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143화 (143/199)

< 국뽕 박규태 선생 #143 >

첼시.

그들은 2027-28시즌에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거머쥐면서 EPL에서 경쟁력이 있는 강팀으로 202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도 좋은 평가를 받는 팀이었다.

그리고 이번 시즌에도 그들은 맨체스터 시티가 후반기에 크게 흔들리며 리그 7위까지 떨어진 틈을 놓치지 않고 치고 올라가면서 그대로 리그 3위를 기록했다.

거기다 이번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작년처럼 환상적인 수비축구로 승리를 거두며 8강에 진출했다.

압도적인 경기력은 아니었지만, 첼시를 바라보는 한국의 축구팬들은 그들이 차근차근 강한 상대를 꺾는 것을 보며 소년만화팀이 아니냐는 농담까지 하며 그들의 선전에 놀라움을 드러냈다.

첼시의 선수단은 당연히 분위기가 좋았다.

에르네스토 리바스 감독은 이번 울브스와 리그 경기에서 승리를 다짐하고 있었다.

‘FA컵 4라운드에 있었던 패배를 이번 경기에서 확실하게 만회하고 말 거다.’

며칠 전에 있던 경기에서 맨유가 리버풀과 비기면서 첼시가 리그 2위까지 치고 올라섰다.

물론, 맨유가 치른 경기의 수가 첼시보다 적어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적어도 첼시가 이번 시즌에도 꽤 경쟁력이 있는 팀이라는 사실은 틀리지 않았다.

거기다 첼시의 에르네스토 리바스 감독은 울브스의 4-1-2-3, 또는 변형 4-3-3의 포메이션을 뚫어낼 비책을 마련했다.

아마도 이번에는 꼭 이길 수 있으리라 예상하였다.

그들의 자신감은 인터뷰에서도 이어졌다.

[첼시의 중앙 수비수인 메즈 라스무스, ‘우리는 울브스의 강력한 공격진을 막을 자신이 있다.’]

[에르네스토 리바스 감독, ‘첼시는 강하다. 이번 시즌에 우승이 힘들 수 있지만, 적어도 이번 울브스와 경기에서 한 번은 이길 자신이 있다.’]

[마이크 타이슨 감독, ‘에르네스토 감독의 인터뷰를 어제 TV로 볼 수 있었다. 내 생각에 일단 지지는 않을 것 같다.’]

[헤라르트 하위스만, ‘김치보다 초밥이 더 몸에 좋은 음식인 것 같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절대 김치팍이 싫어서 이런 인터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박규태, ‘김치 초밥을 좋아하게 만들어주겠다.’]

[헤라르트 하위스만, ‘팍이 김치 초밥을 좋아하게 만들어주겠다고 했나? Fxxk! 아니, 이거 욕 아니다! 그냥 뭔가 짜증 나서 실수로 내뱉은 말이다.’]

-그놈의 김치 시리즈는 언제 끝나냐? 이제 슬슬 불고기나 다른 시리즈 나올 때 되지 않았냐?

-얼마나 김치를 부르짖었으면 2028년도 구글에서 검색한 검색어 TOP10에서 8위가 김치겠냐? ㅋㅋㅋㅋㅋ

-일뽕들도 이룩하지 못한 역대급 국뽕. 우린 매일 들이키는데 존나 부럽겠지?

-ㅋㅋㅋㅋㅋㅋㅋ 혐한제조기 김치팍ㅋㅋㅋ

-진짜 ㅋㅋㅋㅋ 역대급 캐릭터야. 진짜로……. 어떻게 저런 캐릭터가 발롱도르까지 받을 수 있지?

-뭔가…… 메시의 실력+발로텔리의 기행+즐라탄의 멘탈을 합친 느낌의 괴물이다.

-ㅇㅈ함.

-맞음. 진짜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선수인 건 확실함.

언론이 뜨겁게 불판을 달구자 경기를 기다리는 축구팬들도 울브스와 첼시의 경기를 기대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가운데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을 응원하는 서포터즈인 붉은 악마에서 박규태의 응원가를 채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러니까……. 이 노래가 내 국가대표팀 응원가라고? 뭔가 조금 신기하네.”

“선배님도 그렇게 생각하세요?”

“어, 진짜 뭔가 묘한 감흥이 느껴지는 노래야.”

“역시 저랑 같은 생각을 하실 거로 예상했습니다! 진짜 선배님과 너무 잘 어울리는 응원가였어요!”

박규태는 곽진수가 보여준 미튜브 영상을 보며 뭔가 흥미로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곽진수의 말처럼 박규태는 자신과 이렇게 잘 어울리는 응원가를 찾은 붉은 악마 서포터즈에 대한 감탄을 잊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귓가에 들려오는 응원가에 고개를 끄덕였다.

[헤이! 헤이! 헤이! 한국! 여기는 코리아! 아시아 제일가는 김치 스타일이야!]

