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뽕 박규태 선생 #109 >
[울브스 2 대 1 승리!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챔피언스리그 사상 첫 승리를 거둬!]
[박규태 2골 활약! 울브스의 동화는 계속된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활약한 박규태!]
[뮤지컬 ‘축구선수 박규태’ 잉글랜드에서 개봉!]
[세계는 지금 ‘김치팍’ 열풍!]
[김치-어택! 너희는 지금 김치의 시대를 살고 있다!]
-규-멘…………!
-아아! 빠꾸이태와 차원이 다른 김치팍! 뽕렐루야!
-김치를 먹었더니 암이 낳았습니다! 뽕렐루야!
-낳았습니다. (X) 나았습니다. (O)
-진짜 또라이쉑 어떻게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레알 마드리드팬 앞으로 달려가서 ‘두 유 노 킴치’를 외치냐?
-ㅋㅋㅋㅋ 지금 레알 마드리드 커뮤니티 반응이 더 미쳤음 ㅋㅋㅋㅋ 김치전사의 간택을 받았다고 좋아하던데?
-진짜 세상이 왜 이렇게 미쳐 돌아가냐?
2 대 1 승리.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2 대 1 승리를 거둔 울브스는 당연히 들떠있었다.
사상 첫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첫 승까지 올린 그들의 기세는 상당했다.
당연했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었으니 기세가 오를 수밖에 없었다.
이어진 리그 6라운드 브라이튼과 경기에서 로테이션을 돌려 0 대 0 무승부를 기록했다.
로테이션을 돌린 것도 있었고 다른 전술을 실험도 했기에 선수들은 경기의 결과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리그컵 3라운드.
블랙풀과 경기에서 울브스는 박규태와 가스통 랜도를 제외한 모든 선수에게 휴식을 주었다.
그리고 박규태는 블랙풀과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그가 공을 잡고 질주하면 블랙풀의 선수들은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우왕좌왕 흔들렸다.
나쁘지 않은 경기력을 이어나가는 울브스.
그들의 다음 상대는 이번 시즌에 2승 1무 3패로 리그 14위까지 추락한 아스날이었다.
* * *
블랙풀과 경기가 끝나고 다음 날.
울버햄튼의 번화가.
울프런 컨트리 백화점 옆에 새롭게 생긴 극장 앞에 박규태와 테오 나두가 나타났다.
두 사람은 극장 벽면에 걸려 있는 포스터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와……. 설마 이걸 여기서 볼 줄…….”
“진짜였어! 진짜였다고!”
포스터의 제목은 ‘김치 스트라이커 박규태.’였다.
다큐멘터리 영화로 한국에서 제작되었는데, 손익분기점 120만을 넘어선 860만의 관객을 기록하면서 제대로 성공했다.
그 성공의 여파로 ‘김치 스트라이커 박규태’는 한국이 아닌 전 세계에 수출이 되기 시작했다.
“이걸 잉글랜드에서 보게 될 줄…….”
대도시와 울버햄튼 지역을 제외하면 ‘김치 스트라이커 박규태’가 걸린 극장이 없었지만, 그래도 잉글랜드에서 자신이 주인공인 한국 영화를 보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
“많이 늦었군.”
“팍! 우리 왔다!”
박규태와 테오 나두.
두 사람의 뒤로 다른 울브스의 선수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기대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박규태를 바라봤다.
“한국에서 팍은 슈퍼스타와 다른 바가 없다는데……. 진짜였나 봐. 설마 팍이 주인공인 영화를 보게 될 줄이야.”
“내가 예전에 그랬잖아. 팍은 한국에서 알아주는 귀족 가문의 후손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겠어.”
박규태는 다른 선수들의 말을 흘려들으며 자신의 에이전트인 르르에 콜리쉬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저…… 정말 영화나 다큐멘터리 또는 뮤지컬 제작에 참여하실 생각입니까? 솔직히 그리 추천해 드리지는 않습니다.’
그때 박규태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꼭 하고 싶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은 선을 넘은 짓이 아니었나 후회하고 있었다.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을 때는 몰랐는데 지금 극장에서 영화를 보려고 하자 묘하게 부끄러웠다.
‘아무리 국뽕에 미친 나라도 이건 무리라고.’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영화는 찍었고.
그 결과가 극장에 걸려 있는 상황이었다.
