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뽕 박규태 선생 #169 >
미구엘 모레노는 레알 마드리드에 선취점을 내어준 순간부터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거기다 앞선 기회를 모두 날린 것 때문에 평소보다 훨씬 초조함을 느끼고 있었다.
‘왜 경기의 흐름이 이렇게 변한 거지?’
전술적인 부분에서 부족한 부분은 없었다.
미구엘 모레노는 첼시에서 빅 이어를 들어 올린 에르네스토 리바스 감독의 능력을 믿었다.
그렇다면 어느 부분이 문제일까.
덕분에 저절로 시선이 뒤로 향했다.
그가 바라보는 시선 끝에는 박규태에게 화를 내는 조 고메즈를 바라봤다.
‘뭐 하는 거야? 공격진이 이렇게 힘들게 뛰면서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진을 압박하는데! 저런 머저리 같은 선수랑 말싸움이나 하고 있냐고!’
하지만 그의 생각과 다르게 바르셀로나의 수비진은 박규태와 단순한 말싸움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뭐?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난 거짓말을 하지 않아. 김치를 한번 먹어봐. 그러면 평소보다 축구를 더 잘하게 될 테니까.”
“좀 꺼져!”
“두 유 라이크 고추장?”
“오……. 제발! 누가 이 자식의 입에다가 바나나라도 물게 해봐! 귀가 터질 것 같아서 죽을 것 같아!”
미구엘 모레노가 생각하는 단순한 말싸움을 넘어서 한심한 수준의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문제는 이런 한심한 대화를 하면서도 박규태는 조금씩 결과를 만들고 있다는 점이었다.
-박규태가 이번에도 공을 잡았습니다!
-오늘 레알 마드리드는 적극적으로 박규태 선수를 기점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박규태 선수의 포스트 플레이를 중심으로 레알 마드리드의 날카로운 역습이 계속해서 바르셀로나의 불안한 수비진을 흔들고 있습니다!
-에르네스토 리바스 감독이 준비한 4-2-3-1 포메이션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조 고메즈는 자신을 등으로 밀어내는 박규태를 보면서 속에서 열불이 터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거친 플레이로 박규태를 압박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전반전 초반부터 옐로카드를 받고 시작하면……. 전술적인 부분에서 에러 사항이 생긴다. 카드를 받는 것도 잘 생각하고 움직여야만 해!’
하지만 축구라는 것이 항상 선수가 원하는 방향으로만 경기를 진행할 수 없는 스포츠였다.
전반 29분에 만들어진 레알 마드리드의 날카로운 역습에 어쩔 수 없이 반칙으로 흐름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
삐이이익!
-아! 조 고메즈가 박규태 선수를 뒤에서 밀면서 반칙으로 레알 마드리드의 역습을 끊었습니다.
-주심이 옐로카드를 꺼내죠.
-아무래도 박규태 선수가 공을 잡고 올라가면 실점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경험이 많은 조 고메즈 선수가 반칙으로 흐름을 끊었습니다.
-위험했던 상황이었습니다.
필드에 쓰러져 있던 박규태가 길게 숨을 내뱉고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멋진 돌파였어.”
“멋진 헐리웃이었지.”
사이먼 셔틀워스가 옆에 와서 반짝이는 눈빛을 보냈다.
그러는 사이에 라두 웅구레아누와 발렌틴 디아즈가 프리킥을 차기 위해서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누가 찰 거야?”
“라두가 찬다고 했어.”
“그러면 내가 안으로 들어가야겠네.”
박규태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먼 거리에서 얻은 프리킥 찬스입니다. 아무래도 헤딩이 날카로운 박규태 선수와 호세 루이스 선수의 머리를 활용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라두 웅구레아누가 키커로 이번 프리킥을 처리할 것 같습니다. 레알 마드리드에게 이번 프리킥은 득점을 기대할 좋은 기회입니다!
큰 키를 갖춘 바르셀로나의 공격수들도 레알 마드리드의 프리킥을 막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했다.
미구엘 모레노와 모하메드 소우.
