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113화 (113/199)

< 국뽕 박규태 선생 #113 >

추석이 가까워졌다. 박규태는 자신의 미튜브 채널을 보며 고민에 빠져 있었다.

‘9월 30일 토요일부터 한글날인 10월 9일까지 거의 10일을 쭉 쉬는 긴 연휴란 말이지.’

특히 10월 1일에 웨스트 브로미치 앨비언과 경기를 끝내고 A매치 기간이 찾아온다.

10월 5일 카타르 원정과 10월 9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치르는 일본전이었다.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겠지.”

시기도 그렇고 일정도 그렇고.

국뽕을 가득 채우기 좋은 환경이었다.

이것을 놓치는 멍청한 녀석은 없을 것이다.

‘으음…….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지 국뽕을 잘 채웠다고 소문이 날까? 뭐 좋은 게 없을까?’

일단 웨스트 브로미치 앨비언과 경기에서 골을 넣고 태극기를 흔들거나 절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동시에 미튜브 영상에 추석과 관련된 먹방과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묘하게 초조했다.

‘안 돼. 더는 평범한 국뽕으로 만족할 수 없는 몸이 되었다. 더 파격적이고 화끈한 무언가가 필요해!’

다행히 좋은 아이디어가 솟아올랐다.

그렇게 박규태가 어떤 방식으로 한국에 있는 국민들에게 국뽕을 안겨줄지 고민하고 있을 때, 울브스를 상대해야 하는 웨스트 브로미치 앨비언의 브라이안 오비에도 감독도 고민에 빠져 있었다.

울브스를 상대로 촘촘한 두 줄 수비와 정형화된 패턴 플레이를 준비했지만 힘들 것 같았다.

거기다 울브스는 스쿼드가 상당히 두꺼웠다.

박규태가 나오지 않아도 마르시오부터 시작해서 알렉스코 아리에타와 테오 나두 같은 로테이션으로 나오는 백업 선수들도 상당히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지금의 우리로서는 울브스를 잡아내기 힘들다. 기적이 일어난다면 무승부를 건질 수 있겠지.’

그의 예상처럼 10월 1일에 그들의 홈에서 치러지는 2028-29시즌 프리미어리그 8라운드 울브스와 경기에서 웨스트 브로미치 앨비언은 전반전에 준수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거친 수비와 두 줄 수비.

그리고 날카로운 역습은 울브스에 통하지 않았다.

그래도 꾸역꾸역 전반전을 잘 막아냈다.

하지만 후반전에 접어들면서 결국에는 흔들리고 말았다.

중앙 미드필더인 스튜어트 올드먼이 중앙으로 파고드는 테오 나두를 막다가 레드카드를 허용했다.

이게 시작이었다.

웨스트 브로미치 앨비언은 그 순간부터 흔들렸다.

홈팬들은 울브스의 공격에 흔들리는 그들의 수비진을 보며 눈을 질끈 감았다.

페널티킥이 주어진 상황.

철썩!

-이야! 멋진 골이 터졌습니다아아아아!

-선취점은 테오 나두입니다!

-후반전에 드디어 첫 번째 득점에 성공한 울브스입니다! 웨스트 브로미치 앨비언의 선수들이 고개를 숙입니다. 전반전에 잘 막았던 그들이 후반전에 들어와서 크게 흔들립니다.

당연히 테오 나두는 깔끔하게 득점을 성공시켰다.

그리고 원정석으로 달려가 절을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한국 중계진은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하하하! 10월 2일부터 4일까지 추석 기간인데 울브스의 테오 나두 선수가 한국 팬들에게 절을 하며 추석 인사를 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박규태 선수가 알려준 것 같죠?

-그렇습니다. 정말 흐뭇해지는 장면입니다.

이어서 후반 21분에 박규태가 교체로 출전했다. 최전방에 있는 마르시오가 부진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었고, 추가 득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마이크 타이슨 감독의 판단 때문이었다.

그렇게 교체로 투입된 박규태.

그는 필드에 들어서자마자 자신의 준수한 주력과 날카로운 슈팅 능력을 보여주며 상대 수비진을 위축시켰다.

그리고 이어지는 공격에서 기어코 득점을 터뜨리며 마이크 타이슨 감독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고오오오오올! 박규태! 시즌 14호 골이 터졌습니다! 리그에서는 7호 골이죠?

-맞습니다. 정말 필요한 순간에 터진 추가 골입니다! 이걸로 웨스트 브로미치 앨비언은 추격의 의지를 불태울 수 없게 되었습니다! 너무 강력한 울브스입니다!

