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뽕 박규태 선생 #152 >
“돌아가는 꼴이 상당히 우습게 됐어.”
카를로 마테리 감독은 후반전에 내려앉아 버린 울브스를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1차전부터 시작해서 오늘 경기까지 완전히 그들의 손에 놀아난 느낌이었다.
그래도 쉽게 물러날 수 없지.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급히 선수들에게 소리쳤다.
“밀어붙여! 역습을 두려워하지마! 경기의 흐름을 진흙탕 싸움으로 만들어! 상대가 생각할 틈을 주면 안 돼!”
더욱 매섭게 공격하는 PSG.
반대로 거북이처럼 내려앉은 울브스.
후반전의 흐름만 본다면 이기고 있는 팀은 PSG일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조급한 것은 PSG의 선수들이었다.
‘이기려면 2골을 넣어야 해.’
‘저렇게 내려앉은 상대를 뚫고 2골이나 넣으라고? 왜 이렇게 후반전의 45분이 짧게 느껴지지?’
후반전의 5분이 흘렀다.
카를로 마테리 감독은 주먹에 꽉 들어찬 땀을 옷에 문지르며 필드를 바라봤다.
마음처럼 경기가 흘러가지 않는다.
“저 팀이 풀백이 약점인 팀이라고?”
공격적으로 쓰리톱을 배치해서 상대의 측면과 중앙을 동시에 흔들려고 했던 카를로 마테리 감독은 그의 생각보다 수비의 짜임새가 있는 울브스를 보며 고민에 빠졌다.
‘이제 전술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선수들을 믿고 그들이 골을 넣기를 기다려야 해.’
그러나 후반전이 15분이 지나는 상황에서도 울브스의 단단한 수비진은 PSG에게 제대로 된 기회를 허용하지 않았다.
거기다 간간이 보이는 울브스의 날카로운 역습이 PSG의 공격전개를 중간마다 끊어주었다.
-오우! 아쉬운 슈팅입니다!
-박규태 선수가 멋진 슈팅을 가져갔지만……! 아쉽게도 골대를 넘어갔습니다!
-전체적인 점유율이나 분위기는 PSG가 잡은 것 같은데……. 저런 울브스의 역습이 중간중간 나오면서 경기의 흐름이 팽팽하게 변한 것 같습니다.
“아쉬웠어!”
박규태의 슈팅이 아쉽게 골대를 맞고 넘어가자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큰 목소리로 그에게 소리쳤다.
“팍! 이러다가 김치팍이 아니라 스시팍이 되겠는데? 괜찮겠어? 내가 생각하기에 나카무라팍도 나쁘지는 않아!”
“아뇨! 꼭 1골을 더 넣어서 김치팍으로 살겠습니다.”
“좋아! 그런 마음가짐이야! 보여줘! 스시팍이 아닌 김치팍이 어떤 선수인지를 PSG 선수들에게 보여주라고!”
마이크 타이슨 감독의 말에 울브스의 몇몇 선수들은 피식 웃으며 여유를 되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PSG가 꽉 쥐고 있었다.
그들은 끈질기게 울브스를 괴롭히고 있었다.
-오우! 아쉬운 기회가 날아갑니다!
-PSG가 더 매섭게 울브스를 두들깁니다! 울브스도 후반전 초반과 다르게 점점 흔들리는 모습이 나오고 있습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교체로 투입된 파울리뉴가 다시 울브스의 페널티 에어리어로 크로스를 올립니다!
-블라디미르 고메스의 헤더어어어어!
-이번에는 톤 필크만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으으으으! 대단합니다! 그가 위기에 빠진 울브스를 지켜냈습니다!
-이거죠! 이게 톤 필크만 골키퍼입니다!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급히 소리쳤다.
“부담을 가지지 마! 우리에겐 2골의 여유가 있어! 2골만 내주지 않으면 우리가 4강에 진출하는 거야!”
유리한 경기의 흐름이었지만, 워낙 PSG의 공격이 막강해서 완벽하게 그들의 공격진을 제어할 수 없었다.
어떨 수 없는 답답한 흐름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팍을 일본인으로 만들 생각이야?”
마이크 타이슨 감독의 외침에 수비수들이 피식 웃으며 미소를 되찾았다. 거기다 코너킥 상황이 이어지면서 가라앉은 분위기를 살짝 끌어올릴 수 있었다.
-쉽지 않은 경기입니다.
-울브스도 그렇지만……. 지금까지 좋은 기회가 많았던 PSG도 경기가 잘 안 풀리는 느낌일 것 같습니다.
-사실 울브스의 선수들이 전반전에 보여줬던 강한 압박 덕분에 활동량을 많이 가져가서 체력적인 부분에서 크게 힘들 겁니다. 그리고 PSG는 지난 리그 경기에서 로테이션을 돌리지 않고 주전 공격수들을 모두 내보냈고요. PSG도 공격진의 체력이 많이 부족할 겁니다.
-그렇군요!
-결국에는 1골 싸움인 것 같습니다.
-1골 싸움이요?
