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뽕 박규태 선생 #144 >
첼시는 알고 있었다.
축구 전문가들이 지겹게 지적한 울브스의 약점을 말이다. 그리고 지난 FA컵 4라운드에서 그 약점을 노렸음에도 그들은 큰 점수 차이로 패배를 겪었다.
하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풀백이 약한 것은 사실이니까.’
그들이 생각한 것처럼.
그리고 전문가들이 생각한 것처럼.
울브스의 풀백이 EPL 최상위권의 풀백이라기에는 솔직히 아쉬운 점이 많았다.
그리고 첼시의 측면 공격수들은 울브스와 함께 리그에서 고평가를 받는 선수들이었다.
특히나 첼시의 크랙인 보니크 실바는 울브스의 가스통 렌도나 엠마누엘 메르시에와 비교해도 부족한 것이 없는 선수였다.
정확히는 두 선수보다 어떤 부분에서는 더 뛰어나다고 보는 것이 옳았다.
그리고 첼시는 전반전이 시작하기 무섭게 그런 울브스의 측면을 매섭게 공략하기 시작했다.
좌측 풀백인 카를로스 디오고를 상대로 보니크 실바가 자신의 환상적인 개인기를 활용해서 뚫어냈다.
보니크 실바가 전체적으로 발기술이 떨어지는 카를로스 디오고를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자 첼시의 에르네스토 리바스 감독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거야! 이걸 원했다고!”
보니크 실바가 이번에도 카를로스 디오고를 제쳤다. 그리고 울브스의 중심으로 파고드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스탬포브 브릿지는 당연히 홈팬들의 환호성으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첼시가 전반전부터 울브스를 상대로 강하게 밀어붙입니다. 특히나 측면을 통한 공격에서 꽤 좋은 장면이 자주 나오기 시작합니다. 보니크 실바가 다시 달려듭니다!
-카를로스 디오고가 빠르게 보니크 실바의 앞을 막았지만……. 쉽게 막지 못합니다. 가스통 렌도 선수가 수비까지 내려와서 보니크 실바의 돌파를 막습니다.
-아무래도 카를로스 디오고 선수가 피지컬은 뛰어나지만…….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많은 선수입니다.
-그렇죠. 이 부분이 울브스의 딜레마인 것 같습니다. 왼쪽 백업 풀백인 퀴라시 아메드 선수를 내보내기에는 수비적인 부분에서 부족함을 드러낼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FA컵 4라운드에서는 울브스의 양쪽 풀백이 모두 폼이 좋았지만……. 오늘 경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 것 같습니다. FA컵 4라운드와 전혀 다른 전개로 경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첼시가 준비한 것이 생각보다 단순하다는 사실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상당히 단순한 움직임이지만, 우리 팀의 고질적인 약점을 건든 것이나 다름이 없지. 아무래도 후반전에 준비했던 플랜B로 승부를 봐야겠어.’
첼시의 공격이 생각보다 매섭다. 덕분에 전반전이 10분이 지나가는 시간 동안 첼시의 유효슈팅이 4개나 기록되었다.
지난 FA컵 4라운드와 전혀 다른 기록이었다.
물론, 첼시도 수비진에서 울브스의 공격진을 완벽하게 막지는 못했다. 막을 수 있었다면 리그 1위 자리를 울브스에게 내어주지 않았을 것이다.
두 팀의 공격진이 크게 활약하면서 경기는 빠르게 공격과 수비가 전환되었다.
덕분에 경기를 보는 팬들이 크게 즐거워했다.
와아아아아아!
-경기의 템포가 진짜 빠릅니다!
-이번에는 첼시의 턴입니다!
-보니크 실바에게 연결되는 패스! 그리고 달립니다! 카를로스 디오고가 급히 따라붙습니다!
-보니크 시이이일바아아아! 완벽한 돌파였습니다! 순간적으로 카를로스 디에고는 물론이고 가스통 렌도 선수까지 완벽하게 속이면서 기어코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오늘 카를로스 디에고 선수의 컨디션이 썩 좋은 것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네! 말씀하신 것처럼 카를로스 선수가 보니크 실바 선수를 완전히 억제하지 못하고 있어요!
-달립니다! 빠르게 달립니다!
-중앙으로 보니크 실바! 좋은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아니! 그냥 자신이 좋은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보니크 시이이이이이이일바!
-고오오오오올! 혼자서 골을 만들었습니다! 보니크 실바! 정말 대단합니다! 울브스가 전반 16분에 보니크 실바의 날카로운 돌파에 수비진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보니크 실바의 골이 터지기 무섭게 스탬포드 브릿지가 관중들의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몇몇 팬들은 설레발을 치며 울브스의 몇몇 선수들을 조롱하는 말을 내뱉으며 승리를 확신했다.
와아아아아아!
그거야! 그거라고!
멍청한 울브스! 우리를 이기려면 진짜 김치팍을 데려와! 넌 좋은 선수가 없으면 그냥 애송이야!
이게 첼시의 ‘슈퍼크랙’이지!
실바! 실바! 실바! 실바!
