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122화 (122/199)

< 국뽕 박규태 선생 #122 >

순간적으로 터진 원더골.

레알 마드리드가 무엇인가를 만들기도 전에 박규태의 선취점에 크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야!”

“집중해! 고작 1점 차이야!”

“천천히 풀어나가자!”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은 급히 서로를 다독이면서 온전히 경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전반전이 1분도 지나가기 전에 터진 골이라서 그런지 몰리뉴 스타디움을 찾은 몇몇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은 얼이 빠진 표정으로 그런 필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좋지 않은 레알 마드리드입니다. 박규태 선수의 환상적인 하프라인 골이 터지고 나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울브스에게는 상당히 좋은 상황입니다. 그들의 홈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이른 시간에 선취점을 가지고 경기를 시작하는 것은 어마어마한 이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니까요.

다시 시작된 경기.

몰리뉴 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홈팬들이 외치는 ‘주-모우!’와 ‘두 유 노?’ 등등 다양한 조롱 때문에 인상을 찡그리고 있던 파비오 실바가 결연한 표정으로 자신의 위치로 향했다.

그는 자신의 앞에서 싱긋 웃는 앤디 수아즈를 보며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미친놈들……. 여긴 지옥이야. 빨리 골을 넣고 후반전에 교체로 빠지고 싶다.’

점점 쌀쌀해지는 영국의 11월 날씨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파비오 실바는 빨리 경기가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파비오 실바의 생각과 다르게 치열하게 볼을 돌리는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단은 천천히 경기를 풀어나갈 생각인 것 같았다.

최근 들어 공수 전환이 빠른 카운터 전술을 자주 보여줬던 레알 마드리드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전반전이 시작하자마자 실점을 해서인지는 몰라도 상당히 느린 템포로 경기를 풀어나가고 있었다.

그것은 원래 레알 마드리드가 가지고 있던 장점을 많이 죽이고 있었다.

“헤이! 발렌틴……! 여기에 있었잖아.”

“미안하지만 상대 미드필더가 널 마크하고 있어서 반대로 풀어나가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

“망할…….”

파비오 실바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레알 마드리드는 최고여야 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지금도 레알 마드리드가 최고로 보이는가?

그가 고개를 절레 흔들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끝났어.’

순간 울브스의 매서운 역습이 시작되었다.

문제는 파비오 실바가 있는 레알 마드리드의 오른쪽 측면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의욕이 많이 떨어져 보이는 파비오 실바가 있었다.

퀴라시 아메드는 자신의 돌파에 흔들리는 레알 마드리드의 오른쪽 측면을 보며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이게 4년 된 묵은지의 힘인가?’

며칠 전에 한국에서 공수한 4년 된 묵은지에 돼지고기를 통으로 쪄낸 김치찜을 만들어서 먹었던 그는 자신의 몸에서 솟아오르는 김치의 힘을 느끼며 미소를 지었다.

“김치-파워!”

“누가 저 미친 중동놈을 막아!”

“왜 돌파를 시도할 때마다 ‘김치-김치-김치!’ 지긋지긋하다고! 뻐킹 김치맨! 뻐킹 김치월드!”

퀴라시 아메드가 파비오 실바를 뚫고 레알 마드리드의 오른쪽 측면을 휘젓는 순간 레알 마드리드는 그의 날카로운 크로스를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뻐엉!

-퀴라시 아메드의 크로스!

-순간적으로 중앙으로 울브스의 선수들이 파고듭니다! 레알 마드리드의 진영이 혼잡해졌습니다!

-샘 빈치! 헤더어어어어어어어!

-고오오오오오올!

-전반 7분에 쐐기고오오오올! 울브스가 전반 7분 만에 오늘 경기의 두 번째 득점을 터뜨립니다!

-퀴라시 아메드의 돌파를 아무도 막지 못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에는 상상도 하기 싫은 상황입니다!

“커모오오오오온!”

“그래! 이거야! 이거라고!”

“젠장! 저 대한이란놈! 누가 저 녀석에게 한국 음식을 보내줘! 김치는 물론이고 불고기랑 비빔밥을 먹여야겠어!”

몰리뉴 스타디움을 찾은 홈팬들은 광란에 빠진 목소리로 멋진 돌파를 보여준 퀴라시 아메드와 골을 넣은 샘 빈치를 찬양하며 소리를 내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항상 박규태와 한국 찬양으로 끝을 맺었다.

