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174화 (174/199)

< 국뽕 박규태 선생 #174 >

전반전이 끝났다.

점수는 1 대 0이었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은 딱히 불만이 없는 표정이었다.

경기력 자체는 크게 나쁘지 않았으니까.

반대로 AT 마드리드의 선수들은 3 대 0까지 점수를 내준 것처럼 초조함을 조금 드러냈다.

라커룸에 들어선 AT 마드리드의 선수단은 잠깐 3분 동안 지독한 침묵에 휩싸였다.

그 침묵을 깬 것은 팀의 에이스인 엔오케 비센테였다. 그는 젊은 선수들을 잘 다독이고는 라커룸 가운데로 나와서 선수단을 쭉 둘러보았다.

모두가 그런 엔오케 비센테를 바라봤다.

“최악의 경기력이었지?”

그의 말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전반전의 그들은 정말로 최악의 경기력을 보여줬으니까.

“하지만 상대도 좋은 기회가 많았지만, 골을 넣지 못했어. 그리고 아직 우리에게는 45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지.”

그의 입에서 나오는 희망적인 말들은 AT 마드리드의 젊은 선수들의 초조함을 잠재우는 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

클로드 카불 감독은 엔오케 비센테가 만들어준 분위기를 보고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중간에 끼어들어 AT 마드리드의 선수들에게 후반전에는 어떻게 경기를 풀어나갈지 조언했다.

그제야 AT 마드리드의 선수단이 할 수 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하지만 박규태를 계속 상대하던 알리 카마로와 헤수스 바자로는 그들과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력은 이 정도가 아니야.’

‘망할 김치팍은 아직 여유가 있었어. 분명히 후반전에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겠지.’

두 선수는 자신들이 직접 상대한 박규태가 아직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조사했던 자료와 다르게 박규태는 이번 경기에서 상당히 소극적으로 움직였다.

특히나 직접 슈팅을 가져갈 수 있는 상황에서도 박규태는 연계에 집중하면서 팀의 다른 선수들에게 좋은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었다.

‘평소라면 슈팅을 가져갈 타이밍에서도 더 좋은 위치에 있는 선수에게 공을 연결했지.’

‘확실히 자료에서 봤던 움직임과 달랐어.’

도대체 박규태가 그런 움직임을 가져간 이유가 뭘까.

두 사람은 하프타임이 끝나는 시간까지 길게 고민했다. 하지만 이유를 찾지 못했다.

“시간 됐습니다.”

다시금 필드로 향해야 하는 시간.

다른 선수들과 다르게 알리 카마로와 헤수스 바자로는 아리송한 표정으로 필드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 * *

후반전.

레알 마드리드는 비대칭 4-3-3에서 라두 웅구레아누를 밑으로 내리고 다시 전형적인 4-4-2 포메이션으로 되돌렸다.

그 모습이 마치 레알 마드리드가 1점으로 만족하고 수비에 집중하려는 것처럼 보여서 AT 마드리드의 몇몇 젊은 선수들의 마음에 조급함을 심어주었다.

-레알 마드리드가 후반전 초반부터 라인을 내렸습니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노골적인 경기 운영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벨로아 솔랑케 감독이 1점으로 만족하는 걸까요? 아니면 후반전 초반을 신중하게 접근할 생각을 하는 것일까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유리한 팀이 레알 마드리드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덕분일까.

AT 마드리드의 공격은 매서웠다.

수비의 중심을 잡은 크리스티안 이오리가 순간적으로 흔들렸을 정도로 AT 마드리드의 속공은 상당했다.

하지만 그들은 원하는 결과를 가져갈 수 없었다.

엔오케 비센테와 다른 선수들이 신나게 공을 옮겼음에도 피니셔인 빅터 발레르드가 연이어 아쉬운 슈팅을 보여주었다.

-비이이이이익터!

-아! 이런 실수라뇨? 완벽한 기회를 놓쳤습니다! 이건 진짜 뼈아픈 슈팅인데요!

-분명히 슈팅을 가져갈 여유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의 골키퍼인 미하엘 슐츠가 몸을 날릴 동작이 늦어진 것도 봤고요! 그런데 저런 맥이 빠지는 슈팅이라니……. 이번 슈팅은 빅터 발레르드의 완벽한 실책입니다.

