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127화 (127/199)

< 국뽕 박규태 선생 #127 >

맨체스터 시티는 강하다.

울브스도 강하다.

첼시도 강하지만, 솔직히 1위 다툼을 할 정도로 뛰어난 수준은 아니다.

시즌에 들어가기 전.

축구전문가들이 내린 평가였다.

그리고 그들의 평가는 어느 정도 비슷하게 맞아들어갔다.

[1, 울브스] 17경기 15승 1무 1패 46승점.

[2, 첼시] 17경기 11승 4무 2패 37승점.

[3, 맨시티] 14경기 10승 3무 1패 33승점.

울브스는 그들의 예상처럼 강력했다.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제대로 드러내며 전반기에 단 1패만 기록하고 있었다.

첼시는 리그 2위를 달리고 있지만, 1위인 울브스와 승점이 9점이나 차이가 나고 있었다.

맨체스터 시티도 꽤 많이 차이가 나고 있지만, 아직 경기를 3경기를 덜 치른 상태였기에 승점이 낮을 뿐이지 경기력은 그 어떤 팀보다 상당히 뛰어났다.

거기다 울브스와 같이 리그에서 단 1패만을 기록하고 있는 강팀이었다.

그런 두 팀이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축구 팬들의 관심이 향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선수들의 구성을 봐도 기대감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올해 발롱도르가 가장 확정적인 박규태.

그리고 작년에 EPL에서 가장 화려한 2선 공격진이라 평가를 받았던 엠마누엘-가스통 렌도-테오 나두까지 있는 울브스.

2023년에서 25년까지 3연속으로 피파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선수이자, 발롱도르 2회 수상에 빛나는 파블로 로탱.

박규태와 같이 발롱도르 후보에 오른 엘리야 예프스와 아르헨티나의 구단인 인데펜디엔테에서 33억에 데려온 압도적인 재능인 리오넬 산체스가 있는 맨체스터 시티.

그야말로 EPL 최상위권 팀의 대결답게 다양한 볼거리가 준비된 경기였다.

당연히 두 팀은 인터뷰부터 뜨거웠다.

[필리페 아리에타 감독, ‘울브스를 상대로 많은 준비를 했다. 꼭 이겨서 중요한 승점을 따낼 것이다.’]

[박규태, ‘확실히 맨체스터 시티는 강팀이다. 그래도 울브스가 질 것 같지는 않다. 내가 있고 다른 환상적인 팀원이 있는 우리 팀이 훨씬 강하다고 생각한다.’]

[파블로 로탱, ‘박규태는 메시와 호날두처럼 시대의 주인이 될 자격이 있다. 하지만 아직은 내가 더 뛰어난 선수다.’]

[마이크 타이슨 감독, ‘팀의 모두가 맨체스터 시티와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는 꼭 승리해서 1위를 지킬 중요한 승점 3점을 가져올 생각이다.’]

[폴 부아예 감독, ‘아직 우리랑 경기도 하지 않았다! 울브스는 아스날을 잊은 것 같다! 리그컵에서 자만에 빠진 울브스를 나락으로 떨어뜨리겠다!’라며 크게 분노!]

사람들은 기대감을 계속 키웠다.

“맨체스터 시티가 이길 거야.”

“맞아. 울브스의 공격진이 더 뛰어나다고 평가를 받지만……. 솔직히 수비진이 조금 부족한 것은 사실이니까!”

“아니, 울브스는 완벽해! 지금 리그에서 최다 득점과 최소 실점을 모두 기록하고 있는 팀이야!”

“맨체스터 시티가 팀으로 보면 완벽해도 김치팍과 환상적인 우리 2선 공격수들을 막을 수 없을걸?”

맨체스터 시티와 울브스의 팬이 아닌 이들도 일이 끝나고 저녁에는 펍에서 술을 마시며 누가 이길지를 예상하며 신나게 떠들었다.

반대로 아스날의 팬들은 분노했다.

“울브스가 우릴 무시해?”

“2년 전에는 우리를 넘어서지도 못한 녀석들이잖아! 고작 1~2년 잘나간다고 자만하고 있는 거야!”

“이건 거너스의 수치야!”

