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121화 (121/199)

< 국뽕 박규태 선생 #121 >

[삼무, 나롱판듀, 무궁생활, 너귀엽다, KIODA 등등……. 당신이 알고 있는 기업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한국기업’이라는 간판을 달고서 한류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장사하고 있죠.]

[그런데 그거 아십니까? 그들은 한국과 관련된 것이 거의 없으며 중국에서 만들어진 가짜 ‘한국기업’이라는 것을 말이죠.]

대한민국의 광고영상.

VTS를 시작으로 다양한 한류 스타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광고영상은 짝퉁 한국기업으로 인해서 피해를 받는 여러 한국기업과 한류 산업을 보여주면서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울브스에서 뛰고 있는 박규태입니다.]

[세계에는 지금 다양한 ‘짝퉁’ 한국기업이 존재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제품을 ‘한국산’이라 속이며 물건을 판매하고 있죠. 문제는 그들의 제품에 문제가 많다는 점입니다.]

[저를 따라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골을 넣으면 ‘스-시!’와 ‘따-거!’ 등등……. 다양한 말을 내뱉으며 제 조국을 알리기 위한 세레머니와 기행을 따라 하죠. 그게 무슨 뜻이 있는지를 모르고요.]

[제가 하는 기행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저는 큰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렇게 한국을 널리 알릴 수 있었던 것은 한국에 관심이 많았던 여러분의 도움이 컸습니다.]

[그러니 딱 한 번만 도와주세요. 한류를 사랑하는 여러분……! 당신이 사랑하는 한류를 도와주세요.]

-어떻습니까?

“어……. 나쁘지 않네요.”

박규태는 이번 12월 초에 나올 광고 초안을 보며 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스마트폰 너머에서 들려오는 광고 프로젝트 책임자의 의기양양한 목소리를 들으며 그는 생각했다.

‘이건 항마력이 조금 많이 필요한데…….’

너무 신파적이고 국뽕을 강조한 느낌이었다.

이런 게 먹힐지는 모르겠지만 박규태는 조금이라도 이 광고가 ‘짝퉁’ 한국기업이 사라지는 데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하하! 그것보다 이번 레알 마드리드와 경기는 잘 준비하고 계시는가요?

“뭐……. 나쁘지 않습니다.”

-저희 광고사 직원들과 이번 프로젝트 맴버들을 모아서 새벽 4시에 사무실에서 같이 응원하겠습니다! 파이팅입니다!

“새벽 4시면 너무 늦은 시간 아닙니까? 아내분이 뭐라고 하지 않을까요?”

-아…….

“팀장님?”

-지…… 집이 무서운 유부남들만 모여서 괜찮습니다. 모두 야근을 좋아하는 멋진 직원들입니다.

“네? 그게 무슨…….”

-박규태 선수! 제가 작은 조언을 하나 하겠습니다. 결혼은 최대한 늦게 하세요.

“결혼하지 마요?”

-야발! 절대 하지 마세요! 제발……! 인생을 살아줘요! 인생 선배로서 부탁할게요. 낚시를 가지 못한지가 벌써 2년이라고요!

떨떠름한 표정의 박규태.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러면 연애는 해도 되겠죠?”

그의 물음에 곧바로 응답이 들려왔다.

-예? 연애요? 일단 여자는 만날 수 있어요?

박규태가 조용히 통화종료 버튼을 눌렀다.

“…….”

* * *

누군가는 말한다.

축구는 살아 있다고.

그래서 그 어떤 것보다 재미가 있다고.

축구를 즐기는 모든 이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축구는 분명히 재미가 있다.

“살아 있는 축구를 하고 싶습니다.”

파비오 실바는 차가운 얼굴로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내뱉은 말은 팀에 크게 도움이 되는 말이 아니었다.

그는 지금 축구가 재미없었다.

정확히는 팀에 정이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지금의 레알 마드리드는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리그에서 4위에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평소였다면 이런 인터뷰를 한 뒤에 그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 레알 마드리드의 이사진은 단장과 감독을 압박하거나 그들을 경질 시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인터뷰가 끝난 뒤에 레알 마드리드의 이사진은 파비오 실바의 발언에 유감을 표했을 뿐이었다.

‘호날두처럼 대우해준다고? 거짓말쟁이들……. 호날두의 이런 인터뷰에도 그들은 꽤 오래 그를 지지해주었지. 내가 호날두보다 부족한 게 있어? 난 레알 마드리드의 에이스라고!’

어째서 그들의 관심이 시들었는지.

그는 원인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

“뻐킹 김치맨…….”

레알 마드리드는 파비오 실바보다 박규태에게 더 많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메시와 호날두.

