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뽕 박규태 선생 #151 >
인생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렇기에 인생이 쓰디쓰면서도 어떤 것보다 달콤하다.
카를로 마테리 감독은 조용히 필드를 바라봤다. 그가 예상했던 울브스가 아닌 새로운 울브스가 눈에 들어왔다.
“울브스가 쓰리백을 들고나왔다?”
며칠 전의 경기에서도 울브스는 4-1-2-3 포메이션으로 팰리스를 상대했었다.
그는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얼굴을 찌푸렸다.
‘뭐지? 무슨 생각으로 쓰리백을 가져온 것이지?’
분명히 울브스가 쓰리백을 준비한 느낌은 없었다. 그런데 필드에 선 울브스의 선수들은 3-4-3 포메이션을 구축하며 자리를 잡고 있었다.
카를로 마테리 감독이 길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에 주심이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휘슬을 불었다.
삐이이이익!
포메이션을 바꾸며 승부를 건 울브스와 지난 2차전과 같은 포메이션을 유지하고 있는 PSG의 대조적인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라고 중계진은 평했다.
하지만 모두의 생각과 다르게 울브스의 쓰리백은 꽤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있던 전술이었다.
마이크 타이슨 감독의 지시에 따라서 세부적인 라인을 조율하고 있는 아구스틴 퀴논이 먼저 움직였다.
공을 잡은 순간부터 그를 중심으로 울브스가 상당히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카를로 마테리 감독은 살짝 놀란 표정으로 지으며 전반전 5분 동안에 기세를 잡은 울브스를 바라봤다.
‘놀라울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울브스의 전술은 유연했다.
수비할 때는 포백라인이 되면서 4-1-4-1 포메이션으로 PSG의 공격을 막았으며, 역습을 시도할 때는 측면의 수비수들과 윙 포워드들이 적극적으로 치고 올라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우리의 측면을 노리겠다는 뜻이군.”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오늘 우측 풀백인 요기 하토노의 심한 기복은 상당히 유명했다.
-요기 하토노를 제치는 가스통 렌도! 날카로운 크로스로 중앙까지 파고든 박규태 선수의 머리를 노립니다!
-아! 아쉽게 골대를 맞고 넘어가는 공!
-울브스가 초반부터 강하게 PSG의 측면을 노리고 있습니다!
-요기 하토노가 크게 흔들립니다! 지난 1차전에는 공격의 중심으로 뛰어난 크로스를 보여주었던 선수거든요?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는 딱히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거기다 울브스의 3-4-3은 쓰리백과 관련돼서 아무런 준비가 없던 PSG를 상대로 상당히 잘 먹혀들고 있었다.
카를로 마테리 감독이 급히 뭔가를 지시할 생각으로 테크니컬 에어리어로 나섰지만, ‘라인을 정비해!’라거나 ‘상대 공격진의 움직임을 놓치지 마!’라는 일반적인 말을 제외하고선 별다른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제길……!”
카를로 마레티 감독은 태연하게 벤치에 앉아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마이크 타이슨 감독을 보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이런 완성도 높은 전술을 지금까지 숨겨왔다고? 무서울 정도로 치밀한 감독이군. 그저 몇 가지 전술만을 다룰 줄 아는 감독이라고 생각했는데……. 내 오산이다.’
그때였다.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테크니컬 에어리어로 나섰다. 그리고 터치라인의 가까이에 붙어서 누군가를 바라봤다.
‘뭘 노리는 거지? 여기서 뭘 더 변화를 시켜서 우리를 압박할 생각일까?’
그는 전반전 10분 동안 울브스가 보여준 몇 가지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었다.
울브스는 전술적인 움직임을 두 가지를 준비했다.
첫 번째, 상대가 공을 잡은 상황에서 하프라인을 넘지 않으면 3-4-3 포메이션을 유지하며 상대의 중원과 수비진에 강한 압박을 가져간다.
두 번째, 만약에 상대가 울브스의 강한 압박에 급히 긴 패스로 연결하면 4-1-4-1 포메이션으로 바뀌며 높게 올라가 있던 측면의 선수들이 깊게 내려앉는다.
세 번째, 내려앉은 상태로 공을 빼앗는 순간 쓰리백의 중심인 도미닉 매든이 준수한 빌드업 능력을 활용해서 빠르게 측면을 거쳐서 최전방에 있는 박규태에게 공을 넘겨준다.
