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뽕 박규태 선생 #155 >
< 국뽕 박규태 선생 #156 > 끝
ⓒ 엉심킬러
경기 시작 전에 첼시의 선수들은 자신의 귀에 들려오는 홈팬들의 다양한 외침에 눈살을 찌푸렸다.
다양한 원정을 겪었던 첼시의 선수들이지만, 울브스만큼 환호성과 괴상한 구호를 쓰는 팀은 처음이었다.
“저 망할 김치 첸트만 좀 어떻게 못 하나?”
“여긴 화장실도 김치와 태극기로 꾸며졌을 거야. 진짜…… 옛날에는 안필드 원정이 싫었는데, 작년부터는 몰리뉴 스타디움 원정이 제일 싫어.”
“뻐킹 김치맨.”
“제발 오늘 경기에서 ‘주-모우!’를 듣지 않기를…….”
필드에 입장하기 전에 첼시의 선수들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은 박규태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저렇게 ‘주-모우!’를 듣기 싫어하는데, 오늘 꼭 골을 넣어서 첼시 선수들의 귀에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줘야겠다.
박규태가 그렇게 생각할 때쯤에 두 팀의 선수들이 필드에 입장하기 시작했다.
-울브스의 홈 경기장인 이곳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이 펼쳐집니다!
-첼시, 이번 시즌에 리그 3위를 기록하고 있는 팀입니다. 울브스를 상대로 상대 전적에서 제법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팀이기도 합니다.
-그렇죠. 울브스를 상대로 꽤 많은 승리와 무승부를 기록한 팀입니다. 하지만…… 최근 경기에서는 울브스를 상대로 우위를 가져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네, 그게 문제입니다. 하지만 챔피언스리그는 다르죠. 첼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맞습니다.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요. 분명히 첼시도 그것을 알고 준비했을 겁니다.
중계진의 말처럼 첼시는 고민이 많았다.
“이번 시즌의 울브스는 무적이다.”
이길 방법이 딱히 없었다. 그만큼 이번 시즌의 울브스가 보여준 경기력은 압도적이었다.
2010년대 초반의 바르셀로나를 보는 느낌이었다. 그 시절의 바르셀로나는 정말 굉장했으니까.
탄탄한 미드필더진과 압도적인 공격진.
그리고 약점이라고 지목되고 있지만, 중요한 경기에서는 항상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수비진까지.
에르네스토 리바스 감독이 생각하는 울브스는 역사에 이름을 남길 강팀이었다.
과연 첼시가 이길 확률이 몇 퍼센트일까.
아마도 10% 근처이지 않을까?
“하지만…… 챔피언스리그라는 대회는 항상 다양한 변수를 품고 있지. 막강한 팀이라도 삐끗하면 그대로 결승도 보지 못하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그런 대회야.”
그래도 가능성은 있었다.
리그 경기였다면 첼시는 이번 경기를 포기하고 다음 경기에 집중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긴 챔피언스리그였다.
분명히 변수가 생길 것이다.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선 에르네스토 리바스 감독이 조용히 필드를 바라봤다.
삐이익!
때마침 시작한 전반전.
그는 필드를 보며 소리쳤다.
“좋아! 우리가 어떤 식으로 경기를 준비했는지 울브스 녀석들에게 제대로 보여줘!”
하지만 그 말이 나온 뒤에 갑자기 몰리뉴 스타디움이 광기에 사로잡혔다.
와아아아아아!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에르네스토 감독이 멍하니 공이 들어간 첼시의 골대를 바라봤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대변이 급해서 급히 화장실을 갔다 온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갑자기 환호성을 내뱉는 팬들의 함성에 아리송한 표정으로 선수들을 바라봤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그리고 환호성의 중심에 선 인물.
박규태가 두 팔을 벌리고 소리쳤다.
“주-모우우우우우우우!”
* * *
박규태는 처음에 골키퍼가 살짝 나온 것을 보고서 조금 고민을 했었다.
‘음……! 딱 슈팅을 때리면 골키퍼 뒤로 넘어갈 것 같은데…… 무리겠지? 시도해 볼까?’
하지만 첼시의 알로이스 베리 골키퍼가 그의 생각보다 훨씬 앞으로 나온 것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 없이 앞으로 나왔네?’
그렇다면 응징이었다.
중거리 슈팅을 자주 보여준 박규태도 성공할 확신이 들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상대 팀의 기세를 뺏어올 수 있는 좋은 시도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는 엠마누엘을 바라봤다.
“나한테 살짝만 굴려줘.”
“어떻게 하려고?”
“바로 길게 차버려서 저 녀석들의 기세를 살짝 꺾어야지. 그래야 초반에 우리가 순조롭게 첼시를 찍어누를 수 있을 거야.”
“김치의 황제가 원하는 위치에 멋지게 굴려줄게.”
“그건 또 무슨 별명이야?”
“요즘 팬들이 널 김치의 황제라고 부르던데? 너 도대체 CF는 몇 개나 찍는 거야?”
“아…….”
지난번에 시간이 살짝 났을 때, 구단의 허락을 받고 찍은 김치 광고가 며칠 전에 나온 것 같았다.