후반전 10분 동안 4번의 좋은 기회를 빅터 발레르드가 모두 날려버리자 클로드 카불 감독은 급히 그를 빼고 아벨 자바르를 투입하면서 경기의 흐름을 바꾸려고 했다.

-네! 지난 시즌에 이적해서 쏠쏠한 활약을 했던 아벨 자바르 선수가 투입됩니다.

-지난 시즌, 22경기를 출전해서 9골 4도움을 기록했습니다. 출전한 경기의 절반이 교체 출전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정말 훌륭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도 공격수를 빼주는군요. 오늘 경기에서 상당히 많은 활동량을 가져간 사이먼 셔틀워스를 빼고 마르코 팔로레타 선수를 투입합니다.

-수비적으로 움직이겠지만……. 필요하다면 박규태 선수의 높이와 마르코 팔로레타 선수의 빠른 발로 AT 마드리드의 뒷공간을 뚫고 골을 넣겠다는 뜻이거든요?

-그렇군요!

AT 마드리드의 엔오케 비센테가 발목의 통증으로 잠깐 필드에 쓰러져서 치료는 받느라 잠깐 경기가 멈춘 상황에서 레알 마드리드가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교체된 선수는 마르코 팔로레타였다.

그리고 그를 지긋이 바라보는 AT 마드리드의 두 수비수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저 녀석은 망할 김치팍과 다르겠지?”

“제발 그랬으면 좋겠는데…….”

두 사람은 마르코 팔로레타가 다가오자 바짝 긴장했다.

반대로 교체로 투입된 마르코도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AT 마드리드의 두 선수를 보며 의아함을 드러냈다.

“왜 저러지?”

그의 혼잣말에 옆으로 다가온 박규태가 능글맞은 표정으로 거짓말을 내뱉었다.

“동성애자래.”

“뭐?”

“저 두 사람 동성애자라고.”

“아…… 그래?”

“이상형이 축구 잘하는 사람이라던데?”

“…….”

박규태의 말에 마르코 팔로레타가 부르르 몸을 떨었다.

상상하기 싫은 장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박규태는 거기에 상상력을 더해주었다.

“그리고 네가 이상형이래.”

그 말이 끝이었다.

마르코 팔로레타는 절대로 두 사람에게 등을 보이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AT 마드리드의 두 수비수인 헤수스 바자로와 알리 카마로는 자신을 보며 눈살을 찌푸리는 마르코 팔로레타를 보면서 기쁨이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저 녀석은 그래도 정상적인 녀석 같지?”

“저 망할 김치팍처럼 굴지만 않으면 돼”

“좋아,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윙크나 한번 날려줘야지. 아마 저 녀석도 망할 김치 귀신과 함께 뛰면서 어지간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거야.”

“난 경합할 때 환한 미소로 대응해줘야겠어.”

그의 파트너의 말에 알리 카마로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마르코 팔로레타에게 윙크를 날렸다.

헤수스 바자로는 환한 미소를 보냈고.

문제는 박규태의 거짓말에 속은 마르코 팔로레타의 눈에는 그들의 윙크와 환한 미소가 음험하고 음습한 윙크와 미소로 보인다는 점이 문제였다.

그리고 부르르 몸을 떠는 마르코 팔로레타에게 슬그머니 다가온 박규태가 사이비 교주 같은 말을 내뱉었다. 그것은 아담과 이브에게 사특한 말을 내뱉던 뱀처럼 교묘했다.

“김치를 즐겨 먹으면 저런 음습한 친구들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지. 김치에 들어가는 마늘과 액젓의 향이 조금 강하거든. 저런 친구들이 경험하지 못한 향이지.”

“정말이야?”

“물론이지. 두 유 라이크 김치? 츄라이! 츄라이! 함 무바라! 쥑인다! 김치만 먹으면 만사형통이라고! 뽕렐루야!”

그의 말에 마르코가 고개를 끄덕였다.

또 한 명이 국뽕과 김치의 희생자가 되었다.

박규태는 조금씩 ‘울브스화(?)’가 되는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을 보면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가 마치 악마의 그것과 닮았다.

