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뽕 박규태 선생 #128 >
맨체스터 시티.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있던 시절에 만들어진 스쿼드는 그들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보다 더 높은 위치에 올렸다.
2020년대 초는 그 어떤 팀과 비교해도 결코 부족함이 없는 최고의 전성기였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서 감독이 된 필리페 아리에타 감독은 맨체스터 시티를 새롭게 변화시켰다.
그는 빠르게 리빌딩을 시도했다.
2023년에 부임한 그는 매 시즌 EPL 우승과 준우승을 오가면서 맨체스터 시티가 진정한 명문이 될 수 있게 만들었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길을 닦았다면, 필리페 아리에타 감독은 그 길에 꽃을 깔았다.
이제 맨체스터 시티를 그저 돈이 많은 팀이라 부르는 사람들은 없다. 그들도 엄연한 명문 팀이 되었다.
-많은 이들이 저를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맨체스터 시티에 남긴 유산이라고 부릅니다. 그처럼 저도 맨체스터 시티에서 많은 것을 이룩했으니까요. 준우승도 많았지만, 우승도 많이 했습니다.
필리페 아리에타.
펩 과르디올라 감독과 전술적 성향이 비슷한 감독.
스페인 출신 아버지와 아르헨티나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사실 딱히 축구를 좋아하던 청년이 아니었다.
하지만 신혼이었던 아내와 함께 2010년 월드컵을 보기 위해 남아공으로 여행을 떠났고, 거기서 그는 운명처럼 축구라는 알 수 없을 매력을 가진 스포츠에 빠지게 되었다.
그는 그 뒤로 열심히 공부해서 지도자 자격증을 따냈고, 스페인의 3부 리그에 있는 라싱 페롤에서 운이 좋게도 전술 코치로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나쁘지 않은 삶이었다.
그는 선수들과 코치진들의 신임을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그리고 어느 날 누군가 그에게 찾아왔다.
“내 밑에서 일할 생각이 없나?”
펩 과르디올라의 그 말에 그는 생각할 것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맨체스터 시티의 전술 코치로 영입되었다.
맨체스터 시티는 라싱 페롤과 달랐다.
전술 코치가 여럿이 있었고.
상대 팀을 분석하는 전담팀이 그에게 질 좋은 자료를 넘기며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는 거기서 무럭무럭 성장했다.
그리고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가장 신임하는 코치가 되었다. 그리고 2018년에 맨체스터 시티의 수석코치이자,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오른팔인 도메넥 토렌트 코치가 뉴욕 시티 FC의 사령탑으로 올라서면서 그 빈자리를 그가 채우게 되었다.
그리고 수석코치의 자리에서 그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에게 축구 감독으로서 필요한 많은 것을 배웠다.
그는 꽤 빠르게 성장했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아르헨티나 국가대표직을 수락하고 맨체스터 시티를 떠날 수 있었던 것은 생각보다 그가 감독으로서 자질이 뛰어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그는 맨체스터 시티의 감독이 되었다. 그리고 오늘까지 맨체스터 시티의 영광과 함께하고 있었다.
그런 필리페 아리에타 감독이 머리를 쓸어올리고 있었다. 원인은 울브스의 박규태였다.
-고오오오오올!
-박규태! 박규태! 박규태! 정말 대단합니다! 맨체스터 시티의 심장에 비수를 꽂는 동점 골이 터집니다!
-필리페 아리에타 감독이 라인에 바짝 붙어서 선수들을 독려합니다. 방금은 수비진이 순간적으로 균열이 생기면서 조금 쉽게 박규태 선수에게 공간을 허용한 느낌이 있었죠?
-1 대 1의 상황! 맨체스터 시티! 울브스를 상대로 전반전 초반에 앞서나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가기 시작합니다! 울브스가 다시 활력을 얻은 것 같아요!
울브스를 상대로 많은 것을 준비한 맨체스터 시티에게는 순간적인 판단 실수로 내어준 동점이 상당히 뼈아프게 다가왔다.
특히 필리페 아리에타 감독은 아쉬움이 가득한 눈으로 필드를 바라봤다.
울브스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했다.
