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159화 (159/199)

< 국뽕 박규태 선생 #159 >

첫 번째 골이 들어간 순간.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됐다!’라고 크게 외쳤다.

그만큼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선취점은 중요했다. 거기다 상대가 라인을 내리며 웅크리고 있었기에 정말로 필요한 것이 선취점이었다.

“괜찮아! 집중해! 이 정도는 충분히 예상했잖아! 준비했던 것들을 무의미하게 만들지 마! 경기에 집중해!”

아약스의 감독이 급히 선수들은 다독였다.

어차피 그들도 1실점은 내어줄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렇기에 실점을 했음에도 그들은 계속해서 텐백을 유지했다.

다만, 아까와 다르게 최전방 공격수가 역습할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간 것이 눈에 들어왔다.

거기다 수비진도 진형을 조금씩 무너뜨리면서 필요하다면 울브스가 소유한 공을 빼앗으려고 했다.

그러면서 상당히 지루하던 경기의 템포가 조금씩 빨라지기 시작했다.

아약스에게는 원치 않은 상황이었다.

갑자기 빨라지는 경기의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노장들의 몸이 너무나 노쇠했으니까.

그래도 경험이라는 무기로 어떻게든 울브스의 공격을 막고 있는 아약스의 선수들이었다.

조금씩 전반전의 끝이 보이기 시작하자 아약스의 선수들이 더욱 힘을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울브스는 그런 아약스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전반전 38분에 터진 가스통 렌도의 날카로운 패스.

박규태는 여유롭게 공을 받아서 몸으로 상대 미드필더를 밀어냈고, 실전에서 쓰기 어려운 마르세유턴까지 선보이며 이번에는 아약스의 중앙 수비수 한 명을 제쳤다.

그리고 여유롭게 마지막 남은 최종 수비수를 페인팅 동작으로 속인 후에 더욱 깊게 파고들었다.

-박규태! 돌파에 성공합니다!

-무시무시한 파괴력입니다! 누가 이런 선수를 막을 수 있겠습니까? 아약스의 수비진이 너무나 쉽게 허물어집니다! 정말로 대단하고 멋집니다!

-박규태! 기회입니다! 골키퍼와 1대1 찬스에요! 박규태! 박규태! 박규태애에에에에에!

골키퍼와 1대1 상황.

박규태는 느긋한 표정으로 자신이 있는 방향으로 급히 튀어나오는 아약스의 골키퍼를 확인했다.

몸을 날려 태클을 하는 골키퍼를 보면서 박규태는 가볍게 ‘툭!’하고 공을 찼다.

그리고 여유롭게 점프를 해서 아약스 골키퍼의 태클을 피했다.

공은 골키퍼를 넘어서 그대로 골대로 들어갔다. 다른 아약스의 수비수들은 박규태의 로빙슛을 멍하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박규태애에에에에에에에!

-골입니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환상적인 로빙슛으로 팀의 두 번째 득점을 만들어냅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박규태! 박규태!

-한국인 최초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멀티골을 기록한 박규태입니다!

-정말 믿을 수 없는 선수입니다! 어떻게 이런 선수가 한국에서 태어났을까요?

-울브스의 팬들이 큰 환호성을 내지릅니다! 그만큼 박규태 선수의 두 번째 골은 대단했습니다!

울브스의 팬들이 내지르는 환호성. 그리고 아약스 팬들의 절규가 담긴 야유와 욕설이 들려왔다.

두 번째 골을 넣은 박규태는 이번에는 ‘주-모우!’가 아닌 다른 세레머니를 보여주었다.

무릎 슬라이딩을 하면서 주먹을 움켜쥔 박규태가 울브스의 팬들을 향해서 크게 소리 질렀다.

“두유노 코리아? 아임 프롬 코리아아아아아!”

당연히 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커모오오오오온!

슈퍼 김치팍! 커모오오온!

김치팍! 김치팍! 김치김치팍팍!

최고야! 최고라고!

역습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드러낸 틈을 박규태가 정확하게 파고들었다.

당연히 아약스의 선수들은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와 자신들의 기량 차이가 너무나 컸으니까.

아약스의 감독도 아까와 다르게 별다른 말을 못 꺼냈다. 누구보다 감독이 잘 알고 있었다.

