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뽕 박규태 선생 #155 >
울브스가 우승을 확정 짓는 순간.
울버햄튼에 있는 모든 펍에서 환호성과 알 수 없는 다양한 언어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우승이다!”
“2년 연속으로 우승했다고!”
“으하하하하! 최고야!”
“이번 시즌에 트레블을 기록하는 거 아니야?”
“할 수 있어! 커모온! 울브스!”
울버햄튼에 있는 펍만 이런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 아니었다. 새벽까지 운영하는 한국의 몇몇 술집들도 울브스 팬들이 환호성을 내지르며 좋아했다.
경기가 막 끝난 뒤의 필드.
울브스의 선수들이 서로 부둥켜안으며 리그 우승을 달성한 기쁨을 나누고 있었다.
몇몇 선수들은 맨유 선수들과 유니폼을 교환하면서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좋은 경기력이었어.”
“굿 플레이.”
박규태도 루이스 너츠와 가볍게 악수를 하고는 엠마누엘 메르시에와 하이파이브를 했다.
“최고였어. 지단.”
“너도 최고였어. 차붐.”
두 선수가 서로의 국가 레전드의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앤디 수아즈는 두 사람을 보면서 낄낄 웃었다.
MoM은 오늘 경기에서 도움은 물론이고 울브스의 왼쪽 측면을 책임진 알렉스코 아리에타에게 돌아갔다.
올드 트래포드를 가득 채운 맨유의 홈팬들도 경기하는 동안에는 거센 야유와 욕설을 내뱉었지만, 울브스가 우승을 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맨유의 팬들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경기력이었다. 그렇게 리그에서 우승을 먼저 확정 지은 울브스의 다음 목표는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이었다.
* * *
[울브스, 리그 2연속 우승!]
[맨유를 잡고 우승을 결정지은 울브스!]
[울브스! 프리미어리그 5번째 우승!]
[역사를 쓰고 있는 울브스! 올드 트래포드에서 팀의 프리미어리그 5번째 우승을 기록하다!]
[마이크 타이슨 감독,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조금씩 동기부여가 희미해지는 가운데도 열심히 뛰어준 그들에게 감독으로서 작은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박규태의 2골! 팀을 승리로 이끌다!]
[박규태, ‘좋은 경기였다. 우승을 확정 짓는 경기에서 활약하는 것은 언제나 짜릿하다.’]
-이거 때문에 울브스를 응원하는 거지.
-제발 한국인이라면 울브스를 응원합시다!
-캬……. 절로 국뽕이 차오른다. 김치무스! 김치무스! 김치무스! 도대체 김치 시리즈는 언제 끝날까?
-박규태가 은퇴하기 전까지 안 끝남.
-이걸로 울브스는 챔피언스리그랑 FA컵 결승에 집중할 수 있겠네. 진짜로 트레블 달성하는 거 아니냐?
-축구는 메시처럼! 인생은 날강두처럼! 그리고 국뽕은 규태팍처럼! 진짜 대단하다.
-그래 봤자. 여친 없는 찐따 좆규임.
-응, 박규태 주급 = 너 연봉 20년!
-맨유 준.우.승!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맨유는 한 시즌에 한 번씩 감독만 갈아치우넼ㅋㅋㅋㅋ 벌써 제라르 트뤼포 감독 경질설이 솔솔 나오고 있다고요!
리그 우승으로 울버햄튼의 지역은 그야말로 뜨거운 용광로처럼 타올랐다. 특히나 이번 시즌에도 압도적인 골 결정력을 보여주면서 팀의 승리에 큰 도움을 준 박규태의 인기가 대단했다.
오죽하면 그의 고국인 한국 사람이 길을 지나가면 따라가 따봉을 날려주었다.
덕분에 울버햄튼으로 관광을 온 한국인들은 절로 국뽕이 차오를 수밖에 없었다.
“헤이! 두 유 노 규태팍?”
“예…… 예쓰. 아임 코리안.”
“이봐! 이 친구 한국인이래!”
“젠장! 우리 펍에 한국인이 왔다고? 주인장! 내 몫으로 저 친구 맥주랑 음식값을 달아둬!”
시민들만 이렇게 들뜬 것이 아니었다.
울브스의 이사진도 2년 연속으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달성한 선수단을 보며 좋아했다.
덕분에 울브스 구단의 모든 직원과 선수단이 울버햄튼의 한 호텔의 연회장에 모여서 축하 파티를 했다.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을 앞두고 있기에 술이 있거나 하는 그런 본격적인 파티는 아니었다.
그저 가볍게 리그 우승을 축하하는 파티였다.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나 몇몇 선수들은 구단이 너무 들뜬 것이 아닌지 걱정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울브스의 선수들은 다른 팀의 선수들과 다르게 상당히 보수적인 선수들이 많았다.
