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170화 (170/199)

< 국뽕 박규태 선생 #170 >

“오우! 디스거스팅!”

역겹다.

과거에 EPL에서 활동하다가 프리메라리가에서 사진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찰리 길구드는 박규태가 바르셀로나의 수비진을 상대로 내뱉는 다양한 트레쉬 토크에 그저 감탄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정말로 역겨웠다.

그런데 아름다웠다.

“도대체 김치가 뭐기에…….”

그는 작은 궁금증이 생겼다.

도대체 한국은 어떤 나라이기에 저런 선수가 나왔을까? 그리고 김치란 음식은 무엇이기에 크레이지 김치팍이 저렇게 골을 넣는 순간마다 찬양하며 외치는 것일까.

그 궁금증이 그를 한국으로 향하게 했다.

프리랜서인 그는 대한민국 축구협회 측의 동의를 구하고 이번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2경기를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을 생각이었다.

그리고 한국에서 그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월드컵 최종예선 A조 카타르와 경기를 위해서 부산으로 떠난 그는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서 한 식당에 들어섰다.

그는 낙지로 만든 볶음을 밥에 얹는 ‘낙지 덮밥’을 시키곤 기대감이 가득한 눈으로 빨리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의 눈빛에는 행복이 가득했다.

‘분명히 환상적인 음식일 거야.’

그가 이곳에 오기 전에 서울에서 먹었던 다양한 한식들은 제법 그의 입맛에 맞았다.

그리고 이곳에서도 분명히 그의 혀를 즐겁게 만들 최고의 음식들이 그를 반겨줄 것이다.

곧이어 낙지 덮밥이 나왔다.

그가 급히 숟가락을 들어서 낙지 덮밥을 한 숟갈 떠먹었다.

매콤함이 먼저 그의 혀를 괴롭혔지만, 그다음에 다가오는 특유의 칼칼함과 감칠맛이 조용히 그의 혀를 휘감았다.

‘최고군! 오기를 잘했어.’

그때였다.

가게의 점원인지, 아니면 사장인지 모르겠는 중년 여성이 큰 양푼 그릇을 들고나와서 소리쳤다.

“남는 거 스까 드실 뿐들 퍼뜩 가꼬오이소!”

그 소리를 듣자 음식을 먹던 몇몇 손님들이 자신의 음식을 가지고 양푼에 넣기 시작했다.

찰리 길구드는 그 모습을 보고서 혹시나 뭔가 음식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중년 여성이 갖은 양념장과 기름을 두르는 것을 확인하고 그들만의 식문화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지매! 참기름 좀 팍팍 넣어주이소!”

“오늘은 와이리 찬이 부실한데?”

“마! 이게 뭐꼬? 다 고기투성이네!”

“다들 제육만 시켜 뭇나?”

투덜거리는 아저씨들의 목소리.

그때였다. 그들의 시선이 홀로 낙지 덮밥을 시킨 찰리 길구드에게 향했다.

“마! 저기 백인 아저씨 먹고 있는 거 봐라! 낙지 아이가? 아재요! 저 외국인 아저씨 거 스까 무면 되지!”

“외국인 아재요! 퍼뜩 가져오이소! 부싼에 왔으면 이런 것도 무 봐야지!”

찰리 길구드는 대략적인 제스처와 말투만으로 사람들이 자신의 낙지 덮밥을 원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조용히 자신의 음식을 들고서 양푼 앞에 섰다. 곧 그의 음식은 다른 사람들의 음식과 섞여 비빔밥이 되었다.

곧이어 다른 손님들이 숟가락을 들고 맛있게 비빔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멀뚱히 서 있는 찰리 길구드에게 숟가락을 건네면서 호들갑을 떨었다.

“마! 무봐라 쥑인다! 아이가! 퍼뜩 무봐라!”

“으데 가서 이런 맛은 절 때 못 본다 아이가! 우리 식당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식! 특식! 쥑인다카이!”

불안한 눈빛의 찰리 길구드.