[이 선수는 내가 응원하는 박규태! 김치팍이야! 작지만 Hot 한 대한민국의 국가대표야!]

[인터넷 속도는 우리가 젤 빨라! 내가 응원하는 박규태도 제일 잘 달려!]

2014년에 뭔가 국뽕이 가득한 곡과 함께 데뷔한 남자 아이돌인 B.A.G의 ‘안녕하세요’라는 노래였다.

노래의 가사를 개사한 응원가는 미튜브에 공개한 지 12시간 만에 조회가 7만을 넘어가고 있었다.

한국 축구팬들의 반응은 물론이고 일반인들의 반응도 꽤 나쁘지는 않았다.

“오그라드는 표현이 조금 그렇지만……. 확실히 국뽕을 제대로 채울 수 있는 좋은 응원가네.”

“선배님이라면 그렇게 말씀하실 거로 예상했습니다! 역시 어나더팍! 김치팍! 박규태 선배님입니다!”

곽진수가 반짝이는 눈으로 부담스럽게 박규태를 바라봤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응원가라면 제대로 국뽕을 우릴 수 있다.

그는 상상했다.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 모인 몇만 명의 팬들이 내지르는 자신의 응원가를 말이다.

그리고 부르르 몸을 떨었다.

‘최고다! 이건 나를 위해 만들어진 곡이야!’

이렇게 절묘한 노래는 처음이었다.

그리고 기쁨이 가득한 표정으로 미튜브를 바라보고 있는 박규태를 보면서 곽진수가 뭔가 좋은 생각을 하고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켜 SNS에 영어로 글 하나를 남겼다.

-Mr. KwakKwak

[우리의 김치팍이 대한민국의 국가대표팀 서포터즈가 선물한 응원가에 감동했어! 그는 자신이 뛰는 경기에서 빨리 그 응원가를 듣고 싶어 해!]

#B.A.G #김치팍 #안녕하세요 #인터넷이 제일 빠른 나라! #아이 러브 김치 #역대급 응원가 #울브스

그리고 곽진수의 SNS를 본 울브스의 팬들이 마치 들불처럼 들고일어나기 시작했다.

* * *

“이야……. 이게 팍의 응원가야?”

엠마누엘은 뭔가 점점 미쳐가는 박규태의 주변 상황을 보며 그저 감탄사를 내뱉을 뿐이었다.

사실은 그도 반쯤은 미쳤기에 감탄사를 내뱉은 정도였다. 만약 정상적인 사람이었다면 지금과 다른 무엇인가 당혹감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을 것이다.

“대단하네……. 클럽에서 팬들이 만들어주는 응원가처럼 국가대표팀 서포터즈가 저런 응원가를 불러준다는 거잖아.”

“뭐, 그렇지.”

“우리의 김치팍의 위상이 많이 올랐네. 정말 대단한 것 같아. 넌 정말로 굉장한 녀석이야.”

“어메이징은 아니고.”

“아, 그런가?”

“슈퍼 울트라 김치스틱한 녀석이라고 불러줘.”

“역시! 이래야 우리의 김치팍이지!”

3월 27일.

첼시와 경기를 앞두고 런던의 스탬포드 브릿지에 도착한 울브스의 선수단은 라커룸에서 가벼운 대화를 나누며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3월 7일에 있던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경기에서 팀의 8강 진출을 확정 지었고, FA컵 6라운드에서 토트넘을 상대로 멋진 경기력을 보여준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졌다.

거기다 중간에 A매치 주간 덕분에 몇몇 선수들은 휴식을 가지면서 모처럼 정신적으로도 그리고 육체적으로도 충전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벌컥!

라커룸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환하게 웃으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의 손에는 비에락 식혜가 들려 있었다.

“으-리이이이이!”

“보스! 그것도 한국말인가요?”

“오! 테오는 알아채는군!”

“이 정도야 별거 아니죠.”

“역시 김치규태교의 모태신앙은 달라! 자! 모두 준비는 다 끝났나? 첼시는 오늘 우리를 상대로 많은 것을 준비했을 거다. 특히나 우리가 주력으로 삼는 4-1-2-3 포메이션을 파훼하려고 꽤 골머리를 썩였을 거야.”

하하하하하!

라커룸이 웃음으로 가득했다.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어째서 저런 말을 하는지 이해가 갔으니까.

“아마도 첼시는 이렇게 생각하겠지. 멍청한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4-1-2-3 포메이션과 김치팍이 아니면 아무것도 못 하는 한심한 감독이라고.”

그의 말에 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진짜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준비를 했다면……. 조금 실망일 것 같은데 말이야. 아무튼, 우리는 전반전에 4-1-2-3 포메이션으로 시작해서 후반전에는 올해 1월부터 준비했던 전술로 첼시를 상대할 거다.”

