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141화 (141/199)

< 국뽕 박규태 선생 #141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동화가 있다.

그리고 샬케04의 선수들은 ‘이상한 나라의 김치스’를 직접 겪고 있었다.

울버햄튼의 공항에서 시작해서 그들은 호텔에도 K-pop과 관련된 상품이 진열된 것을 보고 기함할 듯이 놀랐다.

“이제는 K-pop이야?”

“김치……. K-Food! 이제는 VTS의 K-pop! 젠장! 머리가 지끈거릴 것 같아! 도대체 구단의 운영팀은 왜 이런 호텔을 숙소로 잡은 거야? 우리가 지길 원하는 거야?”

이반 다르더이 감독은 같이 원정까지 따라온 운영팀장을 닦달하고 있었고, 선수들은 지긋지긋한 한류에 부르르 몸을 떨며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들의 뇌리에는 ‘김치=한류=박규태=뻐킹 김치맨=공포=패배’라는 공식이 만들어져버렸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더 까탈스러워졌다.

결국에는 훈련장에서 20분이나 더 먼 거리의 호텔로 숙소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조금씩 샬케04는 2차전이 시작되기 전부터 흔들렸다.

다음 날 아침에 훈련을 위해서 훈련장을 찾았을 때도 샬케04의 까탈스러움은 여전했다.

훈련장 옆에 있는 건물에 한국 항공사의 광고가 달린 것을 보고서 이안 다르더이 감독은 잠시나마 운영팀의 팀장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알게 모르게 조금씩 원정의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한 샬케04는 경기가 있는 날까지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버스를 타고 몰리뉴 스타디움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들이 라커룸으로 향하기 전에 경기장 밖에서 본 것은 몰리뉴 스타디움의 옆에 있는 테마파크였다.

관람차에 붙어 있는 박규태의 얼굴과 ‘울트라 김치팍팍’이라는 롤러코스터 이름을 시작으로 다양한 놀이기구와 여러 가지 볼거리에 한류와 박규태가 엮여 있었다.

“어떻게 사람의 머리를 관람차에 달아놓을 수 있지?”

“그만큼 울브스에서 그 한국인 스트라이커가 어떤 상징인지를 알 수 있지.”

“진짜…… 지긋지긋하다.”

“오늘만 이기면 더는 볼 필요가 없을 거야.”

“할 수 있어! 할 수 있다고!”

“3점 차이로 이기고 다시는 여기랑 마주치지 말자! 여기는 현실에 존재하는 김치 지옥이야.”

라커룸으로 들어선 선수들은 두 번은 경험하기 싫은 울브스 원정을 생각하며 전의를 끌어올렸다.

‘그래……. 이길 수 있어.’

이반 다르더이 감독이 그동안 쌓여 있는 여러 감정을 긴 한숨과 함께 내뱉었다.

이제 경기까지 몇 분이 안 남은 상황.

오늘 경기에서 이기든 지든 한동안 울브스에 올 필요가 없기에 그는 ‘이렇게 된 거 이기고 돌아가자!’라는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필드에 입장하기 위해서 라커룸을 나선 샬케04의 선수들은 드디어 울브스의 선수단을 볼 수 있었다.

‘홈에서 졌지만……. 이번에는 다를 거야.’

‘분데스리가의 저력을 보여주지.’

‘이 망할 김치 지옥에서 내 축구만 보여주면 되는 거야. 할 수 있어……! 저 망할 울브스 녀석들을 쓰러뜨리고 우리가 다음 라운드로 올라가는 거야!’

두 팀의 선수들이 나란히 선지 얼마 되지 않아서 필드로 입장하라는 말이 들려왔다.

“지금 입장하시면 됩니다!”

* * *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2점 차이? 3점 차이? 4점 차이도 순식간에 따라잡히는 일이 일어날 수 있지. 2018-19시즌에 바르셀로나가 2차전에서 리버풀에게 당한 역전을 생각해라.”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라커룸에서 과거에 있던 여러 팀의 실수를 이야기해 주었다.

그는 작은 방심도 허용하지 않았다.

“지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여기는 우리의 홈이지. 우리는 팬들에게 우리가 어떤 축구를 하는지를 보여줄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팬들은 이곳까지 와서 경기를 보는 이유를 생각해라. 단순히 잘 막으면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승리를 하기 위해서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항상 생각해!”

