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165화 (165/199)

< 국뽕 박규태 선생 #165 >

헤타페는 이번 시즌에 전세영과 오스카르 멜렌도를 영입하면서 부족했던 미드필더 자원과 포워드 자원을 확보했다.

그리고 프리시즌에 준수한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헤타페의 홈팬들에게 이번 시즌도 프리메라리가에 잔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심어주었다.

-할 수 있다.

새롭게 부임한 하비 가르시아 감독의 말을 떠올린 헤타페의 선수들이 반대편에 있는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을 바라봤다.

‘감독님의 말처럼 할 수 있다.’

‘적어도 레알 마드리드와 경기에서 승점 1점을 얻어가자.’

그러는 사이에 주심이 휘슬을 불었다.

삐이이익!

-2029-30시즌 프리메라리가 1라운드! 헤타페와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가 지금 시작합니다!

-상당히 기대되는 경기입니다.

-그렇죠! 자! 오늘 경기는 두 팀의 어떤 부분을 집중적으로 봐야 할까요?

-음……. 아무래도 레알 마드리드는 물론이고 헤타페가 프리시즌의 전적이 상당히 좋거든요? 헤타페는 프리시즌에 있었던 5경기에서 2승 3무를 기록했고, 레알 마드리드는 4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경기력도 나쁘지 않았죠?

-맞습니다. 프리시즌에 헤타페가 기록했던 3무 중에서 2팀이 다른 리그의 강팀이거든요?

-그렇군요! 헤타페도 오늘 경기를 할 만하다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홈 이점도 있고……. 거기다 이번에 레알 마드리드의 스쿼드가 꽤 많이 바뀌었으니까요.

-맞습니다. 아마도 조직력에서 레알 마드리드가 문제를 드러낼 수도 있기에 헤타페가 충분히 이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경기가 시작되고 두 팀은 중원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며 천천히 자신들의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대체로 헤타페가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몸을 들이밀었다.

-홈 경기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헤타페가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오히려 점유율을 늘리며 경기의 주도권을 가져갑니다.

-의외네요. 벨로아 솔랑케 감독이 아무리 수비적인 전술을 즐긴다고는 하지만……. 점유율이 이렇게 밀릴 거라고는 생각 못 했습니다.

-최소한…… 46~48%의 점유율을 기록할 것 같았는데……. 지금 레알 마드리드의 점유율은 고작 39%입니다.

-상당히 낮네요.

상당히 낮은 점유율을 가지고 시작한 레알 마드리드.

하지만 슈팅의 숫자는 아이러니하게도 점유율이 낮은 레알 마드리드가 훨씬 많았다.

헤타페는 전반 초반부터 유의미한 점유율을 많이 가져가고 있었지만 제대로 된 유효 슈팅이 없었다.

-유효 슈팅의 차이가 꽤 납니다. 레알 마드리드는 4개를 기록하고 있고, 헤타페는 1개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의외로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진과 미드필더진의 조직력이 나쁘지 않습니다. 헤타페의 선수들이 두 줄로 선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진을 뚫지 못합니다.

“너희 팀은 축구를 할 생각이 없는 거냐?”

전반 15분이 지나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오히려 레알 마드리드가 수비적으로 나오자 헤타페의 수비수가 얼굴을 찡그리며 박규태에게 빈정거렸다.

하지만 스페인어가 아직 많이 부족한 박규태는 ‘팀’과 ‘축구’라는 단어만 들렸다.

“그렇지 축구는 팀 스포츠지.”

“멍청한 새끼……. 스페인어 몰라?”

이번에도 박규태가 스페인어를 못 알아들을 것으로 생각한 수비수인 호르헤 쿠엔카가 거친 말까지 내뱉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박규태가 그의 말에 반응했다.

“그러는 넌 얼마나 멍청해서 한국말을 몰라?”

당연히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한국어였다. 헤타페의 수비수인 호르헤 쿠엔카가 얼굴을 찌푸렸다.

그러는 사이에도 박규태는 시선을 두리번거리면서 레알 마드리드의 역습이 시작될 타이밍을 기다렸다.

분주한 모습과 다르게 그는 딴생각하면서 본능적으로 헤타페의 수비진의 시야에 벗어난 사각지대를 찾고 있었다.

‘이번에 얻은 플래티넘 카드도 꽝이 아니군. 좋은 재능을 얻었다.’

그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홀로그램을 바라봤다. 그리고 다시금 공의 위치를 살폈다.

여전히 공의 소유권은 계속 헤타페가 잡고 있었다. 박규태는 공의 위치를 보고 자신의 옆에 붙어 있는 호르헤 쿠엔카에게 계속해서 한국말로 질문했다.

“넌 헤딩을 제일 잘하는 공격수가 누구라고 생각하냐?”

“뭐라는 거야?”

“두 유 노 김치?”

“젠장! 역겨운 질문 좀 그만해!”

“두 유 노 VTS?”

“닥쳐.”

“영어는 조금 하나 봐?”

