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111화 (111/199)

< 국뽕 박규태 선생 #111 >

4-3으로 역전에 성공한 울브스는 기어코 아스날의 홈인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그들을 꺾고 1승을 얻는 데 성공했다.

아스날의 폴 부아예 감독이 박규태에게 뭔가 이상한 눈빛을 보내며 이를 꽉 문 것을 제외하면 특별한 것은 없었다.

경기가 끝나고 다음 날.

회복훈련을 끝낸 선수들은 오후에 작은 강당에 모여서 빔프로젝터를 통해 어제 경기를 복기하기 시작했다.

“이 부분이었어. 우리는 상대 공격수들의 움직임을 예측하지 못했지. 메튜! 다음 경기부터는 상대의 움직임을 보고 움직여! 그래야 우리 수비진이 흔들리지 않으니까.”

“옛썰!”

강팀을 상대로 첫 선발 경기를 소화한 메튜 카니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어제 있던 경기에서 자신을 여러 번 농락한 루카스 아르셀모와 세비 할튼을 생각하며 한숨을 내뱉었다.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어. 3실점? 그 정도면 이해할 수 있는 범위의 실점이었어. 어설픈 행동으로 실점을 허용한 것이 아니라 전술적인 움직임을 가져가는 과정에서 나온……. 그러니까 내가 만든 전술에서 나온 전술적인 실수였으니까.”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씩 웃었다.

“전술적인 부분에서 나온 실수는 내 잘못이지. 그러니까 항상 과감하면서 도전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해.”

그렇게 4-3으로 역전한 아스날전의 복기를 끝낸 뒤에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다른 자료를 선수들에게 보여주었다.

다음 경기의 상대이자 챔피언스리그 D조 2번째 경기의 상대인 AS 모나코였다.

“AS 모나코……. 좋은 팀이지.”

리그 앙의 강팀인 모나코.

그들은 지난 시즌에 리그 3위를 기록하며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냈다.

“주의할 선수는 총 셋이다.”

첫 번째 선수는 러시아 출신의 세르게이 골로빈.

러시아 출신의 미드필더인 그는 주로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위치에서 모나코의 공격을 이끌었다.

모든 미드필더 포지션을 소화가 가능할 정도로 다재다능한 선수로 주된 포지션은 중앙 미드필더이지만, 국가대표에서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고 있다.

“볼을 다루는 솜씨가 뛰어난 녀석이지.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었던 이스코 같이 뛰어난 수준은 아니지만, 충분히 위협적인 수준의 재능은 확실해.”

거기다 윙어를 소화할 정도로 뛰어난 준족의 발을 갖춘 선수였다. 실제로 예전에 아스날과 경기에서 발이 빠르다고 평가받는 대니 웰백과 스피드 경쟁에서 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서른 중반에 가까워져 가고 있기에 발은 느려졌지만……. 노장의 경험을 우습게 볼 수 없지! 그리고 두 번째 선수는…….”

빅토르 코즐로프.

FC포르투에서 준수한 성적을 거둔 윙 포워드인 그는 이번 시즌에 이적해서 7경기 2골 1도움으로 AS 모나코의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선수였다.

특히나 뛰어난 발기술과 공이 없을 때 보여주는 움직임과 판단력은 상대 측면 수비수들에게 상당히 까다롭게 다가왔다.

“큰 경기에 강하고 기복도 없이 꾸준하지.”

마이크 타이슨 감독의 말에 그를 상대하게 될 측면 수비수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특히나 육체적인 능력은 좋지만, 지능적인 플레이가 부족한 울브스의 측면 수비수들이 상대하기에 좋지 않은 유형의 윙 포워드였다.

“그래도 유리 몸이라서 강한 몸싸움을 싫어하니까. 그 부분을 잘 활용하면 어떻게든 그를 잘 억제할 수 있을 거다.”