“폴 부아예 감독이 울브스를 리그컵 8강에서 탈락시켰으면 좋겠어! 그 멍청이들에게 거너스의 위력을 보여줘야 해!”

아스날의 팬들이 이를 간 것처럼 선수들도 많은 준비를 하고 리그컵 8강 경기를 준비했다.

그리고 찾아온 12월 13일 리그컵 8강전.

아스날과 경기에서 울브스는 전반전에 그들의 거센 압박에 선취점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에미리츠 스타디움은 환호성으로 물들었다.

“꼴좋다! 멍청한 김치들!”

“우우우우우우우우! 김치에 영혼을 판 늑대들의 말로가 이런 거라고! 레츠고! 거너스! 레츠고! 거너스!”

“가레스! 녀석을 제쳐!”

“보켈! 보켈! 보켈!”

하지만 그들의 외침은 전반전이 끝나고 후반전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사라지기 시작했다.

-아르사네 디예에에에에에! 어마어마한 헤딩골!

-언제 이 선수가 중앙으로 파고들었죠? 박규태 선수가 뒤로 수비수를 데리고 빠진 틈을 이용해서 아르사네 디예가 완벽한 타이밍에 완벽한 헤딩으로 동점을 만듭니다!

-폴 부아예 감독이 얼굴을 찌푸립니다.

-아스날……! 좋았는데요! 충분히 이길 수 있었는데요! 아쉽게도 울브스에게 따라잡히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울브스는 이대로 끝낼 생각이 없었다.

후반 44분에 교체로 투입된 샘 빈치가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아스날의 골망을 흔들며 경기의 끝을 알렸다.

조용한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머리를 부여잡는 아스날의 팬들이 눈에 들어왔다. 반대로 원정까지 따라온 울브스의 팬들은 달랐다.

그들은 기쁨에 잠겨 신나게 응원가를 불렀다.

김치팍! 김치팍! 김치김치팍팍!

거너스들의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응원가가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계속 울려 퍼졌다.

* * *

2 대 1로 아스날을 잡아낸 울브스.

그들은 오직 맨체스터 시티와 경기를 생각하며 그에 맞춰 차근차근 준비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서 경기가 있는 12월 16일이 찾아왔다. 울브스의 선수들은 경기가 있는 전날에 버스를 타고 맨체스터에 도착했다.

그들은 호텔에서 하루 쉬고 다음 날에 에티하드 스타디움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호텔과 경기장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다. 버스에서 내린 선수들은 원정팀 라커룸에 들어섰다.

그리고 차분하게 경기를 준비했다.

“맨시티전을 준비하기 시작한 며칠 전부터 모든 준비를 끝낸 오늘까지……! 우리는 항상 힘든 훈련을 잘 버텨왔다.”

박규태가 두 팔을 벌렸다.

“이제 본격적인 경기를 10분 앞둔 지금! 바람 소리와 스산한 빗소리가 라커룸의 창문을 때린다.”

“팍……. 여기 라커룸은 창문이 없는데?”

“폭풍전야! 언론에서 우리를 비웃던……! 그리고 지금도 비웃는 이들에게 딱히 다른 반박을 하지 않겠다!”

“아무도 안 비웃었는데…….”

“우릴 욕한 녀석들이 허접한지, 우리가 허접한지는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좋아! 맨체스터 시티 녀석들에게 코리안 시크릿 김치 지옥을 보여주자!”

과거에 ‘습격2’란 한국 게임의 오픈을 앞둔 상황에서 게임사의 한 관계자가 SNS로 올렸던 허세가 넘치는 글을 인용했다.

박규태가 카리스마가 넘치는 표정으로 선수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주-모우우우우우!”

장난기가 어리던 선수들이 박규태의 ‘주-모우!’에 같이 번쩍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쳤다.

“주-모우우우우!”

“쭈모우우우우!”

“주-모우우!”

에티하드 스타디움의 원정팀 라커룸을 가득 채운 선수들의 기세를 보며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는 선수들이 진정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진정한 선수들에게 전술적으로 어떤 움직임을 가져가야 하는지 라커룸을 나서기 전까지 차분하게 설명했다.

