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171화 (171/199)

< 국뽕 박규태 선생 #171 >

쑨 하이징.

원래라면 중국 역사에 남을 정도로 처참한 성적을 기록하면서 AC밀란은 물론이고 다른 유럽 리그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중국으로 복귀하게 될 재능이 부족한 선수.

그것이 박규태가 기억하고 있는 쑨 하이징이었다. 거기다 박규태의 회귀 전 상태창에 <쑨 하이징의 애국심>이라는 능력의 주인공이기도 했고 말이다.

아무튼, 그런 쑨 하이징이 미드필더로 전향을 했고, 세리에A 강등권 팀이지만, 그곳에서 꽤 준수한 성적을 거두었다는 소식은 조금 놀랄 만한 일이었다.

그래서 그런 걸까.

쑨 하이징은 다시금 허파에 바람이 제대로 들어갔다.

“쑨! 대한민국을 상대로 승리할 자신이 있습니다?”

“물론입니다! 하나 된 중국은 그 어떤 팀을 상대로도 저력을 발휘하는 무서운 팀입니다.”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이것을 발판삼아서 우리 중국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네! 가능합니다. 조금은 늦었지만……. 우리는 하나로 뭉쳐졌습니다. 그 어떤 팀을 상대로도 부족한 경기력을 보여주지 않을 겁니다! 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자국 선수들과 자신을 띄우는 말로 시작했다. 하지만 점점 인터뷰 열기가 심해질수록 그의 말에서 나오는 말은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을 비꼬는 말이 가득했다.

“그렇다면 이번에 상대하게 될 대한민국의 전력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박규태와 이강민이 없다면 대한민국의 실질적인 실력은 중국과 동급입니다.”

“그렇습니까?”

“네, 솔직히 두 선수를 제외하면 우리 중국이 다른 대한민국의 선수들과 비교해서 부족할 수 없습니다. 거기다 두 선수가 있더라도 우리 중국은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쑨 하이징의 마지막 말에 제대로 취했는지는 몰라도 중국의 기자들이 ‘하오! 하오!’를 내뱉으며 흡족해했다.

“세리에A에서 많은 것을 경험했습니다. 실력으로 우리가 부족하지만……. 거인을 쓰러뜨릴 준비는 충분히 됐습니다.”

그의 자신감 넘치는 발언에 취한 것을 넘어서 이제는 뽕을 제대로 흡입한 중국의 기자들이 ‘타도 대한민국!’. ‘공한증? 이제 공중증이 될 거다!’, ‘하나가 된 중국! 하나가 된 대표팀!’ 등등을 외치며 이번 월드컵 최종예선 A조의 마지막 경기를 기다렸다.

“와아아아아아!”

“쑨! 쑨! 쑨! 쑨!”

“할 수 있다! 할 수 있어!”

흥분에 가득 찬 인터뷰장.

쑨 하이징은 환하게 웃으며 대선에 나선 정치인처럼 두 팔을 들어 올리고는 ‘중화인민공화국 만세!’를 외쳤다.

* * *

광저우의 티아네 경기장.

벌써 많은 중국팬이 관중석을 가득 채우고는 뜨거운 응원 열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컨디션이 좋아 보이는 중국 선수들.

반대로 대한민국의 선수단은 조금 피곤해 보이는 얼굴로 필드에서 몸을 풀고 있었다.

“진짜로 부부젤라까지 나올 줄 몰랐어.”

“이래서 중국 원정은 피곤한데…….”

“그런데…… 규태 형은 진짜 대단하다.”

“저런 멘탈이라서 발롱도르를 수상한 거야……. 어떻게 부부젤라를 부는데 웃으면서 잘 수 있지?”

“거기다 푹 잤지.”

“8시간이나 잤다면서? 대단하네.”

“규태가 강심장이긴 해.”

선수들은 세상에서 제일 반짝거리는 피부와 평소보다 더 재빠른 박규태의 움직임을 보면서 감탄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오늘 박규태는 후반전에만 뛰기로 뱅상 엘라즈 감독과 이야기가 끝난 상황이었다.