‘의외로 잘 흔들리는 측면 수비와 조금은 부실한 중앙을 노리면 생각보다 큰 재미를 볼 수 있지.’
그렇기에 첼시는 물론이고 다양한 강팀들이 울브스의 중앙을 압박하고 공격이나 역습을 전개할 때는 측면을 활용했다.
하지만 위 두 가지의 방법은 큰 리스크가 있었다.
첫 번째로 중앙을 과도하게 압박을 하기 위해서는 중앙 미드필더진의 체력 소모가 상당히 심하다는 것이다.
덕분에 많은 팀이 후반전에 중앙에 배치된 미드필더들이 지치면서 울브스의 중앙을 자유롭게 만들어 주었다.
당연히 울브스는 틈을 놓치지 않고 잘 활용해서 날카로운 역습을 자주 성공시켰다.
‘그렇게 역습을 허용한 팀이 꽤 많지.’
두 번째는 측면 수비가 약하지만, 반대로 측면 공격이 그 어느 팀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대단하다는 것.
울브스의 골이 중앙보다 측면에서 만들어지는 비율이 더 높은 것을 보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공격력이었다.
“그리고 저 선수가 있는 한…… 울브스는 두 가지 약점을 가졌음에도 쉽게 공략할 수 없는 팀이 되었지.”
문제는 울브스가 가진 약점을 후벼 파도 이기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바로 저 망할 한국인 때문에!
“커모오오오오온! 골을 넣었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 먹지이이이이! 막걸리! 막걸리!”
동점을 허용한 것도 모자라서 역전을 허용했다.
박규태가 전반 26분에 울브스의 두 번째 골을 넣었고, 그는 지금 필리페 아리에타 감독이 보는 가운데 원정석으로 달려가 알 수 없는 한국말을 내뱉고 있었다.
“김치전! 파전! 굴전! 감자전! 빈대떡!”
와아아아아아아!
“주-모우우우우!”
아무래도 저 미친 듯이 날뛰는 뻐킹 김치 코리안을 조용하게 만들어야 했다.
그가 급히 한 선수를 불렀다.
“후반전이 시작되고 제레미 도슨과 교체돼서 왼쪽 윙 포워드로 뛰게 될 거야. 미리 준비해.”
“알겠습니다.”
필리페 아리에타 감독은 전반전이 끝나고 이상하게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측면 공격수를 교체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필리페 아리에타 감독의 말에 준비를 시작한 선수는 이번 시즌에 맨체스터 시티에서 데뷔한 리오넬 산체스였다.
* * *
2 대 1로 전반전이 끝났다.
라커룸으로 들어서기 무섭게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박수를 치며 선수들을 반겼다.
“나쁘지 않았어! 좋은 경기력이었어! 이렇게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단 1골로 전반전을 끝내다니! 정말 최고였다! 오늘 수비는 정말 완벽했어!”
그는 전반전에 2실점을 각오하고 준비했다. 하지만 그의 예상과 다르게 선수들은 1실점으로 전반전을 끝냈다.
그가 만족할 수밖에 없는 성과였다.
특히나 크게 흔들릴 것으로 예상했던 측면 수비수들이 멋진 활약을 하며 위기를 잘 넘겼다.
특히나 곽진수가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그는 제레미 도슨을 마크하며 딱 한 번의 실수를 제외하고는 모든 돌파를 막아냈다.
“음……. 좋아! 상대방은 후반전에 측면을 더 거세게 몰아붙일 거다. 이런 비가 오는 날은 측면에서 올라오는 크로스를 걷어내기 어려우니까. 후반전은 전반전보다 훨씬 측면이 중요하다.”
“알겠습니다.”
“좋아! 아주 좋아! 루이스! 필요하다면 측면까지 움직여 수비를 도와도 좋다. 중앙이 조금 헐거워도 되니까. 수비할 때는 최대한 할 수 있을 만큼 측면에 가담해.”
그는 신나게 선수들에게 후반전에 어떤 방식으로 맨체스터 시티의 공격진을 막아야 할지 알려주었다.
그렇게 짧으면 짧고.