“그리고 다시 3-4-3의 포메이션으로 우리의 중원과 수비진을 향해서 강한 압박을 가져가겠지.”
측면을 통한 빠른 역습과 상대의 중원과 수비진까지 압박하는 플레이가 PSG의 선수들을 옴짝달싹하지 못하게만 들었다. 하지만 이 전술의 약점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측면에서 뛰는 선수들의 체력이 상당히 빠르게 떨어지겠군. 저렇게 많은 활동량을 요구하면 말이지.”
카를로 마테리 감독은 깨달았다.
버텨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상대의 측면이 지칠 때까지.
그가 급히 소리쳤다.
“버텨! 최대한 상대의 압박에 흔들리지 말고! 공을 빼앗길 것 같으면 그냥 옆으로 클리어해!”
하지만 아직 전반전의 시간은 많이 남아있었다.
전반 15분.
박규태는 선수들이 쓰리백에 적응하는 것을 기다렸다. 그리고 어느 정도 공격의 루트가 정해지자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PSG의 수비진을 뒤흔들었다.
PSG의 긴 쓰루패스를 차단한 도미닉 매든이 측면으로 공을 넘기며 빠른 역습의 기점이 되었다.
공을 잡은 가스통 렌도가는 빠르게 공격진이 있는 위치까지 공을 운반하면서 PSG의 선수들은 위축시켰다.
그리고 오버래핑을 하며 높게 올라가는 카를로스 디오고의 발에 공이 연결되기 무섭게 낮고 빠른 크로스가 준비가 덜 된 PSG의 수비진 사이를 날아들었다.
-낮고 빠른 크로스!
-이번에도 울브스가 PSG의 측면을 휘저었습니다! 3-4-3의 특유의 측면 움직임이 드러나는 장면이었습니다.
-체력적인 문제가 후반전에 나올 수 있지만……. 제 생각에는 울브스는 전반전에 골을 넣고 잠가 버릴 생각인 것 같습니다.
-조금 전에 시도했던 PSG의 측면 공격에 울브스의 측면이 흔들리며 살짝 취약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울브스는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겁니다.
-네! 일단 골을 먼저 넣으면 파이브백으로 전환해서 내려앉으면 PSG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겁니다.
텁!
가슴으로 낮은 크로스를 잡아낸 박규태.
그가 공을 필드에 떨구며 자신의 옆으로 바짝 붙은 PSG의 중앙 수비수인 아딜 슬리버를 바라봤다.
‘후우……!’
박규태의 1대1 돌파를 경계하는 아딜 슬리버.
하지만 박규태는 그가 경계하고 있음에도 상당히 여유롭게 돌파를 시도했다.
-박규태 선수가 빠르게 돌파를 시도합니다!
-깔끔한 드리블이에요! 이번 드리블 돌파는 순수한 주력을 활용한 돌파였습니다!
-순간적으로 아딜 슬리버가 반응을 못 했습니다!
정확히는 반응을 못 한 것이 아니라 박규태의 순간적인 주력이 상당히 빨랐다.
다른 장점에 가려진 박규태의 순간 주력에 PSG의 수비진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급히 그의 앞을 막는 데니스 밀렌코비치.
하지만 박규태는 슈팅을 가져갈 생각이 없었다. 흔들리는 PSG의 수비진을 살핀 그는 데니스 밀렌코비치를 측면으로 유인하면서 컷백을 시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공을 끌고 달리는 박규태!
-순간적으로 PSG의 수비진이 흐트러집니다!
당연히 흔들리는 PSG의 수비진 사이를 파고드는 울브스의 선수들이 존재했다.
특히 엠마누엘의 움직임이 가장 크게 눈에 들어왔다. 박규태는 두 눈으로 그를 확인하고 발을 움직였다.
툭!
중앙으로 파고드는 그를 향해 날카롭게 연결되는 패스를 보면서 PSG의 골키퍼인 미켈 파레라가 소리쳤다.
“엠마누엘을 막아!”
하지만 아무도 그의 외침에 반응할 수 없었다.
좋은 자리를 선점하고 있던 엠마누엘은 급히 자신에게 붙은 아딜 슬리버를 밀어내고 완벽한 슈팅을 가져갔다.
뻐어엉!
철썩!