-네, PSG가 골을 터뜨리면 기세를 타면서 연이어 골을 터뜨릴 것 같고……. 울브스가 되려 골을 넣으면 PSG의 공격진이 힘을 잃을 것 같습니다.
-그렇겠군요. 체력적으로 힘이 드는데……. 상대에게 기세까지 내어주면 결국에는 육체가 더 피로함을 느끼겠군요.
1골이 경기의 흐름을 결정할 것이다.
중계진의 예측처럼 두 감독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덕분에 카를로 마테리 감독은 더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라는 지시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수비진과 같이 있는…… 팍이 너무 거슬린다.’
하지만 불안했다.
높게 올라선 자신들의 수비진 사이에 언제든 뒤를 파고들 수 있는 호랑이 한 마리가 있었으니까.
‘그래도 억지로 공격의 흐름을 쥐고 있어야 한다……. 여기서 공격의 고삐를 늦추면 이대로 경기가 끝나고 말 거야. 울브스는 호락호락하게 점수를 내어줄 팀이 아니니까.’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큰 목소리로 ‘커모오오오오온! 김-치팍! 커모온! 주-모!’라고 내뱉고 있는 사이에 카를로 마테리 감독은 신중하게 세 번째 교체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PSG가 세 번째 교체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첫 번째는 파울리뉴 선수였고…… 두 번째는 호세 몬테이로 선수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조프리 레모니 선수군요!
-측면 윙 포워드인 선수입니다. 발이 빠르고 몸이 유연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 피지컬적인 우위를 가지고 상대 측면을 돌파해서 무너뜨리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습니다.
-아! 블라디미르 고메스 선수와 교체를 하는군요. 이러면 톱으로 누가 올라갈까요?
-블라디미르 고메스가 오기 전에 최전방 톱으로 활약했던 무라트 카잔키가 아마도 최전방에 자리를 잡을 것 같습니다. 그의 위치에 조프리 레모니가 자리를 잡겠죠.
카를로 마레티 감독은 조프리 레모니까지 투입을 하면서 울브스의 측면을 집요하게 노리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상대적으로 부족함이 많은 울브스의 측면을 뚫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기도 했다.
하지만 울브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울브스도 맞춰서 선수를 교체합니다.
-테오 나두 선수가 엠마누엘 메르시에 선수와 교체되어서 필드에 들어섭니다!
-같이 맞불을 놓겠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특히나 울브스가 측면을 이용한 역습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럴 때 테오 나두 선수가 공을 운반해서 중앙에 있는 박규태 선수나 반대편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윙 포워드에게 자주 좋은 연결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발이 빠르고 테크니컬한 윙 포워드들이 교체로 들어오자 절로 경기의 흐름은 측면으로 흘러갔다.
거기다 템포가 빨라졌다.
체력적으로 지친 두 팀의 수비진이 약점을 드러냈다. 두 팀이 교체카드를 활용하면서 만들어진 약점들이었다.
두 팀이 치열하게 공방을 이어나가는 사이에 박규태는 뭔가 묘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냥 이유를 알 수 없는 짜증과 함께 알 수 없는 초조함이 느껴졌다.
박규태는 홀로 고민했다.
어째서 심장이 두근거리는지를 말이다.
‘뭐가 문제지? 부정맥인가? 아니면…… 그냥 뭔가 내가 반쯤은 미친 것인가? 아니면 나까무라가 될까 봐 겁을 먹은 것일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냥 농담으로 내뱉은 말이었는데, 골을 못 넣으면 한동안 다른 팀원들에게 ‘나까무라상’이라고 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생각하자 뭔가 초조해졌다.
“흐음…… 나까무라 팍?”
“제발 그만 말해! 귀 아프다고!”
“아딜! 김치는 어느 나라 음식이지?”
아딜 슬리버는 박규태의 물음에 얼굴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귀찮다는 듯이 대답했다.
“몰라! 한국이나 일본이겠지! 망할 뻐킹 킴치맨!”
그의 말을 듣자 박규태가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군. 고맙다.”
“뭐가?”
“네 덕분에 골을 넣어야 할 이유를 찾았다.”
일본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짜증이 확 나는 것을 느끼자 박규태는 깨달을 수 있었다.
‘며칠 동안 ‘나까무라팍’ 또는 ‘스시팍’이라는 말을 들으면서 살 수 없지.’
그래, 그는 국뽕 스트라이커였다.
조금만 일본어를 써도 ‘이 시국’ 드립으로 물어뜯는 네티즌들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극한까지 내몰린 국뽕.
그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골을 넣고 국뽕 스트라이커 김치팍의 위용을 보여준다.’
그러는 사이에 울브스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톤 필크만이 두 번째 슈퍼세이브를 보여준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울브스의 역습이 측면에서 이루어졌다.
위기의 반대말은 기회.
천금과 같은 기회를 잃은 PSG는 급히 라인을 내리며 울브스의 역습에 대비했다.
하지만 방금 투입한 테오 나두의 쌩생한 체력과 빠른 주력을 따라잡을 선수가 PSG에는 없었다.
