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173화 (173/199)

< 국뽕 박규태 선생 #173 >

AT 마드리드의 수비진은 꽤 오래 합을 맞춘 선수들로 구성이 되어있었다.

맨유에서 25-26시즌에 데려온 디오구 달로트를 시작으로 레알 마드리드에서 데려온 헤수스 바자로와 AT 마드리드의 유소년 팜에서 키워진 알리 카마로와 크리스토프 이예르까지 팀에 합류하면서 AT 마드리드의 전성기를 이끌어갈 환상적인 포백라인이 완성되었다.

하지만 그들을 가지고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아쉬운 공격력으로 4시즌 연속 3위를 기록하면서 우승과는 한 발자국 떨어진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그렇게 긴 시간이 흘러서 크리스토프 이예르를 대신할 26살의 수비수인 다니엘 마두레라가 자리를 잡으면서 조금씩 그들도 세대교체를 시작했다.

공격진도 늙은 선수들을 모두 처분하고 다른 선수보다 실력은 조금 떨어지지만, 잠재력이 풍부한 10대 후반의 선수들을 실험적으로 기용했다.

‘문제는 빅터 발레르드랑 아벨 자바르가 생각보다 성장하지 못한 게 크지. 덕분에 AT 마드리드는 회귀 전에 29년도부터 한동안은 꽤 힘든 시간을 보냈고.’

박규태는 알고 있었다.

빅터 발레르드가 예전 레스터 시티의 전성기를 이끈 제이미 바디의 하위호환형 공격수이며, 천재라고 불리는 아벨 자바르는 낮은 프로의식과 나태함 덕분에 망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도 AT 마드리드의 브라질 커넥션이라 불리는 엔오케 비센테-마이콘 로자리오-조엘 베르라디가 있기에 AT 마드리드는 짧은 암흑기를 견딜 수 있었다.

‘그래도 이번 시즌부터 AT 마드리드가 크게 흔들리는 것을 막지는 못하지.’

경기가 시작되고 박규태의 눈에는 AT 마드리드의 균열이 보이기 시작했다.

-경기가 시작하고 5분이 지난 상황이지만……. AT 마드리드가 뚜렷한 결과를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레알 마드리드는 비대칭 4-3-3 포메이션을 활용해서 라두 웅구레아누 선수를 더욱 공격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AT 마드리드의 포백라인이 초반부터 고생을 좀 하고 있죠?

-그래도 잘 막고 있습니다. 역시……. 알리 카마로와 헤수스 바자로가 자리한 중앙 수비진이 강력합니다.

-박규태 선수도 쉽게 공중볼 싸움에서 우위를 가져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AT 마드리드의 수비는 유명했다.

예전 시메오네 감독이 있던 시절부터 여러 감독이 거쳐 간 뒤에도 AT 마드리드의 단단한 포백은 계속해서 유지되어왔다.

하지만 공격력만큼은 전혀 개선된 것이 없었다.

-아……. 엔오케 비센테가 만든 기회를 놓쳤습니다. 빅터 발레르드의 아쉬운 슈팅이군요.

-빅터 발레르드 선수가 저런 부분은 고쳐야 합니다. 1대1 상황에서 침착하지 못한 게 문제거든요?

-수비는 그래도 잘 이어지고 있는데……. AT 마드리드의 공격은 계속해서 답답합니다!

박규태는 호랑이처럼 매서운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알리 카마로를 보며 피식 웃었다.

“뭐가 웃기지?”

“그렇게 노려보다가 발이 부러질 것 같아서.”

“걱정하지 마라. 발보다는 팔이나 손목을 부러뜨리는 게 내 특기니까.”

“그게 더 무서운데? 손을 다치면 젓가락질을 못 하잖아. 김치는 포크로 찍어 먹으면 맛없거든.”

“미친놈.”

알리 카마로와 함께 중앙에 좁게 위치한 헤수스 바자로도 박규태의 말을 듣고 얼굴을 찌푸렸다.

그러는 가운데도 그는 박규태와 연결될 수 있는 패스 루트를 몸으로 가리고 있었다.

‘알리 카마로가 전형적인 파이터형 수비수……. 헤수스 바자로가 커맨더형 수비수로 두 선수가 중앙에서 버티면 웬만한 공격수는 질식해 죽을 것 같다고 하던데…….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

알리 카마로는 피지컬이 압도적이었다.

헤수스 바자로는 피지컬이 그리 뛰어난 선수가 아니었지만, 상당히 지능적이고 기술적으로 완성된 선수였다.

상당히 조합이 좋았다.

하지만 한쪽을 노리기에도 좋았다.

‘오늘은 헤수스 바자로를 노려볼까?’

주력은 물론이고 점프력도 그리 좋지 않은 수비수였다.

