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123화 (123/199)

< 국뽕 박규태 선생 #123 >

박규태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집에 돌아왔다.

짐 테인의 도발은 이미 잊었다.

그는 옷을 갈아입고 울브스의 팀원들과 함께 저녁을 함께하기 위해서 다시 집을 나섰다.

울버햄튼의 한국식 레스토랑에 도착한 박규태는 가게 주인에게 사인을 해주고 사진을 같이 찍어줬다.

그리고 최소 20명은 식사를 할 수 있는 큰 방에 들어섰다. 그곳에는 이미 울브스의 선수들이 많이 모여있었다.

“팍! 기다리고 있었어!”

“좋아! 팍도 왔으니까. 슬슬 시켜볼까?”

“누가 아직 안 왔지?”

“보스는 좀 늦는데.”

“샘도 20분 늦을 것 같다고 미리 시켜달래.”

“샘이 뭘 좋아하더라?”

“저번에 보니까 닭으로 만든 요리를 좋아하더라고. 닭이 메인인 요리로 시키자.”

“좋지. 팍은 뭐 먹을 거야?”

“난 불고기가 끌리네.”

선수들이 주문하고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대체로 선수들의 이야기 주제는 선수 생활에 있어서 도움이 되는 취미에 관련된 것이 대부분이었다.

“골프도 재미있지.”

“은근히 축구게임이 경기력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어. 뭔가 전술적인 움직임을 한눈에 볼 수 있어서 그런가……. 게임을 하면서 움직이던 선수의 위치와 내가 현실에서 직접 뛰면서 포지션을 잡는 거랑은 하늘과 땅 차이더라.”

드르르륵!

이야기가 무르익을 때쯤에 음식이 들어왔다.

그리고 늦는다던 샘 빈치와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딱 타이밍이 좋게 문을 열고 들어섰다.

“샘! 닭튀김으로 시켰어!”

“오! 닭튀김이라고?”

“테오! 난 어떨 거로 시켜줬지?”

“보스는 다이어트 샐러드요.”

“…….”

“장난이고 잡채랑 김치전을 시켰어요.”

“좋아! 좋은 판단이었어. 다이어트 샐러드를 시켰으면 누군가의 뼈마디가 분리되는 광경을 내일 봤을지도 몰라.”

“보스, 방금 진짜 무서웠어요?”

그렇게 시작된 식사.

울브스의 선수들은 능숙하게 젓가락을 사용하며 음식을 마음껏 먹기 시작했다.

특히나 김치전과 잡채가 인기가 많았다.

“팍이 매 경기 상대 팀 선수에서 코리안 페이머스 김치 프라이라고 소개할 매력이 느껴지는 맛있는 음식이야. 진짜 내 입맛에 너무 잘 맞는 음식이야.”

“잡채도 꽤 좋은 것 같다. 특히 고소한 고기와 풍미가 좋은 채소들의 조합은 나쁘지 않은 것 같아.”

“한국식 닭튀김도 잊을 수 없는 맛이지.”

“음……. 스멜! 팍! 그건 뭐야?”

“아! 갈비찜이야. 먹어볼래?”

“갈비췸? 하나만 줘봐!”

테오 나두는 박규태가 건네준 갈비찜을 밥과 함께 먹었다. 그리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젠장……. 아직도 이런 맛있는 음식이 남아있다니……! 세상은 참 넓은 것 같아! 프랑스는 물론이고 다른 나라 음식도 많이 먹어봤다고 자부했는데 말이야. 이건 정말 색다르고 맛있네.”

“입맛에 맞아서 다행이군.”

박규태가 국뽕이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한식 레스토랑으로 선수단의 회식 자리를 잡은 것이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된 것 같아서 기뻤다.

즐거운 식사시간이 지났다. 맛있는 디저트까지 다 먹은 선수단은 느긋하게 레스토랑 밖으로 나왔다.

“이렇게 선수단끼리 뭉쳐서 식사하는 것도 오랜만인 것 같네……. 전에 있던 구단에서는 딱히 그런 게 없어서 아쉬웠거든.”