어느덧 울브스의 선수들이 모두 모였다.
그리고 극장에 들어섰다.
박규태는 긴장 어린 표정으로 자리를 잡고 조용히 영화 스크린을 바라봤다.
‘도대체 남들의 눈에 난 어떻게 보일까?’
그 생각을 함과 동시에 영화가 시작되었다.
시작은 소쇼가 리그앙으로 승격했던 시절이었다.
화면에는 옛 동료인 벤자민 몽맹의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소쇼를 떠나서 라 벨리숀으로 이적했던 시절에 찍은 장면 같았다.
-팍은 많은 것을 바꾸었습니다.
-패배감이 만연하면 소쇼에 투지를 불렀죠.
-그는 축구를 하나의 사명으로 생각했습니다.
박규태는 뭔가 불안함을 느꼈다.
‘뭐지? 왜 저렇게 날 칭찬하지?’
불안한 눈빛이 흔들렸다.
화면에서의 벤자민 몽맹은 무엇인가 이상했다. 사이비 종교에 가입한 신도와 같은 눈이었다.
그것은 무엇인가를 맹목적으로 믿는 사람의 눈이었다. 약에 취한 듯한 그의 눈은 무서웠다.
-어느 날 제가 탐욕스러운 행동으로 팀에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던 날이었습니다.
-그때 팍은 제게 다가와 그러더군요.
-제가 그때 좋은 기회를 날렸던 상황이었습니다. 슈팅이 아닌 패스를 했다면 충분히 골이 만들어질 기회였죠.
-하지만 저는 탐욕스럽게 슈팅을 가져갔죠. 그리고 결과는 아시다시피 경기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습니다.
‘불안해.’
뭔가 불안했다.
왜 이렇게 심장이 아플까.
박규태의 동공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그가 저에게 다가와 그러더군요.
-‘이봐! 벤자민! 그건 들어갈 수 없는 슈팅이었어!’라고! 화가 났지만 대답할 수 없었어요. 그의 말이 맞았거든요.
-그리고 그가 ‘내 킴치뽕 파워로 짝불x을 터뜨릴 수 있으니 정신 차리라고 했죠.’ 아직도 기억나는 한국말이에요.
-그래서 제가 그에게 화를 내니까. 그가 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면서 다독이더군요.
-덕분에 저는 슬럼프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죠.
-나중에 제가 물었습니다. 어째서 나를 돕냐고. 우리는 경쟁자인데 어째서 나를 도와주는 거냐고.
-그 말에 그가 대답하더군요. 아직도 기억납니다.
-‘내 축구를 위해서다. 그리고 국가를 위해서다.’
‘그거 국가가 아니라 국뽕이었는데?’
갑자기 이야기가 확 바뀌자 박규태가 당혹감을 드러냈다. 순식간에 자신을 애국자로 만든 벤자민 몽맹을 노려보면서 그가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한국에서 난리가 났겠네.’
어쩐지 저번에 별다른 짓을 하지 않았는데 ‘두 유 노 랭킹’이 상승했던 적이 있었다.
아무래도 이 다큐멘터리 영화가 개봉한 뒤에 영향을 많이 끼친 것 같았다.
-그는 축구와 국가가 자신의 신념이라고 했습니다. 목숨을 건 신념이자 자신의 삶 그 자체라고요.
-그는 축구에 목숨을 걸어봤냐고 그러더군요. 그때 그의 눈빛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그는 진짜 나라를 사랑하는 선수예요. 그리고 누구보다 축구를 사랑하죠. 그는 ‘진짜’입니다.
-그는 ‘규태-팍’입니다.
* * *
영화가 끝나고 밖으로 나온 박규태.
그는 자신을 바라보는 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의 눈은 그야말로 광신도의 눈이었다.
“대…… 대단해!”
“팍! 쿡퐁! 우리도 너의 쿡퐁을 돕고 싶어!”
“이게 세계 정상에 올라설 사람의 마인드구나.”
“이제부터 나도 김치규태교에 가입해야겠어!”
“아아아! 규-멘! 뽕렐루야!”
영화의 내용은 대단했다.
박규태가 살기 위해 했던 모든 기행이 포장되어 거룩한 애국자가 되어버렸다.
거기다 다큐멘터리에 나온 다양한 모습에 많은 이들이 감동까지 하게 되었다.