거기서 박규태는 김치로 만든 왕좌에 앉아서 ‘주-모우우우!’를 외쳤을 뿐이었다.
“아무튼, 경기 시작하면 살짝만 굴려줘.”
“그렇게 하겠습니다. 김치의 황제시여.”
“…….”
삐이이익!
주심이 휘슬을 불기 무섭게 엠마누엘이 박규태의 오른발이 차기 좋은 위치로 살짝 굴려주었다.
박규태는 있는 힘을 다해서 발을 휘둘렀다.
뻐어어엉!
완벽한 타이밍에 때린 박규태의 하프라인 슈팅에 꽤 앞으로 나섰던 알로이스 베리가 급히 뒤를 돌아서 뛰어올랐다.
그러고는 손을 뻗어서 공을 쳐 내려고 했다.
하지만 살짝 높은 공의 위치에 그의 손을 허공을 스칠 수밖에 없었고, 박규태의 하프라인 슈팅은 그대로 첼시의 골망을 흔들며 멈추었다.
골을 넣은 박규태가 그대로 두 팔을 벌리고 소리쳤다.
“주-모우우우우우우!”
그러자 몰리뉴 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홈팬들이 광기에 빠진 목소리로 그의 별명을 외치기 시작했다.
김치팍! 김치팍! 김치팍!
김치팍! 김치팍! 김치팍!
김치팍! 김치팍! 김치팍!
김치팍! 김치팍! 김치팍!
당연히 중계진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호들갑을 떨면서 박규태를 찬양하기 시작했다.
-어메이이이이이이징! 박규태 선수가 하프라인에서 초장거리 슈팅을 때려서 골을 넣었습니다!
-고작 경기 시작 9초 만에 터진 박규태 선수의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올! 챔피언스리그 한 경기 최단시간 골이 터졌습니다!
-다스 판톰으로 유명한 로이 마카이 선수가 2006-07시즌에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기록했던 10초보다 무려 1초나 빠른 골입니다!
-대단합니다. 울브스가 초반부터 변수를 차단해 버렸습니다! 첼시의 선수들이 멍하니 박규태 선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만큼 충격적인 득점이었습니다.
-아! 첼시의 골키퍼인 알로이스 베리가 충격에 빠진 것 같습니다. 이제 20살에 접어든 젊은 골키퍼거든요? 이번 시즌에 얀코 마르치치 골키퍼를 제치고 완벽한 주전으로 발돋움한 그가 결정적인 실책을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범하고 말았습니다.
알로이스 베리가 고개를 푹 숙였다.
자신의 실수로 팀이 너무 이른 시간에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는 사실이 그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첼시의 베테랑들이 그에게 다가와서 그를 위로했다. 수문장인 알로이스 베리가 흔들리면 오늘 경기에서 첼시가 이길 확률이 희박하기 때문이었다.
첼시의 에르네스토 리바스 감독은 순간적으로 경험이 많은 얀코 마르치치 골키퍼를 투입해야 할지 고민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알로이스 베리는 구단에서 길게 데리고 있어야 할 프랜차이즈 스타다. 이런 실수로 그를 필드에서 내보낸다면……. 그는 영원히 성장할 수 없을 거야.’
그의 시선은 골을 넣은 박규태에게 향했다.
‘무서운 선수다. 경험이 부족한 우리 젊은 골키퍼를 과하게 긴장시키려고 시도한 하프라인 슈팅이었어.’
문제는 그 시도가 골까지 터지면서 대성공이 돼버렸다는 점이었다.
그가 조용히 필드를 바라보면서 고민에 빠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돌파구가 없었다.
굳은 표정의 에르네스토 감독이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1-0으로 끌려갈 첼시의 선수들을 보면서 그가 억지로 분위기를 짜내며 소리쳤다.
“집중해! 이제 경기가 시작했을 뿐이야!”
* * *
보니크 실바는 질렸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팀을 짓밟고 있는 박규태를 바라봤다.
그는 박규태가 어떤 성향을 갖춘 선수인지 오늘에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뻐킹 데빌 김치맨.’
악마였다.
박규태는 악마였다. 그는 첼시의 어린 골키퍼가 흔들리기 시작하자 무시무시한 중거리 슛을 남발하면서 어린 골키퍼의 실수를 유도하기 시작했다.
‘뻐킹 크레이지 데빌 김치맨……!’
중거리 슛을 때리고 환하게 미소를 짓는 그의 입에다가 개비스콘을 쏟아붓고 싶을 정도였다.
거기다 경기의 흐름도 좋지 않았다.
경기가 시작되고 첼시는 점유율 30% 중반대를 기록하면서 압도적으로 밀리고 있었다.
그들의 어린 골키퍼처럼 첼시의 선수들도 초반에 터진 실점에 흔들리고 있었다.
“슈퍼어어어! 파워 김치슛!”
중거리 슈팅을 시도하는 순간마다 박규태는 첼시 선수들의 귀를 거슬리게 하고 있었다.