‘별로 위생적이지 않은 것 같은데?’

하지만 그 생각은 곧 사라졌다. 하나 퍼서 비빔밥을 입에 넣은 그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오 마이 가드니스……”

환상적인 맛이었다. 각 반찬의 장점이 고추장과 참기름의 도움으로 절묘한 맛의 조화를 이룩하고 있었다.

그는 게 눈 감추듯이 신명 나게 비빔밥을 먹으며 감탄을 계속해서 내뱉었다.

식당의 손님들은 그런 찰리 길구드의 모습에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같이 신나게 비빔밥을 먹었다.

* * *

“네? 부산의 전통이라고요? 전혀요! 누가 위생적이지도 않게 다른 손님들이 먹던 음식을 섞어서 비빔밥으로 만들어 먹어요?”

부산 출신의 사진기자인 김성필은 어디서 이상한 말을 들은 자신의 지인인 찰리 길구드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그렇습니까?”

“당연하죠! 찰리가 잘못 본 것 같네요. 한국 사람들이 아무리 여러 가지를 함께 비벼 먹는 것을 좋아해도 그렇게 비위생적인 짓은 하지 않아요.”

“그렇다면……. 도대체 그 식당은 무슨?”

“저도 모르죠. 아무튼, 부산은 그런 이상한 전통이 없어요. 한국에서 그렇게 비빔밥을 해 먹는 곳도 거의 없고요.”

찰리 길구드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그렇다면 자신이 찾아갔던 식당은 무엇일까.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나중에 다시 찾아가 봐야겠어.’

그는 그렇게 다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에게 다시 물어볼 것이다.

그게 진짜 전통이었는지.

아니면 그들이 자신을 속였는지를 말이다.

‘하지만……. 그 천상의 맛을 잊을 수 없었어.’

도대체 무엇을 했기에 그렇게 비위생적인 비빔밥이 그의 혀를 즐겁게 만들었을까?

그는 또 홀로 고민했다.

그러는 사이에 부산 아시아드 메인 경기장에 카타르와 대한민국의 선수단이 필드에 입장하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아아!

-2030 이탈리아 월드컵의 아시아 최종예선 A조 경기! 카타르와 대한민국! 대한민국과 카타르의 경기를 중계해드리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캐스터 배승수입니다!

-해설인 정찬욱입니다.

-우리 대한민국이 이미 본선 진출을 확정 지은 상황인데요! 오늘 경기! 어떻게 보시나요?

-아무래도 시험적인 전술을 시도할 가능성이 큽니다. 박규태 선수를 비롯한 해외파 출신의 주전들을 모두 소집한 것을 생각하면……. 전체적인 전술의 틀을 바꿀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다면 뱅상 엘라즈 감독의 꽤 파격적인 전술 변화를 지켜볼 수 있다는 뜻인가요?

-아마도 그럴 것 같습니다.

-음……. 그렇군요! 기대할 만할 것 같습니다.

중계진이 열심히 떠드는 사이에 두 팀의 선수단은 서로 악수를 하고서 각자의 자리로 흩어졌다.

찰리 길구드는 조용히 자리를 잡고 쓸만한 사진 몇 장을 건지기 위해서 열심히 손가락을 움직였다.

촤쟈쟈쟈쟈쟈쟈!

셔터가 따르게 찍히는 소리가 한동안 광고판 뒤에 자리를 잡은 기자들 사이에서 계속 들려왔다.

“찰리! 오늘 박규태 선수를 찍으러 온 건가요? 오늘따라 유난히 그에게 렌즈를 많이 돌리네요.”

“그를 찍기 위해서 EPL에서 프리메라리가까지 쫓아왔지. 거기다 이번엔 한국까지 따라왔고……! 그는 나의 뮤즈 같은 존재야. 그를 찍으면 뭔가 생동감과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지.”

“그렇군요. 그러면 오늘 경기는 어떨 것 같나요? 카타르를 상대로 어떤 활약을 보여줄까요?”

