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뽕 박규태 선생 #138 >
[샬케04! 울브스에 1차전 3-1 패배!]
[어나더팍! 광기의 울브스를 이끌다!]
[이반 다르더이 감독의 절규! 인터뷰에서 욕설을 내뱉었음에도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울브스! 1차전에서 원정 3골 차이. 8강 진출 유력!]
[바르셀로나! 첼시에 3 대 0 패배! 충격에 빠진 꾸레들!]
[PSG! 토트넘을 1-0으로 잡아내다!]
[레알 마드리드, 나폴리를 상대로 2-2 무승부!]
[리버풀의 3-1 승리! 유벤투스는 파비오 실바를 영입했음에도 패배를 막지 못했다!]
[맨체스터 시티 vs 바이에른 뮌헨의 0 대 0 무승부!]
[발렌시아의 충격패! 아약스의 어게인 2018-19!]
-ㅋㅋㅋㅋㅋㅋㅋㅋ 꾸레들 멸망!
-미구엘 모레노만 보였다.
-첼시가 진짜 미쳤더라……. 리그에서 보여주던 경기력이 아님…….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다른 팀처럼 보임.
-보니크 실바가 진짜 잘하더라.
-윸벤퉄슼ㅋㅋㅋ 뭐? 마지막 퍼즐 조각을 찾았다? ㅋㅋㅋ 파비오 실바는 90분 동안 슈팅 4번에 파울 4번이 전부였고, 수비는 심각한 수준이었음……. 쯧쯧!
-진짜……. 레알 마드리드에서 보여주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저렇게 못 할 수 있지?
-울브스가 진짜 잘하네……. 지난 시즌에 돌풍을 일으켰던 샬케04가 그냥 휘둘리면서 3 대 1로 짐.
-작년도 그렇고 올해도 EPL이 진짜 강세네……. 반대로 라리가랑 세리에는 조금 부진하고……!
경기가 끝나고 다른 16강 팀들의 경기도 끝났다.
결과는 꽤 흥미로웠다.
EPL과 분데스리가에 속한 팀들이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결과도 썩 나쁘지 않았던 것과 다르게, 세리에A와 라리가에 속한 팀들은 경기력은 물론이고 결과도 좋지 않았다.
울브스는 샬케04를 깔끔하게 잡아냈다.
그것도 원정에서 3골이나 넣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나고 울버햄튼으로 돌아온 팀에 좋지 않은 소식이 들려왔다.
그 시작은 가스통 렌도였다.
그는 발목에 통증을 호소했다. 가벼운 부상이라서 걱정할 것은 없지만, 2월 18일에 있을 리그 컵 결승전에 출전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사의 확진이 내려왔다.
거기다 톤 필크만의 회복이 생각보다 더딘 것도 지금까지 승승장구해온 울브스에 좋지 않은 소식으로 들려왔다.
“우리는 항상 올바르게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런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기자들과 인터뷰에서 당당함을 드러냈다.
운이 나쁜 것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오히려 운이 좋았습니다. 2월 중순까지 큰 부상이 없이 모든 선수를 필드에 내세울 수 있었으니까요.”
그의 말처럼 2월에 접어들기 전까지 울브스의 선수들은 자잘한 부상을 제외하면 딱히 크게 다친 적이 없었다.
거기다 체력적인 부분도 관리가 잘되고 있었다.
다음 경기의 준비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마지막 질문에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김치처럼…… 매콤한 맛을 보여드리죠.”
* *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박규태가 회귀하고 난 뒤에 가장 많은 변화가 생긴 구단이라고 할 수 있었다.
루이스 너츠라는 30살에 월드클래스의 재능을 개화시킨 공격수를 회귀 전과 다르게 젊은 나이에 개화시켰지만, 반대로 회귀 전에 맨유를 다시 영광의 위치로 이끌었던 명장인 벨로아 솔랑케를 경질시키는 선택을 했다.
박규태는 맨유가 과거와 다른 팀이라고 생각했다.
회귀 전에는 우승도 노릴 수 있는 강팀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챔피언스리그에 도전할 수 있는 팀이지만, 우승과 거리가 좀 있는 팀으로 변했다.
그만큼 벨로아 솔랑케 감독이라는 명장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얼마나 큰 영향력이 있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아무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고 한다면 한국인에게는 많은 울림을 주는 팀이었다.
하지만 회귀 전과 다르게 많은 것이 바뀐 맨유는 예전처럼 두근거리지 않았다.
박규태가 조용히 눈을 떴다.
웸블리 스타디움의 라커룸까지 들려오는 팬들의 외침에 그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좋군.”
기분 좋게 이기기 좋은 날이었다.
비도 오지 않고.
눈도 내리지 않는다.