“난 아무도 오지 않을까 봐 걱정이 많았어. 예전에 맨유에서 뛰던 데 헤아 골키퍼와 후안 마타 선수가 선수들의 단합을 위해서 저녁 식사에 초대했는데 많은 선수가 거부한 사건도 있잖아.”

“그건 맨유니까.”

“그때의 맨유는 진짜 봐줄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었지. 지금은 아주 조금 나아진 정도지만 말이야. 우리 울브스는 그런 과거만 바라보고 사는 구단과 다르지.”

“맨유 팬이 들으면 욕을 먹을 발언인데?”

“하지만 진실이고 현실인걸? 최근에 리그 우승 한 번 맛본 것을 제외하면 맨유가 이룩한 게 얼마나 되는데.”

“없지.”

“솔직히 거기는 구단주랑 이사진이 바뀌어야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아. 좋은 선수랑 감독을 영입하면 뭐하겠어? 전권을 다 주지 않고 오히려 비전문가들이 축구에 개입하는데.”

“우리 팀은 그런 게 없어서 좋은 것 같아.”

테오 나두의 말에 아까부터 조용히 있던 박규태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울브스도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난 그것보다 우리 팀의 선수들을 과연 구단주가 온전히 지켜낼 수 있을지가 궁금해.”

엠마누엘의 말에 몇몇 선수들이 눈을 반짝였다.

최근에 에이전트를 통해서 다양한 팀에서 많은 관심을 받는 선수들이었다.

울브스가 나쁜 팀은 아니지만 결국에는 한 번은 거쳐 가게 될 팀이었다. 박규태도 울브스에서 오래 뛸 생각은 없었다.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한다고 해도 단기간에 클럽의 명성치를 S등급으로 올릴 방법은 없을 테니까.

‘이번 시즌이나 다음 시즌이 끝나고 나도 슬슬 이적을 생각해봐야겠어. 에이전트에 말을 해놔야겠군.’

그렇게 생각하며 박규태가 집을 향해 걸었다.

쌀쌀한 바람이 그의 얼굴을 간지럽혔다.

묘하게 머릿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 * *

리그는 더 치열해지기 시작했다.

6위까지 따라온 레스터 시티가 5위인 맨유를 상대로 3 대 3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승점을 얻어냈고, 17위까지 떨어졌던 아스날은 이번 경기에서 레딩을 잡아내면서 9위까지 올라왔다.

11월 말에는 강팀들의 부진이 상당했다.

무패행진을 이어나가던 리버풀은 울브스에게 패배를 기록하고 1무 1패를 기록하며 리그 7위로 떨어졌다.

울브스가 1위를 굳힐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상대가 그리 좋지 않았다.

“토트넘은 지금 리그 4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경기에서 리버풀이 뉴캐슬에게 2 대 1로 패배를 기록하면서 순식간에 4위까지 순위가 치솟을 수 있었지.”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토트넘은 부진은 있어도 몰락이 없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팀이었다.

토트넘은 지독한 부진으로 중위권까지 순위가 떨어지는 시즌이 있지만, 전반기에 있었던 부진을 잊고 후반기에 쭉 치고 올라와서 유로파리그나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따내고는 했다.

그래서 방심할 수 없는 상대였다.

거기다 질 수 없는 이유도 있었다.

“짐 테인이 이번에도 팍을 도발했지?”

라커룸을 가득 채운 선수들이 눈을 빛냈다.

“동료가 무시를 당했다. 우리는 뭘 해야 할까?”

마이크 타이슨 감독의 살벌한 말에 선수들이 투지를 끌어올리며 큰 목소리로 중구난방식 대답을 했다.

“상대의 코뼈를 부러트립니다!”

“파이어에그를 뭉개죠.”

“경기 내내 트레쉬 토크로 괴롭히겠습니다.”

“김치의 멋짐을 모르는 녀석이군.”

“팍! 오늘 해트트릭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게! 나를 믿고 팍팍 돌파를 마음껏 하라고!”

선수들은 오늘 경기에서 토트넘의 짐 테인보다 그들의 에이스인 박규태가 더 활약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울브스와 김치팍을 향해서 질 나쁜 도발을 한 짐 테인을 용서할 수 없었다.