길면 길다고 볼 수 있는 하프타임이 끝났다.
필드로 나서던 박규태는 전반전에 곽진수에게 신나게 참교육을 받던 제레미 도슨이 빠지고 꽤 잘생긴 녀석이 필드에 뛰어들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생각보다 빠른 교체인데?’
박규태는 리오넬 산체스를 바라봤다.
진짜 잘생긴 녀석이었다.
“음……. 확실히 잘생긴 녀석이야.”
그때였다.
필드에 가까이 붙은 관중석에서 꽤 부드러운 여성의 목소리가 박규태와 리오넬 산체스의 귀에 들린 것은.
“리오넬! 화이팅!”
“마리! 내가 꼭 골을 넣을게!”
리오넬 산체스는 환하게 웃으며 여성에게 손을 흔들었다. 박규태는 그것을 잠깐 바라보다가 슬쩍 리오넬 산체스에게 다가가서 조용히 물었다.
“여자친구야?”
“아, 울브스의 팍이었나? 맞아! 내 여자친구야!”
“아…… 그래?”
박규태의 눈이 순간 스산해졌다. 그리고 뭔가 섬뜩한 미소를 보이며 리오넬 산체스의 등을 두들겼다.
“페어플레이하자고.”
“그래!”
박규태가 씩 웃었다.
“왼쪽 윙 포워드였나? 후반전에 자주 테오 나두와 스위칭을 하면서 경기를 풀어나가라고 했으니까……!”
측면까지 따라가서 괴롭혀도 문제는 없겠지.
그렇게 혼잣말을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교체로 들어온 리오넬 산체스가 새로운 활로가 되어 맨체스터 시티의 공격을 이끌었다.
덕분에 전반전에 중앙에서 고립되었던 파블로 로탱이 후반전에는 꽤 위협적인 슈팅을 몇 개를 가져갔다.
“파블로 로탱은 역시 대단하네.”
“저 폼이 지금 슬럼프란 거지?”
“그래…….”
“저 괴물 같은 폼이 슬럼프에 빠진 상태지.”
“만약 슬럼프를 이겨낸다면 유일하게 팍과 겨룰 수 있는 선수인 게 분명해…….”
덕분에 울브스의 수비진은 전반전보다 훨씬 상대 공격을 막는 데 집중해야 했다.
파블로 로탱과 리오넬 산체스의 조합은 쉽게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기어코 맨체스터 시티가 골을 터뜨렸다.
-고오오올!
-리오넬 산체스! 맨체스터 시티의 최고 유망주가 시즌 3호 골을 터뜨렸습니다!
-재능만큼은 진짜다! 이런 평이 많은 선수거든요? 11경기에서 이제 3골을 넣었지만, 움직임이나 경기를 풀어나가는 모습을 여느 선수와 다른 품격이 있습니다!
-이걸로 2 대 2. 경기가 다시 동점으로 돌아왔습니다!
리오넬 산체스가 골을 넣는 순간.
에티하드 스타디움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추적추적하게 내리는 비가 이제는 진눈깨비가 되어 내리고 있음에도 에티하드 스타디움의 뜨거움을 막을 수 없었다.
그리고 박규태는 골을 넣고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달려간 리오넬 산체스를 보며 눈을 게슴츠레 떴다.
자신은 솔로인데, 녀석은 커플이다.
거기다 여자친구는 금발에 가슴이 크다.
또 엄청 이쁘다.
박규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음……. 녀석에게 근본을 알려줘야겠어.”
그때부터 시작이 되었다.
박규태의 근본수업이 말이다.
리오넬 산체스는 골을 넣은 뒤에 갑자기 자신을 거칠게 마크하는 박규태를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뭐 하는 거야?”
“페어플레이.”
“꺼져! 헤이! 레프리! 내 유니폼을 봐요! 젠장! 저 녀석이 잡아당겨서 늘어났잖아요!”
박규태가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테오 나두와 자리를 자주 바꾸며 2선에서부터 리오넬 산체스가 돌파할 수 없게 곽진수와 함께 협력 수비를 했다.
“젠장! 나한테 왜 그래?”