첼시의 팬들이 외치는 그의 이름에 보니크 실바가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좋았어!”
첼시의 에르네스토 리바스 감독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드디어 내가 원하는 축구가 나왔군!’
첼시도 울브스처럼 강한 팀이었다.
그는 그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보니크 실바를 조금 더 중앙지향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활용한 게 신의 한 수가 되었어!’
그는 자신이 생각한 전술이 완벽하게 들어맞자 기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후반전에 재스퍼 다우스가 체력적으로 지친 모습을 보이면 사이먼 셔틀워스를 투입하면 완벽하겠지.’
그러는 사이에 첼시는 위기를 두어 번 넘겼다.
박규태의 슈팅이 두 번이나 골대를 맞고 뒤로 넘어가자 그는 축구의 여신도 자신들을 향해 웃어준다며 오늘 경기가 최고의 기회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오늘 축구의 여신이 우리에게 기회를 줬다!’
울브스를 잡아낼 완벽한 기회였다.
그렇게 차근차근 시간이 흘렀다.
울브스와 첼시는 계속해서 상대의 수비진을 뒤흔들었지만, 완벽한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그렇게 전반전 45분이 모두 지나갔다.
전반전에 1-0으로 리드했던 첼시의 선수들은 평소보다 조금 더 자신감이 붙은 표정으로 라커룸으로 향했다.
* * *
“후반전에 우리는 4-2-2-2 포메이션으로 갈 거다. 테오 나두가 투입되고 루이스가 빠진다.”
마이크 타이슨 감독의 한 마디에 울브스 선수들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4-1-2-3 포메이션이 언제나 승리를 안겨주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그렇기에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올해 1월부터 다양한 포메이션을 준비했다.
‘4-2-2-2’는 꽤 오래 마이크 타이슨 감독과 울브스가 열심히 준비한 ‘플랜B’였다.
사실 4-2-2-2는 60~70년대에 펠레가 있던 브라질이 즐겨 사용하던 4-2-4가 4-4-2의 영향을 받아서 만들어진 전술이었다.
특히나 울브스의 4-2-2-2는 영향을 받은 4-4-2에 가까운 전술이 아닌 4-2-3-1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4-2-2-2의 장점은 공격과 수비의 철저한 분업화 덕분에 전술 이해도가 떨어지더라도 쉽게 이 전술에 적응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었다.
거기다 팀 내 압도적인 기량을 갖춘 공격형 미드필더나 2선 공격수가 있다면 이 전술을 쉽게 응용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4-2-2-2를 채택했다. 뛰어난 공격수인 박규태도 있었지만, 누구보다 화려한 테크니션인 테오 나두가 있는 울브스는 이 전술을 잘 활용할 수 있었다.
‘그래도 걱정스러운 부분이 남아 있지만…….’
4-2-2-2는 공격과 수비의 역할 분담이 철저하게 나뉘면서 장점으로 작용하지만, 그 부분이 오히려 그 부분이 팀의 발목을 잡기도 했다.
훈련하면서도 자주 수비적인 부분에서 순간적으로 무너지는 모습이 많이 나오기도 했다.
그야말로 양날의 검과 같은 전술이었다.
그런데도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박규태-테오 나두-엠마누엘 메르시에-가스통 렌도로 구성된 공격진을 믿었다.
그들이 함께 뛰면서 상대의 수비진을 뒤흔든다면 4-2-2-2가 가진 고질적인 약점을 커버할 수 있을 것이 분명하다고 예측했다.
그렇게 선수들에게 후반전에 어떤 방식으로 상대의 수비진을 뚫어야 하는지를 세세하게 선수들에게 주문한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프타임이 모두 끝났다.
-울브스의 포메이션이 바뀌었습니다. 4-2-3-1처럼 보이는데……. 테오 나두 선수가 조금 더 올라온 것처럼 보입니다.
-정확히는 4-2-2-2처럼 보입니다. 아무래도 울브스가 뛰어난 공격진을 갖추고 있기에 이런 전술을 준비한 것 같습니다. 다만…… 걱정되는 것이 있다면 아무래도 수비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드러날 것 같은데요.
-아하! 그렇군요! 그 부분을 울브스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가 문제겠군요! 말씀드리는 순간 후반전이 시작됩니다!
첼시는 울브스의 바뀐 전술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들은 전술과 상관없이 울브스의 약한 측면 수비를 허물어뜨릴 생각만 할 뿐이었다.
‘자충수가 될 거다.’
그는 확인했다.
‘울브스가 우리에게 밀리는 이유는 결국 측면 수비가 불안해서 생긴 거니까. 전술을 더 공격적으로 바꾼다고 해도 큰 효과가 없을 거다. 오히려 우리가 후반전에 1골만 더 넣으면 우리가 확실한 승기를 가져갈 수 있어!’
첼시의 에르네스토 리바스 감독도 울브스의 바뀐 전술에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예상과 다르게 울브스의 4-2-2-2는 꽤 위협적이게 첼시의 수비진을 흔들었다.
정확히는 2선 공격수인 테오 나두가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보여주며 첼시가 쉽게 전방으로 나오지 못하게 만들었다.