두 선수가 은퇴하고 나서 두 선수처럼 어마어마한 공격포인트를 쌓은 선수는 거의 없었다.

파블로 로탱이나 미구엘 모레노도 전성기 시절에 메시와 호날두와 비교하면 솔직히 조금 손색이 있었다.

‘하지만 난 다르다고!’

그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자신을 위한 팀을 만들어준다면 호날두보다 훨씬 뛰어난 기록을 보여줄 자신이 있었다.

문제는 레알 마드리드는 그를 위한 팀을 만들어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오히려 그들은 자신과 망할 김치팍을 투톱으로 내세운 전술을 원한다고 이야기했었다.

‘내가 그런 이상한 녀석이랑 투톱을 맞추라고?’

절대로 인정할 수 없었다.

그는 레알 마드리드가 변했다고 생각했다.

‘변했지. 레알 마드리드의 갈락티코는 끝났어. 이제 더는 레알 마드리드는 영광이 없는 팀이야.’

파비오 실바는 이번 시즌이 끝나고 이적을 결심했다. 에이전트는 그가 PSG와 유벤투스에서 훨씬 좋은 커리어를 보내리라 확신하고 있었다.

“파비오! 오늘 경기가 기대되지 않아?”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있는 파비오의 옆에 넉살이 좋은 마르코 팔로레타가 다가왔다.

일반적인 이탈리아 출신의 축구선수와 다르게 그는 상당히 유쾌한 남미사람처럼 보일 정도로 성격이 좋았다.

‘귀찮게……. 말이나 걸고 말이야.’

그가 대답도 하지 않고 고개를 흔들었다.

마르코 팔로레타는 머쓱한 표정으로 파비오 실바를 잠깐 바라보다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파비오가 기분이 안 좋은가 봐.”

“내버려 둬. 팀에 애착이 사라진 녀석을 챙겨봤자 뭐하겠어? 저번에 발렌틴의 딸이 생일이어서 친한 선수들을 초대했는데 저 녀석은 다른 셀럽들과 놀기 바빠서 오지도 않았어.”

“음……. 그래도.”

“마르코! 저런 녀석들은 대부분 팀을 떠날 마음을 굳힌 녀석들이야. 거기다 저렇게 까칠한 녀석을 챙겨줄 여유가 있으면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AT 마드리드를 잡아낼 생각이나 하자고.”

“그래…….”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마르코 팔로레타.

그가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이 얼굴에 드러난 파비오 실바를 보며 조용히 고개를 흔들었다.

“원래 저런 선수가 아닌데…….”

무엇이 그를 바뀌게 만든 것일까.

마르코가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파비오 실바를 바꾸게 만든 원인.

울브스의 박규태는 라커룸에서 큰 목소리로 선수들에게 소리를 내지르고 있었다.

“커모오오온 어나더 김치 월드!”

“오늘따라 팍의 컨디션이 좋아 보이는데?”

“그러게.”

소리를 내지르던 박규태는 숨을 고르고는 엠마누엘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는 싱긋 웃었다.

“엠마! 네 여동생 내일 생일이라며?”

“엠마라고 부르지 마.”

“왜? 여자 같아서? 엠마! 엠마! 엠마!”

“진짜 저 녀석 입을 누가 좀 막아봐!”

사이먼은 반짝이는 눈빛으로 엠마누엘 메르시에의 옆구리를 ‘툭!’ 치며 물었다.

“그런데 엠마누엘에게 여동생이 있었어? 난 몰랐네? 그런데 여동생이 이쁘냐? 어때, 나한테 소개해 줄래?”

“8살이다.”

“죄송합니다. 경찰에 신고하지 말아 주세요. 집에 애지중지 키우는 귀여운 금붕어와 토끼가 기다리고 있어요.”

“아무튼, 내 여동생 생일이 왜?”

“팀 동료의 가족이 생일인데……. 어떻게 내가 가만히 있을 수 있겠어? 레전드 김치 스트라이커인 내가 특별히 네 여동생을 위해서 멋진 세레머니를 준비했지.”

“제발……. ‘주-모우!’로 만족해.”

엠마누엘이 질린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박규태는 확고한 얼굴로 엠마누엘을 보며 누구보다 환한 미소를 보여주었다.

“장난이고……. 릴리에가 좋아할 선물이 뭐가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생각이 안 나서 말이야.”

“음……. 그냥 네 유니폼을 선물하면 좋아할걸?”

“응? 내 유니폼? 어째서?”

박규태의 물음에 엠마누엘이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김치와 국뽕에 미친 박규태에게 전염된 자신의 여동생이 너무 걱정스러워서 내뱉은 한숨이었다.

하지만 그는 딱히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뭔가 복잡한 눈길을 그에게 보냈다.

