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117화 (117/199)

< 국뽕 박규태 선생 #117 >

거대한 강당.

많은 사람이 모여 있다.

그들은 기대감이 어린 표정으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강당의 무대는 텅 비어 있어 아무도 없었다.

“오늘을 기다렸다.”

“분명히 그분의 팬티색은 김칫국처럼 시뻘건 붉은색일 거야. 오늘을 보기 위해서 먼 상하이에서 왔다고!”

“김치팍의 팬 미팅이라니……!”

“어제는 울버햄튼 지역민을 위한 팬 미팅이었다면, 오늘은 외국에서 찾아온 팬들을 위한 팬 미팅이니까.”

“시카고에서 여기까지 찾아왔어! 슈퍼 김치팍을 보기 위해서 울버햄튼까지 찾아왔다고!”

웅성거리는 사람들.

그들 모두가 박규태의 팬클럽인 ‘김치규태교’의 소속된 팬들이었다.

그들이 울버햄튼의 작은 강당에 모인 이유는 최근에 글로벌한 움직임을 보여주기 시작한 ‘김치규태교’가 르르에 콜리쉬 에이전트와 함께 움직여 성사한 팬 미팅 덕분이었다.

그때였다.

딴단 딴단 딴단 딴단 딴단단단!

피아노의 선율과 함께 흥겨운 비트가 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천천히 강단에 올라서는 한 사람을 보며 강당을 가득하게 채운 팬들이 큰 목소리로 괴성을 내질렀다.

“끼아아아악! 규태팍! 규태팍!”

“김치팍! 여기를 봐줘요!”

“사랑해요! 김치팍! 김치팍! 김치김치팍팍!”

“어떻게……! 저분이 날 보셨어!”

팬들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박규태가 트로트 가수처럼 반짝이는 의상을 입고 등장했다. 그는 마이크를 들고 피아노 선율과 함께 빠르고 격정적이게 울리는 비트에 맞춰서 소리쳤다.

“Just Kimchi it!!"

둥둥둥둥둥둥둥둥!

“저스트 김치 잇!! 다 함께 김치를 외쳐!”

그가 빠른 비트에 맞춰 팬들의 반응을 이끌었다. 그리고 신나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뽕짝 트로트였다.

구수한 목소리에서 흘러나오는 김치와 국뽕 찬양은 팬 미팅을 찾은 팬들의 귀에 쏙쏙 박혔다.

“너무 멋져…….”

“역시 김치팍이야……! 못하는 게 없어!”

“아아……. 그저 빛빛빛……!”

짜릿한 뽕짝 비트에 빠진 팬들은 노래가 끝나고도 그 감흥에 빠져나오지를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노래가 끝나고 박규태는 고개를 푹 숙여 멀고 먼 울버햄튼까지 찾아온 팬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먼 울버햄튼까지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은 물론이고 중국과 일본에서도 많은 팬분이 찾아주셨다고 들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정말 감사합니다.”

그렇게 시작한 팬 미팅은 꽤 즐거웠다.

먼저 시작한 것은 Q&A 시간이었다.

한국 출신의 사회자가 통역을 데리고 나와서 진행했다.

“첫 번째 질문입니다. ‘박규태 선수가 좋아하는 음식은 뭔가요? 김치 말고요. 두 번째로 좋아하는 음식이요.’라고 질문을 하셨습니다. 자! 우리 박규태 선수가 좋아하는 음식은 뭐죠?”

첫 번째 질문을 듣고 박규태가 싱그러운 미소를 보냈다. 그의 미소를 본 여성 팬들이 ‘꺄아아악’하며 소리를 내질렀다.

그리고 강당의 무대 뒤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테오 나두는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팍에게…… 여자 팬이 있다니……!”

그러거나 말거나 박규태는 여유가 있는 모습으로 그 질문에 대답했다.

“설렁탕을 좋아합니다. 김치랑 먹으면 진짜 죽여주거든요. 라면도 좋아하고……. 다만 라면은 시즌이 있는 동안은 먹지 않습니다. 그래서 시즌이 끝나고 일주일 내내 라면을 먹은 적도 있죠.”

고개를 끄덕이는 팬들.

몇몇 여성 팬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수첩에 박규태가 좋아하는 음식을 신나게 적었다.

나중에 선물로 보낼 생각인 것 같았다.

금방 두 번째 질문이 날아들었다.

“두 번째 질문입니다. ‘박규태 선수! 울브스에서 가장 친한 선수가 누구라고 생각합니까?’라고 했는데……. 가장 친한 울브스의 선수는 누군가요?”

강당의 무대 뒤에 있던 테오 나두도 이번에는 귀를 쫑긋하고 세우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박규태는 이번 질문을 여유롭게 넘겼다.

“모두 친합니다.”

그렇게 Q&A 시간이 끝나고 이어지는 선물 추첨과 테오 나두와 함께한 토크쇼까지 끝났다.