“아주 좋은 날이야.”
이런 날은 필드에서 ‘주-모우!’를 외치면 팬들의 귀에 선명하게 들릴 것이다.
라커룸의 분위기도 좋았다.
적당한 긴장감과 나쁘지 않은 표정들.
울브스는 만반의 준비를 끝낸 챔피언이었다.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그런 선수들을 보며 확신했다.
오늘 경기에서 질 수 없다고.
반대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라커룸도 제법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다만 그들의 표정은 비장함으로 가득했다.
“상대는 챔피언이다.”
맨유의 제라르 트뤼포 감독은 울브스를 우습게 보지 않았다. 그들이 보여주고 있는 기행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들은 챔피언이었다.
“울브스는 오늘 경기에서도 완벽할 거다. 우리는 그들의 완벽함에 틈을 만들어야 해.”
할 수 있을까?
그런 의문이 따라붙었다. 하지만 제라르 트뤼포 감독은 노련하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만들어진 표정으로 선수들을 바라봤다.
“우린 이길 수 있다.”
그는 이런 경기에서는 말이 많은 것보다 적은 것이 훨씬 유용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간단한 연설이 끝났다.
팀의 중심인 저메인 알리송과 루이스 페르난지뉴가 어린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움직였다.
그렇게 선수들이 필드에 들어설 시간이 찾아왔다. 웸블리 스타디움을 가득 채우고 있는 관중들의 목소리가 필드에 입장하지 않았는데도 들려왔다.
맨유의 선수들이 먼저 줄을 섰고, 곧이어 그들의 옆을 울브스의 선수들이 자리했다.
비장한 표정의 맨유.
덤덤한 표정의 울브스.
두 팀의 표정에서부터 누가 챔피언인지 잘 드러났다. 제라르 트뤼포 감독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렇게 리그 컵 결승전을 위해 두 팀의 선수들이 당당하게 웸블리 스타디움의 필드로 향했다.
* * *
“저 선수가 김치팍?”
“그냥……. 피지컬이 좋은 동양인처럼 보이네.”
아니엘로 디 카푸아와 오스카르 트룰스는 올해 맨유로 온 젊은 선수들이었다.
아니엘로 디 카푸아는 나폴리에서 16경기 2골 4도움을 기록하면서 기대되는 유망주라고 평가를 받았다.
그는 2선 공격수로 뛰어난 주력으로 상대 수비를 뒤흔드는 선수였다.
그는 나폴리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결국에는 임대로 맨유로 이적되었다.
그리고 로테이션으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오스카르 트룰스도 좋은 선수였다.
그는 바르셀로나에서 프로 데뷔를 하고 15경기 5골 7도움을 기록한 신성이었다.
하지만 그는 2년 동안 바르셀로나에서 뛸 수 없었다. 이미 자리를 잡은 알렉산더 코스타와 레안드루 아파르트를 넘지 못했다.
그렇게 임대를 전전하며 생활하던 그는 결국에는 바르셀로나를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자신이 바르셀로나에서 선택받지 못한 이유를 알고 있었다. 이유는 바르셀로나의 감독이 발기술이 좋은 선수를 선호하기 때문이었다.
그는 타고난 주력과 뛰어난 시야를 갖춘 선수였지만 발기술은 그리 뛰어난 편이 아니었다.
그렇게 맨유에 온 그는 이번 시즌에 26경기에서 5골 2도움을 기록하고 있었다.
공격 포인트는 썩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 맨유가 중앙에서 썩 좋은 공격 전개를 하지 못한 것을 생각하면 오스카르 트룰스는 맨유의 중앙에서 안정적으로 공을 전개할 기대되는 미드필더였다.
“정말 다른 선수들의 말처럼 악마가 아닐까?”
“그럴 리가 없지. 무슨 걱정을 하는 거야? 상대도 우리랑 같은 사람이야!”
오스카르 트룰스가 자신 있게 웃었다. 그는 소문이 너무 과장되었다고 생각했다.
전반기에 울브스와 경기에서 벤치에서 시작한 그는 박규태의 무서움을 몰랐다.
아니, 정확히는 제대로 경험을 못 했다.
“확실히…… 뛰어난 선수지. 하지만 무서워할 필요가 있을까? 저런 선수는 무시하면 그만이야.”
“음…… 그런가?”
오스카르 트룰스는 이탈리아 감성을 갖춘 소심한 2선 공격수를 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김치팍이 무슨 아이슬란드 민담에 나오는 트롤이라도 되는 것 같아? 아니야! 저 녀석도 인간이야. 그저 많은 선수가 그의 실력에 압도되어서 저러는 거지.”
