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126화 (126/199)

< 국뽕 박규태 선생 #126 >

울브스의 챔피언스리그 D조 마지막 경기.

모나코를 상대로 5 대 1 대승을 거두며 유일한 전승팀으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그리고 모스코바를 잡아낸 레알 마드리드는 AS 모나코가 패배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기뻐했다.

-울브스! 믿고 있었어!

-김치팍! 역시 넌 블랑코스가 어울려! 마드리드는 널 더 높은 곳으로 올려줄 거야!

-아슬아슬했어! 내가 사랑하는 블랑코스가 조별예선에서 탈락하는 줄 알았다고.

-파비오 실바의 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야. 이 녀석은 예전 바르셀로나의 네이마르를 보는 기분이야.

-그 녀석은 너무 SNS에 입을 털어.

-그건 김치팍도 마찬가지 아니야?

-하지만 김치팍은 같은 팀의 선수와 감독을 깎아내리는 발언을 하지 않잖아. 그 친구는 항상 김치와 코리아……. 그리고 불고기를 찬양하는 말만 잔뜩 내뱉을 뿐이야.

-제발 김치팍이 레알 마드리드에 왔으면 좋겠어.

레알 마드리드 팬들은 울브스가 모나코를 잡아주면서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하자 기뻐했다.

거기다 그들은 박규태가 레알 마드리드로 왔으면 좋겠다며 SNS에 신나게 떠들고 있었다.

울브스의 팬들은 그런 레알 마드리드 팬들이 내뱉은 말에 살짝 기분이 나빴지만, 딱히 재계약 소식이 없기에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팍은 너무 멋진 선수야. 레알 마드리드도 전통을 내려놓고 김치 현수막을 걸어놓을 정도로 말이야.

-1년만 더 같이 있었으면 좋겠어.

-너무 환상적인 선수라서 지키기 힘들 거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건 어쩔 수 없는 거야.

-지금의 울브스가 뛰어나지만 팍을 지키기에는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

-돈이 많지만……. 결국에는 명성이라는 것도 무시할 수 없지. 지금에야 팀의 분위기가 좋고 선수들의 폼도 좋으니 이렇게 잘나가지만, 항상 그런 건 아니잖아.

-하긴……. 맨유를 보면 그 말이 이해가 어느 정도 된다. 아직도 퍼거슨 경의 시대를 그리워하는 맨유 팬들이 많아.

그렇게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을 압도적으로 끝낸 울브스는 빠르게 다음 경기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다음 상대는 스완지다.”

리그 19위인 스완지 시티.

그런데도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선수들을 큰 회의실로 불러서 미리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로테이션을 돌리며 이번 스완지 시티와 경기를 풀어나갈 생각이다. 어제 엠마누엘이 허벅지 타박상으로 스완지와 경기에서 뛸 수 없고, 가스통도 감기로 이번 경기에는 뛸 수 없다.”

당연히 로테이션 멤버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이번 시즌은 특히나 주전 선수들이 꽤 많은 경기를 소화하면서 로테이션 멤버들의 출전이 적었다.

그들은 당연히 출전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 열심히 스완지 시티의 자료를 살폈다.

점심을 먹고 난 뒤에 있는 오후 훈련에서도 로테이션 멤버들은 더 많은 시간을 훈련에 쏟았다.

“슬슬 로테이션 멤버들의 폼이 올라야 할 시기인데……. 분위기는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 마크……! 엠마누엘은 상태가 어떻던가요? 리그컵에서 뛸 수 있을 정도는 되는가요?”

마이크 타이슨 감독의 물음에 마크 캠벨 수석코치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맨체스터 시티전도 힘들 것 같습니다.”

“음……. 리그컵 8강인 아스날과 경기는 그렇게 신경 쓰이지 않지만……. 다음 경기인 맨체스터 시티와 경기는 리그 순위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경기인데 걱정이군요.”

“일단은 아르디예 사네를 최대한 준비시키겠습니다. 테오 나두는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큰 효과를 보기 힘든 유형의 윙어니까요. 오히려 기술적으로 뛰어난 아르디예 사네가 측면에서 움직이는 게 훨씬 유용할 겁니다.”

“그 부분은 마크에게 맡기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마크 수석코치.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훈련장을 고요히 바라봤다.

* * *

12월 9일.

울버햄튼의 몰리뉴 스타디움.

지난여름에 울버햄튼으로 이사 온 칼리는 경기장에 입장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녀의 아들인 지미는 무엇이 그렇게 좋은지 최근에 한국에서 수입된 아동 애니메이션인 ‘슈퍼 김치맨’의 인형을 들고 있었다.