기술적인 부분으로 그것을 커버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박규태처럼 압도적인 피지컬과 뛰어난 기술을 갖춘 선수에게는 상당히 취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데…… 저 브라질 친구가 조금 거슬리네.’

그것을 알고 있기에 클로드 카불 감독은 4-4-2 포메이션의 중앙을 책임지는 마이콘 로자리오에게 조금 더 내려와서 포백을 보호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뭐…… 덕분에 다른 쪽에서 공격을 풀어나가기 쉬워졌지. 어차피 전반전에 골을 넣을 거라고는 기대도 하지 않았어.’

그래도 조금 기분이 나빴다.

왜 기분이 나쁘냐고?

저 망할 꼬리안에게 지옥을 보여줘!

헤수스!! 헤수스!! 아틀레티코의 저력을 보여줘!

‘저 꼬리안 발음은 분명히 일부러 그런 거야. 분명히 코리안이라고 발음할 수 있을 텐데 말이지.’

박규태가 피식 웃었다. 뭔가 잉글랜드와 다르게 상당히 귀여운 응원이라고 생각했다.

저 망할 김치팍을 꼬리아로 보내!

알리!! 알리!! 무하메드처럼 벌처럼 쏴버려!

‘저 덩치면 나비처럼 날지는 못하겠네?’

이번에는 절로 알리 카마로에게 시선이 향했다. 확실히 그가 주먹을 휘두르면 꽤 아플 것 같았다.

하지만 울브스 시절에 마이크 타이슨 감독을 겪은 박규태는 알리 카마로의 위협적인 모습에도 위축되지 않았다.

‘킬링 몬스터라는 별명이 붙은 마이크 타이슨 감독과 비교하면……. 뭐, 애들 주먹이랑 다른 바가 없지.’

그러고 보니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울브스 감독직을 내려놓고 미국으로 향했다는 소식을 최근에 들었다.

이유는 역시 미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끌기 위함이라고 들었다.

울브스의 차기 감독은 바르셀로나를 이끌었던 레오 마테르노 감독이었는데, 리그 초반의 성적은 썩 좋지 않은 것 같았다.

리그에서 2승 1무 2패로 리그 8위에 안착한 것을 보니 말이다.

아무튼, 딴생각을 잠깐 옆으로 치워두자.

지금은 발칙한 응원을 하는 AT 마드리드의 홈팬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선사하고 싶었다.

‘마침 기회도 온 것 같고.’

툭!

매 경기 위협적인 패스를 찔러넣는 측면 윙어이자 플레이 메이커인 라두 웅구레아누가 움직였다.

그는 자신의 앞을 막은 디오구 달로트를 제치고는 가볍게 공을 찍어 올렸다.

박규태는 라두 웅구레아누가 왼발을 움직이는 순간에 그에게서 눈을 돌리고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의 옆을 헤수스 바자로가 마크했다.

알리 카마로는 오늘 박규태의 파트너로 선발 출전한 사이먼 셔틀워스의 옆에 붙었다.

-박규태의 발에 연결되는 공!

-AT 마드리드가 침착하게 틈을 막습니다! 박규태 선수의 옆에서 공을 빼앗으려는 헤수스 바자로!

‘큭! 이 녀석……. 진짜 몸이 단단한데?’

헤수스 바자로는 압도적인 피지컬로 자신을 밀어내는 박규태를 보면서 얼굴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홀로 그를 막기에는 무리였다.

다행히 그의 생각을 읽은 마이콘 로자리오가 꽤 깊게 내려와서 헤수스 바자로의 수비를 도왔다.

박규태는 양옆으로 느껴지는 압박을 느끼며 빠르게 주변을 훑었다.

아무리 그가 뛰어난 공격수라고는 하지만 혼자서 두 명을 뚫기에는 지금 있는 공간이 너무 좁았으니까.

‘난 메시가 아니거든.’

우우우우우우!

막아! 막으라고!

저 망할 김치팍의 다리를 부러트려!

마이코오오온!

헤수스! 달려! 달려!

조금씩 흥분하기 시작한 AT 마드리드의 홈팬들이 거친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에 박규태는 급히 몸을 돌려서 두 선수 사이에서 빠져나왔다.

-박규태 선수가 측면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측면에 있는 선수는 펠리페 카발!

-박규태 선수의 패스! 펠리페 카발에게 연결이 된 공!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이 계속 이어집니다.

-방향 전환이 빠릅니다! 하지만 AT 마드리드의 수비진이 이미 준비가 되었습니다!

조금 답답한 느낌의 공격 전개.

하지만 박규태는 걱정하지 않았다.

AT 마드리드의 수비진을 쉽게 뚫을 수 있었다면 김치의 신이 아니라 축구의 신이었겠지.

