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뽕 박규태 선생 #158 >
“진짜 VTS는 못 넘는 건가?”
드디어 ‘두유노 랭킹’ 2위에 올랐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오르고 트레블을 앞두면서 많은 사람의 관심이 쏟아진 덕분이었다.
하지만 1위의 벽은 높았다.
아시아에서 나타난 슈퍼스타인 VTS는 올해도 대한민국은 물론이고 세계 여성들의 마음을 뒤흔들며 ‘두유노 랭킹’의 1위를 공고히 다지고 있었다.
“메시가 기록했던 발롱도르 8회 수상을 내가 넘어선다면…… 가능성이 있겠지만…….”
너무나도 먼 미래의 이야기였다. 이제 겨우 발롱도르를 한 번 수상했을 뿐이었다.
그래도 회귀 전과 비교하면 이번 삶은 정말로 행복하고 훌륭한 삶이라고 자부할 수 있었다.
성과도 비교할 수 없고 말이다.
‘회귀 전과 비교하면 정말로 어마어마한 성과지. 내가 살면서 발롱도르를 수상하게 될 줄 몰랐으니까.’
거기다 이제 챔피언스리그 결승을 앞두고 있었다. 많은 울브스의 팬들이 도르트문트의 홈인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서 펼쳐지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기대하고 있었다.
박규태는 그들의 기대를 저버리기 싫었다.
‘거기다 구단에서의 마지막 경기니까.’
마이크 타이슨 감독과 폴 앤더슨 구단주를 제외하고는 아직 아무도 모르는 사실이지만,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는 물론이고 바이에른 뮌헨과 PSG 등등 각 리그의 빅클럽들과 이적에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몸값은 한화로 2,700억 원이 책정되었기에 탄탄한 재정을 갖추고 있는 팀들만 그의 이적 전쟁에 뛰어들었다.
가장 가능성이 큰 팀들은 한국에서는 ‘레바뮌’으로 불리는 3개의 팀이었다.
선수라면 두근거릴 수밖에 없는 클럽들의 관심이었다. 하지만 박규태는 신경 쓰지 않았다.
‘르르에가 알아서 해주겠지.’
그렇게 선수단과 함께 조용히 결승전을 준비했다.
울브스는 물론이고 아약스의 선수단이 독일에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준비하는 동안에 다양한 언론이 이번 결승전의 승자가 누가 될지 기사를 열심히 뿌렸다.
대체로 울브스가 이길 확률이 높다는 반응이 많았지만, 경험이 많은 선수단을 갖춘 아약스가 이변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보내는 기자들도 몇몇 있었다.
[전문가들의 선택은 울브스의 우승!]
[PSG와 첼시를 꺾고 올라온 울브스 vs 리버풀과 나폴리를 꺾고 올라온 아약스!]
[선수단의 구성에서 큰 차이가 나는 두 팀!]
[마이크 타이슨 감독, ‘우리는 챔피언이 될 자격이 있다!’]
[아약스 감독,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아약스는 충분히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의 주인공이 될 자격이 있다.’]
점점 고조되는 분위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경기를 준비하는 선수들의 눈빛이 더욱 깊어졌다. 그리고 5월 26일에 펼쳐질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의 아침이 드디어 밝았다.
* * *
아약스의 에이스인 크리스티안 벨레스터츠는 팀을 구성하고 있는 선수들을 바라봤다.
대부분이 서른 초반의 선수들로 구성된 아약스의 선수단은 결승전까지 오면서 가벼운 부상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었다. 그나마 가장 젊은 선수인 그가 제일 정상적인 상태일 것이다.
그는 알고 있었다.
오늘 경기가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기에 더욱이 이기고 싶었다.
‘저 영감님들에게 우승컵을 안기고 싶다.’
몸을 아끼지 않은 그들에게 기쁨을 주고 싶었다.
천천히 시간은 흘렀다.
라커룸에 들어선 감독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크리스티안은 그 분위기가 싫어서 입을 열었다.
“오늘 이기면 벨라에게 청혼을 할 생각이에요.”
“와……. 이 자식이 플러그를 꽂아버리네?”
“크리스티안……. 그거 영화에서 보면 대체로 먼저 죽어버리는 군인들이 내뱉는 대사잖아.”
“결혼하지 마. 그건 지옥이야.”
“네 나이가 스물여섯이던가? 적어도 서른은 먹고 결혼을 할 생각을 해라. 일찍 결혼하는 건 세상에서 가장 멍청하고 자신을 학대하는 몹쓸 행동이야.”
“허리도 쑤셔죽겠는데, 내 머리까지 아프게 만들다니……. 넌 정말 대단한 녀석이야.”
그의 말에 골골거리던 노장들이 장난기가 섞인 말투로 투덜거렸다.
그제야 묵직했던 분위기가 조금은 풀어졌다. 크리스티안은 그런 선수단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평소의 분위기가 나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조용히 선수들을 지켜보던 감독이 그제야 입을 열었다.