“그 김치맨이 그렇게 좋아?”

“응! 하지만 진짜 김치맨이 더 좋아!”

지미는 자신이 입고 있는 박규태의 유니폼을 조심히 손으로 쓸더니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신나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김치팍! 김치팍! 김치김치팍팍!”

그리고 지미가 부르는 박규태의 응원가를 들은 다른 어른들이 힘차게 같이 목소리를 높여 노래를 불렀다.

순간적으로 몰리뉴 스타디움의 외곽 입장 게이트가 박규태의 응원가로 가득 채워졌다.

이윽고 경기장으로 입장한 칼리는 지미를 데리고 식품 판매대로 향했다.

그곳에는 다양한 음식이 두 모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나 한식의 비중이 상당했다.

두 모자만이 아니었다.

다른 울브스의 팬들도 그들이 생각할 틈도 없는 사이에 스며든 한류에 빠져 있었다.

그리고 팬들이 가득한 바글바글한 울브스의 식품 판매대를 보며 구단주인 폴 앤더슨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게 아시아 마케팅의 힘인가?”

작년과 비교해서 다양한 부분에서 수입이 꽤 늘어났다.

거기다 그가 가진 자산으로 투자한 아동 애니메이션인 ‘슈퍼 김치맨’의 큰 성공을 거두었고, 다양한 한식과 한류 문화 덕분에 울브스와 박규태에게 큰 관심이 쏟아지고 있었다.

“문제는 팍이 재계약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지.”

하지만 딱히 방법이 없었다.

지금의 울브스는 분명히 챔피언스리그와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만큼 대단한 팀이지만, 그 영광을 계속해서 지킬 수 있을 능력이 있는 팀은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박규태를 영입하고 나서 얻은 이익이 어마어마했기에 크게 아쉽지는 않았다.

거기다 거액의 이적료도 챙길 수 있었다.

그야말로 울브스에게는 손해 볼 것이 없는 상황이지만, 폴 앤더슨 구단주는 조금은 씁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가 울브스의 구단주가 된 이후로 저렇게 좋아하는 팬들의 모습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거기다…….”

그가 고개를 돌렸다.

구단주의 사무실 한쪽에 놓인 박규태와 관련된 다양한 상품들이 진열장을 꽉 채우고 있었다.

그 진열장을 아련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그는 이윽고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열심히 엄지를 놀렸다.

스마트폰에 써지는 글자는 한글이었다. 폴 앤더슨은 한글을 상당히 능숙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어나더 김치팍]

다음 김치규태교 정모는 울버햄튼에서 하죠?

[김치짱짱맨]

저는 좋습니다! 위대하신 교주님을 오랜만에 뵐 수 있을 것 같네요! 그것보다 부교주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주모중독자]

저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울버햄튼에서 모이면 제가 좋은 식당을 예약하겠습니다!

[그저! 김치만!]

오……! 역시 2대 부교주님!

씩 웃으며 스마트폰을 내려놓은 폴 앤더슨.

그가 비서를 불러 지시를 내렸다.

“안나! 12월 30일에 이번에 새롭게 생긴 로더비츠 레스토랑에 예약을 부탁해. 인원은 20명이야.”

“알겠습니다.”

김치규태교 닉네임.

주모중독자이자 울브스의 구단주.

폴 앤더슨은 박규태 팬클럽의 운영진이었다.

* * *

-완벽한 슈팅이었습니다!

-오늘 박규태 선수가 아예 경기에 제외되어서 어떻게 될지 궁금했는데……. 우리 곽진수 선수가 멋진 슈팅으로 늦은 시간까지 경기를 지켜본 한국 팬들에게 큰 기쁨을 주었습니다!

-그것보다 울브스는 백업 멤버도 상당히 강력합니다. 스완지 시티가 힘을 쓰지 못합니다!

곽진수가 주먹을 움켜쥐며 소리를 내질렀다.

“아임 코리안 세컨드 주모-플레이어!”

와아아아아아!

몰리뉴 스타디움을 찾은 홈팬들은 곽진수의 활약에 큰 환호성을 내지르며 좋아했다.

아구스틴 퀴논과 톤 필크만을 제외하면 모든 선수가 로테이션 멤버로 구성된 선수 구성이었음에도 울브스는 스완지를 상대로 3 대 0으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

특히나 중요한 기점의 역할을 보여주고, 환상적인 중거리 슛으로 골을 넣고, 상대 윙어를 완전히 지워버렸던 곽진수의 활약은 벤치에 앉아 있던 셰인 베이트먼을 긴장시킬 정도였다.