“음……. 내 감이지만……. 이상하게 오늘 레알 마드리드에서 보여준 모습을 보여줄 것 같아.”

“그것도 감인가요?”

“그래, 팍은 오늘 많은 공중볼 싸움에서 주도권을 잡고 팀의 승리를 확정 짓겠지.”

그의 확고한 말에 김성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피식 웃으며 사진을 들어 올렸다.

“찰리의 말처럼 대단하네요.”

마침 박규태가 높게 뛰어올랐다. 그리고 카타르의 수비진보다 높은 타점에서 공을 머리로 때렸다.

그러자 공은 홍해를 가른 모세처럼 수비진 사이를 가르며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철썩!

그러자 부산 아시아드 메인 경기장을 채운 축구팬들이 큰 목소리로 소리를 내질렀다.

주-모우우우우우!

이제는 세레머니를 하기도 전에 자동으로 나오는 박규태의 시그니처 셀러브레이션이었다.

팬들의 외침에 맞춰서 멋진 헤딩골을 넣은 박규태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서 큰 목소리로 꽥꽥 소리를 내질렀다.

“마아아아아아아아! 무봐라! 쓰까 무봐라! 이게 국뽕이다! 커모오오오오오오온!”

너무나도 멋진 세레머니였다. 그리고 어디선가 들어본 한국말에 찰리 길구드는 확신을 했다.

아니, 착각할 수밖에 없었다.

“역시……! 섞어 먹는 문화는 한국의 전통이 맞았어! 정말로 대단하다고! 이게 섞어 먹는 전통에서 나오는 팍의 힘이야! 이게 어나더 팍을 만든 힘이라고!”

그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진또배기 부산 출신의 사진기자인 김성필이 한숨을 내뱉었다.

그는 어떻게 찰리 길구드에게 오해를 풀어줄지 길게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 * *

경기 시작 7분 만에 터진 박규태의 헤딩골.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박규태는 비록 남은 시간 동안 골을 넣지 못했지만, 뛰어난 공중볼 장악과 포스트 플레이로 팀의 공을 지켜내면서 대한민국의 공격을 이끌었다.

덕분에 전반전이 끝날 무렵에 대한민국은 3-1이라는 점수를 기록하면서 후반전을 준비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후반전에도 득점에 많은 도움을 부면서 5-1이라는 점수로 카타르를 무너뜨린 일등공신이 되었다.

그렇게 경기가 끝났다. 카타르의 선수들은 필드에 주저앉아서 눈물을 흘렸다.

이번 경기의 패배로 본선 진출 실패가 확정되었다. 눈물이 흐를 수밖에 없었다.

반대로 대한민국의 분위기는 좋았다. 이미 본선 진출을 확정 지은 상태에서 박규태와 다른 공격수를 투톱으로 기용한 전술이 제법 좋은 성적을 기록했기 때문이었다.

[대한민국, 카타르를 상대로 5-1 승리!]

[박규태의 환상적인 포스트 플레이! 환상적인 타겟터가 대한민국에 존재했다!]

[중국! 이라크와 무승부를 기록 9전 3승 3무 3패로 월드컵 첫 본선 진출 확정!]

[미드필더로 전향한 쑨 하이징, ‘최고의 날! 중국 축구의 무궁한 발전이 드디어 결실을 보았다!’]

[쑨 하이징, ‘이제 한국은 두렵지 않다. 남은 경기에 부담감 없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멋진 경기력을 보여주겠다.’]

[중국의 망언, ‘대한민국 해외파 없으면 허수아비!’]

[자만심? 아니면 자신감? 중국의 도발 이유는?]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진짜 저 친구들은 그렇게 당하고 또 저러는 거야?

-쑨 하이징? AC 밀란에서 쫓겨나서 세리에A 강등권 팀으로 이적한 조빱이잖아?

-그래도 미드필더로 포지션 전향하고서 조금 쓸만하더라. 중국에서 밀어준 이유가 있었음.