“오늘 경기는 두 팀의 수비진이 결코 무실점이 나올 수 없는 경기야. 그러니까 실점을 두려워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라인을 올려서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해.”

항상 공격적으로 나가라는 말을 자주 하는 마이크 타이슨 감독의 말에 선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선수들이 필드에 입장하기 위해서 복도에 섰다.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들은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박규태는 자신을 보며 반가워하는 김한솔을 보고 씩 웃어주었다.

“규태야! 진짜 반갑다.”

“어, 형도 오랜만이네.”

박규태보다 2살 많은 김한솔은 레버쿠젠에서 이번 시즌에 백업 풀백으로 맨체스터 시티에 이적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 준수한 활약을 펼치면서 차근차근 선발 출전 경기를 늘려가고 있었다.

이제는 준주전급으로 대우를 받는 그를 보면서 박규태가 씩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존 하멜은 어디 있어?”

“아……! 그 와패니즈?”

“그 녀석이 안 괴롭혀?”

“딱히? 뭔가 날 엄청 피하던데……. 너 도대체 그 녀석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한국 사람만 보면 병적으로 피하더라.”

“흐흐흐……. 그래?”

박규태가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아무튼, 오늘 경기 잘 부탁한다. 내 쪽으로 절대 오지 마라. 진짜 너 상대하다가 반쯤 미쳐버릴 수 있으니까.”

“오늘 내 상대는 ‘매직스틱’ 녀석이야. 그리고 난 측면으로 스위칭해도 오래 있는 플레이 스타일이 아니니까. 형도 그건 잘 알고 있잖아.”

“뭐 그렇지……? 그것보다 폴을 상대로는 그 이상한 트레쉬 토크를 할 생각이라는 거네.”

“맞아.”

김한솔의 말에 조금 멀리 떨어져 있던 폴 드림스틱이 몸을 움찔하고 떨더니 고개를 휙 하고 돌렸다.

김한솔이 킥킥 웃었다.

“진짜 지독하게 괴롭혔나 봐? 듣기로는 EPL 수비수들이 널 만나기를 제일 싫어한다고 소문이 났다는데, 그게 정말 사실이었구나. 정말 대단하네.”

“뭐…… 그렇지? 아무튼, 오늘 경기 잘 부탁해. 한솔이 형.”

“그래, 각자 페어플레이하며 잘해보자.”

두 사람이 악수하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필드에 입장한 두 팀의 선수들.

비가 꽤 거세게 내리는 것을 보며 박규태가 혀를 내둘렀다. 오늘 경기는 지독한 수중전이 될 것 같았다.

삐익!

곧이어 주심이 휘슬을 불었다.

그리고 박규태는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페어플레이하자고 말을 내뱉은 김한솔이 전반 3분에 테오 나두의 젖꼭지를 꼬집어 주심에게 구두 경고를 받는 모습을 보고 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저 형은 어쩌면 나보다 더 또라이가 아닐까?”

그가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런 박규태를 마크하던 폴 드림스틱이 ‘네가 할 말은 아니다.’라는 눈빛으로 그를 노려봤다.

* * *

수중전은 상당히 고되고 지친다.

평소보다 세밀한 컨트롤은 어렵지.

거기다 체력의 소모는 빨랐다.

잔디는 미끄러워서 중심을 잡기 위해서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체력을 써서 움직여야 했다.

그리고 대체로 이런 수중전은 진흙탕 싸움으로 흐를 때가 많아서 선수들이 많아서 힘들었다.

그렇기에 선수들은 이런 수중전을 싫어했다.

박규태도 이런 수중전은 그리 즐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수중전의 이해도가 높은 선수가 바로 박규태였다.

‘K리그에서 은퇴하고 아쉬워서 말년에 어떻게든 축구를 계속해보려고 태국리그까지 가서 1년 뛰어봤지.’

그렇기에 그는 수중전의 경험이 많았다.

태국은 대략 4월부터 10월이 우기이다.

태국의 우기는 일반적인 우기처럼 비가 계속 내리는 것이 아닌 스콜이라는 짧은 소나기가 자주 내리는데, 박규태는 축구를 하면서 관리가 안 된 필드에서 저런 스콜이 내리는 상황을 많이 겪었기에 수중전에 경험이 많았다.