골을 넣은 박규태가 원정팬이 있는 방향으로 힘껏 달렸다.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그는 테오 나두처럼 팬들에게 절을 하고는 유니폼을 들어서 이너웨어에 적어둔 글자를 카메라에 보여주었다.

[10월 3일! 추석 특집 먹방! 김치팍 미튜브에서 생방송! 모두 많이 기대해 주세요!]

* * *

3 대 0으로 웨스트 브로미치 앨비언을 잡아낸 울브스는 10월의 첫 경기를 잡아내면서 기분 좋은 출발을 시작했다.

동시에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이 A매치를 위해서 비행기에 올라 각자의 나라로 돌아갔다.

물론 박규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한국이 아닌 카타르로 바로 날아갔다.

그만큼 이번 경기가 중요하다는 뜻이었다.

‘대한민국에 중동은 항상 장애물 같은 팀이었으니까.’

박규태가 나타나기 전까지 항상 중동팀에게 애를 먹었던 대한민국이었기에 충분히 이해가 가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대표팀에 합류한 박규태는 같이 소집된 손형민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손형민 선배는 끝까지 고생하는구나.’

최근에 에버튼에서 출전을 못 하면서 슬슬 은퇴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그가 대표팀에 소집되었다.

이번 A매치가 끝나면 그는 A매치 은퇴를 할 생각이었다. 대표팀의 코치진은 물론이고 선수들도 알고 있었다.

이번 카타르 원정과 서울에서 상대하는 일본전이 손형민의 마지막 A매치 경기라는 것을 말이다.

10월 3일.

박규태가 추석 음식 먹방을 시작했다.

-규-멘!

-아아아! 김치갓 국뽕팍을 영접하다니…….

-난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저급한 스파게티와 분홍색 망아지랑 다르게 격이 느껴진다. 이게 국뽕이고 김치이고 코리아인가?

-뭐 먹어요?

-김치팍! 김치팍! 김치김치팍팍!

“오늘 먹방은 잡채랑 불고기! 그리고 후식으로 식혜를 먹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게스트로 한 분을 초대했습니다.”

박규태의 말에 시청자들이 쫑긋 귀를 세우고 반응했다. 그들은 어렴풋이 게스트를 예측할 수 있었다.

-형민 쏘오오오온!

-무조건 쏘니지!

-캬……. 이건 무조건 봐야 한다.

-팍과 쏜의 조합.

-어서 와요! 쏜!

“안녕하세요.”

손형민은 자신을 반갑게 맞이하는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박규태의 옆에 앉았다.

두 사람은 가볍게 이야기를 하면서 먹방을 시작했다.

대체로 박규태가 시청자들의 질문을 받으면 그 질문의 대답을 손형민이 하는 방식으로 방송을 풀어나갔다.

-이번 카타르전 어떻게 생각해요?

-질 것 같지는 않지만……. 중동은 항상 껄끄럽지.

-ㅇㅈ 또 ㅇㅈ이구연.

-침대 축구 극혐.

-으으……. 생각도 하기 싫다.

“음……. 국가대표에 데뷔하고 30대 초반까지 마주친 중동팀들은 상당히 까다로운 팀들이었죠. 거친 몸싸움에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두 줄 수비를 활용했으니까요.”

고개를 끄덕이는 손형민.

하지만 그는 걱정이 없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우리 규태가 데뷔하고 걱정이 많이 없어졌습니다. 우리 규태가 골을 잘 넣는 선수니까요.”

“하하하! 칭찬 감사합니다. 선배님!”

박규태의 대답에 손형민이 씩 웃었다.

그는 이제 A매치 은퇴를 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았다.

거기다 이번 시즌이 에버튼에서의 마지막이 될 것이다. 어쩌면 조금 더 선수 생활을 이어나가지 못할 수도 있었다.

-크! 슈퍼쏜과 김치팍의 투샷이라니!

-진짜 환상적이구먼.

-쏜은 멋있고, 팍은 맛이 갔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김치팍의 유일한 약점인 얼굴로 공격하지 마라. 비겁한 녀석들아!

-그래! 팩트가 아닌 선동과 날조로 상대하자!

“아! 무슨 얼굴이 약점입니까?”

“하하하하!”

불퉁한 박규태의 혼잣말에 손형민이 기분 좋게 웃었다. 묘하게 아쉽던 마음이 사르르 풀리는 기분이었다.

‘이런 후배가 있다면…….’

은퇴해도 걱정이 없을 것이다.

은퇴를 앞두고 흔들리던 정신이 차분해졌다.

그렇게 박규태와 함께 먹방을 즐긴 손형민은 10월 5일에 있는 카타르와 경기에서 멋진 활약을 펼쳤다.

