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131화 (131/199)

< 국뽕 박규태 선생 #131 >

요한 크루이프는 생전에 강한 개성을 지녔다.

그는 자신의 개성으로 축구 전술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그는 자신의 혁신적인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며 꽤 직설적인 화법으로 몇몇 이들에게는 좋지 않은 말을 들었다.

하지만 그의 선수, 그리고 감독으로서의 재능을 헐뜯는 사람은 절대 없을 것이다.

그는 그만큼 대단한 선수이자 감독이었으니까.

그는 여러 명언을 남겼다.

-축구는 머리로 한다. 다리는 뛸 뿐이다.

-축구를 하는 것은 간단하지만, 간단한 축구를 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공을 가진 선수가 아니라 공이 없는 선수가 다음 패스의 방향을 선택한다.

많은 말이 있지만, 마이크 타이슨 감독의 머릿속에 남은 말은 ‘선수가 가진 재능과 시야는 컴퓨터로 확인할 수 없다.’라는 말이었다.

“이해할 수 없군요.”

“허……. 발롱도르를 수상하면 뭔가 특별한 재능이 생기는 건가? 마크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외계인이 축구를 잘하는 약이라도 먹인 게 아닐까요? 솔직히 저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12월 이달의 선수상도 받았죠? 최근에 퍼포먼스가 발전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까 그건 빙산의 일각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저런 재능을…….”

“저렇게 시야가 넓은 선수였나?”

코치진은 감탄을 내뱉고 있었다.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갑자기 요한 크루이프의 명언들이 자신의 머릿속을 떠다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적어도 이것 하나는 확실한 것 같았다.

“팍은 지금보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겠군.”

* * *

2029년 1월 1일.

EPL의 겨울 이적시장이 열렸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 빅클럽들은 자신의 주머니에 가득 찬 돈을 꺼내 들었다.

반대로 돈이 없는 클럽들은 어떻게든 선수들을 지키기 위해서 바삐 움직였다.

울브스는 다른 빅클럽처럼 적극적으로 영입시장에 나서지 않았다. 오히려 몇몇 선수를 시장에 내놓을 생각이었다.

브란도 사미도 그중 하나였다.

그는 울브스에 오래 있던 선수였다. 체세나에서 처음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한 그는 자유계약으로 인테르에 이적했고, 약 90억 원의 이적료를 기록하고 울브스로 이적했다.

그리고 쭉 울브스에서 뛰었다.

그리 뛰어난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주전과 로테이션을 자주 넘나들며 울브스의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좋은 선수였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지.’

그는 알고 있었다.

자신에게는 사이먼 셰데르스트룀은 물론이고 도미닉 매든과 아마로 멜로, 샘 빈치, 아구스틴 퀴논, 루이스 페레즈를 넘어설 재능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

‘이제 떠나야 할 시간이지.’

하지만 나쁘지 않았다.

제법 즐거운 시간이었다.

특히나 리그 우승은 물론이고 유로파리그 우승까지 하면서 원하는 목표는 모두 이룩했다.

거기다 박규태와 함께 즐거운 분위기로 라커룸을 뜨겁게 만들던 선수단의 분위기도 잊지 못할 것이다.

브란도 사미가 꾸준함을 보여줘서일까.

그가 이적시장에 나오자마자 유벤투스에서 그를 영입하겠다며 구단과 그의 에이전트로 연락해왔다.

브란도 사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협상은 부드럽게 진행되었다.

팀의 유망주인 아마로 멜로도 풀햄으로 떠날 준비를 끝냈다.

그는 브란도 사미와 다르게 성장을 위해서 울브스가 1년에서 2년을 임대로 경험을 쌓게 할 생각인 것 같았다.

브란도 사미의 유벤투스행이 거의 확정이 될 때쯤에 박규태는 다른 선수들과 함께 두 사람의 송별회를 준비했다.

최근에 울브스 선수단의 워너비 회식 장소가 된 한정식 레스토랑에서 선수단과 선수들의 가족들이 오랜만에 웃고 즐기며 저녁을 먹었다.

브란도 사미는 울브스 선수단이 준 선물을 받고서 눈물을 글썽였다. 그의 아내가 브란도 사미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절대…… 절대 울브스에서 보낸 생활을 잊지 못할 거야. 정말 내 축구 인생에서 최고의 행복일 거야.”

선수들은 그런 브란도 사미를 보며 씩 웃었다.

박규태는 주먹을 쥐며 그에게 말했다.

“유벤투스에서 널 괴롭히는 녀석이 있으면 내가 김치 따귀를 날려줄 테니까. 꼭 전화해! 알겠지?”

“그래, 괴롭히는 녀석이 있으면 전화할게……. 김치팍은 울브스와 내 친구니까.”

그렇게 브란도 사미가 떠났다.