“항상 움직여라! 공격적으로! 도전적으로! 빠른 속도로! 전방으로! 우리의 패스는 항상 상대가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이어져야 해! 실점을 두려워하지 마라! 아무것도 못 하고 지는 것이 더 두려워해라.”

그리고 울브스의 선수들은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내린 지시를 경기에서 잘 이행하고 있었다.

-날카로운 패스!

-순간적으로 샬케04의 수비진이 무너집니다! 정말 과감한 패스였습니다!

-샬케04의 공격진이 무섭게 울브스의 수비진을 뒤흔든 것처럼 울브스의 강력한 공격진도 샬케04의 뒷공간을 노리기 위해서 매서운 늑대처럼 날뛰기 시작합니다!

-측면으로 이어진 공은 그대로 크로스! 가스통 렌도의 크로스가 반대편에 있는 공간으로 떨어집니다! 그리고 그 공간에 있는 선수는 엠마누엘 메르시에!!

-슈우우우웃! 고오오오오오올!

-울브스가 전반 7분만에 선취점을 터뜨립니다! 울브스가 먼저 골을 넣었습니다! 2차전에서 마냥 수비만 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샬케04에게 알려주는 선취점입니다!

-이반 다르더이 감독이 급히 샬케04의 선수들에게 뭔가를 말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생각보다 허술한 울브스의 수비진을 생각해서 더 공격적으로 움직임을 가져가라는 지시일 수 있습니다.

-확실히 톰 맥기네스 골키퍼가 선발로 뛸 때는 무실점이었던 경기가 많이 없습니다. 뛰어난 선방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수비진 조율이나 경험적인 측면에서는 부족함이 있습니다!

선취점을 넣었음에도 울브스는 만족하지 않고 공격적으로 자신들의 축구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덕분에 샬케04의 다니젤 미오코비치가 날카로운 중거리 슈팅으로 전반 13분에 동점을 터뜨렸다.

전반전이 15분도 지나가기 전에 2골이 터지자 울브스의 홈팬들은 치고받는 난타전을 예상하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남자라면 화끈한 축구가 최고지!”

“터뜨려버려! 독일 녀석들에게 잉글랜드산 김치맛을 보여주라고! 커모오오오오오오오오온!”

“4골을 내주면 5골을 넣어버려!”

-오늘 경기는 정말 화끈합니다! 두 팀이 뒤가 없는 경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기는 두 팀의 수비진이 많이 고생할 것 같습니다. 두 팀의 공격진이 모두 날카롭습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사이먼 셰데르스트룀이 박규태 선수에게 패스를 연결합니다!

-순간적으로 2대1 패스를 하면서 샬케04의 수비진을 뚫은 박규태!! 슈팅을 가져갈 좋은 기회입니다!

-박규태애애애애애!

-와아아아! 고오오오오오오올!

-박규태 선수가 슈팅이 아닌 패스를 선택했습니다! 순간적으로 중앙이 비는 것을 확인한 박규태 선수가 가운데로 파고든 사이먼 셰데르스트룀 선수에게 공을 슬쩍 넘겨줬습니다!

-점수는 다시 2 대 1이 되었습니다!

-쉽지 않습니다! 샬케04가 어떻게든 점수를 따라가면서 뭔가를 해보려고 하는데……. 울브스의 공격력이 너무 강력합니다! 샬케04의 수비진이 쉽게 막을 수 있는 선수들이 없습니다!

박규태는 물론이고 가스통 렌도와 엠마누엘 메르시에를 막기에 샬케04의 수비진은 조금 부족했다.

그들이 분데스리가에서 우승한 것도 단단한 수비가 아닌 뛰어난 공격력이 장점인 팀이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난타전인 경기는 점점 더 경기를 치열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찾아온 전반 24분에 울브스가 확실하게 달아날 기회를 얻었다.

‘완벽한 기회네.’

박규태는 자신의 발에 정확히 떨어지는 가스통 렌도의 스루패스에 감탄사를 내뱉기도 전에 몸부터 움직였다.

감탄은 골을 넣고 하면 되는 것이니까.

“흡!”

순간적으로 몸을 밀고 들어오는 박규태의 움직임에 샬케04의 중앙 수비수인 클레망 아르노가 길게 숨을 내뱉고는 같이 몸을 밀어 넣어 그를 바깥쪽으로 밀어내려고 했다.