오오오오오!

김치팍! 김치팍! 김치김치팍팍!

김치의 요정이 울브스를 돕지!

김치팍! 김치팍! 김치김치팍팍!

울브스팬들이 내뱉는 응원가.

파비오 실바는 이를 꽉 깨물었다.

그는 자기합리화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저런 저급한 응원가의 주인을 레알 마드리드에서 영입하겠다고? 급이 떨어지는 저런 저급한 녀석을? 미안하지만 내가 떠날 거야. 절대 저 녀석에게 밀려서 떠나는 게 아니라고! 내가 저 녀석보다 부족한 게 있겠어?’

하지만 자신감이 넘치는 생각과 다르게 그는 전반전 동안 울브스의 측면을 뚫지 못하고 여러 번의 실책을 범했다.

원정까지 따라온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은 그런 파비오 실바를 보며 야유까지 보내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우우우!

“정신 차려! 뭐 하는 거야?”

“젠장! 저 녀석이 공격의 흐름을 모두 끊고 있어! 뭔가 방법이 필요하다고!”

“그나마 마르코 팔로레타가 있어서 다행이야. 저 녀석이라도 있으니까. 반대쪽 측면에서는 영향력 있는 크로스가 계속해서 상대 진형으로 올라가고 있잖아!”

“파비오! 집중해! 설마 태업하는 거야?”

“망한 포르투갈 녀석! 죽여버리겠어!”

그들은 오늘 경기에서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 흐름을 모조리 끊고 있는 파비오를 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에는 그와 라이벌이라 평가를 받는 바르셀로나의 에이스인 미구엘 모레노의 이름을 외치기 시작했다.

미구엘! 미구엘! 미구엘! 미구엘!

미구엘! 메구엘! 미구엘! 미구엘!

파비오 실바가 얼굴을 찌푸렸다.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도 불만이 조금씩 쌓인 것이 터지고 말았다. 팀의 중심을 잡은 발렌틴 디아즈는 파비오 실바에게 연결하는 패스의 횟수를 조금씩 줄이고 있었다.

-발렌틴 디아즈의 패스!

-마르코 팔로레타에게 연결됩니다! 마르코 팔로레타! 마르코! 마르코! 돌파를 시도합니다!

-그대로 파고들어서 슈우우우웃!

-고오오오올! 레알 마드리드가 전반 21분에 추격을 시작합니다! 골을 넣은 선수는 레알 마드리드의 17번! 마르코 팔로레타 입니다! 정말 감각적인 슈팅이었습니다.

마르코 팔로레타가 골을 넣었다.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이 골을 넣은 마르코 팔로레타와 함께 기쁨을 함께했지만, 파비오 실바는 멀리서 그 모습을 멀뚱히 보며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당연히 그 모습은 경기장을 찾은 기자들에게 좋은 소재 거리였다. 기자들은 신나게 자판을 두들겼다.

[탐욕스러운 파비오 실바! 마르코 팔레타가 골을 넣었음에도 얼굴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려!]

[전반전 20분 동안 실책만 4번! 오늘 경기의 파비오 실바는 예전 맨유의 ‘베베’보다 수준이 낮아.]

[2 대 1로 밀리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 원인은 파비오 실바와 선수단의 불화?]

[달라진 파비오 실바. 올해 초부터 팀을 떠나고 싶어 하는 게 눈에 보인다는 구단 관계자의 발언!]

얼굴을 찌푸린 파비오 실바와 기뻐하는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을 바라보던 박규태가 조용히 고개를 흔들었다.

* * *

-고오오오올!

-충격적입니다! 이런 스코어가 나올 것을 예상한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요?

-‘몰리뉴의 비극’입니다! 박규태 선수가 도움을 기록하면서 5 대 1로 울브스가 레알 마드리드를 완전히 찍어누릅니다!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이 고개를 떨굽니다! 오늘 경기는 그들에게 큰 기억에 남을 겁니다.

-최악의 경기력입니다. 레알 마드리드의 원정팬들이 경기가 끝나기 전에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삐익! 삐이익! 삐익!

경기가 끝났음에도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은 정신을 차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만큼 충격적인 경기였다.

5 대 1 패배를 허용한 레알 마드리드를 보던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은 울브스의 홈팬들과 함께 ‘김치팍! 김치팍! 김치김치팍팍!’을 외치며 형편없는 경기력을 보여준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을 향해 조롱이 섞인 목소리를 내뱉었다.