그렇기에 그는 수중전에서 어떤 식으로 경기를 풀어나가야 하는지 그 누구보다 이해도가 높았다.

뻐엉!

높게 날아드는 공을 향해 박규태가 달렸다.

평소보다 조금은 느린 스타트였다.

그를 마크하던 폴 드림스틱이 빠르게 먼저 치고 나가 날아드는 공을 커트하고는 박규태를 보며 비릿하게 웃어 보였다.

“오늘따라 되게 느리네? 거기다 아까 살짝 미끄러졌지?”

“비가 와서 그렇지.”

박규태가 느긋하게 대답하자 그가 얼굴을 찌푸렸다. 그는 박규태의 그런 느긋한 여유가 너무 꼴 보기 싫었다.

그래서 그는 어떻게든 비꼬는 말로 박규태를 계속해서 자극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의 생각과 다르게 박규태는 그에게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해서 경기에 집중했다.

그러는 사이에 맨체스터 시티가 선취점을 넣었다. 골을 넣은 선수는 벨기에 특급인 제레미 도슨이었다.

-제레미 도슨! 환상적인 골입니다!

-비가 오는 상황에서도 제레미 도슨의 볼 터치는 정말로 부드럽고 드리블이나 볼을 제어하는 데 있어서 뭔가 어색함이 없습니다! 정말 대단하네요!

-모처럼 울브스가 선취점을 내어준 상태로 끌려가는 양상이 되었습니다.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딱히 뭔가 큰 반응이 없는 것을 보니까……. 뭔가 예상을 한 것 같습니다. 오늘 경기는 절대로 실점 없이 끝나지 않을 경기니까요.

차분한 울브스의 선수들.

그들은 어느 정도 예상하였다.

실점이 이른 시간에 나왔지만,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차분하게 다시 경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반 17분이 찾아왔다. 박규태는 숨을 거칠게 내뱉는 폴 드림스틱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내가 왜 지금까지 조용히 있었는지 알아?”

“나한테 계속 막혀서 입을 닫았겠지.”

“아니, 너의 수비패턴을 알아보려고 계속해서 조용히 있었던 거야. 그러니까 예상할 거야. 왜 내가 지금 이렇게 열심히 입을 털고 있는지를 말이야.”

“뻐킹 크레이지 김치맨. 입 닫아.”

때마침 날아드는 낮고 빠른 패스.

박규태가 급히 몸을 돌려서 달리기 시작했다.

폴 드림스틱은 그의 움직임에 맞춰 뛰기 시작했다.

그는 박규태가 아까처럼 저 공을 제대로 쫓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오산이었다.

아까와 다르게 박규태의 속도는 줄어들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미끄러지지도 않았다.

덕분에 폴 드림스틱이 당혹감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아까와 다르게 박규태가 거침없이 공을 향해 달렸으니까.

그는 조금 늦게 반응했고, 덕분에 박규태는 그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수월하게 공을 잡을 수 있었다.

그의 돌파는 계속 이어졌다.

폴 드림스틱이 급히 손을 뻗어서 그의 유니폼을 잡으려고 했지만, 박규태의 질주를 막을 수 없었다.

그대로 공을 잡고 달린 박규태는 자신 있게 맨체스터 시티의 골키퍼인 파파 바쿠얀의 옆을 스치고 지나가는 슈팅을 때렸다.

뻐엉!

그는 골대를 보지도 않고 원정석으로 달렸다. 결과를 볼 필요가 없을 정도로 완벽한 슈팅이었으니까.

철썩!

골망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와아아아아아!

곧이어 원정석이 떠들썩해졌다.

촤아아아악!

물기가 가득한 필드에서 박규태가 원정석의 관중들을 향해 태클하듯이 슬라이딩했다.

그리고 번쩍 일어나 소리쳤다.

“주-모오오오오오! 비 오는데 파전 하나랑 막걸리 하나 추가요오오오오오오오오오!”

< 국뽕 박규태 선생 #127 > 끝

ⓒ 엉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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