[리그 컵 준결승 1차전! 울브스 1 vs 1 토트넘으로 비겨!]

[박규태, 리그 컵 준결승 1차전은 휴식!]

[피파 올해의 선수상의 주인은 블라디미르 고메스!]

[올해의 선수상 논란! 박규태가 어째서 올해의 선수상을 타지 못했는가?]

[인기투표라는 지적에 자유로울 수 없는 피파!]

[브란도 사미, 한화로 약 400억의 몸값을 기록하며 유벤투스로 이적! 겨울 이적시장의 시작을 알려!]

[울브스의 아마로 멜로, 풀햄으로 임대!]

[박규태! 피파 FIFPro World XI를 수상해!]

[미구엘 모레노! 푸스카스상 수상!]

1월 4일까지 쉬고 팀에 합류한 박규태.

그는 1월 3일에 열린 피파 풋볼 어워드에 참석했었다. 모두가 발롱도르를 수상한 박규태가 올해의 선수상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상은 블라디미르 고메스에게 돌아갔다.

덕분에 몇몇 전문가들은 올해의 선수상이 그저 인기투표가 아니냐며 피파를 꼬집었다.

박규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이슈가 내 인지도를 더 늘려줄 테니까. 난 그냥 입을 닫고 조용히 있으면 그만이지.’

오히려 그는 다른 것을 신경 쓰고 있었다.

‘요한 크루이프의 시야…….’

달랐다.

그가 보던 시야와 전혀 다른 감각이었다.

시스템의 도움 때문일까.

박규태는 새로운 감각에 금방 적응했다.

‘요한 크루이프의 넓은 시야는 나에게 더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겠지. 다른 선수들이 포착할 수 없는 미묘한 타이밍에 슈팅을 가져갈 기회를 말이야.’

그렇기에 조금 기대가 되었다. 요한 크루이프의 시야로 경기를 보게 되면 어떻게 될까.

‘아직 실전에서는 경험을 못 했으니까.’

그래서 느껴보고 싶었다.

기회는 금방 찾아왔다.

1월 9일.

리그 21라운드.

울브스는 번리와 경기를 앞두고 있었다.

* * *

번리는 이번 시즌에 강등권에서 허덕이리라 예측한 언론의 예상과 다르게 리그 12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특히나 번리가 가진 특유의 끈끈한 수비가 이번 시즌에도 이어지며 강팀을 상대로도 끈질긴 모습을 보여주었다.

오늘 경기도 똑같았다.

-번리의 터프 무어에서 진행이 되는 리그 21라운드는 모두의 예상과 다르게 울브스가 쩔쩔매고 있습니다.

-전반전 17분에 에베트롱 소아리스가 넣은 선취점과 이어서 27분에 터진 에디 케이어의 중거리 슛이 들어가면서 2 대 0으로 울브스가 밀리고 있습니다.

-울브스로서는 최근에 루이스 페레즈의 부상과 리그 컵 1차전에서의 무승부로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은 상황입니다.

-상대인 번리는 며칠 전 경기에서 맨체스터 시티에게 2 대 1 패배를 기록했지만, 경기력은 상당히 뛰어났습니다. 후반 45분에 터진 엘리야 예프스의 결승골이 아니었으면 무승부를 기록했을 경기였죠?

-맞습니다.

중계진의 말처럼 번리는 최근에 경기력이 좋았다.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그것을 알고 있었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썩 좋지 않았다.

울브스의 공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좋지 않군……. 팍에게 공이 이어지지를 않아. 뭔가 방법이 없을까? 이대로는 만회 골도 넣지 못할 거야.”

“번리가 세운 두 줄 수비가 상당히 단단합니다. 그나마 테오가 자신의 개인 능력으로 좋은 기회를 만들었지만…….”

“계속해서 팍에게는 연결되지 않았지.”

사실 번리가 준비를 잘해왔다.

박규태를 막을 방법이 없기에 그들은 박규태에게 연결되기 전에 미리 패스의 줄기를 끊어버렸다.

덕분에 박규태는 전반전 내내 고립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짧은 순간 기회가 찾아왔고.

박규태는 전반전 45분이 가까워진 시간에 멋진 어시스트를 하나 기록했다.

2 대 1로 전반전이 끝난 상황.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선수들에게 전반전과 다르게 패스를 짧고 빠르게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팍! 2선까지 내려와서 공을 받고 필요하다면 조금 애매한 타이밍에도 슈팅을 가져가! 상대는 오늘 절대 라인을 높게 올릴 생각이 없을 거야.”

마이크 타이슨 감독의 조언에 박규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프타임을 끝내고 찾아온 후반전부터 울브스가 천천히 번리의 단단한 수비를 흔들기 시작했다.

특히나 박규태가 2선에 내려와서 경기를 풀어주기 시작하면서 울브스에게 좋은 기회가 많이 찾아왔다.