“릴리에가 저 김치에 미쳐서 날뛰는 또라이 녀석에게 물들면 안 되는데…….”

그가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 * *

몰리뉴 스타디움을 찾은 스카우트들.

그리고 각 구단의 전력분석팀들.

블로그에 축구 관련 글을 올리는 전문가들까지.

많은 이들이 오늘 경기를 보기 위해서 찾았다.

“파비오 실바와 팍의 경기……. 어떻게 놓칠 수 있겠어? 분명히 오늘 경기는 수준이 높을 거야.”

“카메라는 저기에 설치해.”

“팍을 집중적으로 체크해. 사소한 것도 좋으니까. 뭔가 특이한 것이 있으면 적어놔.”

스카우트들은 박규태만 바라봤다.

“엠마누엘 메르시에와 가스통 렌도가 팍에게 보내는 패스의 빈도와 종류를 구분하라는 말씀이신가요?”

“울브스 수비진이 오늘 경기에서 레알 마드리드의 파비오 실바를 상대로 적극적으로 밀착 수비를 하는지, 아니면 상대에 맞춰서 소극적인 수비를 하는지도 기록해놔.”

“알렉스! 오늘 선발이 샘 빈치였어?”

“오늘 울브스가 홈 경기장의 잔디를 어떻게 깎았는지 알아봤어? 뭐!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측면을 덜 깎았다고? 확실해?”

반대로 스카우트팀과 다르게 움직인 전력분석팀은 울브스라는 팀 자체의 정보를 모으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두 팀의 선수들이 필드로 걸어들어왔다.

그제야 바삐 카메라를 설치하거나 다른 구단의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이들이 움직임을 멈추고 필드를 바라봤다.

‘김치팍이 있는 울브스는 이번 시즌에 강력한 다크호스가 될 거다. 미리 조사해야지 후반기에 울브스를 막을 작은 방법이라도 찾을 수 있겠지.’

“이번 발롱도르는 팍에게 돌아가려나? 최근에 파비오 실바의 폼이 썩 좋지 않은데 말이야.”

“오늘 경기도 분명히 팽팽하겠지?”

“2 대 2 동점으로 끝날 것 같은데…….”

“아니, 여긴 울브스의 홈이니까. 분명히 홈팀이 이길 거야. 아마도 1 대 0이나 2 대 1의 근소한 차이로 이기겠지. 똥개도 자기 집 앞마당에서는 반은 먹고 들어가는걸.”

기대감이 어린 시선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

파비오 실바는 자신감이 충만한 표정으로 상대 진영에 있는 박규태를 무섭게 노려봤자.

‘지난 경기와 다르게 이번에는 다를 거야.’

울브스의 선축.

박규태는 자신을 노려보는 파비오 실바는 생각도 하지 않고 조용히 상대 골키퍼를 바라보고 있었다.

‘생각보다 골키퍼가 많이 앞으로 나왔네? 바로 공을 넘겨받고 때리면 가능할 것 같은데…….’

하프라인에서 때리는 슛.

운이 좋다면 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가스통 렌도를 바라보며 손짓했다.

‘길게 뻥 차보게 바로 공을 넘겨줘.’

그의 눈짓과 손짓을 확인한 가스통 렌도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주심을 바라봤다.

삐이익!

그리고 휘슬이 들려오기 무섭게 가스통 렌도가 박규태의 발에 공을 건네주었다.

그리고 잠깐 골대의 위치를 확인한 박규태.

뻐어엉!

그가 거침없이 발을 휘둘렀다.

멀리 뻗어 나가는 공을 확인한 레알 마드리드의 틸로 쿠르투아 골키퍼는 자신이 너무 앞으로 나왔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큭!”

급히 뒤로 돌아와 손을 뻗은 틸로 쿠르투아.

하지만 공은 애석하게도 그의 손을 스치고 그대로 골대로 빨려 들어갔다.

철썩!

경기 시작하고 5초 만에 터진 골.

모두가 경악스러운 얼굴로 박규태를 바라봤다.

2006-07시즌에 터졌던 로이 마카이의 챔피언스리그 최단시간 득점이었던 10초에서 절반이나 줄어든 기록이었다.

-어메이징한 골입니다!

-박규태! 어나더 팍! 그가 챔피언스리그 역사에 남을 어마어마한 골을 보여주었습니다!

-진짜 놀라울 따름입니다. 레알 마드리드의 틸로 쿠르투아 골키퍼가 머리를 부여잡고 한숨을 내뱉습니다!

모두가 경악했다. 하지만 골이 들어간 것을 확인한 박규태는 태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운이 좋군.”

< 국뽕 박규태 선생 #121 > 끝

ⓒ 엉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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