멀리서 경기를 중계로 지켜보고 있는 한국 팬들은 박규태의 부끄러운 외침에 백기를 들어 올렸다.
-불반도가 미아내…….
-ㅋㅋㅋㅋㅋ 이 정도면 혐한제조기 아니냐? 나중에 런던으로 여행 갈 사람들은 일본인 흉내 내야 할 듯.
-와, 상대가 화날 행동을 다 하고 있네. 문제는 저걸로 뭐라 하기가 애매하넼ㅋㅋㅋ
-기묘하게 줄을 타고 있는 국뽕 스트라이커……. 그는 사실 혐한제조기였다?
-ㅋㅋㅋㅋㅋㅋ 일본 애들이 ‘기무치상에게 국가에서 몇십억을 주고서 스시를 외치게 하자.’라던뎈ㅋㅋㅋ
-캬! 이 맛에 김치팍 경기를 보는 거지!
그러는 사이에 박규태의 전반 14분에 박규태의 중거리 슈팅이 터졌다. 문제는 잘 막던 알로이스 베리가 이번에 실수하면서 슈팅을 제대로 쳐내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평소라면 잘 쳐냈을 슈팅이었다.
하지만 알로이스 베리는 전반전 9초 만에 허용한 첫 골이 머릿속에 남이었었다.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위축된 몸이 실수를 불러들였다. 공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결과는 실점으로 다가왔다.
철썩!
-고오오오오오올!
-비어 있는 공간을 향해 달려들던 가스통 렌도의 앞으로 알로이스 베리 골키퍼가 클리어한 공이 떨어졌어요!
-가스통 렌도가 자신의 발에 떨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전반전 15분이 되기 전에 2골을 터뜨리는 울브스! 정말로 강합니다! 대단합니다! 어메이징합니다!
-알로이스 베리 골키퍼가 박규태 선수의 중거리 슛을 제대로 쳐내지 못한 것이 팀의 두 번째 실점으로 다 체면이고 말았습니다. 첼시에게는 상당히 충격적인 결과입니다.
충격에 빠진 알로이스 베리를 놔두고 골을 넣은 가스통 렌도가 코너 쪽으로 달려갔다. 고작 전반 15분도 안 되는 시간에 첼시의 악몽이 시작되었다.
* * *
삐이이이익!
“왜요? 왜! 이게 페널티킥이에요?”
2-0으로 밀리는 첼시는 어떻게든 남은 시간에 원정 득점을 올리기 위해서 노력했다.
최소한 2-1로 패배를 해서 다음 2차전인 자신들의 홈에서 만회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경기의 내용은 썩 좋지 않았다.
전반전의 절반이 지나기 전에 2점이나 허용한 첼시의 패스 성공률은 평소의 경기보다 4~5%는 더 떨어졌으며, 그들이 자랑하던 뛰어난 2선 공격수들은 제대로 된 유효슈팅을 만들지 못하고 있었다.
거기다 수비진도 크게 흔들렸다.
덕분에 울브스는 편하게 공격을 할 수 있었으며, 이렇게 첼시의 흔들리는 수비진을 상대로 후반전 21분에 페널티킥을 유도할 수 있었다.
“내가 찰까?”
“나는 됐어.”
잠깐 경기가 멈춘 상황.
가스통 렌도의 물음에 박규태는 고개를 절레 흔들며 거절했다. 하지만 엠마누엘은 비장한 표정으로 자신이 차겠다고 말했다.
“내가 찰게.”
그렇게 공을 놓고 숨을 길게 내뱉은 엠마누엘이 주심이 휘슬을 불기 무섭게 공을 향해 달려들었다.
뻐엉!
철썩!
흔들리는 알로이스 베리 골키퍼는 이번에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고오오오올!
-엠마누엘이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면서 3-0으로 완벽하게 첼시와 차이를 벌립니다!
-아! 전반전에 터진 박규태 선수의 하프라인 슈팅이 너무 치명적입니다. 첼시가 후반전에서도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알로이스 베리 골키퍼가 안쓰러울 정도입니다.
치열한 경기가 될 것처럼 보이던 경기가 3-0이라는 압도적인 점수 차이로 뒤처지자 첼시의 원정팬들은 절망에 빠진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거나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이거지! 이거야!”
“뭐? 챔피언스리그의 왕? 첼시는 그냥 왕이 없는 왕좌에 오른 간신에 불과하다고!”
“기-이이임치! 기-이이이임치!”
“커모오오온 울브스!”
반대로 울브스의 홈팬들은 계속해서 열띤 응원을 하면서 팀의 압도적인 경기력을 즐겼다.
그렇게 전후반의 모든 시간이 흘렀다.
삐이익! 삐익! 삐이이이익!
주심이 휘슬을 불기 무섭게 첼시의 선수들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울브스의 선수들과 유니폼 교환도 하는 둥 마는 둥 하면서 필드를 빠져나갔다.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지난 시즌의 디펜딩 챔피언인 첼시를 상대로 울브스가 3-0이라는 점수 차이를 만들며 승리했다.
< 국뽕 박규태 선생 #156 > 끝
ⓒ 엉심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