두 선수의 신장이 190cm를 넘는 거구였기에 두 선수는 바르셀로나의 수비수들과 함께 레알 마드리드의 큰 키를 갖춘 선수들에게 붙었다.
덕분에 미구엘 모레노는 오늘 경기에서 처음으로 박규태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팍이라고 했지? 저번에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만났었는데……. 혹시 기억나나?”
“아! 기억나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박규태는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만났던 미구엘 모레노와 대화를 기억하지 못했다.
‘이 자식이랑 무슨 대화를 나눴지?’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 미구엘 모레노는 뭐가 그리 좋은지 참새처럼 조잘조잘 말을 내뱉고 있었다.
대부분이 바르셀로나의 위대함에 관한 내용과 다른 선수들을 향한 불만이었다.
‘원래 이런 선수였나?’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요즘 미구엘 모레노는 인성적인 부분에서 문제를 드러내고 있었다.
회귀 전에는 이런 인성을 가진 선수가 아니었는데, 무엇이 미구엘 모레노를 바꿨는지 모르겠다.
다만, 박규태는 어느 정도 예상이 되었다.
‘회귀 전에는 지난 시즌부터 빅 이어를 들어 올리면서 다시금 바르셀로나의 전성기를 이끌어나갔지.’
그 부분에서 뭔가 미구엘 모레노에게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잠깐 경기가 중단되었습니다.
-관중이 난입했네요.
-하하하! 엘 클라시코의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었던 돌발적인 상황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관중의 난입으로 잠깐 멈춘 경기.
미구엘 모레노는 계속해서 입을 나불거리고 있었다. 그의 입에서는 불만이 가득한 말만 계속해서 나왔다.
“조금만 다른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해줬으면 좋겠어. 오늘 경기는 내 우상인 리오넬 메시도 보고 있다고!”
“나도 오늘 경기는 질 수 없지. 김치를 숭배하는 나의 신도들이 오늘 경기를 지켜보고 있거든.”
“별로 재미없는 농담이었어.”
“농담이 아닌데?”
“…….”
박규태는 미구엘 모레노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초조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깨달을 수 있었다.
미구엘 모레노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초조함을 느끼는지, 그리고 무엇 때문에 이렇게 신경질적인지를 말이다.
‘메시의 인정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지.’
회귀 전에는 2029-30시즌에 빅 이어를 들어 올린 뒤에 리오넬 메시의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팬들은 미구엘 모레노를 메시의 후계자라고 부르지만, 리오넬 메시는 언론에서 미구엘 모레노를 그저 좋은 선수라고만 평가하고 있었다.
회귀 전에 ‘미구엘 모레노는 나의 진정한 후계자다! 그는 바르셀로나를 영광으로 이끌 것이다.’라는 말을 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심심한 평가였다.
그 차이가 지금의 결과를 만든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생각하면 미구엘 모레노의 성격을 조금 알 것 같았다.
‘완전 애새끼 마인드인데?’
박규태가 질린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뱉었다. 그러는 사이에 다시 경기가 재개되었다.
키커인 라두 웅구레아누가 손가락 3개를 들어 올리자 박규태의 눈빛이 조금 달라졌다.
‘내 머리를 활용하겠다는 뜻이군.’
그가 주변을 급히 살폈다.
줄리아노 네우만과 미구엘 모레노가 그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어서 공중볼 싸움에서 완벽한 우위를 가져가기는 조금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박규태는 여유로웠다.
최근에 얻은 클로제의 재능을 믿었다.
삐이이익!
곧이어 주심이 휘슬을 불자 라두 웅구레아누가 공을 향해서 빠르게 달려갔다.
-라두 웅구레아누우우우! 길게 공을 찹니다!
-박규태의 머리로 향하는 공!
-헤디이이잉!
-아! 테어 슈테겐 골키퍼의 환상적인 선방입니다! 펀칭에 맞고 나온 공……! 어?
-어? 어? 어어어어어! 고오오오올! 골입니다! 테어 슈테겐 골키퍼가 펀칭으로 처리한 공이 프리킥을 찼던 라두 웅구레아누 선수의 발에 돌아갔고……. 라두 웅구레아누 선수가 논스톱 발리슛으로 골을 집어넣었습니다!