클럽이나 파티에 가는 선수가 거의 없었다.
엠마누엘이나 테오 나두가 그나마 그런 클럽이나 파티를 즐기는 선수였지만, 그들도 시즌에 들어가면 클럽이나 파티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당연히 파티장은 우중충했다. 분위기는 우승을 즐기기 위한 파티가 아니라 전쟁을 앞둔 군인들이 정신을 재무장하기 위해서 치르는 전야제처럼 변하고 말았다.
폴 앤더슨 구단주가 부른 음악단의 음악이 흐르면서 파티는 더욱 무르익기 시작했다.
“오랜만입니다.”
“하하하! 미튜브 영상을 찍은 후로……. 오랜만에 보는군요. 팍! 이번 시즌도 정말 대단합니다.”
“구단주님이 많은 투자를 해주니까요. 시설도 다른 빅클럽과 비교해서 부족함이 없고요.”
폴 앤더슨 구단주가 씩 웃다가 입꼬리를 내렸다. 그는 최근에 좋지 않은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시즌이 끝나고 이적을 원한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구단에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까?”
“아뇨. 도전 때문입니다.”
“도전…….”
“울브스는 환상적인 팀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5년에서 10년 동안은 EPL의 최상위 팀으로 군림을 하겠죠.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분명히 좋은 결과를 이룰 겁니다.”
“그렇죠. 제가 그렇게 만들 겁니다.”
“그래서 그런 겁니다. 이번 시즌에 트레블을 달성하면……. EPL에서 모든 것을 이루게 되니까요.”
“실패할 수 있습니다. 챔피언스리그는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니까요. 팍……. 저는 팍이 몇 년은 더 울브스에서 뛰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팍은 울브스의 상징입니다.”
“아뇨. 이번 시즌에 우승할 겁니다. 제가 빅 이어를 들어 올릴 수 있도록 할 겁니다. 그리고 약속드리겠습니다. 도전하면서 원하는 결과를 얻게 되면…… 다시 울브스로 돌아오겠습니다. 물론…… 말년에는 소쇼로 가야겠지만.”
“그렇습니까?”
“네, 제 의지는 확고합니다.”
박규태의 말에 폴 앤더슨 구단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생각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팍, 챔피언스리그 4강전은 자신 있습니까? 첼시가 리그에서 그리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지난 시즌에 바르셀로나를 잡고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거둔 팀입니다.”
하지만 박규태는 여유로웠다.
“한국에는 ‘첼강딱’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폴 앤더슨 구단주의 물음에 박규태가 씩 웃었다.
“아! ‘첼시는 4강이 딱이야.’라는 뜻이죠.”
* * *
-리그 우승을 확정 지은 울브스가 홈에서 에버튼을 상대로 1-1의 점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주전이 모두 빠진 라인업이었음에도 울브스가 전혀 밀리는 모습이 없었죠?
-맞습니다. 4월 25일에 있을 챔피언스리그 4강전을 위해서 주전들의 체력을 관리하기 위한 로테이션인 것 같은데……. 백업 선수들의 경기력도 주전 선수들만큼 뛰어났습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경기가 끝났습니다!
리그에서 울브스는 에버튼을 상대로 전원 로테이션을 돌리며 주전들의 체력을 관리했다.
당연히 4월 25일에 있을 첼시와 경기를 위한 준비였다. 언론도 이번 매치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두 명의 챔피언이 맞붙는다! 울브스 vs 첼시의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으로 향하는 시선들!]
[에르네스토 리바스 감독, ‘보니크 실바와 배스퍼 다우스를 중심으로 공격진을 개편했다. 이번 시즌에도 우리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이크 타이슨 감독, ‘언제나 우리는 언더독의 자세로 상대를 상대했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리그 챔피언의 위력을 제대로 보여줄 생각이다.’]
[큰 자신감을 드러내는 두 팀의 감독들.]
[UEFA 관계자, ‘첼시와 울브스의 경기 덕분에 이번 챔피언스리그 흥행은 문제가 없을 것 같아서 즐겁다.’]
언론만큼이나 팬들도 이번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 시선이 쏠려 있었다.
특히나 챔피언스리그에서만큼은 울브스와 비교해서 밀릴 것이 없는 첼시의 공격진이었기에 몇몇 전문가들은 경기가 다소 치열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큰 관심을 받는 두 팀.
그렇게 4월 25일을 향해서 시간이 성큼성큼 자신의 발걸음을 옮겼다.
* * *
4월 25일.
1차전을 치르는 몰리뉴 스타디움에 많은 팬이 몰리기 시작했다. 울브스의 홈팬들은 물론이고 첼시의 원정팬들도 이번 경기를 보기 위해서 치열한 티켓팅을 벌였다.
