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뽕 박규태 선생 #140 >
삐이익! 삐익! 삐이이익!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드디어 리그컵 결승전이 끝났다.
박규태는 밀어서 없는 머리를 쓸어올리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2년 연속 리그컵 우승이군.”
선수들도 작년과 다르게 조금은 덤덤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얼굴에서 미묘하게 드러나는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앤디 수아즈가 트로피를 들어 올리기 무섭게 그들은 하나가 되어서 큰 목소리로 외쳤다.
“주-모우우우우우!”
울브스가 이번 시즌에도 리그컵의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박규태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트로피에 입을 맞추었다.
[울브스 2년 연속 리그컵 우승!]
[박규태! 해트트릭으로 팀에 우승컵을 안기다!]
[메시보다 더 페이스가 빠르다? 어쩌면 이번 시즌에 70골 이상을 넣을지 모르는 김치-갓!]
[위대한 김치-갓! 그는 도대체 어떻게 성장하게 되었나? 그리고 왜 울브스를 선택했나?]
[대한민국이 낳은 위대한 공격수!]
[김치팍은 아직 배고프다!]
[아니엘로 디 카푸아! 한국 기자에게 ‘김치가 최고예요!’라고 인터뷰를 하며 엄지를 치켜들어!]
-캬…… 맹구 전멸 ㅋㅋㅋㅋㅋㅋ
-리밥풀쉑들 진짜 멍청이처럼 난리 치네. 무관따리 팀이 진짜 말이 많아 ㅋㅋㅋㅋㅋㅋ
-응, 리그컵 ‘준’우승 맹구 ㅋㅋㅋㅋ
-작년에도 그렇고 올해도 울브스가 진짜 대단하다. 어떻게 저런 스쿼드를 갖출 수 있지?
-하지만 곧 빅클럽들에게 빼앗길 선수들이지.
-제발 맨체스터 시티에 와라. 김치팍! 너만 오면 진짜 괴물 같은 스쿼드라고!
-아니, 김치팍은 바르셀로나에 갈 거야.
-진짜…… 이쉑들 김칫국물 엄청 마시넼ㅋㅋ 선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는뎈ㅋㅋㅋ
-아니엘로? 이쉑……. 초코파이가 먹고 싶나 보네?
-내가 보내줘야겠다.
-그래도 맨유의 공격진 중에서 루이스 너츠랑 아니엘로만 보였다. 진짜로 두 선수 빼고는 사람이 없었음.
울브스의 2년 연속 리그컵 우승을 보고 한국에 있는 팬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울브스의 선수들은 들뜨지 않았다.
그들은 다음 경기를 차분하게 준비했다.
“리그컵 우승은 분기점일 뿐이다.”
훈련장에서 마이크 타이슨 감독의 말을 들은 젊은 선수들은 들뜬 기분을 가라앉혔다.
우승의 기쁨은 그저 잠깐이었다.
아니, 그들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챔피언스리그 우승! 그리고 FA컵 우승과 리그 우승까지! 우리는 올해 트레블이 아닌 4관왕을 노린다!”
가슴이 뛰는 목표였다.
울브스가 어떤 팀이었던가?
좋은 선수들을 갖추고 있지만, 아쉬운 공격력에 항상 리그 5-8위를 왔다 갔다 했던 팀이었다.
유로파리그에서는 경쟁력이 있었지만,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느낌이었다.
그런 팀이 거의 2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많은 것을 이룩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울브스가 비상한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팍이 있기 때문이지!’
할 수 있다면 울브스는 그를 10년 동안 묶어두고 싶어 했다. 하지만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그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정통과 명성이라는 것은 쉽게 만들어지는 법이 아니니까. 팍은 울브스보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폴 앤더슨 구단주가 적극적인 투자에 돈도 많은 좋은 구단주이지만, 다른 빅클럽과 비교하면 솔직히 부족한 부분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이번 시즌에 모든 것을 쏟아 넣을 생각이었다.
‘팍과 함께할 마지막 시즌이 될지 모르니까.’
그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훈련장은 들뜬 분위기가 가라앉고 다시금 치열한 선수들의 움직임에 잠식되기 시작했다.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조용히 훈련장을 보면서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할 수 있겠어.”
* * *
곽진수는 영어가 많이 부족했다. 하지만 구단에서 도움을 주면서 빠르게 울브스에 적응할 수 있었다.