별다른 말은 아니었다.
잘하자는 간단한 조언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는 그런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상대는 거의 약점이 없는 팀이라는 평가를 받은 이번 시즌 최고의 팀이었으니까.
“좋아! 가서 우리가 어떤 팀인지 보여주자고!”
“너무 열심히 뛰지 마라. 저번처럼 머리털이 한 무더기로 빠지면 슬프잖아. 진짜 대단하다니까? 이제 서른둘인 놈이 벌써 머리의 반이 빠졌어!”
“야! 죽을래? 넌 아래 털도 없잖아!”
“난 브라질리언 왁싱을 한 것뿐이야?”
“엿 먹어.”
“자! 그만 투덜거리고 슬슬 입장할 시간이다.”
감독의 말에 선수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은 아까보다는 편안해진 표정으로 라커룸을 나섰다.
필드에 입장하기 전에 복도에 선 그들은 먼저 줄을 선 울브스의 선수단을 보면서 투지를 불태웠다.
특히나 크리스티안은 9번의 등 번호를 가진 박규태를 보면서 두 눈을 반짝였다.
‘저 선수가 규태팍!’
기대되었다.
과연 저 선수는 어떤 선수일까.
자주 기행을 일삼는 선수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는 박규태가 상당히 점잖고 멋질 것으로 생각했다.
그의 생각처럼 박규태는 꽤 멀쩡해 보였다.
입을 열기 전까지.
“췍!췍! 아 세이 주-모우! 유 세이 김-치!”
“주-모우!”
“김-치!”
“주-모우!”
“김-치!”
“아 세이 킹 이즈! 유 세이 불백!”
“킹 이즈!”
“불백!”
“킹 이즈!”
“불백!”
뭔가 입에서 나오는 상당히 가벼운 말투와 그의 말에 따라서 사이비 종교의 신도들처럼 김치를 부르짖는 울브스의 선수들의 조합은 크리스티안에게 충격 그 자체였다.
‘이…… 이게 무슨?’
일반적인 EPL 팀의 선수들이었다면, ‘이 녀석들……. 또 시작이구나.’라며 고개를 끄덕이겠지만, 아약스는 이번 시즌에 울브스를 처음 만나는 팀이었다.
당연히 소문으로 듣는 것과 직접 만나는 것의 차이는 정말 클 수밖에 없었다.
때마침 결승전의 오프닝이 시작되었다. 꽤 유명한 성악가가 챔피언스리그 테마송을 부르기 시작했다.
그제야 울브스의 선수들도 입을 닫고 입장을 준비했다. 아약스의 선수들은 뭔가 묘한 눈길로 그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크리스티안은 울브스의 선수단과 박규태를 보면서 침을 삼켰다.
‘저건 약쟁이들의 눈빛이잖아.’
예전에 미국에서 1년 정도 생활한 적이 있는 그는 뒷골목에서 저런 눈빛을 한 사람들을 많이 봤다.
그리고 대부분이 저런 눈빛을 한 사람들은 약에 절거나 무엇에 중독이 된 사람들이었다.
그는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저런 사람들과 엮이면 골치 아프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덕분에 아까보다 훨씬 더 큰 불길함이 그의 심장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설마…… 경기를 뛰면서도 저럴까?’
그건 아니겠지.
크리스티안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렇게 주심을 따라서 입장하는 두 팀의 선수들은 곧이어 경기장을 가득 채운 관중들의 환호성을 들을 수 있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울브스! 울브스! 울브스! 울브스!
아약스! 아약스! 아약스! 아약스!
시그널 이두나 파크를 가득 채운 두 팀의 팬들이 서로의 클럽명을 외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그러는 사이에 모든 준비가 끝났다. 두 팀의 선수들이 준비되기 무섭게 주심이 휘슬을 불었다.
삐이이이익!
2028-29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울브스와 아약스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 * *
아약스는 어느 정도 예상을 했다.
울브스를 상대로 분명히 힘겨운 싸움을 할 것이다. 역습도 쉽지 않을 것이고, 상대의 압박에 숨이 막혀서 답답한 경기력을 보여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버스를 세우면서 연장까지 간다. 연장전에서 체력이 빠진 울브스의 뒤를 노린 역습을 시도하거나, 승부차기까지 버텨서 어떻게든 이길 생각이다.”
감독의 말에 선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에 아약스는 4-5-1의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준비했다.
-아약스가 경기 초반부터 내려앉아서 두껍게 라인을 구성합니다. 오늘 아약스는 먼저 자신들이 공격할 생각이 없습니다. 최대한 전반전을 안전하게 보낼 생각인 것 같습니다.
-확실히 좋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아무리 아약스가 다양한 강팀들을 꺾고 올라온 팀이라고는 하지만……. 솔직히 울브스와 비교하면 선수들의 수준이 차이가 나니까요.
