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뽕 박규태 선생 #137 >
[맨체스터 시티의 부진! 필리페 아리에타 감독 경질!]
[필리페 아리에타, ‘많이 부족했다. 믿어주신 맨체스터 시티의 팬들에게 너무 죄송해.’]
[감독 대행은 ‘폴 해슬리’ 맨체스터 시티 2군 감독!]
[오랜만의 부진에 걱정이 큰 맨시티의 팬들!]
[김치팍과 마이크 타이슨 감독을 데려오라는 팬들의 외침에 구단주인 만수르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리그 6위를 기록하고.
FA컵 5라운드 탈락하면서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후계자로 맨체스터 시티의 영광을 이끌었던 필리페 아리에타 감독이 자신의 자리에서 물러났다.
회귀 전에는 맨체스터 시티에 장기집권하며 더 굉장한 업적을 이룩할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떠났다.
원인은 박규태에게 있었다.
정확히는 그가 EPL에 오면서 생긴 나비효과였다. 원래라면 맨체스터 시티는 작년에 우승했을 팀이었다.
그리고 이번 시즌에 부진을 겪지만, 구단주는 작년에 우승했던 필리페 아리에타 감독에게 기회를 준다.
그 기회를 잘 넘기며 필리페 아리에타 감독은 맨체스터 시티에 장기집권하게 된다.
하지만 작년에 울브스에게 우승을 빼앗기면서 그 기회를 얻을 수 없었다.
‘그대로 능력이 있는 감독이니까.’
금방 자리를 잡을 것이다.
‘그것보다 다음 경기가 중요하겠군.’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이었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경험이 있는 박규태는 딱히 큰 부담감을 느끼지 않았다.
‘회귀 전에 그렇게 많은 경기를 뛰었는데……. 결승까지 가는 과정에서 흔들릴 이유는 없지.’
하지만 다른 선수들은 아니었다.
울브스의 선수단은 작년에 유로파리그 우승까지 거두었다. 하지만 그들은 챔피언스리그의 이름값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이름값에 흔들릴 팀이었다면……. 작년에 리그 우승은 물론이고 유로파리그 우승도 못 했겠지.’
그래서 걱정은 없었다.
이런 분위기도 금방 사라지겠지.
“오늘 아침은?”
“김-치이이이이이!”
“오늘 점심은?”
“비빔-바아아아아압!”
“오늘 저녁은?”
“불-고오오오오기이이이!”
박규태의 예상은 적중했다.
오전 훈련까지 묘한 분위기였던 울브스의 선수단은 점심을 끝으로 다시 자신들의 분위기로 돌아왔다.
울브스의 식단을 책임지는 에이미는 요즘 광기에 차서 한식을 외쳐대는 선수단을 보며 슬픈 눈으로 눈물을 글썽였다. 그리고 박규태를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노려봤다.
‘아니……. 내가 원래 이럴 생각은 없었다고.’
뭔가 찔리는 게 있는 박규태가 점심시간 동안 에이미의 눈길을 피했다.
샬케04와 경기는 천천히 준비되고 있었다. 그리고 경기가 있기 이틀 전에 독일로 날아갔다. 울브스의 첫 챔피언스리그 16강 경기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 * *
샬케04
꾸준히 3-5위를 유지하며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를 오간 그들은 2026-27시즌에 이반 다르더이 감독이 부임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팀으로 개편되었다.
젊은 유망주와 저평가된 베테랑을 골고루 영입한 그들은 26-27시즌에 분데스리가의 공룡인 바이에른 뮌헨을 마지막까지 괴롭히며 승점 1점 차이로 준우승을 가져갔다.
그리고 27-28시즌에 그들은 압도적인 리그 성적으로 분데스리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데려왔던 유망주들의 포텐이 모두 터졌으며, 저평가된 베테랑을 여름에 비싸게 팔아서 돈을 마련했다.
그리고 그 돈으로 이번에는 이름값이 있는 슈퍼스타를 팔고 데려온 선수들의 폼도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AS모나코에서 맨유로 이적한 뒤에 5년을 날린 비운의 골게터인 페데리코 펠레그리를 싸디싼 몸값으로 데려왔으며, 사우스햄튼의 윙어였던 지미 우드번과 아스날의 잔 루카 슈나이더와 하노버96의 울리히 우두오카이를 데려왔다.
좋은 선택이었다.
데려온 선수들이 모두 터졌으니까.