와아아아아아!
두 번째 골이 들어간 순간.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를 가득 채운 레알 마드리드의 홈팬들이 큰 목소리로 환호성을 내질렀다.
골을 넣은 라두 웅구레아누는 흥분한 표정으로 주먹은 불끈 쥐고서 소리를 내지르고 있었다.
“진짜였어! 진짜였다고! 진짜라고!”
그는 연이어 ‘진짜라고!’라는 말을 내뱉으면서 관중석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백 텀블링을 한 바퀴 돈 뒤에 중계 카메라를 붙잡고서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팍의 말처럼 ‘김-치’를 떠올리니 골이 들어갔다고! 진짜였어! 진짜라고! 젠장! 미쳤어!”
* * *
라두 웅구레아누의 골이 들어간 뒤에 2-0으로 끝날 것으로 생각하였던 전반전은 추가시간 막판에 살짝 긴장감이 풀린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진이 범한 실수로 다시 한 점이 따라잡히면서 그대로 끝나고 말았다.
골을 넣은 선수는 인테르에서 데려온 공격수인 모하메드 소우였는데, 미구엘 모레노가 만들어준 기회를 놓치지 않고서 차분하게 마무리를 지었다.
그렇게 전반전이 끝난 뒤에 이어진 후반전.
바르셀로나는 전반전처럼 적극적으로 강도 높은 전방 압박을 시행하지 못했고, 덕분에 레알 마드리드는 전반전과 다르게 천천히 점유율과 역습의 비율을 높이고 있었다.
후반전부터 박규태는 중간중간 2선 깊숙한 위치까지 내려와서 공을 운반하는 모습도 보여주기 시작했다.
덕분에 미구엘 모레노와 마주칠 때마다 ‘메시는 그런 실수 안 하는데…….’라는 말로 그의 속을 긁어낼 수 있었다.
“아……. 메시라면 그런 실수는 하지 않을 텐데…….”
“꺼져! 망할 새끼야!”
거기다 바르셀로나의 수비진을 괴롭히던 ‘김치’와 ‘두유노 시리즈’까지 꺼내 들자, 미구엘 모레노는 짜증이 가득한 썩어빠진 미소를 지으며 욕설을 내뱉었다.
“꺼져! 망할 츄빨라 김치만!”
“오! 그게 스페인식 뻐킹 김치맨인가? 츄빨라 김치만? 캬! 이거 입에 쭈왁쭈왁하고 달라붙는데?”
“미친 새끼……!”
그제야 미구엘 모레노는 바르셀로나의 수비진이 어떤 싸움을 하고 있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줄리라노와 고메즈는 망할 김치 또라이를 상대로 도대체 어떤 싸움을 하고 있었던 거지?’
그의 시선은 전반전보다 훨씬 지친 것처럼 보이는 바르셀로나의 수비진으로 향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레알 마드리드가 역습을 시도하는 상황마다 끌어올린 수비수들은 골키퍼가 있는 위치까지 여러 번 전력으로 뛰었기에 더욱 많은 체력을 소모했다.
조 고메즈는 완전히 방전된 것처럼 보였다. 아까부터 박규태의 뒷공간 침투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줄리아노 네우만이 없었다면 벌써 2골은 어 헌납했을지도 몰랐다.
에르네스토 리바스 감독이 급히 교체카드를 준비했지만, 아쉽게도 그 선택은 조금 늦은 선택이 되었다.
후반 23분.
바르셀로나가 공의 점유율을 늘리면서 레알 마드리드의 단단한 수비를 뚫으려고 하는 상황에서 카이오 실바의 실수가 나오면서 순식간에 레알 마드리드의 역습이 시작되었다.
호세 마르켄스-발렌틴 디아즈.
두 선수로 이어진 공은 곧이어 최전방에 있는 박규태에게 길게 연결이 되었다.
수비수의 뒤를 넘어가는 패스를 쫓는 박규태의 체력은 아직 넉넉했지만, 그의 뒤를 쫓는 줄리아노 네우만의 발걸음은 아까보다 조금 느렸다.