오늘 경기에서 아약스가 승리할 확률이 정말로 희박하다는 것을 말이다.

골을 넣은 박규태가 세레머니를 끝내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면서 가스통 렌도에게 따봉을 날렸다.

다시 시작된 경기.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울브스의 공격진들은 한 골을 더 넣기 위해서 미친 듯이 뛰어다녔다.

하지만 추가로 골을 넣지는 못했다. 워낙 아약스의 수비진이 악착같이 막았기 때문이었다.

박규태에게 2골을 허용한 아약스의 선수들은 전반전이 끝나는 순간까지 제대로 된 역습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전반전이 끝났다.

라커룸으로 향하는 아약스 선수들의 모습이 전반전의 시작과 다르게 상당히 위축된 것처럼 보였다.

* * *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아약스는 전반전과 다르게 과감하게 라인을 올렸다. 1골 차이는 역습으로 따라붙을 수 있지만, 2골 차이는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을 그들도 알고 있었다.

-아약스가 과감하게 밀고 올라옵니다.

-생각보다 중원에서의 싸움이 되고 있습니다. 지브릴 소우가 아구스틴 퀴논의 압박을 빠져나오면서 그대로 아약스의 왼쪽 윙 포워드인 크리스티안 벨레스터츠에게 연결합니다.

오랜만에 아약스가 공격다운 공격을 했다. 2선 공격수까지 공이 연결된 상황에서 아약스는 최전방 공격수인 아민 구이리의 발까지 힘들게 공을 연결했다.

아민 구이리는 빠른 타이밍에 슈팅을 때렸다.

-아민 구이리의 슈티이이잉! 아약스가 후반전이 되어서야 제대로 된 공격을 시도합니다!

하지만 울브스의 수문장이자 네덜란드의 주전 골키퍼인 톤 필크만의 손을 넘지 못했다.

국가대표에서 활약하면서 기회를 잡은 그는 과거와 다르게 더욱 성장했다.

덕분에 그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도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선보이고 있었다.

-경기가 점점 흥미로워지고 있습니다! 아약스가 상당히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두 팀의 움직임이 빨라졌습니다.

아약스는 계속해서 도전적으로 움직였다. 이번에는 더 적극적으로 풀백의 오버래핑을 시도하면서 울브스가 드러낸 틈을 매섭게 노렸다.

하지만 계속해서 탄탄한 울브스의 수비진에 막혔다. 분명히 슈팅의 숫자는 늘어났지만, 상대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슈팅이 별로 없었다.

그리고 후반 17분에 아약스는 자신의 약점을 드러낸 상태로 공격을 감행한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었다.

-뒷공간으로 내어주는 날카로운 패스!

-박규태! 박규태가 공을 향해 달립니다! 순간적으로 아약스의 수비진이 무너졌습니다!

-아약스가 너무 공격에 심취했습니다! 자신들의 뒷공간을 노리고 있는 선수가 누구인지를 잊었어요!

그래, 이 망할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내가 누구인지 살짝 까먹은 것 같다.

그러니까 제대로 응징을 해줘야지.

박규태가 강하게 발을 휘둘렀다.

그는 공의 궤적을 보지도 않고 관중석으로 뛰어갔다. 발에 감긴 공은 그대로 골망을 흔들고 있겠지.

흑역사가 될 수 있는 장면이지만, 그는 이 슈팅이 골망을 흔들 것이라 자신했다.

거기다 슈팅을 하고 뒤도 안 보고 관중석으로 뛰어가는 장면이 조금 더 국뽕을 차오르게 해주지 않겠는가.

“남자라면 할 수밖에 없지.”

그래, 남자라면 시도할 것이다. 이렇게 멋지고 국뽕이 팍팍 터지는 모습을 말이다.

-고오오오오오올!

-박규태애에에에에에에! 한국인 최초! 아니, 아시아 국적을 가진 축구 선수로서는 처음으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합니다!

-대단합니다! 정말로 대단합니다!

-박규태가 역사를 기록합니다!

중계진은 물론이고 팬들이 울부짖었다.

박규태는 이번에는 다른 세레머니를 보여줬다.

그가 중계 카메라를 잡고 소리쳤다.