샬케04는 덕분에 지난 시즌에 우승을 거두었다. 그리고 이번 시즌에도 리그 2위로 1위인 바이에른 뮌헨과 승점 2점 차이로 우승 경쟁을 하고 있었다.
덕분에 언론은 지난 시즌 EPL 챔피언과 분데스리가 챔피언이 맞붙게 되었다고 크게 좋아했다.
울브스의 독일 원정이기에 16강 1차전의 승자는 샬케04가 될 것으로 예측하는 축구 전문가들이 많았다.
그들은 맨체스터 시티와 경기가 끝나고 고작 3일 뒤에 샬케04와 경기가 잡혀 있는 것을 지적했다.
그리고 체력적으로 울브스가 힘들 것이며 1 대 0이나 2 대 1로 샬케04가 우위를 잡을 것으로 평가했다.
틀리지 않는 말이었다.
울브스는 맨체스터 시티와 경기가 끝나고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구단이 독일에 잡아놓은 호텔로 향했으니까.
그리고 경기가 있는 날이 다가왔다.
샬케04의 펠틴스 아레나에는 어느덧 많은 관중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펠틴스 아레나는 분데스리가 최초의 돔구장으로 일본의 삿포로 돔처럼 경기장 외부에 있는 천연잔디 피치를 공기부양 방식으로 경기장 안으로 넣었다 빼는 방식으로 관리를 했다.
덕분에 다른 행사가 있을 때도 잔디에 입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거기다 펠틴스 아레나는 바이에른 뮌펜의 알리안츠 아레나와 도르트문트의 지그날 아레나처럼 만원 관중으로 유명했다.
‘Nord kurve’라 불리는 서포터즈들의 열렬한 응원도 꽤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경기가 있기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샬케04의 라커룸에는 전운이 돌았다. 그들은 지난 시즌의 리그 우승으로 자신감이 넘쳤다.
“울브스……? 좋은 팀이다. EPL에서 우승을 차지한 챔피언이지. 거기다 발롱도르를 수상한 팍이 있다.”
이반 다르더이 감독의 묵직한 목소리에 선수들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다 작년에 유로파리그 우승을 하면서 그들은 큰 경기에서도 자신들의 가치를 제대로 증명했지.”
선수들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선수들을 보며 이반 다르더이 감독은 자신감에 넘치는 말을 내뱉었다.
“그래서…… 그들이 우리보다 강하나?”
“아닙니다!”
“그래서 그들이 이곳에서 우리보다 강하나?”
“아닙니다!”
“좋아……. 그러면 경기가 시작되고 녀석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몰아붙여! 그리고 여기가 누구의 홈인지 그리고 분데스리가 챔피언이 어떤 팀인지……! 제대로 알려주고 와!”
그 말을 끝으로 선수들이 라커룸을 나섰다.
이반 다르더이 감독은 그런 선수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자신감에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길지 않았다.
필드에 선수들이 입장하고 두 팀의 선수들이 각자의 위치로 향하는 순간까지 웃고 있던 그의 입가가 경기가 시작되고 5분 만에 굳어지고 말았다.
“김치-머슬!”
“죽여! 김치를 믿지 않는 독일 녀석들에게 잉글랜드산 김치의 위력을 보여주라고!”
“김치-머슬!”
“마르시오! 상대를 아주 xxx해버려!”
상대 감독은 이상한 말을 내뱉으며 공중에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으며, 오늘은 벤치에서 시작한 박규태는 ‘김치-머슬!’이라는 이상한 주문을 외치고 있었다.
그야말로 혼란함 그 자체.
거기다 샬케04의 자신감 넘치던 경기력도 울브스가 보여준 기가 막힌 공격성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뒤를 생각도 하지 않는 것처럼 샬케04의 수비진을 파고드는 공격수들과 라인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수비진은 그간 상대했던 팀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파격적이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이게 끝이 아니었다.
분명히 그들의 홈인데도 1,000명도 되지 않는 울브스의 원정 팬들이 내뱉는 이상한 응원가가 필드에 간간이 울려 퍼졌다.
“김치팍! 김치팍! 김치김치팍팍!”
“오오오! 팍! 김치의 정령! 김치팍!”
“어디에나 한국산 공격수가 눈에 들어오지! 김치팍!”
“울브스의 슈퍼 늑대가 김치의 매운맛을 보여줄 거야!”
“김치팍! 김치팍! 김치팍!”