잦은 부상으로 고생한 빅토르 코즐로프는 몸싸움을 그리 즐기지 않는 선수였으니까.

세 번째로 주의해야 할 선수는 바이에른 뮌헨에서 임대로 데려온 공격수인 마이클 짐머맨이었다.

박규태도 마이클 짐머맨을 잘 알고 있었다.

‘회귀 전에 바이에른 뮌헨을 책임지던 공격수였지. 엄청나게 뛰어난 선수는 아니었지만……. 준수한 스텟을 꾸준하게 기록했으니까. 거기다 연계 능력도 상당히 뛰어났고.’

이번 시즌에 모나코로 임대 이적한 그는 5경기에서 1골 2도움을 기록하며 준수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이한 점은 미국인 사업가 아버지와 스위스 출신의 배우인 어머니의 영향인지 진짜 잘생겼다.

그것도 축구선수를 할 이유가 없을 정도로 잘생겼다. 박규태는 살면서 그렇게 잘생긴 사람은 처음 봤을 정도였다.

‘진짜 잘생겼었지……. 질투 나지 않을 정도로.’

그렇게 AS 모나코의 경기를 준비하기 시작한 울브스.

시간은 상당히 빠르게 지나갔다.

2028년 9월 27일이 다가왔다.

당연히 울브스의 몰리뉴 스타디움에 평소보다 많은 관중이 몰렸다. 그들은 챔피언스리그 D조 2차전 울브스 vs AS 모나코의 경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 * *

“마이클!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어?”

팀의 주장이자 공격진의 중심인 세르게이 골로빈의 물음에 마이클이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AS 모나코의 젊은 여성 팀 닥터가 얼굴을 붉혔고, 오늘 경기에서 선수들이 불편함이 없이 원정을 치를 수 있게 지원을 온 운영팀의 여성 관계자들이 비명을 질렀다.

“오늘 경기요.”

“오늘 경기?”

“네, 오늘 경기에서 만날 선수를 생각하니까 이상하게 기대감이 커지고 설렘이 느껴지네요.”

“그…… 동성애자는 아니지?”

“아닙니다. 확실한 이성애자입니다. 그러니까 그런 눈으로 보지 마세요.”

세르게이 골로빈의 농담에 마이클 짐머맨이 길게 한숨을 내뱉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스크바와 경기에서 비긴 게 너무 큰 것 같아요. 울브스나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확실한 승리를 거두기 어려운데……. 확실하게 잡을 수 있는 모스크바와 경기에서 졌으니까요.”

“축구공은 둥그니까. 그걸 믿어봐야겠지.”

복잡한 표정의 AS 모나코 선수들과 다르게 울브스의 선수들은 표정이 한결 좋아 보였다.

“상대 공격수보다 1골 더 넣으면 우리가 이기잖아.”

“그렇지. 그러면 이기는 거지.”

“그러니까. 난 걱정이 없어.”

“왜?”

“팍이 우릴 발할라로 인도할 거니까.”

선수들은 오늘 경기에서도 박규태가 골을 하나 터뜨려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은 뭔가 고민에 빠진 박규태에게 향했다.

“생각에 잠긴 팍……. 너무 멋있어.”

“캬……. 보면 볼수록 짜릿한 선수야.”

“분명히 팍은 오늘 경기에서 어떻게 골을 넣을지 생각하고 있을 거야. 그리고 어떤 세레머니로 울브스의 팬들을 기쁘게 만들지도 생각하고 있겠지.”

하지만 그들의 생각과 다르게 박규태는 자신의 눈앞에 떠오른 홀로그램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세 번째 시련]

-2030년까지 명성치 S등급의 클럽으로 이적하시오.

-또는 울브스의 명성치를 S등급으로 끌어올리시오.

[울브스의 명성치 : B+등급]

[S등급에 속한 클럽 명단]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맨체스터 시티.

바이에른 뮌헨.

PSG.

유벤투스.

AC밀란.