* * *

잠깐 멈췄던 경기가 다시 시작되었다.

엔오케 비센테도 터치라인 밖에서 치료를 받고 다시 필드로 들어섰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AT 마드리드의 홈팬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다행이야. 엔오케가 부상으로 빠지면 우리 공격진은 진짜 초토화가 되니까.”

“솔직히 리빌딩이 너무 늦었어! 지난 시즌이 아니라 크리스티안 벨레스터츠가 이적하는 순간에 대응했어야 했어!”

“그럴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 내 생각에는 그냥 단장이랑 구단주가 너무 바보 같아서 문제야! 좋은 유망주들을 싼값에 다른 리그에 많이 넘겨줬잖아! 그들만 잡았어도 우리 아틀레히의 공격진이 이렇게 빈약하게 흔들리지는 않았어!”

불안한 시선이 계속 이어졌다.

점점 후반전의 시간은 끝나가고 있었으며 레알 마드리드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운 단단히 수비를 굳히고 있었다.

그래도 믿었다. 그들의 에이스인 엔오케 비센테는 결과를 만들 수 있는 뛰어난 선수였으니.

하지만 그들의 희망은 후반 35분에 끊어졌다.

-라두 웅구레아누의 긴 패스으으으!

-마르코 팔로레타에게 이어집니다! 발이 빠른 마르코 팔로레타가 공을 몰고 달립니다!

-그 뒤를 헤수스 바자로가 급히 따라갑니다! 하지만 역부족입니다! 빠릅니다! 빠릅니다! 마르코 팔로레타! 마르코 파로레타! 뒤에서 귀신이라도 쫓아오는 것처럼 빠르게 달립니다!

귀신이 아니라 이상한 놈(?)이 따라오는 것처럼 느껴져서 저렇게 죽을 듯이 뛰는 것이 분명했다.

박규태는 알리 카마로를 뒤에 달고 빠르게 달렸다.

그리고 마르코 팔로레타의 위치를 눈으로 힐끔 확인했다.

‘내가 거짓말을 너무 심하게 했나? 저러다가 골대까지 공을 몰고 가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다행히 마르코 팔로레타는 침착했다.

그는 자신을 따라온 헤수스 바자로의 위치와 박규태의 옆에 붙은 알리 카마로의 위치를 확인하고는 과감하게 중앙으로 패스를 찔러넣었다.

그리고 그 패스의 끝에 박규태가 있었다.

-마르코 팔로레타의 로빙 패스가 박규태에게 향합니다! 박규태! 박규태! 그 뒤에는 알리 카마로가 있습니다!

순간 박규태가 자신이 가진 최고의 기량을 선보였다.

할 수 있는 최고의 집중력을 선보인 박규태는 골대에 등을 진 상태로 공을 받아냈다.

그리고 발끝으로 섬세하게 공을 움직였다.

박규태의 등 뒤에서 그를 밀어내던 알리 카마로가 순간적으로 발을 내밀었지만, 박규태가 엉덩이와 등에 힘을 꽉 주고서 알리 카마로의 균형을 무너트렸다.

“큭!”

덕분에 몸을 돌릴 타이밍을 얻은 박규태는 여유롭게 몸을 돌려서 완벽한 슈팅 기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왼발을 휘둘렀다.

공은 AT 마드리드의 골키퍼가 반응해도 닿을 수 없는 오른쪽 위로 날아들었다.

철썩!

그리고 골이 들어간 순간.

박규태가 주먹을 불끈 쥐고서 레알 마드리드의 원정팬들이 있는 방향으로 달렸다.

-고오오오오오오올!

-박규태애애애애애! 순간적으로 알리 카마로를 밀어내고 슈팅을 가져갈 그 짧은 타이밍에 자신이 원하는 코스로 완벽한 슈팅을 가져갑니다!

-대단합니다! 어메이징합니다! 이게 박규태죠! 이게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어나더 김치팍입니다!

-자신보다 훨씬 덩치가 든 알리 카마로를 상대로 전혀 밀리는 느낌이 없었어요!

-맞습니다. 오히려 알리 카마로를 밀어내면서 턴을 할 타이밍을 만들었고, 그 짧은 타이밍에 슈팅 기회를 만들어서 간결하게 골을 넣었습니다.