박규태가 짜증을 내는 리오넬 산체스를 보며 웃었다.
“흐흐흐!”
“미친놈……! 저리 꺼져! 넌 중앙 공격수잖아! 갑자기 왜 측면까지 와서 나를 괴롭히는 거야?”
“여자친구가 있는 네게 근본을 알려주기 위해서.”
“뭐?
“내가 김치식 근본이 무엇인지 보여주지.”
“아니……! 여자친구가 있는 게 뭐가 문제야?”
“네 녀석에게 여자친구가 있다는 문제는……! 내게 모든 문제나 다름이 없어. 넌 날 자극했어. 뻐킹 김치맨이 뭔지 보여줄게.”
“젠장……. 진짜 미쳤어! 이 새낀 진짜 미쳤다고!”
반쯤 광기를 드러낸 박규태를 보며 리오넬 산체스가 몸을 부르르 떨며 벗어나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였다.
하지만 박규태는 더 찰거머리처럼 그에게 붙어서 리오넬 산체스를 끈질기게 괴롭혔다.
거기다 박규태는 측면에서 움직였을 때는 적극적으로 공을 최전방까지 운반하는 역할도 같이 가져갔다.
덕분에 박규태와 스위칭으로 중앙에 선 테오 나두와 공격적으로 올라온 아구스틴 퀴논이 좋은 기회를 많이 잡았다.
그리고 찾아온 후반전 21분.
진눈깨비가 계속해서 내렸다.
덕분에 선수들은 체력을 많이 소모해서 움직임이 상당히 둔해졌다. 그때부터 두 팀의 용병술이 발휘되었다.
맨체스터 시티는 최전방에서 고생한 파블로 로탱을 빼주고 페르난도 티에우스를 투입했다.
울브스는 박규태와 적극적으로 스위칭을 하면서 많은 활동량을 소화한 테오 나두를 벤치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대신 들어온 알렉스코 아리에타가 측면에 위치하자 박규태는 다시 중앙에서 공격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선수들이 차근차근 교체되면서 두 팀의 분위기가 어수선해진 것을 박규태가 확인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실점이 많이 나온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박규태의 예상은 적중되었다. 2골을 넣은 그에게 해트트릭의 기회가 찾아왔다.
-박규태 선수가 빠르게 움직입니다!
-진눈깨비가 다시 차디찬 비가 되어서 필드에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혹독한 상황에서도 박규태 선수가 맨체스터 시티의 수비진을 속여넘기고 있습니다!
박규태는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집중력을 잃지 않고 아구스틴 퀴논과 2대1 패스를 하며 차근차근 전진했다.
“막아! 팍을 막으라고!”
계속해서 중앙으로 진격하는 울브스.
다시 박규태에게 공이 향하는 순간을 노리고 폴 드림스틱이 급히 손을 뻗었다.
하지만 박규태의 행동이 더 빨랐다.
폴 드림스틱의 움직임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박규태는 공을 끌고 더 깊숙하게 파고들었다. 그리고 맨체스터 시티의 골대를 바라보며 빠르게 전진했다.
공을 가지고 빠르게 돌파하는 박규태의 모습에 원정까지 찾아온 울브스의 팬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반대로 에티하드 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맨체스터 시티의 팬들은 작은 불안감을 가지고 지켜봤다.
그리고 어느 정도 골대에 박규태가 가까워진 순간.
관중석을 가득 채운 팬들이 낮은 탄성을 내뱉었다.
“안 돼! 안 돼!”
골대 근처의 관중석에서 절규하는 맨체스터 시티의 목소리가 들여왔다. 박규태는 그 소리를 듣고 씩 웃었다.
“돼!”
뻐엉!
그리고 과감하게 슈팅을 가져갔다.
골망이 흔들리는 소리가 금방 들렸고, 박규태가 두 팔을 휘두르며 중계카메라가 있는 방향으로 달렸다.
그가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솔로무죄! 커플유죄!”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필리페 아리에타 감독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뻐킹 크레이지 김치맨…….”
박규태는 진짜 미친놈이었다.
< 국뽕 박규태 선생 #128 > 끝
ⓒ 엉심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