리버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2030년까지 발롱도르를 수상하시오.

[달성 보상: 플래티넘 카드, 천상의 탈모약]

[실패: 탈모의 가속화]

“…….”

드디어 세 번째 시련이 시작되었다.

2030년까지 울브스의 명성치를 S등급으로 올리거나 S등급의 명성치를 갖춘 클럽으로 이적하는 것은 문제가 없었다.

‘언제든 이적할 수 있으니까. 거기다 이적을 못 해도 울브스를 이끌고 명성치를 S등급으로 만드는 방법도 있지.’

문제는 발롱도르였다.

분명히 수상은 할 수 있지만 확신할 수 없었다. 기자들은 아시아 출신의 슈퍼스타를 그리 반기지 않는 것 같으니까.

“근데…… 탈모는 또 뭐야?”

회귀 전에 탈모가 있긴 했다.

XY 염색체를 달고 나온 남자는 절대 탈모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잘 관리했기에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런데 이번 시련에서 실패했을 때 큰 문제가 생긴다.

탈모의 가속화라니.

이건 솔직히 페널티가 너무 심했다.

‘빡빡이가 될 수 없어.’

빡빡이가 되는 순간 우울할 것이다.

이제 조금 삶의 여유가 생겼는데……!

시스템은 그에게서 머리카락을 빼앗아가려 하고 있었다. 박규태는 고개를 흔들었다.

절대 빼앗길 수 없다.

지난 삶과 다르게 점점 성과가 나오고 있었다. 원하는 데로 늙어 죽을 때까지 살면 뭐하겠는가.

머리가 없는데.

“어떻게든 발롱도르 수상하고 울브스의 명성치를 S등급으로 올리거나 다른 빅클럽으로 이적한다.”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다.

그래 남자는 40대부터 돈이나 명성은 다 필요 없었다. 머리카락이 얼마나 남아 있나를 겨루는 싸움이었다.

“후…….”

지킨다.

수명은 물론이고 머리카락까지 지킨다.

박규태의 두 눈에 투지가 가득 차올랐다.

* * *

-울브스의 몰리뉴 스타디움이 관중들로 가득 찼습니다. 28-29시즌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D조 2차전! 울버햄튼 원더러스FC와 AS 모나코의 경기를 중계해드리겠습니다.

-레알 마드리드를 꺾으며 승점 3점을 먼저 얻은 울브스가 조 1위 자리를 차지한 상황에서 AS 모나코를 만났습니다.

-AS 모나코는 이번 경기에서 이기고 싶을 것 같습니다. 모스크바와 경기에서 비긴 것이 상당히 뼈아플 것 같아요.

필드에 들어서는 두 팀의 선수들.

울브스의 관중들이 큰 목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기-임치 팍!

기-임치 팍!

며칠 전 아스날과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준 박규태의 별명을 먼저 외친 그들은 다른 선수들의 이름을 외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오늘 경기에서 선발로 나선 선수들의 이름을 모두 외친 울브스의 팬들이 태극기나 구단의 엠블럼이 새겨진 깃발을 흔들며 빨리 경기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오늘따라 목소리가 더 큰 것 같은데?”

가스통 랜도의 말에 박규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처럼 평소와 다르게 관중들의 목소리가 더 우렁찼다.

‘다른 빅클럽의 원정 경기랑 비슷한 느낌이야.’

‘쉽지 않겠어. 어째서 울브스가 지난 시즌에 리그 우승과 유로파리그 우승을 거머쥐었는지 이해가 가는데?’

‘저건 무슨 복장이지?’

‘여기가 잉글랜드야? 아니면 한국이야?’

AS 모나코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압박을 느낄 정도로 우렁찬 목소리였다.

그렇게 시작된 경기.

울브스 관중들의 열띤 응원 덕분일까.

전반전 초반은 울브스가 AS 모나코를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이며 그들의 수비진을 제대로 흔들었다.

