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뽕 박규태 선생 #136 >
톰 맥기네스는 반사신경이 뛰어났다.
어릴 때 그는 차에 치일 뻔한 상황에서도 빠르게 반응해서 다치지 않았던 적이 있었다.
그런 그의 재능을 확인한 아버지는 그를 울버햄튼 원더러스의 유소년팀에 입단시켰다.
그는 꾸준히 성장했다.
뛰어난 민첩성은 물론이고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보여주는 짐승 같은 모습은 몇몇 울브스의 유소년 코치들을 놀라게 하며 기대되는 유망주로 주목을 받았다.
-토오오오옴 맥기네스으으으으! 이번에도 환상적인 슈퍼 세이브가 터졌습니다!
-전반전 중반까지 흔들리던 선수가 맞나요? 와…… 여유가 생기니 아스날의 모든 슈팅을 막아내고 있습니다!
-1 대 1로 끝났던 전반전과 다르게 후반전이 시작되고 울브스가 아스날을 상대로 점점 우위를 가져가기 시작합니다.
전반전이 1 대 1로 끝난 순간.
아스날의 사무엘 토드 감독은 일이 잘못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울브스의 약점으로 생각했던 톰 맥기네스는 선취점을 내어준 것을 제외하면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도…… 해볼 만해!’
뛰어난 선방 능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톰 맥기네스는 톤 필크만처럼 뛰어난 킥 능력을 갖춘 선수가 아니었다.
거기다 발기술이 조금 떨어졌으며 안정적인 빌드업 능력도 부족했다.
‘그 부분을 노리면 이길 수 있어!’
하지만 그걸 알고 있다는 듯이 울브스에서 먼저 선수 교체카드를 꺼내 들었다.
-울브스가 교체카드를 꺼냈습니다! 루이스 페레즈 선수를 빼주고 앤서니 백스터 선수를 투입합니다.
-앤서니 백스터 선수가 수비수인데……. 빌드업 능력이 제법 뛰어난 선수거든요? 루이스 페레즈 선수가 있던 수비형 미드필더 위치에서 공을 전방의 선수들에게 연결해 주는 패스의 허브 역할을 해줄 것 같습니다.
-이러면 울브스는 공을 전방으로 연결할 방법이 하나 더 늘어난 것이죠? 루이스 페레즈 선수는 패스 성공률이 높은 편이지만……. 전방으로 연결하는 패스가 적은 선수니까요.
-맞습니다. 루이스 페레즈 선수가 공을 잘 지키는 선수라면……. 앤서니 백스터 선수는 공격적으로 전방에 공을 연결해 줄 수 있는 그런 선수입니다.
-거기다 본래 포지션은 중앙 수비수이기에 수비적인 부분에서도 많은 기여를 할 수 있겠죠.
-네! 말씀드리는 순간 앤서니 백스터 선수가 최전방으로 길게 공을 때립니다!
-좋은 패스! 그리고 우리 박규태 선수가 빠르게 달려듭니다! 아스날의 중앙 수비수인 알란 차우루스와 공중볼 경합을 하면서 공을 지켜냈어요!
울브스는 전반전에 흔들린 것이 언제였냐는 듯이 후반전이 어느 정도 무르익자 날카로운 역습과 뛰어난 주력으로 아스날의 발이 느린 풀백을 크게 흔들었다.
박규태는 전반전과 다르게 안정감을 되찾은 수비진을 보면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제야 거너스에게 제대로 매운맛을 보여주겠네.’
거너스와 구너들이 내뱉는 절규를 들을 준비를 끝낸 박규태가 숨을 길게 내뱉었다.
곧이어 앤서니 백스터가 공을 잡고 순간적으로 전방을 빠르게 훑었다. 그는 박규태의 위치를 파악했다.
그리고 길게 공을 전방으로 연결했다.
이거다. 이게 완벽한 기회다.
박규태가 씩 웃으며 달렸다.
아니, 이미 달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앤서니 백스터가 고개를 들어 올리는 순간부터 박규태는 달릴 준비를 끝냈다.
겁 없이 달렸다.
그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주력이 엄청 빠른 편은 아니지만, 순간적으로 낼 수 있는 속도는 그 어떤 선수보다 빠른 선수였다.
덕분에 공을 잡을 그의 곁에는 뒤에 붙어서 겨우 따라온 아스날의 알란 차우루스만 있을 뿐이었다.
그는 이를 물고 어떻게든 박규태가 슈팅을 가져갈 수 없도록 온몸을 던질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는 박규태의 슈팅에만 몰두하고 있었기에 자신의 옆에 텅 비어 있는 공간을 보지 못했다.
그리고 박규태는 슈팅하는 척 페이크를 주었다가 비어 있는 공간으로 가볍게 공을 찔러넣었다.