순식간에 골망을 뒤흔든 엠마누엘 메르시에가 골을 넣기 무섭게 관중석으로 달려갔다.
먼저 울브스의 팬들이 소리쳤다.
파리 생제르맹!
그리고 엠마누엘이 그에 맞춰 대답했다.
“오늘부터 라따뚜이 3개월 압수!”
* * *
전반전에 터진 골.
당연히 울브스의 선수단은 기세가 하늘을 찔렀다. 거기다 3-4-3 포메이션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을 모두 얻었다고 판단한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포메이션을 4-1-4-1로 바꾸었다.
기세를 가져간 울브스가 라인을 내려서 텐백을 하자 PSG의 공격진은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점수를 만들어!”
카를로 마테리 감독은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PSG의 선수들을 격려하며 어떻게든 골을 넣으려고 했다.
하지만 울브스의 수비는 단단했다.
-울브스가 1차전부터 이어진 자신들의 설계를 2차전에서도 마음껏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만큼 PSG라는 팀이 대단한 팀이라는 뜻이겠죠?
-맞습니다. 평소에 전술적인 변화가 적은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이런 준비를 해왔다는 것이 PSG가 그만큼 상대하기 힘든 팀이라는 뜻이기도 하죠.
-그렇군요! 자! 전반전이 30분이 흐르는 상황. 하지만 PSG가 뭔가 슈팅을 만들기도 힘들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완전히 다른 팀이 된 울브스.
이를 가장 먼저 느끼고 있는 것은 PSG의 선수들이었다. 특히나 공격진의 중심인 블라디미르 고메스는 숨이 턱 막히는 울브스의 질식 수비에 고작 슈팅 1개를 제외하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울브스가 제대로 준비했다.’
그는 준비가 완벽한 울브스를 보며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빅 이어를 들어 올리고 싶어서 맨체스터 시티에서 PSG로 이적했는데, 여기에서도 그가 원하는 빅 이어는 너무나 멀리에 있는 것 같아서 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러는 사이에 전반전의 모든 시간이 지났다.
터덜터덜.
라커룸으로 향하는 PSG의 선수들.
그들의 표정은 뭔가 조급함으로 가득했다.
라커룸에 도착하니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다시 자신의 텐션을 되찾고 있었다.
“커모오오오오온! 손 오브 더 김치!”
부우웅! 부우우웅!
라커룸의 공기를 가르는 매서운 주먹질.
선수들은 마이크 타이슨 감독의 주먹질을 보며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최고였다! 내 전술에 맞춰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준 너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그만큼 완벽한 경기였다.
1차전을 시작으로 지금 2차전까지 울브스가 준비한 모든 것이 들어맞고 있었다.
당연히 감독이라면 신이 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더는 들뜨지 않았다.
차분한 얼굴로 선수들을 보며 말했다.
“후반전에도 4-1-4-1로 내려앉은 상태로 PSG의 공격을 막을 거다. 다만…… 기회가 온다면 역습을 나설 수 있게 양쪽 측면의 윙 포워드가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 할 거야. 헤이! 가스통! 엠마누엘! 할 수 있겠나?”
“물론이죠.”
“할 수 있습니다.”
두 선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다시 주먹을 휘둘렀다.
부우웅! 부우웅!
“좋아! 오늘 PSG 녀석들을 아주 작살을 내버릴 거야! 너희들도 1 대 0으로 만족할 생각은 없겠지?”
그의 말에 선수들도 소리를 지르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커모오오온! 물론이죠!”
“멍청한 PSG 녀석들에게 매운맛을 보여주자고!”
“할 수 있어! 할 수 있다고!”
달아오른 선수들을 바라보던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오늘따라 조용한 박규태를 보며 물었다.
“팍! 준비됐나?”
그의 물음에 박규태가 씩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이죠. 후반전에 골을 못 넣으면 ‘나까무라’로 제 이름을 바꾸겠습니다.”
“좋아! 그 자신감으로 PSG 녀석들에게 진짜 김치가 무엇인지 보여주라고! 커모오오온!”
이윽고 하프타임의 시간이 모두 끝났다. 라커룸을 나서는 울브스 선수들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다시 필드에 모습을 드러낸 두 팀의 선수들.
곧이어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 국뽕 박규태 선생 #151 > 끝
ⓒ 엉심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