박규태에게 향하는 패스.

‘이야……. 진짜 끈질기네?’

그는 자신의 앞을 막아서는 AS 모나코의 중앙 수비수인 무크타 디아뭉크를 힐끗 바라봤다.

‘심술 맞게 생겨서 일식을 좋아할 관상이야.’

저런 수비수에게는 응징이 필요하다.

“두 유 노 김치?”

“아이 라이크 김치.”

제법이었다.

점점 박규태도 다른 팀의 전력분석관들에게 분석이 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으음…….’

역시 프로의 세계는 쉽지 않았다.

간단한 트래쉬 토크도 이제 깊은 생각이 들어가야만 먹히는 시대가 왔음을 그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 사이에 AS 모나코가 울브스의 수비진을 뚫고 역습을 성공시켰다.

-고오오오오올!

-날카로운 역습이었습니다! 엠마누엘 메르시에의 공을 탈취한 모나코가 간결하고 날카로운 패스로 울브스의 측면을 뚫었습니다! 울브스에게는 좋지 않은 출발입니다.

-골을 넣은 선수는 마이클 짐머맨입니다!

주의해야 할 선수였던 마이클 짐머맨이 울브스의 수비진을 뚫고 기어코 골을 넣었다.

“이봐 김치맨! 오늘은 김치 효과가 별론데?”

무크타 디아뭉크의 조롱.

하지만 박규태는 웃었다.

그는 웃고 있었다.

“너희 팀 마이클 짐머맨을 마이클 김치맨으로 바꿔줄게……. 기다려라. 사악한 프랑스놈아.”

“사악한 건 내가 아니라 너야. 망할 김치 중독환자!”

박규태의 섬뜩한 눈빛에 무크타 디아뭉크가 침을 꿀꺽 삼키며 주의했다. 미친놈은 언제 폭발할지 모르기에 그는 더 차분하게 울브스의 공격을 막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무크타 디아뭉크의 노력과 다르게 박규태는 순식간에 기회를 만들었다.

엠마누엘 메르시에가 찔러준 패스가 날카롭게 그의 발에 걸치는 순간 깨달을 수 있었다.

‘소쇼에서 뛰었던 그 동양인이 아니야!’

그가 알던 선수가 아니었다.

프랑스에서 뛰던 시절과 다르게 더 성장한 박규태의 움직임은 무크타 디아뭉크가 막기에 무리가 따랐다.

거기다 그의 슈팅은 날카로웠다.

모나코의 골키퍼인 토마스 샤바니는 자신이 생각했던 타이밍보다 조금 빠른 박자에 슈팅을 가져가는 박규태를 보며 다급히 몸을 날렸다.

‘슈팅이 나아가는 방향은 읽었다!’

운이 좋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그의 운은 썩 좋지 않았다.

그의 손가락 끝을 살짝 스치고 지나간 공은 기어코 골망을 흔들었다.

-고오오오올!

-역시 박규태! 역시 울브스! 울브스가 골을 내주고 얼마 되지 않아서 모나코에게 바로 복수했습니다! 이걸로 경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갑니다!

-상당히 감각적인 슈팅이었습니다.

“주-모우우우우!”

박규태의 상징과 다름이 없는 세레머니였다.

그리고 울브스의 관중과 함께하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는 한 선수가 있었다.

“아…… 진짜 멋지다.”

마이클 짐머맨.

그의 눈빛이 달라졌다.

박규태의 아름다운 슈팅과 환상적인 세레머니였다.

그가 박규태를 향한 팬심을 불태우며 조용히 혼잣말을 내뱉었다. 그의 눈빛은 그 어떤 것보다 반짝였다.

“규-멘……!”

그리고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무크타는 머리를 부여잡고 절규했다.

“아, 안 돼! 마이클이 팍에게 오염되었어!”

< 국뽕 박규태 선생 #111 > 끝

ⓒ 엉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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