덕분에 전반 17분에 선취점을 넣은 샬케04는 고작 5분 만에 자신들이 가진 리드를 내어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전반 31분에 엠마누엘 메르시에가 찬 벼락같은 슈팅에 동점을 허용했다.
그리고 전반전이 끝나기 무섭게 샬케04의 핵심인 다니젤 미오코비치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라커룸으로 향하는 울브스의 선수들을 보며 짧은 한마디를 남겼다.
“미친 새끼들.”
* * *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전반전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마르시오가 빠지고 벤치에 앉아 있던 박규태가 바로 투입되었다.
혼란스러운 경기임에도 샬케04의 선수들은 다시 정신을 차리고 경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울브스의 핵심 공격수인 박규태를 경계했다. 이번에 발롱도르를 수상한 젊은 공격수이자 메시와 호날두처럼 엄청난 골을 넣은 스코어러였으니까.
하지만 그것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샬케04의 수비진은 마르시오와 다른 박규태의 플레이 스타일에 흔들리며 여러 번 틈을 내주었다.
뛰어난 발기술로 연계에 초점을 둔 공격수와 다르게 한국에서 온 특급 공격수는 적극적으로 몸을 들이밀면서 샬케04의 수비진을 뚫고 기회를 만들었다.
거기다 다른 문제점도 있었다.
“Kennen Sie Kimchi?”
“몰라! 모른다고!”
박규태는 짧게 배운 독일어를 이용해서 그들에게 ‘김치를 아느냐?’고 물었다.
“Ich mag Kimchi!”
“꺼져! 네가 김치를 좋아하는 게 뭐? 어쩌라는 거야! 제발! 그 입을 다물고 경기에 집중해!”
“비빔밥 좋아하니?”
“몰라! 모른다고!”
박규태는 자신의 어설픈 독일어로 신나게 샬케04의 중앙 수비수인 올리히 우두오카이를 괴롭혔다.
박규태의 지옥 같은 입담에 질린 것일까.
순간적으로 생긴 빈틈을 노리고 박규태가 순간적으로 샬케04의 수비진을 파고들었다.
동시에 중앙에서 박규태에게 날카로운 패스가 날아들었다. 정확히 그의 발에 안착하는 좋은 패스였다.
박규태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뻐엉!
공을 잡기 무섭게 반 박자 빠르게 때린 슈팅이 그대로 샬케04의 골망을 뒤흔들었다.
박규태는 멀고 먼 독일까지 따라온 울브스의 원정팬들이 있는 방향으로 빠르게 달렸다.
“주-모우우우우우우!”
박규태의 광기에 찬 외침.
주-모우우우우우!
김치! 김치! 김치! 김치!
발할라! 발할라! 발할라! 발할라!
그 외침에 1,000여 명의 원정팬들이 김치가 서린 광기를 보여주며 악에 찬 함성을 내질렀다.
EPL의 팬들에게는 익숙한 광경이었다.
하지만 분데스리가의 샬케04엔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펠틴스 아레나를 가득 채운 샬케04의 팬들은 이해할 수 없는 표정으로 김치를 외치고 있는 울브스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김치팍이 우릴 김치 발할라로 데려갈 거야!”
“독일에도 위대한 ‘김치-갓!’을 보여줘! 김치팍! 그는 유일한 김치의 신이야!”
“멍청한 샬케04 녀석들! 너희는 지금 위대한 ‘김치-갓!’을 못 알아보고 있다고! 외쳐! 김치팍!”
샬케04의 선수들은 집단광기를 내뿜는 울브스를 보며 적응이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이반 다르더이 감독도 같았다.
그는 멍하니 필드를 한참을 바라봤다.
2 대 1로 앞서나가는 울브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후반 42분에 터진 사이먼 셰데르스트룀의 쐐기포로 울브스가 3 대 1로 승리를 확정 지었다.
그 순간 샬케04의 모두가 깨달았다. 울브스는 김치에 반쯤 비친 종교구단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게 경기가 끝났다.
인터뷰장에 나타난 샬케04의 이반 다르더이 감독은 영어로 첫 마디를 내뱉었다.
독일어가 아닌 영어였지만 어색함이 없었다.
“뻐킹 크레이지 김치맨……!”
그의 욕설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딱히 기사로 쓸 생각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황색언론으로 유명한 잉글랜드에서 날아온 몇몇 기자들이 그의 비통에 찬 욕설에 도리어 안쓰러운 눈빛을 보냈다.
< 국뽕 박규태 선생 #137 > 끝
ⓒ 엉심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