그렇게 전반전에 4-2-3-1을 꺼내든 대한민국은 박규태와 몇몇 주전급 선수들이 빠진 상태에서 중국을 상대하게 되었다. 중국은 경기 초반부터 꽤 강하게 나왔다.

중국은 4-3-2-1이라는 06-07시즌 AC 밀란에게 빅 이어를 안겼던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주운 렌이라는 이탈리아 유학파 감독의 전술은 초반에 꽤 효율적으로 대한민국의 공격을 막았다.

도리어 노지민과 곽진수가 빠진 대한민국의 수비진을 뚫고서 의미 있는 슈팅까지 만들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짜요! 짜요! 짜요! 짜요!

중국의 관중들은 더욱 환호성을 크게 내질렀다. 그만큼 중국 국가대표팀이 보여준 경기력은 꽤 훌륭했다.

그리고 기어코 선취점을 넣으면서 티아네 경기장을 더욱 큰 환호성으로 물들이는 데 성공했다.

-아……. 좋지 않습니다.

-수비의 중심을 잡아두던 노지민 선수와 곽진수 선수가 빠진 것이 이렇게 큰 것일까요?

-공격진도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한기환 선수와 이강민 선수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골을 넣어줄 박규태 선수가 없으니 결정력 부분에서 문제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조금 더 침착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코, 중국이 어려운 팀이 아니거든요? 새로운 중국의 전술에 대한민국의 선수들이 대처를 못 하는 것 같습니다.

-집중을 해야 합니다. 대한민국!

한국의 중계진은 아쉬움이 가득한 목소리로 대한민국의 분전을 기원했다.

하지만 중국의 선전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미드필더로 포지션을 변경한 쑨 하이징은 꽤 준수한 패스를 최전방에 있는 위레이에게 연결하면서 자주 연결하면서 인상 깊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래도 대한민국의 저력은 무서웠다.

이강민이 전반전 막판에 날카로운 프리킥으로 동점을 만들면서 바짝 날이 선 중국의 기세를 한풀 꺾어냈다.

-고오오오오올!

-이강민! 발렌시아의 캡틴이자 대한민국의 캡틴인 그가 전반전 막판에 동점을 만들었습니다!

-이거죠! 이강민 선수가 이런 ‘해결사’적인 면모가 있기에 대한민국은 물론이고 발렌시아에서도 주장의 자리를 차지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하하하하! 그렇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이게 대한민국의 캡틴입니다!

-아! 추가시간이 모두 흘렀습니다.

-네! 전반전이 끝났습니다!

-전반전에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 대한민국이 후반전에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이강민의 환상적인 프리킥 득점으로 동점을 기록한 대한민국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전반전이 끝나고 라커룸에 들어선 선수들은 평소보다 훨씬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평소에 선수들에게 강한 요구를 하지 않았던 뱅상 엘라즈 감독이 처음으로 헤어드라이어 트리트먼트를 보여주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장난해? 축구가 애들 장난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도대체 그런 한심한 경기력은 어디서 나온 거지?”

젊은 선수들은 전반전과 다르게 바짝 긴장한 표정으로 야차처럼 일그러진 뱅상 엘라즈 감독의 얼굴을 바라봤다.

뱅상 엘라즈 감독은 3분은 화를 내면서 선수들의 나태해진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시간 동안에 중국이 준비한 전술을 카운트칠 다양한 전술적인 변화를 주었다.

선수들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4-4-2로 변환할 거다. 그리고 꽉과 팍이 후반전이 되자마자 투입될 거다. 팍! 컨디션은 어떻지?”

“9골을 넣을 정도로 환상적입니다.”

“곽은?”

“9도움을 기록할 정도로 환상적이죠.”

“좋아! 가서 저 중국 녀석들에게 너희가 자랑하는 공한증을 보여주고 와! 알겠어?”

뱅상 엘라즈 감독은 오랜만에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선수들의 기세를 다시금 끌어올렸다.

그 모습을 보면서 박규태가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중뽕킬러가 가동될 시간이었다.

* * *

-아! 후반전이 시작하자마자 박규태 선수와 곽진수 선수가 교체로 투입됩니다.

-아무래도 수비는 물론이고 공격적인 부분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전반전이었거든요? 뱅상 엘라즈 감독이 후반전에는 두 선수를 활용한 다른 전술을 활용할 생각인 것 같습니다.