“킹 이즈 김치!!” 아임 김치킹!“

아약스의 선수들은 더욱 얼굴이 굳어졌다. 3점 차이를 따라잡을 힘이 그들에게는 없었다. 거기다 문제는 아직 후반전이 절반이나 남아 있다는 점이었다.

* * *

후반 44분.

아약스의 선수들은 더는 점수를 내어줄 수 없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미친 듯이 필드를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일방적으로 경기가 기울었기에 그들에게 희망은 없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악착같이 뛸까?

이유는 자존심 때문이었다.

아약스의 선수들은 여기서 점수를 더 내줘서 치욕적인 패배의 희생양이 되기 싫었다.

하지만 울브스는 크게 흔들리는 아약스를 두고서 가만히 있을 팀이 아니었다.

박규태가 공을 잡자 울브스의 팬들이 큰 목소리로 소리를 내질렀다.

파아아아악!

김치팍! 김치팍! 김치팍!

김치킹! 녀석들에게 지옥을 보여줘!

한 골만 더 넣어!

젠장! 앉아 있을 수 없잖아!

박규태의 움직임을 경계하는 아약스의 선수들은 그가 공을 돌리는 것을 보고 살짝 안도의 숨을 내뱉었다.

‘그래……. 이제 남은 시간도 몇 없다고.’

‘이대로 경기를 끝내겠지.’

하지만 울브스의 공격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저 박규태에서 다른 선수로 공격의 중심이 바뀐 것뿐이었다.

박규태에게 공을 받은 테오 나두가 그대로 아약스의 오른쪽 측면을 허물어버렸다.

과감한 그의 돌파에 아약스의 선수들이 순간적으로 경각심을 드러내며 급히 라인을 움직였다.

“막아!”

“집중해! 아직 안 끝났어!”

“테오 나두가 온다! 집중해!”

하지만 테오 나두는 중앙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평소와 다르게 낮은 크로스를 올렸다.

그의 크로스가 향하는 종착역에는 아약스의 선수들이 잠깐 잊은 박규태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파아아아아아아악!”

골키퍼가 박규태의 존재를 파악하자 급히 소리쳤다. 하지만 박규태는 이미 높게 떠오른 뒤였다.

“흡!”

그대로 고개를 돌려서 크로스의 궤적을 바꾸었다. 아약스의 골키퍼인 폰투스가 반응할 수 없는 방향이었다.

철썩!

-어메이이이이이이징파아아아악!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올! 어나더팍! 규태팍! 김치팍! 김치팍! 김치김치팍팍! 박규태 선수가 결승전에서 4골을 몰아넣으며 팀의 완벽한 승리에 종지부를 찍습니다!

-대단합니다! 정말로 대단합니다! 어떻게 이런 스트라이커가 한국에 나타났을까요?

후반전의 정규 시간이 딱 끝나는 시점이었다.

박규태의 네 번째 득점이 들어가자 시그널 이두나 파크가 울브스 팬들이 내뱉는 광기에 물들었다.

너무나도 큰 함성에 몇몇 이들은 경기장이 살짝 흔들린다고 착각을 할 정도였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박규태는 이번에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손가락 4개를 들어 올릴 뿐이었다.

아약스의 선수들은 이제 완전히 체념한 표정이었다. 이런 경기에서 4골을 내주고 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추가시간도 빠르게 흘렀다.

울브스의 팬들이 기대감과 광기가 가득한 눈으로 주심의 탐스러운 입술을 바라봤다.

삐이익! 삐익! 삐이익!

그리고 경기의 끝을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울리는 순간이 찾아오자 그 어느 순간보다 거대한 환호성을 내질렀다.

파아아아아악!

슈퍼 김치팍!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우승이라고! 울브스가 트레블은 물론이고 쿼드러플까지 이룩했다고! 쿼드러플!! 울브스가 역사상 딱 8번 있던 트레블의 아홉 번째 주인공이 되었다고!

팬들이 내뱉는 환호성이 필드를 가득 채웠다.

박규태가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순간 여러 가지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눈을 뜬 그의 앞에 울브스의 팬들이 준비했던 두 가지의 크나큰 깃발이 흔들리고 있었다.

하나는 울버햄튼의 엠블럼이 새겨진 깃발.

다른 하나는 태극기가 새겨진 깃발이었다.

< 국뽕 박규태 선생 #159 > 끝

ⓒ 엉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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