거기다 테오 나두는 발도 빠르면서 전문가들도 인정하는 굉장한 테크니션이었다.
-테오나두! 빠릅니다! 빨라요!
-순식간에 PSG의 측면을 뚫었습니다! 이제는 중앙으로 파고드는 테오 나두! 중앙에는 박규태 선수와 가스통 렌도 선수! 그리고 아구스틴 선수가 파고들고 있습니다!
-PSG의 수비진이 우왕좌왕하고 있습니다! 순간적으로 수비진 사이에 공간이 만들어졌어요!
뻐엉!
조금은 강한 패스였다.
테오 나두의 패스는 자리를 잡기 위해서 앞으로 달리던 박규태의 발 앞까지 빠르게 굴러들어왔다.
급히 왼발을 내밀어 공이 흘러가는 것을 막은 박규태가 높게 튀어 오른 공을 가슴으로 살짝 트래핑하고 그대로 멋진 오른발 하프 발리슛을 쏴버렸다.
철썩!
소름이 돋을 정도로 아름다운 골.
박규태는 골이 골망에 들어간 것을 보지도 않고 빠르게 중계 카메라가 있는 방향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아아!
몰리뉴 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팬들이 박규태의 환상적인 원더골을 보며 큰 목소리로 소리를 내질렀다.
그러는 사이에 박규태가 중계 카메라를 붙잡고 소리쳤다. 경기를 보고 있는 이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을 시켜야 한다.
“김치 이즈 메이드 인 코리아!”
그 첫마디가 시작이었다.
박규태는 계속해서 소리쳤다.
“아임 낫 나까무라! 오케이? 아임 어나더 김치맨! 커모오오오오오온! 마이 네임 이즈 규태팍! 난 나까무라가 되지 않는다! 김치를 사랑하는 규태팍이 될 거야! 커모오오온!”
흥분에 찬 박규태.
그가 하얗게 변한 머릿속에서 떠오는 조잡한 영어 단어와 한국말을 섞어서 내뱉었다. 그러고는 ‘나까무라’가 되지 않은 자신을 스스로 칭찬하며 미소를 지었다.
* * *
[메이드 인 김치! 박규태의 환상적인 1골 1도움 활약! 팀을 챔피언스리그 4강으로 이끌다!]
[2-0 승리를 거두며 PSG를 격파한 울브스! 클럽 역사상 첫 챔피언스리그 4강에 진출하다!]
[몰리뉴 스타디움의 중심에서 김치를 외치다!]
[‘갑자기 나까무라는 왜?’ 박규태의 세레머니에 의아함을 드러낸 일본의 언론들.]
[점유율을 내준 치밀한 실리 축구로 승리를 거머쥔 울브스! 다음 상대는 누구?]
[카를로 마테리 감독, ‘완벽한 전술적인 패배였다. 선수들은 충분히 잘해주었다.’]
[챔피언스리그에서 침묵한 블라디미르 고메스. 무엇이 그를 침묵하게 했는가?]
-ㅋㅋㅋㅋㅋ 진짜 역대급 관종이다. 어떻게 저런 선수가 대한민국 출신일 수 있지?
-대한민국 출신이라서 저렇게 된 것이 아닐까? 만약에 중국 출신이었어 봐.
-ㅋㅋㅋㅋㅋ 빠꾸이태였으면ㅋㅋㅋ 오성기 휘두르면서 ‘훠-거우우우우!’라고 소리 지를 것임. 거기다 공산주의도 설파하면서 수비수들의 귀를 괴롭힐걸?
-예시를 보니까. 씹 소름이 돋았다. 진짜 극혐인데? 완전 민폐덩어리자넠ㅋㅋㅋㅋㅋ
-박규태는 아시아의 자랑이야. 그는 머나먼 번시 박씨의 후계로 엄연한 중국인이지.
-으디 박씹니꽈?
-어휴……. 야! 여기 중꿔다! 해충 박멸 파스코를 불러!
-홍콩 프리!
-천안문을 잊지 마라!
-ㅋㅋㅋㅋㅋ ‘나는 나까무라가 되지 않는다!’ 여기에서 빵 터졌넼ㅋㅋㅋㅋ
-진짜……. 대단한 새끼야. 축구 실력은 물론이고, 애국심과 국뽕은 치사량 급에 사람들의 시선을 확 끄는 관종력이 진짜로 대단하다. 진짜 월클이야.
-아닠ㅋㅋㅋ 일본인들 어리둥절행ㅋㅋㅋㅋ
-저거 들어보니까. 감독이 박규태한테 ‘골 못 넣으면 너 나까무라임.’이라고 해서 저런 세레머니를 한 거라던데?
-그래? 난 반대로 들었음. 자기가 골을 못 넣으면 ‘나까무라 팍’이 되겠다고 말했다던데.
-뭐가 진짜임?
-몰라. 그냥 즐~겨!
-즐~겨!
-즐~겨어!
< 국뽕 박규태 선생 #152 > 끝
ⓒ 엉심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