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뽕 박규태 선생 #167 >
“꺄아아악! 미구엘이야!”
“진짜? 진짜 미구엘이야?”
“여기 좀 봐줘요!”
“미구엘! 사랑해요! 미구엘!”
최근 5년 사이에 생긴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유명한 클럽인 ‘오피니언 푸차 바르셀로나’에 FC 바르셀로나의 에이스인 미구엘 모레노가 나타나자 반응이 뜨거웠다.
그 외에 여러 셀럽이 클럽에 들어섰다.
FC 바르셀로나 출신의 몇몇 선수들도 금방 클럽에 나타나서 여흥을 즐기기 시작했다.
모두가 즐겁게 클럽의 분위기를 즐기고 있는 상황에서 미구엘 모레노는 질린다는 눈으로 무알콜 맥주를 내려놨다.
그는 조용히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리고 그가 즐겨 사용하는 SNS에 들어갔다.
다양한 소식이 눈에 들어왔다.
자신을 팔로우한 숫자를 바라봤다.
“2,400만…….”
대단히 많은 수치였다.
하지만 이런 숫자도 부질없었다. 그는 빠르게 손가락을 움직여서 자신의 우상인 리오넬 메시의 SNS에 들어갔다.
그곳에는 바르셀로나의 ‘수석 유소년 육성가’로 활동하고 있는 리오넬 메시의 모습이 나와 있었다.
그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우상이 가득한 SNS를 바라보다가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며칠 전에 있었던 기자의 질문에 미구엘 모레노가 살짝 거칠게 대응한 적이 있었는데, 누가 그 영상을 리오넬 메시의 SNS에 올린 것이었다.
-미구엘! 지난 시즌에 부진했던 이유가 자주 클럽을 다녀서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습니다. 정말로 클럽을 다니면서 프로로서 나태해졌다고 생각하시나요?
-제발 그 질문 좀 그만할 수 없습니까? 프로는 클럽에서 놀지도 못합니까? 저리 꺼져!
-으악! 밀치지 마세요!
-이 카메라도 당장 내려!
영상을 다시금 확인한 미구엘 모레노가 얼굴을 찌푸렸다. 지금 생각해도 기자가 상당히 무례했다.
분명히 그의 우상도 저런 기자의 태도를 보면 자신의 편을 들어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영상에서 나오는 리오넬 메시는 꽤나 냉정했다.
-내가 프로 생활을 하면서 저런 기자들을 많이 봤어. 하지만 미구엘의 저런 반응은 조금 너무한 것 같아.
-내 생각에 미구엘은 조금 더 차분하게 대처할 수 있었어. 저런 모습은 어린 팬들에게 결코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하니까. 그리고 조금은 클럽에 가는 행위를 자중해줬으면 좋겠어.
-음, 미구엘은 위대한 선수가 될 자격이 있는데……. 예전보다 뭔가 절실함이 없는 것 같아. 음…… 클럽을 전전하면서 파티를 즐기는 것에 대해서 내가 뭔가 왈가왈부할 수 없다는 걸 알아.
-미구엘은 분명히 좋은 선수가 될 거야.
-바르셀로나에 이름을 남기는 대단한 선수가 되겠지. 미구엘이라면 잘 이겨낼 거야.
메시의 말을 차분하게 바라보던 미구엘이 얼굴을 찌푸렸다. 그는 적어도 자신의 우상인 메시가 자신을 옹호해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메시는 무조건 미구엘을 옹호하지 않았다. 그 부분이 미구엘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난 바르셀로나가 자랑하는 최고의 스타라고! 리오넬 메시의 후계자란 말이야!’
그가 주먹을 부르르 움켜쥐었다. 그러고는 평소에 잘 마시지 않던 술을 빠르게 들이켰다.
하지만 그는 몰랐다. 그가 클럽에 앉아 있는 모습을 누군가가 영상으로 찍어서 SNS에 올리면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 * *
[방만한 바르셀로나? 엘 클라시코를 앞두고 클럽에 나타난 바르셀로나의 젊은 선수들!]
[리오넬 메시, ‘미구엘에게 크게 실망했다. 엘 클라시코를 앞두고 클럽에 출입한 것은 프로답지 못한 일이다.’]
[묵묵부답은 미구엘 모레노! 바르셀로나의 에이스에게 도대체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일까?]
[초심을 잃은 바르셀로나의 젊은 선수단!]
[첼시에서 바르셀로나로 옮긴 에르네스토 리바스 감독의 큰 고민! 슈퍼스타들의 관리가 쉽지 않다!]