-테오 나두에게 공이 연결됩니다!
-후반전이 시작되고 울브스가 모처럼 경기를 자신들의 흐름으로 가지고 왔습니다.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수비에 문제가 없다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첼시의 수비진을 공략하면서 강한 전방 압박과 함께 4명의 공격수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테오 나두가 측면으로 움직이는 박규태 선수와 패스를 주고받으면서 첼시의 수비진을 뚫습니다!
박규태가 공을 잡고 첼시의 헤라르트 하위스만을 제쳤다. 너무나도 간단하게 제쳐진 헤라르트는 놀란 표정으로 급히 박규태를 쫓았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는 첼시가 4-2-2-2 포메이션에 적응하지 못할 때를 노려서 완벽한 기회를 테오 나두에게 만들어주었다.
그가 내어준 패스가 첼시의 중앙 수비수인 메즈 라스무스가 내민 발에 맞고 테오 나두의 발에 운이 좋게 연결되었다.
그는 공이 자신의 앞에 딱 떨어지기 무섭게 그대로 슈팅을 가져가면서 자신에게 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뻐엉!
철썩!
-고오오오오올!
-테오 나두! 정말 대단합니다!
-마이크 타이슨 감독의 전술 변화가 제대로 들어맞은 것 같습니다! 후반전 7분 만에 동점을 허용한 첼시입니다! 에르네스토 감독이 급히 첼시의 수비진에게 무언가 지시를 내립니다.
-전술적으로는 솔직히 그리 좋은 변화는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울브스의 선수들이 가진 개인 기량이 4-2-2-2 포메이션을 굴러가게 만든 것처럼 보입니다.
-평소의 울브스와 다르게 중앙에서 짧은 패스로 공을 주고받으면서 첼시의 공격진을 허물었습니다. 선이 굵은 축구를 한다는 평가를 받는 울브스와 조금 다른 모습이었어요.
-잠깐이었지만 울브스가 바르셀로나의 축구를 보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골이 들어가기 무섭게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몇몇 첼시 팬들이 자신을 향해서 소리쳤다.
그는 첼시의 팬들이 부른 ‘마이크 타이슨은 박규태와 뛰어난 선수들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감독!’이라는 말을 그대로 돌려주었다.
“그렇지! 하하하하! 선수빨 감독이라고? 너희는 그런 선수가 없어서 빌빌거리고 있잖아! 커모오오오오오오온! 그래! 나 거품 낀 또라이 감독이다! 멍청한 블루스 녀석들아!”
그러는 사이에 테오 나두의 세레머니가 끝났다. 그는 박규태를 보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팍! 진짜 환상적인 패스였어!”
“저쪽 수비수가 많이 도와줬지. 운이 좋았을 뿐이야. 조금만 패스가 약했으면 오히려 역습을 당했을걸?”
“그래도 멋졌어! 넌 역시 ‘슈퍼 김치맨’이라는 별명이 어울릴 정도로 멋진 녀석이야.”
테오 나두는 오랜만에 중앙에서 뛰는 것치고는 상당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동점으로 따라붙는 골을 넣은 그는 멈추지 않고 더 많은 기회를 만들기 시작했다.
덕분에 첼시는 전반전과 다르게 울브스의 흐름을 끊지 못하고 계속해서 끌려다니기 시작했다.
에르네스토 리바스 감독이 어떻게든 울브스의 바뀐 포메이션에 맞춰서 전술을 바꾸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먼저 교체 카드를 사용하면서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그의 승부수는 섣부른 교체가 되고 말았다. 중앙에서 아구스틴 퀴논을 완벽하게 찍어누르던 프레데릭 후델커가 빠지자 울브스의 중원에 활기가 돌았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전반전과 다르게 조금은 자유로워진 아구스틴 퀴논의 발에서 질이 좋은 패스가 최전방으로 연결되었다.
그리고 박규태는 그것을 놓치지 않고 완벽한 기회를 잡았다.
후반전 17분.
박규태가 한국 축구팬들에게 유명한 위치인 형민존에서 깔끔하게 감아 차면서 첼시의 골망을 흔들었다.
철썩!
-고오오오오오올!
-박규태! 박규태! 박규태가 멋진 골을 터뜨리며 시즌 56호 골을 터뜨립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울브스가 후반전 17분에 역전에 성공합니다! 첼시가 원하던 경과가 아니었는데요!
-순간적으로 지우베르투 선수와 헤라르트 하위스만 선수의 의견이 맞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박규태 선수가 너무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위치에서 슈팅을 가져갔습니다!
-아……! 전반전까지 좋았던 첼시였습니다만……. 후반전에 울브스가 경기의 템포를 더 빠르게 가져가자 흐름을 완전히 잃은 것 같습니다.
골을 넣은 박규태는 평소와 다르게 미친 사람처럼 울브스의 팬들이 있는 관중석으로 달리지 않았다.
그리고 전반전에 울브스와 마이크 타이슨 감독을 조롱한 몇몇 팬들이 보는 앞을 산책하듯이 걸었다.
< 국뽕 박규태 선생 #144 > 끝
ⓒ 엉심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