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뽕 박규태 선생 #145 >
-경기……! 끝났습니다!
-울브스가 전반전의 위기를 넘기고 첼시를 상대로 2-1 승리를 거두면서 리그에서 독주를 이어나갑니다!
-좋은 경기였습니다. 왼쪽 측면이 계속 공략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것이 울브스가 이번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인 것 같습니다.
경기가 끝나는 순간.
스탬포드 브릿지를 가득 채운 첼시 팬들이 내뱉는, 탄식과 아쉬움이 가득한 웅성거림이 필드까지 들려왔다.
첼시의 보니크 실바는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박규태에게 다가와 유니폼을 건넸다.
“좋은 경기였어. 퍼펙트 김치맨.”
“너도 오늘 멋지던데? 퍼펙트 쌈바맨.”
유치한 말장난을 끝낸 두 사람이 서로의 유니폼을 가지고 라커룸으로 향했다.
그러는 사이에 오늘 경기의 MoM으로 선정된 테오 나두가 라커룸에 들어가기 전에 리포터와 간단한 인터뷰를 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박규태는 씩 웃으며 테오 나두의 뒤를 지나가며 카메라를 보고 멋지게 한 마디를 내뱉었다.
“헤라르트! 김치 초밥을 기대해!”
그리고 홈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이제야 필드에 들어가려던 헤라르트 하위스만은 박규태의 외침을 듣고 몸을 부르르 떨며 급히 라커룸으로 도망쳤다.
[스탬포드 브릿지를 도서관으로 바꾼 박규태! 울브스의 승리를 알리는 결승골을 터뜨리며 2-1 승리!]
[이번 시즌 최고의 명승부! 울브스 vs 첼시!]
[보니크 실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우리는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한다.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아 있다.’]
[에르네스토 감독, ‘좋은 경기력이었다. 선수들은 열심히 했으나 감독의 역량에서 밀렸다.’]
[마이크 타이슨 감독, ‘후반전의 전술적 변화는 예전부터 준비했던 전술이었다. 4-2-2-2 포메이션은 울브스의 공격력을 가장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전술이라고 생각한다.’]
[맨 오브 더 매치! 테오 나두의 대활약! 슈퍼 서브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증명한 경기!]
-확실히 울브스는 측면 수비가 좀 약하네. 그래도 그 부분을 뛰어난 측면 공격수들이 잘 채워주면서 이긴 것 같음.
-카를로스 디오고가 진짜 겁나게 털림. 확실히 피지컬은 좋은데 기술이 떨어지니 상성이 좋지 않은 상대를 만나면 계속해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음.
-퀴라시 아메드는 예전에 마르셀루 느낌임. 한 번 나가면 돌아오지 않는 느낌?
-진짜 퀴라시 아메드가 돌파하고 크로스 때리는 거 보면 그냥 감탄만 나옴. 진짜 잘함! 근데 수비 가담이 너무 느리고 자주 오버래핑을 하다 보니까. 측면을 너무 잘 내줌.
-그래서 앤디 수아즈가 있을 때만 자주 기용되는 것 같음. 솔직히 레알 마드리드 시절의 마르셀루가 적극적으로 오버래핑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그 시절의 라모스가 폭넓은 활동량을 가진 수비수라서 가능했던 거지.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왼쪽 측면은 고민이 많을 것 같음. 진짜 두 선수의 장단점이 너무 뚜렷한 것 같음.
-오른쪽은…… 뭔가 고만고만한 느낌이지? 미친 듯이 잘하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크게 흔들린 적이 없었지.
-확실히 곽진수가 피지컬이 되고 발기술도 준수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미친 듯이 털린 적은 없었지.
-셰인 베이트먼도 비슷함. 그나마 셰인이 조금 더 테크니컬한 선수라면, 곽진수가 조금 더 피지컬적인 선수라고 볼 수 있지.
-캬…… 너희들……! 축구 박사구나?
-난 김치 박사가 되고 싶다.
-미친쉑……! 아무튼 이번 주부터 시작해서 다음 주까지 꽤 재미있는 매치가 계속 이어져서 기대가 많이 됨.
-와……. 맨시티가 리그 7위고 아스날이 리그 8위인 게 어메이징이네! 맨체스터 시티가 저렇게 흔들릴 거라는 상상도 못 했는데……. 진짜 축구는 알 수 없구나.
첼시를 2-1로 잡은 울브스는 다음 상대인 사우스햄튼과 경기에서 1-0으로 아슬한 승리를 거두며 기세를 이어나갔다.