‘왔다!’
바르셀로나의 뒷공간을 침투한 끝에 공을 잡아낸 박규태는 느낄 수 있었다.
완벽한 득점 찬스가 찾아왔다는 것을 말이다.
-박규태! 완벽한 찬스입니다!
-순식간에 1대1 찬스가 만들어졌습니다! 바르셀로나의 테어 슈테겐 골키퍼가 앞으로 빠르게 달려 나옵니다.
급히 앞으로 나오는 테어 슈테겐 골키퍼.
하지만 박규태의 슈팅을 막을 수 없었다.
철썩!
골키퍼의 옆구리를 스치고 가볍게 골망을 흔드는 슈팅에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를 찾은 홈팬들이 다시금 큰 환호성을 내지르며 레알 마드리드의 세 번째 득점에 기뻐했다.
-고오오오올! 골입니다!
-박규태 선수가 엘 클라시코에서 쐐기 골을 터뜨리면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를 찾은 레알 마드리드의 홈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립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박규태!
-시즌 4호 골입니다!
공이 골망을 흔들기 무섭게 박규태가 관중들을 향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이 기억하는 ‘호날두’의 세레머니처럼 펄쩍 뛰면서 소리를 내질렀다.
“주-모우우우우우우우!”
그리고 그의 목소리에 맞춰서 레알 마드리드의 홈팬들도 큰 목소리로 그의 세레머니에 호응했다.
주-모우우우우우우우우!
* * *
[레알 마드리드! 엘 클라시코에서 3-1 신승!]
[박규태! 시즌 4호 골을 넣으면서 맹활약!]
[미구엘 모레노, ‘할 말이 없다. 상대가 잘했다. 그리고 오늘 고생한 수비진에게 미안하다. 그들은 정말 힘든 싸움을 했다.’]
[박규태, ‘팬들이 점점 나를 받아들이는 느낌이 든다. 레알 마드리드에 김치 혁명을 일으키겠다.’]
[평균 점유율 42%의 레알 마드리드가 보여준 날카로운 역습 축구의 결과물!]
[줄리아노 네우만, ‘김치, 태극기, 떡볶이, 불고기, 고추장 같은 한식을 아느냐고 그만 물어봐라. 제발!’]
[제2의 무리뉴? 벨로아 솔랑케 감독의 실리 축구! 바르셀로나의 티키타카를 무너뜨리다!]
-그렇지! 주-모우우우우우우우!
-캬! 드디어 레알 마드리드에도 김치 경보가 울리는구나! 이 맛에 내가 김치팍 경기를 맨날 챙겨봄.
-크흐으으으으! 진짜 두 줄 수비로 바르셀로나의 티키타카를 막다가 철퇴를 휘둘러서 뚝배기를 깨버림! 진짜 이번 레알 마드리드의 상남자 전술이 마음에 든다.
-근본에서 이겼다. 클럽도 가지 않고 훈련과 김치에 집중한 박규태와 클럽과 SNS를 즐긴 미구엘 모레노의 차이다. 근본 대결에서 박규태가 이길 수밖에 없었음.
-발렌틴 디아즈는 진짜 활동량 미쳤다;;
-라두 웅구레아누는 패스가 미쳤음. 진짜로 리버풀이 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시켰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선수임. 얼마를 주더라도 잡았어야 했음.
-진짜 요즘 김치팍 보는 맛으로 산다.
-이번 월드컵 최종 예선 마지막 2경기에서도 분명 미친 듯이 활약하겠지?
-상대가 어디임?
-베트남이랑 중국임.
-김치팍이 중국전에 강하지.
-강하기만 하겠음? 그냥 중뽕킬러임ㅋㅋㅋ 진짜로 중국만 만나면 미친 듯이 날뛰잖아.
-크흐으으으! 우리 김치팍이 중국은 잘 잡지!
-중뽕킬러 김치팍 가즈아아아아아!
-가즈아아아아아!
-중국전에서 삽질하면 ‘빠꾸이태’가 되는 거야!
< 국뽕 박규태 선생 #169 > 끝
ⓒ 엉심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