-아! 카타르와 경기에서 보여주었던 4-4-2 포메이션입니다. 4-2-3-1을 주로 사용하던 뱅상 엘라즈 감독이 최근에 간간이 꺼내 드는 전술이죠?

-레알 마드리드의 벨로아 솔랑케 감독에게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거기도 4-4-2 포메이션에서 박규태 선수를 중심으로 한 역습 전술을 자주 사용하죠.

-말씀드리는 순간 박규태 선수에게 공이 올라갑니다! 역시 곽진수 선수가 측면에 배치가 되니까…… 뭔가 측면의 공격이 살아나는 느낌입니다!

박규태는 자신을 노려보는 쑨 하이징은 물론이고 다른 중국 수비수들의 시선에 살벌한 미소를 지었다.

‘웃어?’

중국의 중앙 수비수인 위 지헤이가 얼굴을 찌푸리고는 팔뚝을 세워서 박규태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는 공중볼을 잡기 위해서 높게 떠오른 박규태가 자신의 반칙에 고통을 느끼며 쓰러질 것을 확신했다.

하지만 그의 팔꿈치 어택에도 박규태는 얼굴을 찡그리지 않았다.

오히려 공중볼을 지키고는 그대로 엉덩이를 내밀어서 위 지헤이의 얼굴에 뭉개버렸다.

“으아아아악!”

위 지헤이가 고통에 찬 표정으로 얼굴을 잡고 쓰러졌다. 주심은 박규태에게 다가와서 경고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VAR 심판의 말을 듣고는 잠깐 몸을 멈추었다.

-쿄헤이 씨! 중국의 4번이 반칙을 먼저 했습니다.

“중국의 4번이요?”

-네! 확실합니다. 먼저 팔꿈치를 새워서 상대의 옆구리를 가격했습니다. 당연히 먼저 떠오른 공격수는 상대의 반칙에 공중에서 중심을 잃었고요.

“고의성이 없다는 뜻이군요?”

-오히려 중국의 4번이 고의성이 다분한 반칙이었습니다. 잘못하다가는 상대 공격수가 다칠뻔했어요.

“음…… 알겠습니다. 그러면 중국의 위 지헤이 선수에게 옐로카드를 주겠습니다. 다른 문제는 없습니까?”

-네, 없습니다.

코를 붙잡고 쓰러진 위 지헤이는 어째서 아무런 말이 나무지 않는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삐이이익!

그러고는 주심이 자신에게 옐로카드를 들어 올리자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코피를 줄줄 흘리면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아무래도 코뼈가 부러진 것 같았다.

중국의 관중들도 주심에게 야유를 보냈다.

우우우우우우우!

빵쯔에게 돈이라도 받았냐?

개자식들 죽어라!

중국의 선수들도 박규태가 착지할 때 고의로 위 지헤이에게 엉덩이를 내밀었다고 항의를 했으나 이미 판단을 내린 주심의 판정은 변하지 않았다.

박규태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자신의 옆구리를 찌르려고 한 위 지헤이를 보면서 윙크를 보냈다.

중국까지 따라온 사진기사인 찰리 길구드는 그 장면을 찍고서는 몸에서 소름이 돋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역시…… 그는 특급 또라이야!’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박규태는 발동이 걸렸다는 듯이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중국의 수비진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프리킥 기회를 잡은 대한민국은 박규태의 머리를 활용해서 그대로 중국의 골망을 흔들었다.

-고오오오올!

-대단합니다! 박규태 선수의 환상적인 헤더고오오올! 역시! 대한민국의 골게터는 박규태입니다!

-정말 대단하네요! 점프력이 엄청났습니다!

-박규태 선수가 원래는 꽤 기대되던 타겟터로 소쇼에서 활동했거든요? 요즘에 헤딩 능력이 더 발전해서 양발이 아닌 머리로도 골을 많이 넣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박규태는 2선까지 내려와서 공을 잡고는 빠르게 공을 이끌고 리오넬 메시의 흉내를 내었다.