박규태는 생각보다 거친 선수들의 반응에 묘한 미소를 짓고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원한다면……. 짐 테인보다 무조건 1골은 더 넣을게.”

“좋았어! 팍이 울브스를 승리로 이끈다!”

“김치팍! 김치팍! 김치팍!”

“우! 우! 우! 우! 우! 우!”

“김치팍! 김치팍! 김치팍!”

“우! 우! 우! 우! 우! 우!”

선수들은 라커룸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 박규태는 그들의 모습이 우상숭배를 하는 원시인의 모습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는 선수들을 비웃지 않았다.

오히려 선수들 사이로 들어가 두 팔을 벌렸다.

그리고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나와 김치를 믿는지! 축구를 잘하게 될지니……!”

“아아아아! 규-멘! 뽕렐루야!”

“김치팍! 김치팍! 김치팍! 김치팍!”

잔뜩 기세를 올리며 흥분에 찬 선수들.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그런 선수들을 보며 주먹을 움켜쥐고 소리쳤다.

“좋아! 가서 저 선 오브 비x들을 박살 내! 녀석들에게 울버햄튼의 거친 남자들과 위대한 김치팍이 어떤 녀석들인지 제대로 보여주라고! 알겠어?”

“옛 썰!”

이윽고 필드에 입장할 시간이 다가왔다.

울브스의 선수들은 투지가 가득한 눈으로 복도에 섰다. 미리 도착했던 토트넘의 선수들은 광기가 어린 그들의 눈빛을 보며 뭔가 이상함을 느낄 수 있었다.

‘단체로 약이라도 한 거 아니야?’

‘오늘 느낌이 안 좋은데?’

‘짐 테인이 이상한 말을 SNS에서 지껄여서 그런가……. 뭔가 진짜 힘들게 구를 것 같다.’

‘하아……. 왜 또 우리야.’

토트넘의 선수들이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이런 비슷한 상황을 많이 겪은 그들이었다.

그들은 짐 테인이 상대 선수들에게 SNS로 이상한 말을 내뱉을 때마다 보내던 상대 팀의 눈빛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런 그들에게도 울브스 선수들이 보내는 미친듯한 투지는 생소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래도 저런 눈빛은 처음이야.’

‘진짜로 약을 먹은 건 아니겠지?’

‘조울증 환자들이 아닐까?’

토트넘 선수들이 긴장감을 끌어올리고 있을 때.

짐 테인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흔들었다.

“저런 한심한 녀석들에게 질 수 없지. 김치팍! 오늘은 꼭 널 꺾고 내가 최고의 공격수라는 것을 증명해주지.”

“일단 리그 10골은 넘어서고 덤벼줄래?”

“하핫! 그 자신감도 오늘 경기가 끝나고 사라지겠지. 나중에 엉엉 울면서 봐달라고 해도 소용없어.”

박규태는 한심하다는 얼굴로 짐 테인을 바라보다가 필드에 입장할 시간이 되자 그에게 신경 쓰지 않고 필드에 들어섰다.

토트넘 핫스퍼 스타디움의 관중들은 선수들이 필드에 입장하기 무섭게 큰 목소리로 소리를 내지르기 시작했다.

커모오오오온!

글로리! 글로리! 토트텀 핫스퍼!

스퍼스가 나가신다!

토트넘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팀!

토트넘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팀!

그들은 토트넘의 응원가를 부르며 오늘 경기에서 그들이 응원하는 팀이 이겼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러는 사이에 선수들은 악수하고 필드로 흩어졌다. 토트넘은 전형적인 4-2-3-1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울브스는 변형 4-3-3 포메이션으로 이번 토트넘의 강한 압박을 벗어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삐이익!

이윽고 주심이 휘슬을 불었다. 울브스와 토트넘의 리그 15라운드 경기가 시작되었다.

* * *

-토트넘과 울브스의 경기를 중계해드리겠습니다. 리그 1위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울브스와 리그 4위까지 치고 올라온 토트넘의 경기라서 더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이번 원정 경기에서 울브스가 승리하면 리그 2위인 첼시와 승점을 더 벌릴 기회입니다.