팬 미팅의 끝도 다가오고 있었다.

“오늘 정말로 즐거웠습니다.”

그것이 끝이었다.

팬들은 행복한 표정으로 강당을 나섰다.

“진짜 최고였어.”

“알찬 팬 미팅이었지.”

“맞아. 진짜 최고였어!”

그들은 박규태가 좋았다.

기행을 하며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지만, 박규태는 실력이나 인성으로 깔 수 없는 선수였다.

그렇기에 그들은 박규태를 사랑했다.

“그런데 괜찮을까?”

“뭐가?”

“며칠 뒤에 모스크바전이 있잖아. 이렇게 팬 미팅을 해도 김치팍의 체력이 괜찮을까?”

걱정스러움이 담긴 한 청년의 말에 몇몇 팬들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팬들에게 멋진 추억을 남겨준 박규태가 다음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 *

-원더고오오오오오오올!

-이걸로 박규태 선수가 해트트릭을 기록합니다!

-대단합니다!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D조 3차전! 모스크바와 경기에서 울브스가 6-1로 크게 앞서나갑니다!

그야말로 폭풍 같은 활약이었다.

모스크바의 선수들은 지치지도 않고 그들의 골대를 탐욕스럽게 노리는 박규태를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어마어마한 선수야.”

“1경기당 1골 수준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며? 저런 선수를 어떻게 막을 수 있겠어?”

모스크바의 선수들이 고개를 절레 흔들었다.

반대로 몰리뉴 스타디움을 찾은 팬들은 꽤 타이트한 10월의 일정에도 꾸준함을 보여주고 있는 박규태를 찬양했다.

규-우우우우태!

기-이이이임치!

규-우우우우태!

기-이이이임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울브스의 7번째 골까지 이바지하며 완벽한 골게터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덕분에 7-1 대승을 거둔 울브스는 다음 경기인 첼시전을 여유롭게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찾아온 첼시와 경기.

팽팽한 경기가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처럼 울브스와 첼시의 경기는 0 대 0의 균형이 후반전까지 유지되었다.

하지만 후반 37분.

첼시의 윙 포워드인 보니크 실바가 환상적인 중거리 슈팅을 성공시키며 선취점이자 결승점이 된 골을 터뜨렸다.

-경기 끝났습니다!

-리그에서 무패 행진을 이어나가던 울브스가 자신들의 홈에서 첼시에게 일격을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첼시 선수들이 정말 좋아하네요.

“우리가 이겼어!”

“우리가 뻐킹 김치맨을 이겨냈어! 우리가 이겼다고! 정의는 언제가 승리한다고! 크흑……. 왜 이렇게 눈물이 날 것 같지?”

“엄마! 우리가 울브스를 이겼어요!”

첼시 선수들은 울브스를 꺾은 것이 너무 좋은지 주저앉아서 울기도 했다.

박규태와 울브스의 선수들은 그들의 반응에 조금 당혹스러움을 드러냈다.

어떻게 보면 중요한 경기라고 할 수 있었지만, 또 다르게 본다면 고작 리그 1경기에 불과했다.

그런데 첼시의 선수들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우승한 사람처럼 기쁨을 만끽했다.

그렇게 리그 첫 패배를 기록한 울브스.

하지만 선수단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선수들을 잘 격려했다. 그리고 10월 25일에 있는 리그컵 4라운드 경기를 준비했다.

상대는 왓포드였다.

“왓포드 2연전이네?”

“리그컵은 우리 홈에서 다음 경기인 리그 10라운드는 왓포드의 홈에서 치르겠네?”

“이번 홈 경기가 끝나면 왓포드-모스크바-리버풀로 이어지는 지옥의 원정 3연전이 이어질 거야.”

“으으……. 그건 좀 무서운데?”

선수들은 첼시전의 패배보다는 리그컵 4라운드 다음부터 이어질 원정 3연전을 상당히 두려워했다.

왓포드 원정을 뛰고 모스크바로 날아갔다가 다시 잉글랜드로 돌아와서 이번에는 원정팀의 지옥인 안필드에서 뛴다.

그렇기에 울브스는 선수들의 체력을 관리하기 위해서 이번 리그컵을 포기했다.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이번 시즌에 챔피언스리그와 리그에 집중할 생각이었다.

-왓포드가 상당히 타이트한 압박으로 울브스의 공격진을 막아냅니다. 아무래도 리그컵 4라운드 경기는 연장전으로 이어질 확률이 상당히 높은 것 같습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후반전 추가시간 5분이 추가됩니다. 점수는 아직 1 대 1로 동점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리그컵 4라운드.

왓포드와 경기에서 울브스는 후반전이 끝나가는 순간까지 리드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선발로 출전한 마르시오가 후반 22분에 선취점을 터뜨렸지만, 32분에 터진 메튜 카니의 실책으로 동점을 허용하면서 결국에는 연장을 넘어서 승부차기까지 이어졌다.