“앙까라 김치! 앙까라 김치! 김치! 김치! 김치! 김치! 앙까라 김치! 슈퍼 김치! 앙까라 김치! 앙까라 김치! 앙까라 김치팍! 꼬오올골골골골고고오오올!”

중국의 수비진은 이상한 말을 내뱉으며 필드를 질주한 박규태를 보면서 질린다는 얼굴로 고개를 흔들었다.

사진을 열심히 찍고 있던 찰리 길구드도 부르르 몸을 떨었다.

‘어떻게 저렇게 말을 많이 하면서 지치지 않을 수 있지? 저건 메지도 못할 거야.’

정말이었다.

저런 드리블을 치면서 골을 넣는 것은 가능할지는 몰라도 저렇게 말을 많이 내뱉으면서 드리블까지는 하지 못할 것이다. 그만큼 박규태의 폐활량은 대단했다.

“고오오오오올! 어나더 김치! 어나더 국뽕 어나더 주-모! 이게 나라고! 이게 나야! 중뽕킬러 박규태!! 어! 알겠어? 오늘 중국이 좋아하는 숫자를 ‘8’에서 ‘7’로 바꿔줄게!”

두 번째 득점이 들어간 뒤에 박규태가 카메라를 보면서 외친 말을 듣고 네티즌들은 극심한 ‘국뽕 증후군’에 빠지며 가슴속에 차오르는 무엇인가를 느꼈다.

-크아아아아아! 주모오오오오오오오오오! 나! 오늘! 집에! 못! 간다! 빤스입고 쏴리 질러어어어어어!

-앙까라 김치! 앙까라 김치!

-진짜 ‘혼모노’이다. 메시도 저렇게 말 많이 내뱉으면서 저런 드리블은 못 할 거다.

-가슴속에 차오르는 그-대! 규태팍!

-ㅋㅋㅋㅋㅋ 저런 드리블은 메시가 매 경기 한 번씩 보여줬는데…… 저 입담은 메시도 못 보여줌.

-주-모우우우우우우우!

-캬…… 오늘 7골을 넣겠다고 예고하는데?

국뽕에 취한 한국의 네티즌들은 박규태의 세 번째 득점이 터지는 순간에 몇몇 능력 있는 해커들이 중국의 유명 포털사이트를 해킹해서 박규태가 탱크 앞에 서서 앙까라 메시를 외치는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이어지는 네 번째 득점.

그리고 다섯 번째 득점과 여섯 번째 득점까지 터지자 중국의 선수들은 다시금 공한증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중앙 미드필더로 전향하면서 세리에A에 남을 수 있었던 쑨 하이징도 따라잡을 수 없는 격차를 느끼며 다시금 박규태와 자신의 차이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분위기를 탄 박규태와 한국의 네티즌들.

하지만 마지막 7번째 득점이 들어갈 기회인 PK를 실축하자 분위기는 갑자기 바뀌었다.

-왜 갑자기 빠꾸이태냐?

-뭐냐? 우리규태는 어디가고 느그빠꾸이태가 나옴?

-갑분빠네…….

-진짜 갑자기 식어버렸다.

-규태야…… 그걸 실축하면 어떻게 하니? 우리 제너럴 국뽕규태에서 느그 빠꾸이태로 순식간에 바뀌네.

-ㅋㅋㅋㅋㅋㅋㅋㅋ 분위기 무엇? 진짜 박규태도 레게노지만…… 너희들도 레게노다.

-레게노가 뭐임? 언제적 용어임?

-레전드를 누가 레게노라고 읽음.

-ㅋㅋㅋㅋㅋ 레게놐ㅋㅋㅋㅋ

그래도 박규태가 후반 막판에 7번째 득점을 터뜨리며 8-1이라는 압도적인 격차로 경기를 끝냈다.

전반전까지 분위기가 좋았던 관중석은 이제 폭동이 일어날 것처럼 분노와 좌절이 가득했다.

그리고 중국을 상대로 어마어마한 골 세탁을 하면서 뽕을 뽑은 박규태는 묘하게 얄미운 표정으로 상대 선수단과 관중들에게 헤어짐의 인사를 날렸다.

“빠이 짜이찌엔!”

당연히 관중석이 들끓었다.

< 국뽕 박규태 선생 #171 > 끝

ⓒ 엉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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