덕분에 그는 큰 걱정이 없이 잘 성장했다.
그리고 이번 리그컵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다른 구단의 관심을 끌어냈다.
“후후! 이게 모두 김치-갓! 울트라 김치팍을 믿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축복이지.”
“아까부터 혼자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망할 김치에 미친놈! 제발 내 옆에서 꺼져!”
“위대한 김치교에 무릎을 꿇어라!”
“꺼져! 이 망할 김치 원숭이 새끼야!”
“김치 원숭이? 아니야! 난 김치 고릴라다!”
“뻐킹! 뻐킹! 뻐킹! 크레이지 뻐킹 김치맨!”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왼쪽 측면을 책임지는 발 빠른 윙어인 라이언 스미스는 오늘 경기에서 박규태가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에 기뻐했던 선수였다.
그는 벤치에도 박규태의 이름이 보이지 않자 경기 전의 라커룸에서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뻐킹! 김치 몽키킹이 없다니……. 축구의 신이 날 사랑하는구나! 좋았어. 오늘 경기에서 멋지게 골을 넣어야지!’
그는 경기에 들어가기 전에 신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팀이 리그 19위까지 추락하면서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그는 그저 박규태와 만나지 않았음을 기뻐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축구의 신은 인종차별적인 욕설을 내뱉는 멍청한 축구 선수에게 축복을 선사한 적이 없었다.
경기가 시작되기 무섭게 그는 김치의 저주가 사라지지 않았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두 유 노 초코파이?”
“꺼져! 그딴 쓰레기 같은 음식은 들어본 적도 없어.”
“두 유 노 김치 케이크?”
“제발 입을 좀 닫아! 멍청한 ‘노란 원숭이’ 새끼야!”
“노란 원숭이라니? 난 김치 고릴라야.”
“…….”
입만 요란하면 견딜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곽진수는 라이언 스미스를 상대로 단 한 번의 돌파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는 처음으로 벽을 느꼈다.
‘젠장……. 이게 축구야?’
그가 곽진수에 막혀서 허우적거리는 동안에 울브스는 허약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수비진을 찢어버렸다.
철썩!
-고오오오오올!
-엠마누에르르르르르르 메르시이이에에에! 환상적인 발리슛이었습니다! 웨스트햄의 선수들이 예상하지 못한 위치에서 감각적인 골 감각을 보여줍니다!
-박규태 선수가 없어도 울브스의 공격진은 확실히 뭔가 무게감이 있습니다!
-맞습니다! 정말 대단하네요!
엠마누엘의 골이 시작이었다.
울브스는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수비진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긴 뒤에 3 대 0이라는 점수 차이로 승리를 가져갔다.
그리고 곽진수에게 꽉 막혔던 라이언 스미스는 3번의 실책과 단 하나의 슈팅을 기록하면서 최악의 경기력이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거친 웨스트햄의 팬들에게 거친 욕을 얻어먹었다.
그렇게 2월의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울브스는 오랜만에 긴 휴식을 얻을 수 있었다.
다음 경기까지 일주일이나 시간이 쉴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마이크 타이슨 감독과 선수들은 박싱데이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이어온 바쁜 일정을 멈추고 조금 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박규태도 오랜만에 얻은 여유를 만끽했다.
하지만 쉬는 날은 그리 길지 않았다.
“일주일이 이렇게 짧았나?”
“원래 ‘쉬는 건 빠르고 힘든 건 느리다.’라고 했다.”
“누가 그런 말을 했어?”
“내가 만들었다.”
박규태가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이상하게 퀴라시 아메드와 이야기를 하는 것이 3.1절과 관련된 다큐멘터리에 출연하는 것보다 더 힘들었다.
그리고 며칠 뒤에 있는 3월 3일 웨스트 브로미치 알비온과 경기에서 울브스는 4 대 0 승리를 거두었다.
상당히 오랜만에 박규태가 무득점을 기록한 경기였기에 몇몇 한국팬들은 ‘다시 중국산 빠꾸이태가 출전했다!’라는 이제는 조롱이 아닌 밈이 되어버린 댓글을 남겼다.
동시에 해트트릭을 기록한 가스통 렌도에게는 ‘역시! 도시가스뿐이다!’라는 댓글들을 남기기도 했다.
리그에서 압도적으로 우승권을 유지하고 있는 울브스의 무패행진에 몇몇 전문가들은 리그 우승은 이미 울브스에게 넘어갔다는 의견을 내세우기도 했다.