-위에 너 이게 무슨 뜻이야? 너는 지난번에 천안문도 잊지 않고 민주주의도 반드시 되찾겠다고 말했잖아.

-뭐하냐? 빨리 댓글 내려라!

-그럼 홍콩 시위를 응원한다고 말했던 건 뭐지? 그 위대한 항쟁은 우리의 가슴을 뛰게 했다고!

-삭제된 댓글입니다.

-왘ㅋㅋㅋㅋㅋ 진짜 중꿔였어?

-이래서 짱깨는 안됨. -짱-

-zzzzzzzzzzzzzzz 저거 진짜로 먹히는 거였냐? 와……. 진짜 대단하다. 어떻게 저럴 수 있지?

-아무튼, 기대된다. 저렇게 자신감이 넘치는 중국을 상대로 자비 없이 밟아주는 맛이 진짜 죽여주거든.

-우리에겐 중뽕킬러 박규태가 있다. 그는 중국전에서 항상 다득점을 기록하는 킬링머신이지.

카타르와 경기가 끝나고 대한민국의 선수단은 중국의 티아네 경기장으로 향했다.

그러는 동안에 중국의 치졸한 방해가 이어졌다.

대표팀 숙소에서 새벽 2시에 의문의 폭죽이 터지기도 했으며, 몇몇 도를 넘는 중국팬들은 ‘빵즈!’라는 말을 내뱉으며 훈련을 위해서 버스에 오르는 한국 선수단을 조롱했다.

거기다 훈련장의 잔디나 시설도 썩 좋지 않았다. 관리자들의 협조도 상당히 미온적이었다.

당연히 몇몇 젊은 선수들은 분개했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망할 녀석들……. 진짜 추잡하네.”

“아오……! 진짜 때릴 수도 없고.”

베테랑들도 조금 선을 넘는 중국의 방해에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한 명의 선수는 달랐다.

그는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것은 만들어진 미소가 아니었다.

-빵즈? 그래! 빵이 맛있지! 하하하하!

-뭐? 폭죽이 터져? 하하하하! 좋지 좋아!

-잔디가 엉망이야? 그것도 좋지 하하하하!

-오! 호텔 서비스도 좀 별로야? 하하하하! 그것도 좋지! 아주 좋아! 왜 이렇게 행복하지?

다른 선수들과 다르게 그는 정신병이 있는 것처럼 환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몇몇 선수들은 그런 박규태의 모습에 알 수 없는 공포심까지 느끼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

하지만 박규태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의 징크스는 중국전에 강하다는 것만이 아니었다.

“그래! 그렇게 발광을 떨어! 제발 우리를 괴롭혀줘! 아무 지독하게 방해를 하라고!”

사실은 ‘중뽕킬러’라는 별명 속에 그의 다른 징크스가 숨어 있었다. 회귀 전에도 그랬지만, 그는 중국에 강한 것만이 아니라 중국이 방해하면 할수록 공격포인트를 많이 기록하는 특이한 징크스를 가진 선수였다.

그리고 박규태는 이번 레알 마드리드와 계약을 할 때 2030년 6월까지 ‘A매치에서 10골을 기록할 시에 한화 5억 원 지급’이라는 조항을 보장받았다.

“으하하하! 그래! 더 괴롭혀! 더! 아예 취두부를 숙소 앞에다 놔두라고! 아니다! 아예 부부젤라를 불어! 부부젤라를!”

덕분에 박규태의 두 눈에는 광기가 가득했다. 그의 눈빛은 어마어마한 호구를 앞에 둔 사이코패스 사기꾼의 그것처럼 초롱초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선수들은 그런 박규태의 광기를 보며 알 수 없는 소름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오죽했으면 이강민이 어마어마한 광기를 직접 보고는 조용히 중국을 위해서 기도를 올렸을까?

‘신이시여 제발 중국이 5점 이하의 실점을 기록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이상하게 중국이 너무 불쌍해요.’

물론, 그 기도는 신만이 들을 수 있었다.

< 국뽕 박규태 선생 #170 > 끝

ⓒ 엉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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