단단한 수비로 울브스의 공격을 틀어막던 사우스햄튼은 박규태에게 너무 집중한 나머지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든 엠마누엘의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그리고 가스통 렌도가 엠마누엘에게 날카로운 패스를 찔러넣으면서 완벽한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당연히 엠마누엘은 완벽한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팀을 승리로 이끄는 결승골을 터뜨렸다.
그렇게 사우스햄튼과 경기도 이긴 울브스.
10월 21일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는 선수들은 더욱 자신들의 경기력에 자신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덕분에 훈련장의 분위기도 상당히 좋았다.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3월 31일에 있는 FA컵 준결승전을 준비하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팍은 정말 대단하군.”
“맞습니다. 체력적으로 힘든 시기일 텐데……. 훈련은 물론이고 경기에서도 항상 평균 이상의 능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에버튼과 경기는 로테이션 멤버로 준비를 해도 되겠군. 샘 빈치의 폼은 어떻지?”
“좋습니다. 최근에 가장 기량이 많이 올라온 미드필더가 샘입니다. 특히나 아구스틴 퀴논과 붙어 다니면서 많은 것을 배운 것 같습니다. 이번 경기에서 분명히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겁니다.”
코치진이 다음 경기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동안에 훈련하는 선수들도 짧은 잡담을 나누었다.
“상대 수비수 중에서 게이가 있다고?”
“팍, 그 게이가 아니야. 이름이 ‘마크 게이’인데 중앙 수비수로 뛰고 있는 선수야.”
“아……. 그래? 마크 게이였나? 그 녀석은 과연 김치를 어떻게 생각할까?”
“팍! 모든 선수가 김치를 좋아하지는 않아……! 물론 나는 김치가 좋지만……. 에버튼의 선수들은 싫어할 거야.”
“그렇다면 불고기를 좋아하게 만들면 되겠지.”
샘 빈치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박규태의 반쯤 미친듯한 말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팍은 정말로 신기해.”
“그래? 이렇게 보여도 난 굉장히 정상이라고.”
“음…….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
“날 평소에 어떻게 생각하기에 그러는 거야? 난 그냥 평소에 김치를 조금 과하게 사랑하는 것뿐이라고!”
열변을 토하는 박규태를 보며 샘 빈치가 고개를 흔들었다.
뭔가 결심했다는 표정으로 빙긋 웃은 박규태가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으로 과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에버튼과 경기에서 김치와 한류를 사랑할 수 있도록 내가 직접 마크 게이에게 친절을 베풀어야겠어!”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샘 빈치가 길게 한숨을 내뱉고는 조용히 그의 옆에서 멀어졌다.
* * *
마크 게이.
첼시의 유소년 클럽에서 축구를 시작한 그는 2021-22시즌에 네덜란드 리그인 ‘에레디비지에’의 중위권 팀인 비테세로 이적을 하면서 간신히 프로 데뷔를 할 수 있었다.
그는 비테세에서 천천히 성장했다.
그리고 2026-27시즌에 그리스 리그의 맹주인 올림피아코스로 이적을 하면서 꽤 좋은 활약을 보여주었다.
올림피아코스에서 보여준 활약 덕에 그는 이번 겨울에 에버튼으로 이적을 올 수 있었다.
에버튼의 팬들은 생각보다 저렴하게 준수한 중앙 수비수를 영입한 구단 프론트를 칭찬했다.
이번 시즌의 전반기에 마크 게이가 보여주었던 준수한 수비력이 후반기의 에버튼에서도 제대로 드러났다.
덕분에 그는 1월부터 지금까지 총 14경기를 뛰면서 미켈 피조 감독의 신임을 받고 있었다.
에버튼은 마크 게이를 시작으로 제이미 틸랑을 비롯한 에버튼의 준수한 수비진 덕분에 필요한 경기에는 제대로 승점을 얻으면서 리그 6위까지 올라섰다.
팀이 7위인 맨체스터 시티와 8위인 아스날보다 앞서고 있다는 사실에 에버튼의 몇몇 올드팬들은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그만큼 작년까지 에버튼의 경기력은 최악이었다.
덕분에 마크 게이는 자신감이 넘쳤다.
‘쉽게 막지는 못하겠지만……. 나라면 울브스의 슈퍼 에이스를 꽁꽁 묶을 수 있겠지. 축구는 11명이 하는 경기고 혼자서 팀을 이끌어나갈 정도의 수준을 갖춘 선수는 최근까지 메시와 호날두 정도였으니까.’