“좋은 경기였어.”

정신을 차린 마르코 팔로레타가 조용히 건네는 유니폼을 받은 박규태가 자신의 유니폼을 벗어주었다.

“그래, 좋은 경기였어.”

경기가 끝난 뒤.

온갖 커뮤니티는 레알 마드리드 선수단과 파비오 실바의 불화설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대체로 파비오 실바에게 좋지 않은 이야기였다.

[로이슨 레미 감독, ‘그저 승부욕이 강한 선수다.’]

[마르코 팔로레타, ‘할 말이 없다. 선수와 관련된 루머를 이야기하기 전에 오늘 형편없는 경기력을 팬들에게 사과하고 싶다.’]

[충격에 빠진 레알 마드리드! 조별예선 2승 3패로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 적신호!]

[울브스가 AS 모나코를 잡아줘야만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 가능성이 있는 레알 마드리드!]

-ㅋㅋㅋㅋㅋㅋ 레퀴벌레 새뀌들…… 어디 있냐?

-엌ㅋㅋㅋ 젖닌들 수준이 그렇지. 파비오 실바도 결국 젖닌 2기라는 것을 증명했네. ㅋㅋㅋ

-진짜 형편없는 경기력이었다. 경기력 수준 실화냐? 진짜 울브스에게 심하게 털리던데?

-김치팍: 저게 신계 선수라고? 신은 참 약골이네?

-ㅋㅋㅋㅋㅋ 진짜 오늘 울브스 스페셜이었음. 박규태도 1골 1도움으로 나쁘지 않았고, 다른 울브스 선수들도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단을 압도함.

레알 마드리드를 5 대 1로 격파한 울브스는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원정에서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주전이 대부분 빠진 상황임에도 울브스는 후반전 23분에 알렉스코 아리에타의 환상적인 원더골로 1 대 0 승리를 거두었다.

“좋은 흐름이야.”

박규태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는 팀이 흐름을 탔다고 생각했다. 잠깐 잡생각을 한 그는 다시 훈련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좋아……. 이번에는 세밀하게 차보자.”

훈련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박규태는 자신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크로스 연습을 하고 있었다.

점점 완성형에 가까워지는 박규태를 보면서 몇몇 선수들은 경외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박규태에게 테오 나두가 스마트폰을 들고 다가갔다. 그의 눈은 뭔가 불만이 가득해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박규태가 물었다.

“왜 그래?”

“이 늙은이가 또 막말하잖아.”

“아……. 이 아저씨?”

박규태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짐 테인, ‘김치팍의 골 기록은 거품이다. 내가 금방 따라잡을 생각이다. 그는 나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2류 선수다.’]

[짐 테인, ‘뭐? 내가 SNS형 스트라이커라고? 팍은 뻐킹 김치 중독자형 스트라이커다. 내가 더 뛰어나다.’]

[짐 테인, ‘뭐? SNS 중독이나 조심하라고? xxx먹어라! xx같은 xx놈아! 망할 삼류 기자 새끼가!’]

[토트넘의 주포인 ‘짐 테인’. 기자에게 폭언 내뱉어 충격!]

“이 아저씨는 아직도 허언증에 빠져 있네.”

“그러게 말이다. 이번 시즌에는 득점 순위에도 없는 아저씨가 무슨 자신감으로 이런 인터뷰를 계속하는지…….”

“그러게 말이다.”

“저 아저씨는 언제 은퇴해? 벌써 서른다섯이잖아.”

“마흔까지는 계속할걸?”

“와……. 진짜 피지컬 하나는 대단한 아저씨네.”

“그러니까 서른이 넘는 나이에도 계속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거잖아.”

회귀 전에도 늦은 1부리그 데뷔만큼이나 긴 선수 생활을 했던 선수라는 것을 박규태는 알고 있었다.

“그래도 SNS는 빨리 그만두어야 할 텐데……. 저러다가 맨날 망신당하고 정신 승리하잖아.”

“내버려 둬. 즐기시게!”

“하긴 캐릭터는 재미있으니까.”

박규태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다음 경기인 토트넘전을 생각하며 다시 중앙으로 낮고 빠른 크로스를 올렸다.

날카롭게 중앙으로 떨어지는 박규태의 크로스를 보며 테오 나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 국뽕 박규태 선생 #122 > 끝

ⓒ 엉심킬러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