‘왜 이렇게 몸이 돌덩이처럼 단단한 거야?’

그리고 클레망 아르노는 박규태의 단단한 육체에 순간적으로 당혹감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박규태는 더 거침없이 몸을 밀어 넣었다.

그것은 도발과 다름이 없었다.

‘이 자식이!’

클레망 아르노는 분노했다.

박규태가 저렇게 노골적으로 자신의 앞으로 몸을 밀어 넣는 이유를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내 경기들을 다 봤구나!’

그는 유난히 이런 식으로 파고드는 상대에게 많은 파울을 허용한 약점이 있었다.

그가 워낙 몸싸움 능력이 뛰어나서 이렇게 옆에서 밀고 들어오는 상대에게 밀린 적은 없었지만, 리그 최고의 피지컬을 갖춘 공격수들에게는 종종 이런 식으로 밀린 적이 있었다.

그리고 몸싸움에서 밀리는 순간 클레망 아르노는 마음이 급해져서 발을 항상 먼저 내밀었고 자주 반칙을 허용했다.

박규태도 비슷했다.

그보다 뛰어난 피지컬로 밀어붙이면서 파고들고 있었다. 클레망 아르노는 순간적으로 분노했다.

박규태의 움직임은 ‘너 몸싸움 말고 기술은 허접하잖아?’라고 말하는 듯한 플레이였다.

악에 받친 클레망 아르노가 발을 내밀었다.

그리고 박규태는 당연하다는 듯이 돌파를 시도하다가 그대로 그의 발에 걸려 필드에 쓰러졌다.

우우우우우우우!

동시에 울리는 야유.

클레망 아르노는 그제야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달았다. 너무 감정적이게 수비를 하고 말았다.

그가 조심스럽게 주심을 바라봤다.

‘페널티킥이라니……!’

삐이익!

하지만 주심은 자비도 없이 그 자리에서 페널티킥을 선언하며 클레망 아르노에게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순간적으로 식어버린 샬케04의 분위기에 클레망 아르노가 절망에 빠져 머리를 푹 숙였다.

‘제발……. 실패해라! 제발!’

오늘의 페널티킥 키커는 박규태였다.

길게 숨을 내뱉는 박규태.

그의 페널티킥 성공률은 그리 높지 않았다.

리그 평균에 가까운 수준이라 다른 울브스의 선수들은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리그 평균은 되니까.’

충분히 넣을 수 있을 것이다.

박규태는 스스로 그렇게 되뇌었다.

길게 숨을 내뱉은 박규태.

그가 공 앞에 섰다.

샬케04의 골키퍼인 에밀 아우데로가 차가운 눈으로 박규태의 모든 것을 관찰하고 있었다.

하지만 박규태는 무덤덤했다.

멍청하게 골키퍼에게 내줄 정보는 없었다. 그리고 주심이 휘슬을 부는 순간에 공을 향해 달려들었다.

뻐어엉!

그가 원하는 위치로 나아가는 페널티킥.

하지만 에밀 아우데로가 예측한 위치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슈팅이었다.

철썩!

골망을 흔들기 무섭게 울브스의 팬들이 내지르는 환호성이 몰리뉴 스타디움을 가득 채웠다.

-고오오오오오올!

-박규태 선수가 완벽하게 PK를 성공시키면서 울브스가 3 대 1로 앞서나갑니다! 1차전에서도 3 대 1 승리였죠? 이렇게 흘러가면 샬케04는 종합 스코어에서 6 대 2로 끝내게 됩니다!

-정말 강력합니다! 울브스!

-이렇게 쉽게 1차전처럼 2차전도 울브스가 가져가는 그림이 나오고 있습니다!

“주-모우우우우우!”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세레머니를 끝낸 뒤에 박규태는 자신의 세레머니에 큰 화성을 내지리는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렇게 3 대 1로 앞서나가는 울브스.

전반전은 울브스가 완전히 지배했다.

덕분에 샬케04의 선수들은 진짜 지옥처럼 변하기 시작한 몰리뉴 스타디움을 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렇게 짧은 하프 타임이 끝났다.

다시금 필드로 나서야 하는 상황.

가벼운 울브스 선수들과 다르게 샬캐04의 선수들의 발걸음은 물론이고 눈빌도 썩 좋지 않았다.

삐이이익!

그리고 기다리던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 국뽕 박규태 선생 #141 > 끝

ⓒ 엉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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