-손형민! 정말 대단합니다!

-기자회견에서 A매치 은퇴를 발표했던 선수답지 않은 멋진 경기력입니다! 전반전에 2골을 넣으며 카타르의 수비진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이게 슈퍼 쏘니죠! 오늘 정말로 펄펄 날아다니는 손형민 선수입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이어지는 코너킥 상황.

박규태는 오늘 최전방으로 나와서 손형민의 2골에 이바지하며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후반전 27분에 손형민이 교체로 필드를 빠져나가기 전에 해트트릭을 성공시키며 대한민국의 팬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손형민!! 해트트릭입니다! 그야말로 슈퍼 쏜입니다!

-아……. 우리 교민들과 붉은 악마들은 물론이고 카타르의 홈 관중도 교체로 필드를 빠져나가는 대한민국의 전설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습니다.

손형민의 활약 덕분에 대한민국은 5 대 1로 카타르를 누르고 다시 승리를 쌓으며 A조에서 가장 선두로 치고 올랐다.

[손형민 국가대표 은퇴 발표!]

[은퇴 발표에도 카타르와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팀에 승리를 안긴 캡틴 손!]

[차붐-캡틴 팍-쏜으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에이스의 계보. 그 뒤를 이어받은 것은 이강민과 박규태.]

[손형민, ‘내 뒤를 이어서 이강민과 박규태라는 멋진 선수가 나왔기에 걱정이 없다.’]

[뱅상 엘라즈 감독, ‘쏜은 중요한 순간에 항상 멋진 골을 터뜨려주던 환상적인 선수. 그를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카타르전 5-1 대승! 이제 남은 것은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치러지는 일본전!]

[손형민의 마지막을 볼 수 있는 한일전!]

-캬……. 진짜 멋지다.

-쏜……. 당신은 신이야!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에 유로파리그 2회 우승……! 거기에 리그컵 우승까지 하면서 원하는 우승은 다 가져봤네.

-리그 우승이 없는 게 크게 아쉽지만……. 지금 대한민국에 ‘손형민’만큼의 우승 커리어를 갖추거나 갖출 확률이 높은 선수는 ‘이강민’이랑 ‘박규태’밖에 없을 것 같음.

-야! 이거 뉴스 봤냐?

-ㅋㅋㅋㅋㅋ 이야 진짜 일본은 항상 저런 애들 하나씩 나타나서 초를 티더라.

[일본의 신성 오타니 유야의 막말 파문!]

[일본의 언론과 네티즌들도 오타니 유야의 발언에 난감한 기색 드러내!]

[오타니 유야, ‘솔직히 손형민이라면 내가 2년 안에 그의 커리어를 넘어설 자신이 있다.’]

[박규태, ‘오타니? 야구 선수가 왜 축구를 하고 있나?’]

-이거 완전 미친놈이네?

-ㅋㅋㅋㅋ 얘 함부르크에서 뛰던 놈인데, 손형민이랑 다르게 임대로 벨기에 2부에서 2년 뛰다가 함부르크랑 재계약 실패하고 결국에는 일본으로 돌아온 븅딱이잖아.

-진짜 일본은 왜 저러냐?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런 녀석을 우리는 ‘찐따’라고 부른다. 어떻게 저렇게 찐따스멜이 심하게 날 수 있지?

-김치팍! 일본전도 부탁해!

-중뽕킬러! 박규태! 이번에는 일뽕킬러가 돼서 제발 참교육을 보여줘!

손형민의 은퇴에 몰린 포커스가 순간적으로 한일전에 몰리자 박규태가 얼굴을 찌푸렸다.

“주제를 모르는 원숭이가 멋진 마무리를 하던 우리 레전드의 꽃길에 똥을 뿌리네?”

기분이 상당히 나빴다.

일본은 종종 저런 이상한 놈이 한 명씩 튀어나와서 그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일본전이라…….”

아무래도 전력으로 일본을 부숴야겠다. 박규태가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기사를 보며 살벌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찾아온 10월 9일 한글날.

박규태가 대한민국의 레전드인 손형민과 그를 사랑하는 붉은 악마들을 위해서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치러질 일본전 참교육의 준비를 끝마쳤다.

“마이 네임 이즈 이시국!”

박규태가 오늘 하루 위대한 애국자인 이시국이 되고자 마음을 먹었다.

그가 필드에 입장하기 전에 자신의 옆에 줄을 서고 있는 오타니 유타를 보며 입을 열었다.

“이…… 시국에 못된 주둥이를 놀린 벌을 주도록 하지.”

< 국뽕 박규태 선생 #113 > 끝

ⓒ 엉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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