“시끄러운 자식!”

“진짜 물어본 거야. 현역 선수 중에서 헤딩을 제일 잘하는 공격수가 누구라고 생각해?”

박규태가 영어로 질문하자 그제야 호르헤 쿠엔카도 그의 질문에 대답해주었다.

“모하메드 소우.”

“아! 이번에 바르셀로나로 이적한 공격수! 확실히 모하메드의 큰 키와 정교한 헤딩이라면 정답이 될 수 있지.”

“알았으면 이제 입을 좀 닫아줘.”

“난 다른 선수라고 생각해.”

박규태의 말에 호르헤 쿠엔카가 ‘무슨 이상한 소리를 하냐?’는 눈빛을 보내며 고개를 흔들었다.

“음……! 아무리 길게 생각해도 나만큼 헤딩을 잘하는 선수는 없다고 본다.”

“미친 새끼.”

“잘 아네.”

“뭐?”

“잘 안다고! 나 미쳤다는 거!”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수인 크리스티안 이오리가 헤타페의 패스를 끊어냈다.

그의 시선은 측면에 있는 라두 웅구레아누에게 향했다. 동시에 박규태는 바로 뒤로 뛰기 시작했다.

“제길! 엉덩이에 불붙은 망아지 자식!”

박규태의 급작스러운 움직임에 호르헤 쿠엔카가 급히 몸을 돌려서 그를 쫓았다.

그러는 사이에 공은 라두 웅구레아누의 발에 도달했다. 그는 거침없이 헤타페의 왼쪽 측면을 허물었다.

-빠릅니다!

-라두 웅구레아누! 빠르게 올라갑니다! 중앙에는 박규태 선수와 니콜라스 브라보 선수가 있습니다!

-측면 수비수를 제친 라두 웅구레아누!

-그대로 크로스를 올립니다!

라두 웅구레아누는 빠르게 상대 페널티 에어리어로 파고드는 두 명의 공격수를 믿었다.

그의 발에서 채찍 같은 크로스가 올라왔다.

거침없이 달려들던 박규태는 꽤 적당한 높이로 올라온 크로스를 보면서 그대로 몸을 던졌다.

빠른 주력과 뛰어난 위치선정으로 헤타페의 수비진을 흔든 보상은 그 어떤 것보다 달콤했다.

“흡!”

그대로 몸을 날리면서 공에 머리를 가져간 박규태는 공의 궤적을 살짝 바꾸면서 필드에 미끄러졌다.

동시에 공을 후안 소리아노 골키퍼의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가면서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박규태의 환상적인 헤더어어어어고오오올!

-박규태! 골입니다! 골입니다! 프리메라리가 데뷔전에서 터진 환상적인 선취골! 박규태 선수! 정말로 대단합니다! 완벽한 타이밍에 파고들어서 몸을 날렸어요!

-깔끔한 헤딩이었습니다!

환상적인 골을 넣은 뒤에 박규태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서 레알 마드리드의 원정팬들이 있는 방향으로 달렸다.

‘프리메라리가에서 처음 보여주는 세레머니!’

그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줘야 했다.

김치의 위대함과 국뽕의 절실함.

두 가지를 보여줄 것이다.

촤아아아아악!

앞으로 슬라이딩을 한 뒤에 번쩍 일어나면서 박규태가 두 팔을 벌리고 레알 마드리드의 원정 팬들에게 소리쳤다.

스페인어로 바뀐 ‘두 유 노 김치’였다.

“Conoces el kimchi? (김치를 아십니까?)”

그의 외침에 팬들이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Por supuesto!!! (당연하지!!!)”

* * *

첫 골이 들어간 뒤에 박규태는 평소처럼 활발하게 헤타페의 수비진을 흔들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1골을 넣자 쉽게 두 번째 골도 넣었다. 이번에는 반대편 윙어인 펠리페 카발이 만든 기회였다. 골을 넣은 선수는 박규태의 파트너인 니콜라스 브라보였다.

-고오오오오올!

-니콜라스 브라보의 환상적인 원더골입니다!

-박규태 선수가 전형적인 9번처럼 움직였다면……. 니콜라스 브라보 선수는 거의 9.5번에 가까운 움직임이었습니다!

-플레이 메이킹도 할 수 있으면서 자신이 득점을 노릴 수 있는 선수이기에 멋지게 마무리를 지었어요!

박규태가 수비수 둘을 이끌고 틈을 벌려주기 무섭게 니콜라스 브라보는 그 틈 사이로 날카로운 슈팅을 때려 넣으면서 팀이 2-0으로 앞서나갈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러자 이제 급해진 쪽은 헤타페였다. 분명히 점유율은 물론이고 전체적인 패스 정확도 부분에서 앞서는 팀은 헤타페였다.

하지만 슈팅을 많이 시도하고 성공한 팀은 예상과 다르게 점유율이 낮고 패스 정확도가 부정확한 레알 마드리드였다.