아, 그게 그거 아니냐고?

‘엄연히 다르지.’

축구의 신은 내 생명을 구하지 못하지만, 김치의 신은 내 생명을 구할 수 있다.

“흡!”

필리페 카발은 왼쪽 측면 풀백인 다니엘 마두레라의 수비를 뚫지 못하고 돌파 대신에 높은 크로스를 올렸다.

조금 엉성한 크로스였다.

-높게 크로스가 올라갑니다!

-박규태 선수의 옆에 붙은 알리 카마로!

-같이 높게 뛰어오릅니다!

박규태가 얼굴을 찌푸렸다.

확실히 압도적인 높이를 갖춘 알리 카마로를 피지컬로 이길 수 없었다.

하지만 다음 플레이는 그가 더 빨랐다.

알리 카마로는 공을 클리어는 했지만, 공이 향한 방향이 영 좋지 못했다.

공이 향한 위치에는 레알 마드리드의 중원을 책임지는 발렌틴 디아즈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박규태는 알리 카마로를 무시하고 더 깊게 파고들었다.

이미 발렌틴 디아즈의 로빙패스가 AT 마드리드의 수비를 살짝 넘은 상태로 박규태에게 향하고 있었으니까.

‘어차피 알리 카마로는 반응 못 하겠지.’

순발력이 부족한 알리 카마로가 어떤 행동으로 자신을 막을지는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유니폼이 뒤에서 길게 늘어나는 것이 느껴지는 순간 그의 발에 알리 카마로의 거친 태클이 들어왔다.

박규태는 그 순간 멋지게 넘어졌다. 하지만 그것으로 레알 마드리드는 완벽한 기회를 잡았다.

삐이이익!

-찍었습니다!

-알리 카마로의 거친 태클이 너무 깊었습니다! 주심이 PK를 선언합니다!

-박규태 선수가 선취점이 필요한 순간에 멋진 플레이로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쓰러져있는 자신을 향해서 야유를 보내는 AT 마드리드의 홈팬들과 머리를 부여잡고 억울하다는 듯이 주심에게 항의하는 알리 카마로를 보면서 박규태가 팔로 입을 가리고 웃었다.

‘짜릿하군.’

곰 같은 선수를 상대할 때는 이런 헐리웃 액션이 제대로 먹혀서 재미있었다.

나중에 연기자가 되어도 꽤 성과가 있을 것이다.

아, 호날두도 배우에 도전했지만 실패했었지.

그럼 취소다.

아픈 척을 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난 박규태에게 라두 웅구레아누가 다가왔다.

“괜찮아?”

“물론이지. 그것보다 PK는 누가 찰 거야?”

“네가 차는 거 아니었어?”

“내 PK 성공률이 얼만지 몰라?”

“장난이야. 사실 알렉상드르가 찰 거야.”

“아! 아빠가 됐다고 했지? 아들이었나?”

“딸이래.”

“딸도 좋지.”

박규태가 이해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렉상드르는 PK를 양보한 선수들에게 감사의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박규태도 그런 알렉상드르에게 다가와 어깨를 다독였다.

“아빠가 된 걸 축하해.”

혹시나 PK를 실축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을 했지만, 그의 생각보다 ‘분유버프’는 강했다.

철썩!

-고오오오오오올!

-알렉상드르 베르티에르가 PK를 성공시키면서 레알 마드리드가 전반 19분에 1 대 0으로 앞서나갑니다!

-아! 알렉상드르가 젖병 세리머니를 하는군요! 듣기로는 어제부로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딸이라는군요.

하지만 젖병 세리머니로 끝나지 않았다.

알렉상드르 베르티에르는 PK를 양보한 박규태의 세리머니까지 보여주면서 레알 마드리드의 원정 팬들을 흡족하게 만들었다.

“두 유 노 김치팍?”

한국 기자가 한 무지한 행동으로 박규태까지 물고 늘어진 AT 마드리드의 몇몇 팬들에게 향한 도발이었다.

영어로 중계 카메라를 보며 소리친 그의 모습을 보고는 카메라 근처에 가까이 있던 AT 마드리드의 홈팬들이 분노하며 야유와 욕설을 내뱉었다.

죽여버리겠어!!

너 이 개xx아! 그 입 닫아!

멍청한 김치팍이랑 같이 꺼져!

달팽이를 먹는 너희 국가로 꺼져!

우우우우우우우우!

하지만 알렉상드르는 태연했다. 오히려 야유를 들으면서도 박규태에게 찡긋하고 윙크를 날렸다.

“하하하!”

그저 박규태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드디어 레알 마드리드에도 국뽕이 퍼졌구나.

그렇게 생각하면서 말이다.

< 국뽕 박규태 선생 #173 > 끝

ⓒ 엉심킬러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