-쯧……. 전성기 메시의 발끝도 못 따라가면서 슈퍼스타병에 걸린 듯……. 적어도 메시는 저런 부분에서는 깔끔했다.
-탈세나 관중슛 사건 등등 솔직히 메시도 그리 깔끔한 편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프로로서 마인드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미구엘 모레노는 그게 아닌 것 같음.
-지난 시즌에 리그 우승한 것 말고는 솔직히 봐줄 만한 것도 없는데……. 왜 저렇게 자만하지? 첼시 상대로 챔피언스리그에서 계속 죽을 썼으면서 쯧쯧.
-제대로 된 메시의 후계자 소리를 듣고 싶으면 실력이나 마인드부터 키워야지.
-차라리 국뽕 스트라이커 규태팍이 훨씬 메시에 가까움. 좀 이상한 국뽕 기행만 빼면 진짜 프로 마인드도 좋고, 실력으로도 메시에 버금감.
-ㅇㅈ 벌써 메시랑 호날두가 기록한 기록 하나씩 갈아치우고 있잖아.
-저거 메시 인터뷰 기사 좀 잘못 퍼진 것 같은데? 그냥 SNS에 미구엘 모레노의 클럽 출입을 줄여야 한다는 말이었는데……. 그걸 기레기들이 날조해버렸네;
-기레기들 수준이 그렇지ㅋㅋㅋ
미구엘 모레노와 바르셀로나의 젊은 선수들에게 많은 비난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바르셀로나 녀석들……. 엄청 욕먹고 있네.”
“뭐, 어쩔 수 없지. 제대로 황색언론의 표적이 돼버렸는데. 거기다 기사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이미 작정하고 미구엘 모레노를 노렸잖아.”
“은근히 기자들도 성가셔.”
“그렇지. 그것보다 엘 클라시코를 앞두고 클럽에서 놀았다는 부분은 좀 화가 나는데?”
“우리도 예전에 그러지 않았나?”
“큼…… 그건 옛날이야기고.”
“고작 몇 달 전 이야기 아니야?”
“그렇지. 팍이 오고 나서 바뀌었지.”
“아무튼…… 바르셀로나 녀석들도 힘들겠네.”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은 언론에 포화를 맞고 있는 바르셀로나의 소식을 듣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조금은 괘씸하다고 생각했다.
더비 경기를 앞두고 클럽에 갈 배짱이 있다고 바르셀로나를 비꼬는 주장 크리스티안 이오리의 말에 젊은 선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박규태는 그런 선수단을 보면서 만족스럽게 웃었다. 엘 클라시코라는 역사적인 더비 경기에다가 바르셀로나의 선수단이 흔들리고 있다.
즉, 선수단의 목표를 하나로 모을 좋은 기회였다.
벨로아 솔랑케 감독도 이번만큼은 조금 적극적으로 나서서 선수들이 엘 클라시코에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그럴수록 선수들의 자신감이 조금씩 상승했다.
‘선수단의 분위기도 처음과 다르게 어느 정도 올라왔고, 젊은 선수들도 평소보다 훨씬 훈련에 시간을 쏟고 있다. 이번 엘 클라시코에서 승리하면 적어도 전반기 동안 좋은 분위기를 이어나갈 수 있겠지.’
거기다 이번 경기의 승산은 충분했다. 바르셀로나의 미구엘 모레노를 향한 비판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그 부분이 바르셀로나의 선수단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했다.
‘분명히 이번 엘 클라시코를 준비하는 데 있어서 조금의 차질이 있을 것이다.’
박규태는 확신했다.
그리고 회귀 전과 달라지지 않은 미구엘 모레노의 성격을 떠올리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회귀 전에도 미구엘 모레노는 유달리 언론을 향해서는 저 다혈질적인 성격을 감추지 못했지.’
다른 부분에서는 전혀 걸릴 것이 없는 선수였다. 하지만 미구엘 모레노는 유난히 언론을 적으로 둔 선수였다.
그가 언론을 싫어하는 이유가 있었다. 박규태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자서전에 나와 있으니까.’
리오넬 메시가 은퇴 전에 황색언론에 시달린 것을 보고 자란 미구엘 모레노였다.
당연히 언론에 대한 반감이 심해졌고, 조금만 기자들이 부추겨도 기자들과 싸움을 벌이고는 했다.
바르셀로나가 최대한 그 부분을 케어했지만, 뒤가 없는 삶을 사는 황색언론을 완벽히 막지 못했다.
아무튼,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이번 엘 클라시코에서 꼭 이긴다.’
박규태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 * *
9월 2일.