아약스가 내려앉았다. 울브스는 그런 아약스의 수비를 뚫기 위해서 열심히 움직였다.
‘베테랑이 많아서 버스를 세우지 않고 맞불을 놓을 거로 예상했는데……. 착각이었나?’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아약스의 준비된 전술을 보면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텐백은 약팀이 강팀을 잡는 전략으로 종종 애용되었지만, 실상은 구사하기 굉장히 어려우면서 위험 부담이 큰 전술이었다.
그럴 것이 강팀일수록 뛰어난 미드필더진들을 공격진에 내세워 함께 빌드업을 시도하는 상대 수비진을 압박한다.
당연히 텐백을 시도한 팀은 상대 공격진의 압박에 항상 위험을 노출할 수밖에 없다.
거기다 후반까지 더 민첩하고 많이 뛰어야 하는 전술이기에 노장이 많은 아약스가 꺼내 들기에는 힘든 전술이었다.
상대 팀과 전력의 차이가 너무 커도 문제였다.
경기 내내 두들겨 맞다가 골을 내주고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런 위험 부담을 가지고 어떻게든 연장까지 가지고 가서 변수를 만들겠다는 뜻이겠지.’
그렇게 놔둘 수는 없었다.
오늘 경기에서 그는 확실하게 선취점을 뽑아내고 큰 점수 차이로 승리를 거둘 생각이었다.
“확실한 기회를 찾아! 상대의 미드필더진과 수비진 사이의 틈을 더 벌리게 만들어서 상대의 조직력을 무너트려! 필요하면 조금 개인적인 움직임을 가져가도 좋아!”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그렇게 외치며 아약스의 단단한 수비진을 바라봤다.
‘충분히 뚫어낼 수 있는 수준이다.’
그는 선수를 믿었다. 그리고 전반 17분에 그의 믿음에 보답하는 선수가 있었다.
삐이익!
-아! 조금 먼 거리에서 프리킥 기회를 얻은 울브스입니다! 엠마누엘 선수에게 들어간 태클이 조금 거칠었는데요!
-엠마누엘이 벤치에 사인을 보냅니다. 큰 부상은 아닌 것 같은데……. 경기에서는 뛸 수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테오 나두가 급히 준비하는군요.
엠마누엘이 만들어준 프리킥 기회.
축구공 앞에 선 가스통 렌도와 박규태가 아쉬운 표정으로 교체된 엠마누엘을 힐끔 바라봤다.
“오늘 컨디션은 어때”
가스통 렌도의 물음에 박규태가 미소를 지었다. 그의 미소를 돈 가스통 렌도는 고개를 끄덕이며 프리킥을 양보했다.
25m보다 조금 먼 거리에서 얻은 프리킥 기회였다. 직접 노릴지 아닐지를 고민하던 박규태는 벽 너머로 공을 넘기면 골을 넣을 수 있을 것 같은 감각을 느꼈다.
‘해볼 만한데?’
골키퍼의 신장도 다른 팀과 비교하는 조금 작은 편이었기에 높은 코스로 잘만 넣으면 무조건 골이었다.
박규태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직접 노려야겠다.’
삐이이이익!
모든 준비가 끝났다. 주심이 휘슬을 불기 무섭게 준비가 된 박규태가 손을 들어 올렸다.
동시에 그가 공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뻐어엉!
그가 오른발을 휘두르기 무섭게 순간적으로 가죽을 강하게 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공이 바람을 가르며 아름답게 수비벽을 넘어 골대의 상단을 갈랐다.
철썩!
아약스의 골키퍼인 폰투스가 몸을 날렸지만 다른 골키퍼보다 살짝 작은 신장을 갖춘 그의 손에 공이 닿지 않았다.
정말 아슬아슬한 차이였다.
쭈뼛하고 소름이 돋는 아름다운 궤적이었다.
골이 들어가기 무섭게 관중들이 환호성을 내질렀고, 중계진은 흥분에 찬 말을 내뱉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김치팍! 김치팍! 김치팍!
-고오오오오오올! 박규태 선수의 선취점이 터졌습니다! 정말로 아름다운 궤적의 프리킥이었습니다!
-박규태 선수가 단 한 방으로 아약스가 준비한 모든 전술적인 준비를 엉망으로 만들었습니다!
-맞습니다! 아약스가 생각한 최악의 시나리오로 경기가 흘러갑니다! 그리고 그런 최악의 시나리오로 이끌어간 악당은 울브스의 9번이자 슈퍼 김치맨! 박규태 선수입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어나더팍! 김치팍! 슈퍼코리안 박규태 선수가 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첫 골을 터뜨렸습니다!
골을 넣은 박규태.
그가 관중들이 있는 방향으로 달렸다.
그리고 펄쩍 뛰며 두 팔을 벌렸다. 동시에 자신을 보고 있는 팬들에게 소리쳤다.
“주-모우우우우우우!”
< 국뽕 박규태 선생 #158 > 끝
ⓒ 엉심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