그는 빨리 시간이 흘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유명한 박규태를 실제로 볼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3월 31일.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오늘은 평소와 달랐다. 구단의 버스를 타고 웸블리에 도착하자마자 박규태는 경기장에 들어가지 않고 자신을 기다린 울브스의 팬들에게 많은 사인을 해주었다.
특히 그의 주변에 아이들이 많았다.
“이름이 뭐니?”
“메르시요!”
“힐을 참 잘할 것 같은 이름이구나.”
“네? 그게 뭐예요?”
“혼나 날아다니면서 영웅은 죽지 않는다고 하는 나이 많이 먹은 미친 아줌마.”
“…….”
“장난이란다.”
“으아아아아아아앙!”
충격에 빠져 눈물을 보인 어린 팬을 보며 박규태가 껄껄 웃었다. 그리고 조용히 아이를 타일렀다.
그는 주변에 모든 아이에게 사인을 끝내기 무섭게 천천히 웸블리 스타디움의 라커룸으로 향했다.
라커룸은 평소와 다르게 고요했다.
경기가 시작하기 전.
울브스는 평소와 다르게 딱히 별다른 말을 나누지 않았다. 마이크 타이슨 감독도 그저 조용히 지켜볼 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다.
필드에 입장할 시간이 다가왔다.
박규태는 자신 있는 표정으로 다른 울브스의 선수들을 바라보고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옆에 선 에버튼의 선수들이 줄을 섰다. 그들의 눈에는 비장함이 가득했다.
“필드에 입장합니다.”
뚜벅뚜벅 걸어서 필드로 입장하는 두 팀의 선수들.
웸블리 스타디움의 관중석을 채운 팬들이 필드에 입장하는 선수들보다 긴장이 된다는 표정으로 침을 삼켰다.
* * *
경기가 시작되었다.
주심이 휘슬을 불기 무섭게 박규태는 마크 게이가 있는 위치로 천천히 뛰어갔다.
그리고 마크 게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감에 넘치는 목소리로 박규태를 보며 말했다.
“널 막기 위해서 이번 겨울 동안 많은 준비를 했다. 오늘 경기에서 내가 어떤 선수인지를 제대로 보여주지!”
그의 말에 박규태가 씩 웃었다.
“날 막을 수 있다고?”
“그래! 널 막을 수 있어!”
“진짜?”
박규태의 물음에 마크 게이가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으로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다. 오늘 경기에서 절대 뚫을 수 없는 통곡의 벽이 되어서 널 완벽하게 막아주지!”
“흠……. 그래?”
“그래!”
마크 게이의 말에 박규태가 묘한 미소를 짓고는 뭔가 냄새를 맡는 것처럼 킁킁거렸다.
“으음! 이 냄새는 거짓말의 냄새야!”
“또라이 같은 녀석! 저리 꺼져!”
“미안하지만……. 숙성된 김치킥의 맛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내가 널 제치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다.”
“엿 먹어.”
이상한 말만 내뱉는 박규태를 보며 마크 게이가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자신은 완벽한 준비를 하고 박규태를 맞이했는데, 상대는 자신을 우습게 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살짝 나빠졌다.
그래서 조금은 감정적으로 수비를 했다.
그 부분이 문제가 되었다.
박규태는 너무 뻔하게 발을 내민 마크 게이를 순식간에 제치고 그대로 먼 거리에서 슈팅을 가져갔다.
마크 게이는 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너무 감정적으로 대응했다! 조금 더 차분하게 김치팍을 마크했다면……. 이렇게 흔들리지 않았을 텐데.’
하지만 흘러간 실수와 시간을 돌아오지 않았다. 그저 날카롭고 완벽한 슈팅이 되어 그들의 골망과 심장을 꿰뚫었다.
뻐엉!
철썩!
골이 들어가기 무섭게 박규태가 달렸다.
그리고 중계 카메라 앞에서 펄쩍 뛰어오르고는 자신의 시그니처 세레머니를 보여주었다.
“슈-퍼! 주-모우우우우우우우! 슬-래애애애애애앰! 김-치 헤브으으으으으으은! 커모오오온!”
광기에 빠진 박규태의 외침에 웸블리 스타디움까지 찾아온 울브스의 팬들이 큰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김치팍! 김치팍! 김치팍! 김치팍!
와아아아아아아!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이 관중들의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마크 게이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분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그대로 눈을 감았다.
“제길……! 뻐킹 김치맨!”
< 국뽕 박규태 선생 #145 > 끝
ⓒ 엉심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