엘 클라시코가 열리는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는 벌써 많은 관중이 들어차고 있었다.
특히나 레알 마드리드의 홈팬들은 리그 첫 경기의 경기력을 떠올리면서 이번 엘 클라시코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큰 기대를 하고 있었다.
“팍이 있으니까.”
“대단했어! 헤타페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다고! 분명히 오늘 경기에서도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줄 거야.”
“꾸레 녀석들은 오늘 위대한 김치팍의 축구 실력에 감탄만 하면서 집에 가게 될 거야.”
“로스 블랑코스가 이번에도 이기겠지!”
하지만 엘 클라시코답게 원정팬의 응원도 뜨거웠다. 그들은 지지 않겠다는 표정으로 악을 쓰며 바르셀로나를 응원했다.
“미구에에에에엘! 3골을 넣어줘!”
“저 흰둥이 녀석들에게 바르셀로나의 무서움을 보여줘! 아주 박살을 내버려!”
“김치만 좋아하는 미치광이가 있는 팀에 질 수 없어! 멍청한 블랑코스 녀석들에게 본때를 보여주라고!”
그렇게 팬들이 내뱉는 아우성이 필드를 가득 채우기 시작할 무렵이 돼서야 두 팀의 선수단이 필드에 입장하기 위해서 복도에 나란히 섰다.
박규태는 힐끗 고개를 돌려서 미구엘 모레노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190㎝가 넘는 키를 갖춘 그는 큰 키와 다르게 상당히 유연한 몸을 갖춘 윙 포워드였다.
거기다 장신 선수들의 대표적인 약점인 벨런스나 민첩함은 물론이고 발기술이 부족한 부분도 없었다.
몇몇 언론은 미구엘 모레노를 즐라탄의 장점과 메시의 장점을 고루 섞은 뛰어난 윙어라는 평가를 했다.
당연히 발도 상당히 빨랐다.
하지만 그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이건 수아레즈를 보는 느낌이네.’
최근 2년 동안 미구엘 모레노는 쉬운 골을 자주 놓쳤다. 오히려 어려운 상황에서 골을 넣는 비중이 높았다.
거기다 약점은 그것 하나만이 아니었다.
190㎝ 근처의 큰 신장과 다르게 몸싸움 능력은 조금 형편이 없었다.
박규태가 미구엘 모레노를 본 것처럼 미구엘 모레노도 박규태를 의식하고 있었다.
‘메시의 기록을 깬 선수.’
그는 자신의 우상인 메시의 기록을 하나 깬 박규태를 보면서 승부욕을 불태웠다.
이윽고 주심의 신호에 맞춰서 두 팀의 선수단이 필드로 향하기 시작했다.
두 팀의 선수들이 필드에 들어서자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를 가득 채운 팬들이 함성을 내질렀다.
와아아아아아아!
선수들이 입장함과 동시에 중계진도 바삐 입을 움직였다. 두 사람은 레알 마드리드의 유니폼을 입은 박규태를 보면서 무엇인가 ‘국뽕’에 찬 우수에 젖은 눈빛으로 중계를 시작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프리메라리가 2라운드 경기! 이번 시즌의 첫 번째 엘 클라시코가 이곳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펼쳐집니다!
-사람들이 벌써 관중석을 꽉 채웠습니다.
-정말 기대되는 더비 매치 아니겠습니까? 특히나 레알 마드리드에 입단한 박규태 선수가 과연 프리메라리가에서도 계속해서 활약을 이어갈 수 있을지가 정말 궁금합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두 팀이 필드에 입장합니다. 오늘 경기에서 가장 주의해서 봐야 할 선수가 있을까요?
-바르셀로나는 미구엘 모레노와 이번에 이적한 모하메드 소우가 있습니다.
-그렇군요!
-모하메드 소우도 미구엘 모레노처럼 상당한 장신의 공격수입니다. 분명히 현 바르셀로나의 상황에서 구할 수 있는 최고의 공격자원이 아닌가 평가해보겠습니다.
-모하메드 소우 선수가 엔테르 출신이죠?
-맞습니다.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는 우리의 박규태 선수와 지난 시즌부터 멋진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라두 웅구레아누가 있습니다. 분명히 팽팽한 승부가 이어질 거예요.
그러는 사시에 두 팀의 준비는 모두 끝났다.
주심은 비장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선수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길게 숨을 내뱉었다.
삐이이이이익!
그렇게 시작된 경기.
2030년 9월 2일.
이번 시즌의 첫 엘 클라시코가 시작되었다.
< 국뽕 박규태 선생 #167 > 끝
ⓒ 엉심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