을 보며 철판을 깔았다.

‘사실 나도 몰라. 무서워……. 갑자기 왜 저렇게 잘 차는 거야? 난 저런 거 가르쳐준 적 없어.’

그리고 사진을 찍을 때처럼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김-치!”

그의 말에 레알 마드리드의 젊은 선수들이 뭔가 심오한 말인가 싶어서 따라서 김치를 외쳤다.

“키…… 킴치!”

“키미치!”

“킴치! 킴치!”

조금은 더디던 김치 돌풍이 이제는 호드리구를 중심으로 거대한 태풍이 되어서 선수단을 강타했다.

그럴수록 펠리페 카발은 그런 박규태를 더욱 의심과 불신의 눈으로 노려봤다.

하지만 박규태의 김치 신화는 계속 이어졌다.

9월 21일.

레알 베티스와 경기.

박규태에게 김치 설교를 들은 호세 루이스가 중원에서 어마어마한 활약을 펼쳤다.

레알 베티스의 중앙 미드필더들이 호세 루이스의 뛰어난 탈압박 능력과 정교한 패스에 무너졌다.

덕분에 전반전에 박규태와 라두 웅구레아누가 쉽게 골을 넣었다.

레알 베티스는 전반전이 끝날 때까지 2 대 0으로 레알 마드리드에 끌려갔다.

-대단합니다!

-호세 루이스! 오늘 레알 마드리드의 중원을 혼자서 짊어지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루카 모드리치를 보는 것 같은 탄탄하고 멋진 플레이입니다!

-강합니다! 진짜 강합니다! 이번 시즌의 레알 마드리드는 작년과 전혀 다른 팀이 된 것 같습니다!

후반전이 시작되기 무섭게 호세 루이스는 더욱 공격적으로 레알 베티스의 중원을 쥐고 흔들었다.

그리고 측면으로 오버래핑을 시도한 알렉상드르 베르티에르에게 완벽한 패스까지 연결하면서 도움을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

당연히 이번 경기의 MoM은 호세 루이스였다.

늘씬한 미녀 리포터가 오늘 경기에서 폭발한 호세 루이스에게 물었다.

“오늘 정말 멋진 경기력이었습니다. 혹시 오늘 같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었던 이유가 있을까요?”

호세 루이스는 환하게 웃으며 리포터의 질문에 대답했다. 그의 말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있습니다. 바로 킴치의 힘입니다.”

그 말에 리포터가 당혹감을 드러냈다.

“제가 알고 있는 한국 음식을 말하는 건가요?”

“맞습니다. 팍을 통해서 킴치를 접할 수 있었죠. 킴치는 대단한 힘을 가진 음식입니다.”

호세 루이스의 말에 리포터가 당혹감을 드러냈다.

혹시 자신이 호세 루이스가 아닌 한국 음식 홍보대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아…… 예! 호세 루이스 선수 인터뷰 감사합니다. 그러면 이번 경기에서 골을 넣었던 팍과 인터뷰를 해보겠습니다.”

리포터는 당혹감에 빨리 호세 루이스와 인터뷰를 끝냈다. 그녀는 급히 다른 인터뷰 대상을 찾았다.

그리고 그 인터뷰 대상은 김치 대마왕 박규태였다. 그가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리포터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곧 미녀 리포터의 얼굴이 아까와 비교할 수 없는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 * *

“인정할 수밖에 없잖아. 팍이 팀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건 사실이니까. 레알 베티스전에서 확인할 수 있었지.”

그와 같이 레알 마드리드에 오래 있었던 발렌틴 디아즈의 말에 펠리페 카발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무시무시한 녀석!’

박규태의 주변에는 평소보다 두 배로 늘어난 선수들이 존재했다.

그들은 알 수 없는 분위기를 내뿜으며 박규태와 비슷한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다.

펠리페 카발은 박규태에게 적대감을 드러냈다.

‘저 녀석이 팀의 분위기를 망치고 있어!’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결과는 모두 박규태를 향해서 웃어주고 있었다.

‘계속해서 좋은 결과만 나올 수 없어! 호드리구도 아직 실전에서 검증하지 못했지.’

분명히 문제가 생길 것이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다음 경기인 세비야전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가 기대하던 상황은 나오지 않았다.

9월 25일.

이어진 세비야와 리그 5라운드 경기.

펠리페 카발은 자신과 함께 선발로 출전한 호드리구의 아찔한 슈팅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호드리구우우우우!

-다니 마르틴의 환상적인 선방이었습니다!

-오늘 레알 마드리드가 작정하고 나왔습니다! 비대칭 4-3-3을 꺼내 들었는데……! 라두 웅구레아누 선수가 있던 자리에 투입된 호드리구 선수가 벨로아 솔랑케 감독의 비대칭 4-3-3에 완전히 적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호드리구우우우우!

중계진은 전반전 내내 호드리구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그만큼 그의 활약은 굉장했다.

‘저 날카로운 슈팅은 뭐야?’

펠리페 카발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호드리구의 슈팅은 항상 타이밍도 어긋났으며 힘도 많이 부족했다.

하지만 지금 그가 보여주고 있는 치고 달리는 능력과 그다음에 나오는 날카로운 슈팅은 ‘카카’라는 브라질의 슈퍼스타가 떠오를 정도로 대단했다.

-고오오오오오올!

-호드리구우우우우우우! 대단합니다! 반 박자 빠른 슈팅! 그리고 골키퍼가 반응할 수 없는 강한 슈팅이었습니다!

-이거죠! 벨로아 솔랑케 감독이 호드리구를 선발로 배치한 이유가 바로 이런 공격력을 원해서입니다!

선취점이 터진 순간.

호드리구는 중계 카메라를 향해 달렸다. 그리고 박규태가 그런 것처럼 펄쩍 뛰며 소리쳤다.

“돈치미! 돈치미! 돈치미!”

그걸 시작으로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이 세비야를 더욱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고오오오올! 박규태! 멋진 헤딩골이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가 정말 무시무시한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거죠! 이런 공격력을 원해서 레알 마드리드가 다양한 공격수를 영입한 겁니다!

-네! 맞습니다! 오늘 박규태 선수의 파트너로 나선 사이먼 셔틀워스도 레알 마드리드가 넣은 2골에 모두 도움을 기록하면서 점점 자신의 활약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호드리구는 후반전에 교체되어 나가는 순간까지 세비야의 수비진을 괴롭힌 날카로운 슈팅을 보여주며 레알 마드리드의 홈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후반전에 라두 웅구레아누와 니콜라스 브라보를 투입한 레알 마드리드는 후반전에 터진 박규태와 라두 웅구레아누의 골로 4 대 2라는 점수 차이로 세비야를 잡아냈다.

경기가 끝난 뒤에 유니폼을 교환하는 선수들.

펠리페 카발은 호드리구가 계속해서 주문처럼 외우는 한국말을 떠올리며 조용히 따라 했다.

“돈…… 치미?”

< 국뽕 박규태 선생 #175 (7권 분량) > 끝

ⓒ 엉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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