툭!
그제야 알란 차우루스는 자신이 실수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공간으로 파고드는 아구스틴 퀴논이 슈팅을 가져갔고, 뒤늦게 알란이 몸을 날렸음에도 그의 슈팅을 막을 수 없었다.
철썩!
역전을 알리는 골이 터지자 울브스의 몰리뉴 스타디움이 큰 환호성으로 뒤덮였다!
와아아아아아아!
“아구스틴!”
퀴-노오오온!
“아구스틴!”
퀴-노오오오온!
아구스틴 퀴논은 관중들에게 자신이 누구인지 물었고, 뜨거운 열정을 가진 팬들은 그의 물음에 충실히 대답해 주었다.
멀리서 톰 맥기네스가 골이 들어간 것을 보고 좋아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도 했다.
박규태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후반전에 2 대 1로 앞서나가기 시작한 울브스는 크게 무리하지 않았다.
그들은 천천히 아스날이 전진을 못 하게 단단한 수비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후반전 45분까지 끝나고 나서야 몰리뉴 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팬들이 기쁨이 가득한 함성을 내질렀다.
와아아아아아!
-울브스가 2 대 1로 아스날을 잡아내면서 10월 21일에 있었던 첼시전에서의 패배 이후로 15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했습니다!
-정말 강합니다! 울브스 이번 시즌에도 큰일이 없다면 리그 우승이 거의 확실할 것 같습니다!
-2위와 승점 차이가 12점입니다. 2위와 크게 벌어진 승점 차이가 울브스가 이번 시즌에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자격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울브스의 이런 독주는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그리고 다른 상위권 팀들이 이런 울브스를 잡아낼 수 있을까요? 다음 경기가 정말로 기대되는 2월입니다!
경기가 끝나고 오늘 경기에서 멋진 데뷔전을 치른 톰 맥기네스가 MoM에 선정이 되었다.
그는 어색한 표정으로 리포터의 질문에 천천히 대답했다.
그는 자신의 실수를 잘 다독여주고 파이팅을 심어준 울브스의 선수들과 박규태에게 감사한다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렇게 소리쳤다.
“아이 러브 주-모!!”
그렇게 울브스가 2월의 첫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 * *
[톰 맥기네스의 슈퍼 세이브!]
[울브스, 아스날을 상대로 2 대 1 신승!]
[박규태, ‘주전 골키퍼의 부상에도 흔들리지 않고 이길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하나의 팀이다. 꼭 위기를 잘 넘겨서 좋은 성과를 거두겠다.’]
[톰 맥기네스, ‘팍이 나에게 힘을 주었다. ‘주-모우!‘를 외치니 근심과 걱정이 모두 사라졌다. 정말 대단한 주문이다.’]
[사무엘 토드 감독, ‘Fxxk! 꺼져! 마이크 치워! 빡치니까!’]
[아스날의 사무엘 토드 감독! 기자의 악의적인 질문에 욕설을 내뱉고 인터뷰장을 빠져나가!]
[가레스 인니스,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가 부족했다.’]
-이츠 주모타이이이임!
-주모오오오오오오! 이제 국산이라고 할 수 없구나……. 우리 주모는 이제 해외에서 놀고 있는데……. 난 아직도 방구석에서 스포츠 기사 댓글이나 달고 있네?
-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아스날 수준이 왜 이러냐?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를 풀백이 다 말아먹네.
-진짜 풀백이 저렇게 주력이 느려도 되냐? 진짜 대단하다 아스날……. 어떻게 약점이라고 불리는 울브스의 풀백보다 더 못하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구너들 진짜 9너가 되었죠? 아스날 9위 ㅋㅋㅋㅋ 9너 9너! 어디서 유로파도 못 나가는 9너들의 울음소리가 들리죠?
-요즘 맹구들 왜 이렇게 나대냐?
-그래도 꼴에 리그 3위라고 맹구들 엄청 좋아하네 ㅋㅋㅋ 담당 일진인 울브스한테 맨날 얻어맞는데 ㅋㅋㅋ
-응, 콥등이들! 짭시티들! 나란히 4위 5위죠? 지난 시즌에 리그 2위 했다고 이번 시즌 우승각이라고 했던 짭시티는 어디 갔죠? 황버풀이 다 씹어먹는다는 콥등이들 어디 갔죠? 앙 황유띠!
-진짜……. 저러다가 다시 유로파로 떨어져야 정신 차리지 ㅋㅋㅋㅋㅋ 맹구들 설레발은 뭐다?
-아따! 필패이지요!
톰 맥기네스의 선방쇼와 공격진의 활약으로 승리를 거둔 울브스는 리그를 독주하고 있었다.