-반대로 토트넘도 이번 경기에서 승점을 얻기를 원할 겁니다. 앞선 경기에서 리버풀이 승리를 거두면서 리그 5위로 올라섰거든요? 리그 5위인 리버풀을 시작으로 6위 맨유, 7위 레스터 시티가 승점 24점으로 동률을 이루고 있습니다.

-토트넘은 그 승점에 단 1점을 앞서고 있을 뿐이죠.

-맞습니다. 그래서 더 오늘 경기가 중요한 겁니다.

토트넘의 공격으로 시작된 경기. 토트넘의 주포인 짐 테인이 공을 뒤로 보내며 앞으로 달렸다.

공격형 미드필더인 파브릭 코스토브에게 연결된 공은 이번 여름에 토트넘으로 이적한 젊은 미드필더에게 이어졌다.

그들은 거침없이 공격적인 패스를 전방에 뿌리며 울브스의 수비진 뒤를 노리는 짐 테인에게 공을 연결하려 노력했다.

“젊은 선수들이라서 그런가 무서움을 모르는데?”

리산드로 마르티네스는 여유로운 박규태를 보며 고개를 절레 흔들었다.

“너도 20대 초반이라는 걸 망각한 거야?”

“난 평범한 20대가 아니야.”

리산드로 마르티네스는 박규태의 말에 딱히 뭔가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다.

‘하긴……. 실력은 물론이고 사람 자체가 미친 녀석을 일반적인 젊은 녀석으로 볼 수 없지.’

그가 생각하는 박규태는 규격 외의 선수였으니까.

‘조심하자. 저렇게 말을 걸다가 순간적으로 수비수의 뒤를 돌아 파고드는 움직임은 전성기 시절의 인자기와 비슷하니까.’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팔을 뒤로 더듬었다.

손가락 끝으로 박규태의 위치를 확인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어?’

순간적으로 그의 등줄기가 차갑게 식었다. 그는 그제야 박규태가 자신을 따돌리고 움직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제길!”

급히 뒤를 돌자 공이 날아오는 위치를 향해서 박규태가 빠른 발로 달려가고 있었다.

“막아! 한 명이 9번에 붙고 나머지는 라인을 다시 만들어! 이대로 뚫리면 무조건 실점이야!”

울브스의 갑작스러운 카운터에 놀란 토트넘의 수비진.

리산드로 마르티네스는 급히 다른 공격수들의 위치를 확인하고 자리를 잡았다.

‘그래……! 필리페라면 잠깐은 붙들 수 있을 거야.’

그의 파트너인 중앙 수비수 필리페 가르시아가 박규태의 앞을 막아선 것을 확인한 그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뻐어엉!

하지만 그는 자신의 귀를 의심해야 했다.

‘가죽을 때리는 소리?’

그의 시선에는 필리페 가르시아를 살짝 제치고 바로 슈팅을 가져가는 박규태의 모습이 들어왔다.

‘설마 여기서 때리다니!’

그가 급히 고개를 돌렸다.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토트넘의 수비진 사이를 파고든 공은 그대로 제롬 라파몬드 골키퍼의 손을 스치고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 3분 만에 터진 골이었다.

순간적으로 내준 골에 토트넘 핫스터 스타디움이 침묵에 빠졌다. 반대로 울브스의 원정팬들은 소리를 내지르고 있었다.

김치팍! 김치팍! 어나더 김치팍!

젠장! 너무 잘해서 소름이 돋았다고!

규태팍! 사랑해요! 규태팍!

박규태는 골을 넣고 오늘 원정까지 따라온 울브스의 팬들이 있는 방향으로 달렸다.

불만이 가득한 토트넘의 공격수.

짐 테인을 보며 살며시 웃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원정 팬들 앞으로 달려가 펄쩍 뛰었다.

그리고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주-모우우우우우우우!”

박규태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짐 테인이 얼굴을 와락 찌푸리며 애꿎은 잔디를 발로 엉망을 만들었다.

< 국뽕 박규태 선생 #123 > 끝

ⓒ 엉심킬러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