“실력만 뛰어나면 메시처럼 찬양을 하지 않을까? 김치팍과 관련된 질문만 나오면 다른 선수들이 모두 입을 닫잖아……. 난 조금 긴장되는 것 같아.”
아니엘로 디 카푸아를 보며 오스카르 트룰스가 고개를 절레 흔들었다.
‘이 녀석은 틀렸어.’
최고의 선수가 되려면 자신의 실력에 자부심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선수로서 투쟁심도 필요했다.
그런데 아니엘로는 그런 투쟁심이 부족했다.
‘거기다 20살인데도 아직도 2군이랑 1군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보니까……. 더는 친해질 필요가 없겠어.’
그는 아니엘로에게 향했던 시선을 돌렸다. 마침 준비가 끝났다는 것을 확인한 주심이 휘슬에 입을 가져갔다.
삐이익!
울브스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두 팀의 리그 컵 결승전이 시작되었다.
* * *
사실 오스카르 트룰스가 자신 있게 말했던 이유가 박규태랑 직접 부딪칠 이유가 없는 위치여서였다.
‘세상에 미드필더가 있는 위치까지 내려올 최전방 공격수가 어디 있어?’
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활발하게 움직였다. 리그 컵 우승이 걸린 경기라서 그런 것 같았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자.’
그는 그렇게 다짐했다. 하지만 그의 다짐은 전반전 5분이 지나가는 순간에 깨져버렸다.
울브스의 프리킥 상황에서 그가 수비를 위해 자리를 잡기 무섭게 누군가 그의 뒤에 붙었다.
그리고 그의 귀에 조용히 속삭였다.
“Do you like sushi?”
“Mierda!(젠장!)”
오스카르는 순간적으로 스페인어로 욕설을 내뱉으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
악마의 속삭임이었다. 그는 살면서 이렇게 더럽고 느끼한 목소리는 처음 들었다. 오스카르 트룰스는 자신의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그가 우습게 봤던 박규태가 있었다.
“뭐야? 너 최전방 공격수 아니야? 왜 여기에 있는 거야?”
“그러면 김치는 어때? 너도 김치가 좋지?”
“몰라.”
“그래? 초밥보다는 역시 김치지?”
“…….”
“확실히 김치가 발효음식이라 뛰어나지.”
“제발 닥쳐.”
“자! 같이 외쳐볼까! 김치 사랑해효!”
“엿 먹어……! 맛없고 맵기만 한 김치보다 그나마 생선 맛이 나는 스시가 훨씬 맛있어.”
“오! 스시가 맛있다고?”
“그래! 망할 김치 좀 제발 꺼내지 마!”
아마도 관중들이 본다면 두 선수가 정답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박규태를 알고 있는 맨유의 수비진은 안쓰러운 표정으로 오스카르를 바라보았다.
‘오스카르 녀석……. 드디어 김치의 매운맛을 보겠구나.’
‘쯧쯧……. 나도 저걸 당한 적이 있었지.’
‘제발! 오늘은 조용히 넘어갔으면……!’
프리킥 키커인 아구스틴 퀴논이 손을 들었다.
그제야 박규태도 입을 닫고 경기에 집중했다.
오스카르는 공을 찰 준비를 빠르게 끝낸 아구스틴 퀴논에게 잠깐이나마 감사함을 느꼈다.
‘망할 김치맨……!’
이제야 깨달았다.
어째서 맨유의 수비수들이 그렇게 박규태를 싫어하는지를 잠깐의 마주침 동안 깨달을 수 있었다.
‘미드필더라서 다행이다.’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그와 같이 있던 박규태가 순간적으로 어디론가 뛰어가고 있었으니까.
‘뭐, 뭐야?’
그는 당황해서 급히 박규태를 뒤쫓았다.
‘뻐킹 김치팍이 저렇게 뛰는 이유가 있을 거야! 저 망할 괴물을 놓치면 끝난다!’
그 선택은 명백한 실수였다.
그가 마크할 선수는 테오 나두였다.
순간적으로 마크할 선수를 잊은 오스카르는 자신의 실수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아구스틴 퀴논은 직접 슈팅을 노리지 않았다. 그리고 비어 있는 공간과 테오 나두의 중간에 공을 연결했다.
나머지는 테오 나두가 해결했다.
뻐어엉!
철썩!
오스카르 트룰스는 그제야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너무나도 허무하고 어처구니없는 실수였다.
‘뭔가에 홀린 것 같아…….’
오스카르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때 그를 지나치며 박규태가 한 마디를 남겼다.
“아까 그랬지? 초밥을 좋아한다고.”
“그래서 어쩌라고?”
그의 대답에 박규태가 환하게 웃었다.
“김치가 좋아질 때까지 내가 도와줄게.”
< 국뽕 박규태 선생 #138 > 끝
ⓒ 엉심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