-경기 끝났습니다!

-오늘 울브스가 스완지를 3대0으로 잡아내면서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계속해서 독주를 이어나갑니다!

-과연 울브스를 막을 수 있는 팀이 있을까요? 전반기의 울브스는 그야말로 완벽합니다.

-물론……. 울브스는 아직 이 팀을 만나지 않았습니다. 아니, 아스날과 리그컵 8강을 치르고 곧 만나게 되죠!

-맨체스터 시티와 경기를 말하는 거군요! 상당히 기대되는 매치업이 EPL의 다음 라운드에 기다리고 있습니다.

-현재 리그에서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두 팀의 경기이기에 기대가 큰 것 같습니다.

경기가 끝났다.

칼리는 아들인 지미의 손을 잡고 경기장을 나섰다.

울브스의 팬들은 팀이 이겨서 그런지 기분이 상당히 좋아 보였다. 팬들이 집으로 귀가하면서 외치는 응원가가 가끔 들려왔다.

두 모자는 다른 팬들과 다르게 구단의 경비원과 함께 어디론가 향했다. 그들이 향한 곳은 울브스의 라커룸이었다.

그리고 라커룸을 나서는 셰인 베이트먼을 본 지미가 큰 목소리로 그를 부르며 달려들었다.

“아빠!”

“하하하! 지미!”

아들을 본 셰인 베이트먼이 환하게 웃으며 제 아들을 꽉 끌어안아 주었다.

그리고 아내인 칼리에게 가벼운 입맞춤을 하고는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경기는 재미있었어?”

“지미가 당신과 팍이 선발로 나오지 않았다고 엄청나게 실망했어요. 그런데 경기가 시작하고 10분 만에 다른 선수를 열심히 응원하더라니까요?”

“그래?”

셰인이 씩 웃었다.

그때였다.

라커룸에서 나서는 한 선수가 있었다.

셰인의 발에 붙어 있던 지미의 두 눈동자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셰인은 그런 지미를 보고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그의 독특한 동료를 불렀다.

“팍! 오늘 벤치에 앉아 있느라 고생했어.”

“셰인도 고생했어.”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지미가 반짝이는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지미는 자신의 손에 있는 김치맨 인형을 만지작거리며 쑥스러운 표정으로 셰인의 발에서 떨어질 생각이 없었다.

자신의 부인을 소개한 셰인과 더 이야기를 나누던 박규태는 자신의 아래서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

박규태는 그런 지미를 보고 웃었다.

“아들이야?”

“어, 이제 7살이야.”

“축구를 잘하게 생긴 관상이군.”

“관상? 그게 뭐야?”

“음……. 한국의 신비 같은 거야.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의 미래를 점칠 수 있는 마법 같은 거지.”

지미의 두 눈이 더 반짝거렸다.

박규태는 웃으며 지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쪼그려 앉으며 지미에게 물었다.

“그 인형에 사인해줄까?”

“사인이요?”

“그래, 혹시 그 인형이 소중하다면 다른 곳에 해줄게.”

“아뇨! 인형에 해주세요!”

지미는 박규태의 말에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들고 있던 ‘슈퍼 김치맨’ 인형을 내밀었다.

박규태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사인용 펜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인형에 사인과 작은 글귀를 남겼다.

[언제나 김치가 지미와 함께.]

인형을 돌려받은 지미가 환하게 웃으며 좋아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셰인과 칼리도 같이 웃음을 지었다.

박규태는 그런 셰인의 가족을 보며 조금은 부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회귀 전에 그는 결혼을 못 했으니까.

아니, 누군가를 사귈 시간이 없었다.

‘이번에는 다를 거야. 꼭 두 유 노 랭킹의 1위를 차지하고 VTS를 넘어선 영향력으로 오래 장수하며 살 거다.’

그리고 꼭 연애할 것이다.

물론, 결혼도 할 것이다.

그렇게 다짐한 박규태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하지만 그의 소원을 이루어질 수 없었다.

이미 미튜브에 ‘박규태 주-모우!+태보 스페셜!’이라는 뭔가 기묘하며 괴상한 합성요소가 가득한 개그 영상이 3,250만이라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영상의 많은 댓글 중에서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은 댓글의 내용은 ‘이거 보고 어떤 여자가 시집오겠냐? 이제 박규태는 장가 다 갔네.’였다.

< 국뽕 박규태 선생 #126 > 끝

ⓒ 엉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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