그만큼 해외는 물론이고 잉글랜드 내부에서도 그 관심이 대단한 경기였다.
높은 관심만큼이나 전문가들의 의견도 꽤 다채롭게 나오고 있었다. 몇몇 전문가들은 첼시가 원정 득점을 기록하느냐, 못하느냐로 4강전의 흐름이 바뀔 것이라 평가했다.
“첼시가 이길 거야. 챔피언스리그에서 첼시는 그 어떤 팀보다 단단하고 강한 팀이야. 울브스는 이번이 챔피언스리그 첫 진출이니까. 분명히 경험이 부족해서 흔들릴 거야.”
“울브스는 유로파리그 우승을 하면서 이런 대륙 컵대회의 분위기를 충분히 익혔어. 거기다 유력한 우승 후보였던 PSG까지 잡아내면서 여기까지 왔지. 충분히 우승할 자격이 있어.”
많은 이들이 설왕설래하며 이번 경기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그들의 논쟁은 이제 현실이 되어서 다가왔다.
라커룸을 가득 채운 뜨거운 공기.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올 것이 왔다는 표정으로 선수들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는 첼시다. 리그에서 지겹게 마주한 녀석들이지만……. 리그의 첼시와 챔피언스리그의 첼시는 다르지. 인정할 수밖에 없어. 그 녀석들이 챔피언스리그에서 보여준 결과가 있으니까.”
지난 5년 동안에 첼시는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 2번과 우승 한 번을 이룩했다.
충분히 좋은 결과를 기록하고 있는 팀이었다.
반대로 울브스는 이번 시즌이 첫 진출이었다. 그렇기에 이런 큰 경기의 압박감이 어떻게 선수들에게 영향을 끼칠지 몰랐다. 하지만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큰 걱정이 없었다.
선수들의 눈빛이 말해주었다.
‘저런 투지를 내뿜는 선수들이 압박감으로 위축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하겠군.’
거기다 팀의 핵심인 박규태도 오늘 컨디션이 상당히 좋아 보였다. 라커룸을 빨빨거리며 돌아다니는 그는 ‘커모오오온 주-모우우우우우! 불-고기이이이! 김치이이이이!’를 외치며 위축된 몇몇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무조건 주모야! 주모우우우!”
테오 나두가 갑자기 괴성을 내뱉자 선수들이 그의 외침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서 날뛰었다.
“우오오오오오!”
“커모오오오온!”
“주-모우우우우!”
그러는 사이에 박규태는 조용히 오늘 상대할 첼시의 수비진을 생각하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밀란 슈크리니아르가 주전인가? 첼시가 인테르 출신이었던 노장을 활용해서 날 단단히 묶을 생각인 것 같군.’
인테르에서 활동했던 중앙 수비수이자 첼시로 이적해서 간간이 백업으로 좋은 활약을 보여준 밀란 슈크리니아르가 오늘 경기의 주전으로 출전했다.
잦은 부상이 문제였을 뿐.
밀란 슈크리니아르의 수비는 첼시의 뛰어난 수비수인 헤라르트 하위스만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거기다 알렉상드르 베르티에르와 지우베르투 산토스가 측면에서 가스통과 엠마누엘의 전진을 억제하겠지.’
아마도 박규태를 최대한 전방에 고립시킬 생각으로 수비진을 구성했을 것이다.
‘전술은 4-2-3-1일 확률이 높지.’
자신들의 원톱도 전방에 고립될 확률이 높음에도 그들은 4-2-3-1를 고집할 것이다.
‘뛰어난 2선 자원이 있는 팀이니까. 거기다 첼시의 원톱들은 대체로 득점력이 떨어지는 편이고.’
어차피 원톱들의 득점이 많은 팀도 아니었다.
첼시가 원하는 것은 강한 압박으로 미드필더진이 중원을 장악하는 것이다. 그리고 탄탄한 중원에서 점유율을 늘리면서 연계 플레이를 활용한 기회 창출.
마무리로 ‘보니크 실바’-‘데니스 카르바할’-‘마누올 로우코’로 구성된 2선 자원의 폭발력까지.
‘하지만…… 4-2-3-1은 너무 드러난 전술이지.’
울브스의 4-1-2-3처럼 첼시의 4-2-3-1은 많은 구단과 전문가들에게 드러난 전술이었다.
분명히 약점이 존재했다.
박규태는 그것을 공략할 자신이 있었다.
“좋아! 가서 멍청한 첼시 녀석들에게 진정한 챔피언이 누구인지를 보여줘!”
마이크 타이슨 감독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울브스의 선수들이 우르르 라커룸을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