-고오오오올!

-울브스가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승리를 거두며 리그컵 8강에 진출합니다!

-정말 멋진 선방이었습니다! 톤 필크만! 네덜란드의 주전 골키퍼인 이유를 보여주는 선방이었습니다.

주전들의 체력을 아꼈지만 반대로 연장까지 승부가 이어지면서 백업 선수들의 체력이 많이 고갈되었다.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자기 뜻대로 시즌이 흘러가지 않음을 느끼며 짧게 한숨을 내뱉었다.

* * *

“해볼 만했어.”

왓포드의 주전 수비수인 크리스토퍼 제임스는 며칠 전에 있었던 리그컵 4라운드를 생각했다.

승부차기까지 경기를 끌면서 그는 울브스가 생각보다 어려운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너무 자만하는 거 아니야?”

그의 파트너인 쥘 음부이데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하지만 크리스토퍼 제임스의 자신감을 줄어들 생각이 없었다.

“솔직히 작년처럼 강한 느낌이 없어.”

그는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주의해야 할 선수는 팍 하나뿐이고.”

“음…….”

“아니, 울브스의 팍도 첼시전만 생각하면……. 슬슬 폼이 떨어질 시기가 왔다고 생각해. 분명히 이번 경기에서 썩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할 거야.”

쓸데없는 자신감은 그의 간을 크게 만들었다.

그것은 마치 푸아그라용 거위의 간처럼 느껴졌다.

‘저러다가 호되게 혼날 텐데…….’

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크리스토퍼 제임스를 챙기기에는 그도 최근에 폼이 그리 썩 좋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찾아온 10월 28일 리그 11라운드 왓포드전.

왓포드의 홈인 비커리지 로드에 많은 관중이 들어찼다. 그들은 오늘 경기에서 왓포드가 울브스를 상대로 최소한 승점 1점을 가져가기를 원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왓포드와 울브스의 리그 11라운드를 중계해드리겠습니다.

-오늘 경기를 시작으로 울브스는 원정 3연전을 이어나가게 되었습니다.

-오늘 경기인 왓포드 원정을 시작으로 원정 지옥이라 불리는 모스크바와 마지막으로 최근 홈 무패의 기록을 갖춘 리버풀의 안필드 원정까지 이번 원정 3경기는 울브스에게 힘든 일정이 될 것 같습니다.

선수들이 필드에 입장했다.

크리스토퍼 제임스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박규태를 노려보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오늘 완벽하게 막아주마!’

박규태만 조심하면 그만이었다.

풀 주전으로 준비를 해왔어도 지난 경기를 생각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했다.

삐익!

-자! 경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고 5분 만에 크리스토퍼 제임스는 자신이 생각했던 계획이 자신의 헛된 자신감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빠르게 깨달을 수 있었다.

“막아! 9번의 돌파를 막아!”

“크리스토퍼! 집중해!”

허겁지겁 박규태를 막기 위해 붙었지만, 크리스토퍼는 그대로 밀려나 슈팅 찬스를 내줘야 했다.

철썩!

“아……!”

듣기 싫은 소리가 들려왔다.

자신들이 막고 있는 골대의 골망이 흔들리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그의 귓가를 울렸다.

-고오오오오오올!

-전반 6분 만에 박규태 선수가 선취점을 만들었습니다! 지난 첼시전에서 무기력했던 모습과 다르게 오늘은 정말로 날카로운 슈팅으로 한 방에 골을 만들었습니다.

-이거죠! 이런 모습이 있기에 세계가 박규태 선수에게 관심을 보이는 겁니다. 정말 멋지고 환상적인 슈팅이었습니다.

선취점을 내준 그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지난 시즌의 기억이 떠올랐다.

망할 뻐킹 김치맨.

그가 왓포드를 상대로 맹활약하는 장면이 저절로 머릿속에서 떠오르기 시작했다.

‘큭……!’

가슴 아픈 기억 폭행이 그의 머리를 두들겼다. 하지만 경기는 이제 시작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전반전은 고작 6분이 지나고 있었으며 울브스의 맹수들은 아직도 체력이 쌩쌩했다.

‘울브스의 팍만 막기 어려운 것이 아니었어……! 울브스의 주전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수준이 높다!’

이어지는 울브스의 맹공.

크리스토퍼는 박규태는 물론이고 울브스의 다른 공격진도 제대로 막지 못하고 흔들렸다.

그리고 이어진 전반 26분에 나온 박규태의 환상적인 슈팅이 비수처럼 왓포드의 심장을 다시 찔렀다.

크리스토퍼 제임스는 투지를 잃고 조용히 눈을 감고 작게 욕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좌절한 그의 귓가에 박규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디스 이즈 주-모 타이이이이임!”

< 국뽕 박규태 선생 #117 > 끝

ⓒ 엉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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