아무튼, 3월의 첫 경기를 기분 좋게 승리를 끝낸 울브스는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었다.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샬케04와 경기가 순식간에 다가왔다.
* * *
믿을 수 없는 패배였다.
지난 시즌에 우승한 분데스리가의 챔피언이 울브스에게 3 대 1이라는 점수 차이로 패배한 것은 많은 독일의 축구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울브스가 정말 강한 팀이라는 것을 말이다.
-울브스는 EPL만이 아니라 다른 리그에서도 경쟁력이 있는 팀이다. 챔피언스리그에서 분명히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다.
-제대로 만들어진 팀이다. 아마도 울브스는 지금이 최고의 전성기일 것이다. 그들은 올해 기적을 일으킬 자격이 있다!
-샬케04는 원정에서 힘든 싸움을 할 것이다. 몰리뉴 스타디움은 박규태가 뛰기 시작하면서 원정팀에게는 지옥과도 같은 장소가 되어버렸다.
당연히 경기 전부터 많은 이들이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의 승자를 울브스로 보았다.
1차전에서 벌어진 점수 차이도 있지만, 울브스가 원정에서 3골을 넣은 것이 상당히 큰 이점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샬케04는 포기하지 않았다.
“고작 2점 차이야……! 우리가 3골을 넣으면 동점이고 4골을 넣으면 역전을 할 수 있는 거지.”
이반 다르더이 감독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이길 수 있어! 우리는 분데스리가의 챔피언이다. 그리고 올해도 리그 2위로 명문의 품격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지.”
그는 선수들에게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심어주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다.
솔직히 그가 생각해도 상당히 불리한 경기는 맞았다. 하지만 이렇게 허무하게 16강에서 탈락하기에는 지난 시즌부터 해온 선수들의 노력이 너무 아쉬웠다.
선수들도 그런 감독의 마음을 알아서인지는 몰라도 두 눈에 승부욕이 가득 찬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그들은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을 위해 잉글랜드에 있는 울버햄튼으로 향했다.
그리고 울버햄튼 하프페니 그린 공항에 내린 그들은 공항에서 지독한 김치 지옥을 맛볼 수 있었다.
“저게 무슨…….”
“진짜 잉글랜드가 맞아? 한국인 것처럼 느껴지는데? 우리 비행기를 잘못 탄 것 아니지?”
“내가 알던 잉글랜드 맞아?”
“와……. 미쳤어! 이 세상 공항이 아니야.”
하프페니 그린 공항은 울브스와 함께 여러 가지 이벤트를 준비했고, 3월 1일부터 14일까지 공항에서 한식과 관련된 다양한 구경거리가 전시되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한국에서 시작돼서 전 세계의 아이들에게 사랑을 받기 시작한 아동 애니메이션인 ‘슈퍼 김치맨’과 협업을 통해서 그와 관련된 상품이 공항의 중앙 휴게실에 떡하니 놓여 있었다.
그야말로 K-Food의 향연이었다.
이반 다르더이 감독은 공항을 보며 불안감을 느꼈다. 원정에서도 그렇게 지랄 맞았던 울브스의 원정팬들이 떠올랐다.
그는 어쩌면 울버햄튼이 현실에 존재하는 지옥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침을 삼켰다.
[뿌슝빠슝! 총각 김치맨이 나가신다!]
[우르르릉! 쾅쾅! 총각김치 젓갈비이이임!]
[와아아아! 슈퍼 김치맨이 우릴 구했어!]
[2030년을 강타할 슈퍼 김치맨의 열혈 모험!]
[어나더 슈퍼 김치맨! 2029년 3월 7일 개봉!]
샬케04의 선수들은 공항에 걸려 있는 스크린에서 나오는 ‘슈퍼 김치맨’의 극장판 개봉 날짜와 자신들의 경기가 같은 날짜인 것을 듣고는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샬케04의 에이스인 다니젤 미오코비치는 혼란한 공항의 모습을 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와……. 정말 대단하네. 울버햄튼이 이 정도인데…… 한국은 진짜 어떤 수준이라는 거지?”
그리고 그의 상상 속 한국의 이미지는 김치로 범벅이 된 지옥으로 확정이 되고 말았다.
< 국뽕 박규태 선생 #140 > 끝
ⓒ 엉심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