그 뒤를 첼시와 맨유가 따라가고 있었고, 4위에 있는 리버풀이 5위에 있는 맨체스터 시티와 6위인 사우스햄튼과 순위 싸움을 하면서 울브스를 제외한 상위권이 혼돈에 빠졌다.
거기다 하위권 경쟁도 꽤 치열했다. 꼴찌인 20위인 브라이튼과 15위인 뉴캐슬의 승점 차이가 고작 4점이었다.
덕분에 EPL은 어느 시즌보다 흥미로웠다.
거기다 2월에 잡혀 있는 경기들은 한국 축구팬들이라면 좋아할 대진이 많았다.
FA컵 5라운드 맨체스터 시티 vs 울브스.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샬케04 vs 울브스.
리그컵 결승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vs 울브스.
중요한 경기가 주르륵 잡혀 있었다.
덕분에 한국의 배달업체는 2월에 최고 매출을 거둘 것 같다는 전망도 하고 있었다.
사실 박규태가 선발로 출전하는 날에 치킨집의 매출이 평소에 두 배나 되었다. 그는 한국 외식업계 사장님들의 워너비 스타나 다름이 없었다.
그런 박규태가 지금 자신의 집 쇼파에 앉아 멍하니 엠마누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슉! 하고 휙! 해서 뻥! 하고 차면 골이라니까? 이 쉬운 걸 못하네.”
“…….”
엠마누엘 메르시에의 말에 박규태가 얼굴을 팍 찌푸리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리 들어도 이해할 수 없었다.
옆에 쇼파에 앉아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테오 나두가 한마디를 거들었다.
“내가 말했잖아. 팍은 진짜 한국인이 아니야. 저 녀석은 그냥 김치 행성에서 온 외계인이라니까?”
“음! 이상한 말인데……. 묘하게 설득된다.”
“그렇지?”
박규태가 버럭 화를 냈다.
“아니! 내가 무슨 외계인이야?”
“하지만 너처럼 게임을 못하는 한국인은 처음인걸? 어떻게 이렇게 게임을 못할 수 있어?”
뭐라 반박할 말이 없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게임을 정말 못했으니까.
‘내가 이렇게 빡 대가리였나?’
손은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모니터만 보면 판단이 느려지고 멍청이가 된 것처럼 게임을 플레이했다.
덕분에 그는 엠마누엘에게 연이어 패배를 당하고 있었다. FPS부터 시작해서 대전격투 게임까지 계속해서 도전했지만, 박규태는 엠마누엘을 이길 수 없었다.
“야! 다시 축구게임으로 붙어!”
박규태가 이를 꽉 물었다.
하지만 그는 이길 수 없었다. 울브스를 고른 박규태는 브라이튼을 고른 엠마누엘에게 8 대 0 관광을 당했다.
그중에서 2골은 상대 골키퍼가 뛰쳐나와서 50M 드리블을 하고서 중거리 슛으로 터진 골이었다.
그야말로 당할 수 있는 모든 굴욕을 당했다. 그리고 박규태는 그 굴욕을 현실에서 풀었다.
2월 10일.
FA컵 5라운드 맨체스터 시티전.
박규태가 폭주했다.
-박규태 고오오오올!
-FA컵 5라운드! 박규태가 선취점을 터뜨립니다! 맨체스터 시티의 알리페 라이올라가 제대로 막지 못했어요!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을 앞두고 박규태 선수가 계속해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줍니다.
-대단합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FA컵 5라운드.
맨체스터 시티전에서 박규태는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거기다 맨체스터 시티의 주전 수비수인 존 하멜의 머리를 넘기는 레인보우 플릭까지 선보였다.
존 하멜은 자신을 계속해서 농락하는 박규태를 보며 창백해진 얼굴로 눈을 질끈 감았다.
‘신이 있다면 제발……. 누가 이 또라이 좀 치워주세요! 이 망할 뻐킹 코리안만 치워주면 사이비 종교라도 믿을게요!’
하지만 그의 기도는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
오히려 박규태는 현실에서 보이기 힘든 여러 드리블로 존 하멜을 철저하게 농락했다.
그리고 벤치에 앉은 테오 나두와 엠마누엘은 그 모습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외계인 맞지?”
“와……. 어떻게 현실에서 저렇게 게임같이 축구를 하지? 진짜 외계인인가 봐.”
“자! 빨리 5유로 내놔. 팍이 외계인이면 5유로 주기로 했잖아. 저건 어떻게 봐도 축구와 김치에 미친 외계인이야.”
“쳇!”
엠마누엘이 혀를 차고서 테오 나두에게 5유로를 건넸다. 그러는 사이에 박규태가 다시금 골을 터뜨리며 포효하고 있었다.
“그래! 나 게임 조빱이다! 주모오오오오오!”
< 국뽕 박규태 선생 #136 > 끝
ⓒ 엉심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