-박규태! 깔끔한 패스였습니다! 어떻게 저 위치를 봤죠? 테오 나두가 파고든 위치에 뻗어 나가는 패스!

-조금 긴 패스였지만 테오 나두가 잡기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높게 올라오는 크로스!

-박규태 헤더어어어어어!

-아! 번리의 게이븐 코넬 골키퍼! 멋진 선방!

박규태는 필요한 순간 2선까지 내려와 자신의 영향력을 확실하게 드러냈다.

아구스틴 퀴논에게 패스를 연결받은 박규태가 다시 그에게 공을 돌려주고 살짝 돌아서 번리의 수비진을 파고들었다.

짧게 연결되는 패스 사이로 울브스의 선수들은 꽤 유기적인 움직임을 가져가고 있었다.

그리고 자시 박규태의 발에 연결된 패스.

그가 빠르게 번리의 틈을 파고들었다.

-좋은 패스! 박규태! 기회입니다!

-박규태! 박규태! 오늘 경기에서 가장 좋은 기회를 얻은 것 같습니다! 번리가 그의 움직임을 놓쳤습니다!

-더 돌파하는 박규태!

자신에게 이끌려 순간적으로 무너진 번리의 수비진을 힐끔 살핀 박규태가 여유롭게 중앙으로 공을 연결했다.

아구스틴 퀴논은 그 공을 잡고 벼락같은 슈팅을 때렸다.

데에에엥!

-아! 완벽한 기회를 놓친 아구스틴 퀴논!

-골대를 맞고 공이 나갔습니다! 번리의 골킥이 되었습니다. 진짜 좋은 기회였는데요! 울브스가 점점 자신의 영향력을 후반전에 보여주고 있습니다!

-번리가 조금씩 흔들립니다.

울브스는 계속해서 번리를 두드렸다.

그때마다 중심은 박규태였다.

“내가 알던 김치팍이 맞아? 공격수치고는 연계가 상당히 뛰어나다고 생각은 했지만……. 오늘 경기처럼 저렇게 2선에서 영향력을 보여주던 선수는 아니었는데?”

“마무리를 놓친 몇 번의 기회가 아니었다면……. 진즉 울브스가 3 대 2로 앞서나가고 있을 거야.”

“패스의 수준도 그저 그렇고……. 패스를 찔러넣는 센스가 타이밍도 달라진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뭔가 평소보다 날카로운 느낌?”

번리의 수비진은 평소와 달라진 박규태의 멋진 연계와 반 박자 빠른 슈팅에 적응을 못 하고 있었다.

‘시야가 넓어지니까. 슈팅을 가져갈 타이밍을 잡기도 더 편해진 느낌이야. 거기다 전체적인 경기의 흐름을 보기도 좋고.’

박규태는 요한 크루이프가 이런 눈으로 축구를 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대단하네……. 이런 시야만 있다면 7살짜리 아이도 뛰어난 미드필더가 되겠어.’

조금 과장된 표현일 수 있었다.

하지만 박규태는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그만큼 요한 크루이프의 시야는 대단했다.

그리고 후반 41분에 박규태는 요한 크루이프의 시야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기회를 만들 수 있었다.

경기장을 고루 볼 수 있는 넓은 시야가 만든 기회였다. 박규태는 자신의 발에 굴러들어온 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으음……! 김치의 신이 나에게 빨리 골을 넣고 국뽕을 세계에 알리라고 재촉하는 것 같군……!’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주저할 필요는 없었다.

박규태가 그대로 슈팅을 가져갔다.

뻐어엉!

공은 그대로 골대를 향해 날아갔다. 당연히 골키퍼인 게이븐 코넬이 박규태의 슈팅에 반응했다.

‘막아야 해!’

몸을 날린 게이븐 코넬.

하지만 공은 그가 예측한 방향보다 훨씬 위로 솟구쳤다. 그리고 골대 상단에 정확히 파고들며 골망을 흔들었다.

철썩!

박규태는 골이 들어간 것을 확인하자마자 미친 듯이 관중석을 향해 뛰어갔다. 그리고 그대로 멋진 이단 앞차기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김치키이이이이익!”

“커모오오오온 태퀀도!”

“김치팍은 태퀀도 블랙 벨트라고! 멍청한 번리 녀석들! 너희가 이길 생각을 한 거야? 너무 오만한데?”

“멍청한 녀석들! 김칫국은 우리만 마실 수 있지!”

“후반전 막판에 터진 멋진 골이야! 김치팍! 김치팍! 김치김치팍팍! 커모오오오온 김치태권도!”

그러자 원정팬들이 그의 퍼포먼스를 보고 큰 목소리로 환호성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번리의 터프 무어가 김치와 태권도로 물들었다.

< 국뽕 박규태 선생 #131 > 끝

ⓒ 엉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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