“여러 활동을 하면서 훈련을 빼놓지 않았다니. 그는 진짜 대단한 선수야! 세상을 바꾸기 위한 위대한 선수!”
“김-치-팍! 김-치-팍!”
“규-메에에에에엔!”
“김치팍! 김치팍! 김치김치팍팍!”
극장을 나서는 다른 관객들도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를 찬양하며 부르짖었다.
박규태의 동공은 멈출 생각이 없었다.
계속해서 흔들릴 뿐이었다.
“난 팍이 셀럽처럼 행동하기에 그가 축구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오늘 영화를 보고 생각을 바꿔야겠어.”
“모든 광고의 수익을 유소년 축구선수를 위해 사용하다니. 그는 자신의 파급력을 활용해서 어려운 이들을 돕고 있어.”
박규태가 부르르 몸을 떨었다.
‘아니야. 난 그냥 국뽕을 널리 전파하려고 그런 미친 광고를 찍었을 뿐이라고! 그냥 살기 위해 정신을 놓은 놈인데…….’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사람들.
그가 정신이 혼미해지는 머리를 부여잡고 고개를 흔들었다.
문제는 이 영화가 잉글랜드는 물론이고 세계 여러 국가에 팔려서 극장에 개봉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제부터 나도 팍을 응원하겠어.”
“그가 너무 부자연스럽게 행동한다고 싫어했는데……. 저렇게 멋진 사람을 어떻게 싫어하겠어. 나도 이제부터 팍을 응원할 생각이야. 그는 팀을 떠나서 존중받을 멋진 선수니까.”
“그래……! 김치와 자신의 조국을 사랑하는 팍은 분명히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 선수야!”
속이 더부룩했다.
하지만 내색할 수 없었다.
그를 바라보는 선수들의 표정에 존경이 가득했으니까. 그는 자신이 이미 호랑이 등에 올라탔음을 깨달았다.
이렇게 된 이상 달려야 한다.
국뽕이라는 호랑이에 올라탄 이상.
그는 더는 내려올 수 없었다.
그가 극장을 나서며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벗었다. 그리고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주-모우우우우우우우!”
그러자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들이 박규태를 알아보고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의 주변으로 몰려드는 사람들.
“팍이야!”
“진짜 김치팍이다!”
“팍! 사랑해요! 파아아아악!”
“꺄아아아악! 멋져! 최고야! 짜릿해!”
그들은 김치 좀비가 되어 박규태를 둘러싸고 기어코 그를 들어 올려 행가레를 하며 광장까지 걷기 시작했다.
주-모우우우우우우!
김치팍을 위하여!!
김치팍! 김치팍! 김치김치팍팍!
규-멘! 뽕렐루야!!
울브스의 선수들도 김치 좀비 사이에 끼어들어 박규태를 찬양하기 시작했다.
박규태는 이제 포기했다.
‘그래……. 놓자. 포기하자.’
포기하니 편했다.
그는 이제 마음껏 선을 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미 강은 건넜다.
박규태가 자신을 헹가래 치며 광장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에게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두-유-노 코리아?”
아이-노우-코리아!
“두-유-노 김치?”
아이-러브-김치!!
“두-유-노 규태팍?”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렇게 광장으로 향한 박규태.
그는 2시간 동안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대한민국과 김치를 알리며 자신의 국뽕력을 충만하게 끌어모았다.
울브스의 선수들도 봉사하는 삶과 조국을 사랑하는 삶을 살라는 연설을 내뱉는 박규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팍은 대단한 사람이었어.”
“드록바가 검은 예수라면……. 팍은 김치 예수야.”
“젠장……. 난 역사적인 선수와 함께하고 있는 거였어.”
“아아! 난 전설과 함께하고 있어!”
“그분이 나를 보고 있어! 날 발할라로 데려갈 거야!”
“같이 외치자! 팍을 찬양하자!”
규-메에에에엔!
뽕렐루야아아아아!
밤이 늦게까지 박규태는 사람들에게 시달렸다.
박규태는 해탈한 표정으로 4시간 뒤에 겨우 집에 돌아올 수 있었고, 영화를 본 다음 날에 그는 자신의 인생 처음으로 늦잠을 자며 울브스의 훈련에 지각하고 말았다.
< 국뽕 박규태 선생 #109 > 끝
ⓒ 엉심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