-이번 레알 마드리드의 전술에서 K-리그에 소속된 구단인 울산의 철퇴 축구가 생각납니다.

-네! 상당히 유사한 느낌이 듭니다.

-점유율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도 비슷하네요. 레알 마드리드가 전반전 30분이 지나가고 있는 동안에 점유율이 고작 41%밖에 되지 않습니다.

-재미있는 점이 레알 마드리드의 패스 성공률이 전체적인 부분으로 보면 조금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그런데 아까부터 최전방으로 이어지는 롱 패스의 성공률이 상당히 높습니다.

-그렇군요!

전반전 막판에 헤타페가 겨우겨우 한 골을 따라잡았다.

전세영이 머리로 받아서 떨궈준 공이 두 팀의 선수들 사이에 떨어지면서 혼잡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그런 상황을 놓치지 않고 헤타페의 에이스인 바셈 스라피가 강슛으로 레알 마드리드의 골망을 흔들었다.

티보 쿠르투아를 대신해서 이번 시즌에 주전 골키퍼로 자리를 잡은 미하엘 슐츠가 막을 수 있는 슈팅이 아니었다.

-헤타페가 1점을 따라붙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가 공을 빠르게 걷어내지 못하면서 실점을 허용했습니다.

-잘 따라붙었군요.

-네! 중요한 순간에 나온 골입니다. 이걸로 헤타페가 조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습니다.

-그렇군요!

-일단 전체적으로 경기의 중요한 지표는 헤타페가 모두 쥐고 있지만……. 경기력을 보면 오히려 레알 마드리드가 차분하게 자신들의 축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2점 차이는 상당히 치명적입니다. 헤타페가 1점 차이로 잘 좁혔습니다.

전반전의 막판쯤에 터진 만회골에 헤타페의 홈팬들이 큰 목소리로 환호성을 내뱉었다.

그들은 도발적인 챈트를 하며 레알 마드리드와 박규태를 조롱하는 응원가를 내뱉었다.

(우리는 스시가 좋아!)

(우리는 스시가 좋아!)

(방사능에 절여졌어도 스시가 좋아!)

(맵고 짠 김치보다 스시가 좋아!)

호날두가 원정을 나서면 원정 팬들이 그를 향해서 ‘메시!’를 외치는 것처럼, 박규태는 원정 경기에서 자주 ‘스시’나 ‘훠거’를 듣는 일이 많았다.

‘그래도 방사능은 좀 선을 넘었지.’

방사능 초밥보다는 맵고 짠 김치가 훨씬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것보다…… 2-1로 끝나면 조금 아쉬운데.’

1점을 따라 잡힌 것이 마음에 썩 들지 않았다. 하지만 전반전의 남은 시간은 추가 시간 2분밖에 되지 않았다.

뭔가 변화를 가져가기에는 무리인 상황. 하지만 박규태는 레알 마드리드의 수준 높은 플레이 메이커들이 분명히 좋은 기회를 만들어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의 확신은 정확했다.

추가 시간이 30초 남은 상황.

헤타페의 하비 가르시아 감독이 주심에게 ‘어째서 전반전의 추가 시간이 2분이나 되나?’라고 따지고 있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공을 잡은 레알 마드리드의 중앙 미드필더인 발렌틴 디아즈가 최전방에 있는 니콜라스 브라보와 박규태를 보고서 길게 공을 연결했다.

뻐어엉!

될 대로 되라는 식의 로빙 패스였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날카롭게 전방으로 연결된 패스였다. 발렌틴의 묘한 패스는 제일 먼저 니콜라스 브라보에게 연결되었다.

그는 가슴으로 공을 받고는 그대로 필드에 떨구면서 하프 발리슛을 때렸다.

-니콜라스 브라보오오오오!

-오우! 이걸 놓쳤습니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헤타페의 골키퍼인 후안 소리아노가 완벽하게 잡아낸 것이 아닌 공을 주먹으로 쳐낸 것이었다.

당연히 루즈볼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크게 튀어 오른 공.

그리고 짐승처럼 튀어 오른 공을 향해서 달려가는 선수가 한 명 있었다.

-박규태애애애애애애애!

-김치파아아아악! 고오오오오오올!

-집념이 만든 골입니다! 전반전의 추가 시간이 끝나기 몇 초 전에 나온 박규태의 멋진 멀티 골입니다!

-박규태가 헤타페를 다시 시궁창으로 밀어 넣습니다!

수비수의 발이 그의 머리를 스쳐 지나갔음에도 박규태는 공을 향해 머리를 들이민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축구화 스터드에 살짝 찢어진 것인지 이마 쪽에서 살짝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출혈도 박규태의 세레머니를 막을 수 없었다.

파바바바바밧!

빠르게 중계 카메라로 뛰어간 박규태. 그가 이번에는 펄쩍 뛰면서 한 바퀴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 어떤 경기보다 크게 소리쳤다.

“주-모우우우우우우우!”

< 국뽕 박규태 선생 #165 > 끝

ⓒ 엉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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