“주-모우우우우우우우!”

“주-모우우우우!”

“이거지! 그래! 이거야!”

이제는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과 선수들도 박규태의 세레머니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박규태는 세레머니를 할 맛이 나는 것 같았다.

‘그렇지! 이 맛이지! 이거지!’

자신을 죽일 듯이 노려보는 홈팬들의 어수선한 목소리가 에스타디오 데 마드리드를 가득 채웠다.

그 소음에 맞춰서 박규태가 더욱 팔을 크게 벌렸다. 그 모습을 보고 사진 기자들이 신나게 셔텨를 눌렀다.

“그래! 더 외쳐봐! 주모! 주모! 주모!”

* * *

[레알 마드리드 ATM전 2-1 승리!]

[AT 마드리드의 공격진에게 있었던 12번의 기회.]

[엔오케 비센테를 제외한 공격진의 날카로움이 부족했다!]

[추가시간에 터진 엔오케 비센테의 만회골!]

[박규태 이번에도 득점!]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첫 경기 전에 연승을 이어나가는 레알 마드리드!]

[리그 3연승! 레알 마드리드 그 어떤 시즌보다 좋은 분위기를 이어나가다!]

[나락에 빠진 AT 마드리드! 3경기 1무 2패! 충격적인 리그 19위 기록!]

[클로드 카불 감독에게 향하는 불신의 눈빛!]

[벨로아 솔랑케 감독의 인상적인 인터뷰!]

[로봇 같은 벨로아 솔랑케 감독! 레알 마드리드에서 다시금 날아오르다!]

[이게 탈맹효과? 벨로아 솔랑케 감독! 레알 마드리드에서 다시금 우승을 노린다!]

[막심 표지 공개! 압도적인 박규태의 뒷모습!]

-이것이 ‘탈-맹-효-과’다!

-탈-매애애애애앵!

-지금 맨유가 리그 2위라고 설레발치자넠ㅋㅋ 울브스가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랑 박규태 빠지면서 리그 7위로 주저앉았으니까.

-거기다 기존의 빅6가 다 침체기자너~

-이번에 맨유가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던 로날도 만드고라랑 PSG에서 패트릭 페닝스 사 왔다고 리그 1위 예약이라더만ㅋㅋㅋ 현실은 첼시가 리그 1위죠? 풉키풉키ㅋㅋㅋㅋ

-진짜 왜 이렇게 맨유는 해외축구 커뮤니티의 놀림감이 되었을까? 퍼거슨 시절이 너무 그립다.

-야! 맹구 졌닼ㅋㅋㅋ 1위인 첼시한테 2-1로 짐ㅋㅋㅋ 뭐 리그 1위 예약? ㅋㅋㅋㅋ 응, 첼시한테 개털림ㅋㅋㅋ

-벨로아 솔랑케는 그냥 선수빨임. 내가 레알 마드리드 감독해도 저 정도 성적은 거둘 수 있음.

-ㅋㅋㅋㅋㅋ FM 좀 했다고 감독하겠단닼ㅋㅋ

-응, 현실은 3연패 당하겠지. ㅋㅋㅋㅋㅋ

-근데 규태가 막심 화보 찍었다는 게……. 그 군인들이 자주 본다는 그 막심이지?

-ㅇㅇ 맞음. 등빨 죽이더라.

-군인들은 눈물 흘리겠네. 막심은 섹시한 화보 보는 맛인데……. 우리 김치에 범벅된 막심이라니……. 난 못 보겠다.

-뭐야? 막심 표지 사진 원래 엔젤하트의 엘리가 나온다며? 김치팍이 왜 나옴?

-캬! 우리 규태 형 많이 컸네! 막심에도 나오고!

-이 맛에 김치규태교 가입하는 거 아닙니까?

-그래서 막심 화보 컨셉이 뭔데?

-컨셉? 그런 것도 있음?

-화보마다 컨셉이 있자너;;

-슈퍼김치맨.

-뭐?

-‘슈퍼김치맨’라고! 컨셉.

-‘슈퍼김치맨’이라고? 세상이 망할 징조인가?

< 국뽕 박규태 선생 #174 > 끝

ⓒ 엉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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