“벌써 그 소리만 11번째에요. 보스.”

사이먼 셰데르스트룀의 말에 아구스틴 퀴논이 놀라서 그의 입을 황급히 막았다.

그는 슬쩍 마이크 타이슨 감독의 눈치를 봤다.

“흐흐흐! 그렇군! 벌써 11번째였어. 사이먼! 잠깐만 라커룸 밖에서 이야기를 나눠볼까?”

“아니요. 그런 친절한 말씀이 없어도 잘 이해했습니다. 제가 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 보스.”

사이먼이 절로 공손해졌다. 2M에 가까운 신장과 어마어마한 근육을 갖춘 괴물 감독인 마이크 타이슨이 빙긋 웃으며 갑자기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부우웅! 부우웅! 부우우웅!

절대로 입에서 날 수 없는 공기를 가르는 주먹의 소리가 라커룸에 퍼졌다.

선수들이 절로 고개를 돌려 외면했다. 그러는 사이에 필드에 입장할 시간이 찾아왔다.

사이먼이 먼저 벌떡 일어났다.

“가서 이겨줍시다! 하하하!”

어색한 그의 말에 선수들이 피식하고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라커룸을 나섰다.

* * *

-두 팀의 선수들이 스탬포드 브릿지의 필드에 입장하고 있습니다! 오늘 경기를 많은 분이 기대하고 있죠?

-맞습니다. 리그 1위와 2위의 대결이기도 했고, 첼시가 인터뷰에서 큰 자신감을 드러내면서 꽤 많은 축구팬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습니다.

필드에 입장한 두 팀의 선수들.

스탬포드 브릿지의 전광판에 두 팀의 중요 선수들이 한 차례씩 비쳤다. 특히나 예전 에당 아자르와 비슷한 수준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보니크 실바를 응원하는 팬들의 목소리는 다른 첼시의 선수들과 다른 수준이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실바! 실바! 실바! 실바!

그리고 울브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박규태 선수를 비추기 무섭게 거친 야유를 내뱉었다.

우우우우우우우우우!

뻐킹 김치맨! 뻑 오프! 뻑 오프!

뻐킹 크레이지 김치맨!

뻐킹 김치! 아이 러브 스시!

하지만 마냥 그들의 야유만 들려온 것이 아니었다. 원정석에서 제법 큰 목소리가 필드에 울리기 시작했다.

[헤이! 헤이! 헤이! 첼시! 우리는 울브스! EPL에서 제일가는 불고기 스타일이야!]

[이 선수는 내가 응원하는 박규태! 김치팍이야! 작지만 뜨거운 울브스의 슈퍼스타야!]

[달리기 속도는 우리가 제일 빨라! 내가 응원하는 박규태도 제일 잘 달려!]

울브스의 팬들이 부르는 박규태의 새로운 응원가가 스탬포드 브릿지에 울려 퍼졌다.

박규태는 놀란 표정으로 원정석을 힐끔 바라봤다.

비록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부른 응원가였지만, B.A.G의 ‘안녕하세요’의 가사를 울브스의 상황에 딱 맞게 개사하면서 꽤 듣기 좋은 응원가가 되었다.

김치를 미친 듯이 외치는 다른 응원가와 다른 차별점이 느껴지는 깔끔한 응원가였다.

덕분에 몇몇 선수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테오 나두는 뭔가 배신을 당했다는 표정으로 박규태를 노려봤다.

“팍! 어떻게 이렇게 멋진 응원가를 가질 수 있는 거야? 우리는 같은 김치 동지가 아니었어? 어떻게 그런 근본이 없는 불고기를 응원가에 추가할 수 있어?”

“미친놈아. 불고기도 한식이야. 그리고 응원가는 내가 만든 게 아니라 팬들이 만든 거고.”

“그래도 괘씸해. 거기다 ‘불고기’는 근본적인 부분에서 ‘김치’보다는 부족한 걸 몰라?”

“그러니까. 내가 응원가를 개사하지 않았다니까?”

그놈의 김치 만능주의에 박규태가 고개를 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티격태격하는 박규태와 테오 나두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첼시의 선수들도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중요한 경기야. 만약에 울브스를 상대로 큰 점수 차이로 승리를 하게 된다면 리그 우승도 해볼 수 있어.’

‘정신 차리자. 저런 모습에 속을 수 없어!’

‘저건 마귀의 소리다. 저건 마귀의 소리야.’

뭔가 경기가 시작하기 전부터 기운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첼시 선수들은 다시 마음을 바로잡았다.

곧이어 선수들이 각자의 자리에 섰다.

주심은 그 모습을 보고 길게 숨을 들이마시었다.

그리고 힘차게 휘슬을 불었다.

삐이이이익!

휘슬이 울리기 무섭게 두 팀의 선수들이 빠르게 필드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 국뽕 박규태 선생 #143 > 끝

ⓒ 엉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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