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105화 (105/199)

< 국뽕 박규태 선생 #105 >

“팍의 얼굴이 담긴 관람차를 봤지.”

“와……. 대단한데?”

“이상한 노래도 들려왔지.”

“뭔가 환상적인 곳인 것 같았어.”

선수들은 경기장에 입장하기 전에 봤던 울브스의 테마파크를 떠올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반대편에 있던 레딩의 선수들도 ‘도대체 어떤 테마파크이기에?’라는 표정으로 울브스의 9번인 박규태를 힐끗하고 살폈다.

그리고 테마파크의 주된 테마로 선정된 박규태의 표정에는 흡족함이 가득했다.

‘두 유 노 랭킹이 한 단계 올라갔다.’

이제 한 자리 숫자에 접어든 랭킹에 박규태는 크게 만족감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2년도 되지 않아서 달성한 순위지.’

그래서 더 만족스러웠다.

필드에 입장하면서 들려오는 함성은 더 컸다.

울브스 테마파크에서 즐기고 온 홈팬들이 많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팬들은 박규태의 이름과 별명을 부르짖었다.

규태팍!!! 사랑해요!

김치! 코리아! 김치! 코리아!

당신이 우릴 발할라로 이끌 거야!

주-모우우우우우우!

박규태는 저들이 내뱉는 광기를 보며 살짝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저들의 광기는 결국 비틀린 국뽕이 만든 결과였으니까.

그런데도 박규태의 표정은 덤덤했다.

‘내 수명이 걸린 일이니까.’

뻔뻔해지자.

그리고 더욱 국뽕을 갈고닦자.

그래도 나쁘지는 않았다.

요즘 그도 진심으로 이 뒤틀린 국뽕을 즐기고 있었다. 그는 자신과 관련된 모든 것을 부르짖는 팬들을 보며 묘한 즐거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뭔가…… 오늘 팍의 표정이 무섭지 않아요?”

최근에 그의 신봉자가 된 메튜 카니의 말에 마르시오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약에 취한 표정인데?”

최근에 영어가 많이 늘어난 마르시오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국뽕과 근본 없는 무엇인가에 취한 박규태를 바라봤다.

박규태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근데…… 저렇게 놔둬도 될 것 같아.”

“어째서요?”

“저게 원래 팍의 모습이거든.”

모르겠다.

메튜 카니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마르시오와 함께 벤치로 향했다. 벤치에는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뭔가 심각하게 고민을 하고 있었다.

불끈거리는 근육이 씰룩이는 것을 보면 뭔가 기분이 조금 나쁜 것 같은 표정이었다.

“감독님은 왜 저래요?”

“초반에 살짝 흔들린 거로 누가 물어뜯었거든.”

“네? 리그 1위잖아요?”

“슈퍼컵이랑 채리티 실드에서 졌잖아. 거기다 시즌 초반부터 오늘 레딩까지 경기력이 그렇게 좋았던 것도 아니었고……. 상대가 다 약팀이었던 것도 있고.”

삐이익!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휘슬과 함께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레딩을 구겨버려! 분쇄해서 죽여버리라고! 킬링! 오케이? 달려! 상대를 압박해서 무너트려!”

거친 그의 말에 메튜 카니의 두 눈이 크게 흔들렸다.

메튜 카니와 마르시오의 옆에 있던 테오 나두는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어째서 저렇게 화가 났는지 잘 알고 있었다.

“나 같아도 전술적으로 부족하다는 말을 들으면 화가 날 것 같거든……. 그것도 선수 시절에 앙숙이었던 사람한테.”

“앙숙이요?”

“그래, 선수 시절에 주먹다짐했던 선수가 있거든. 그때 감독님이 고생을 좀 하셨지.”

“미국에 있는 리그에서 뛰셨었죠? 주먹다짐했던 그 앙숙은 살아는 있데요?”

“감독님 코가 살짝 삐뚤어진 게 그 앙숙의 작품이라던데? 이름이…… 그 뭐더라? 로이 존슨이었나?”

“그 사람도 권투 선수 이름이랑 비슷하네요.”

“그렇지.”

그때였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몰리뉴 스타디움이 크게 울렸다.

전반 7분에 박규태가 멋진 터닝슛으로 골을 터뜨리면서 선취점을 터뜨렸기 때문이었다.

“그래! 그거야! 커모오오오온 김치팍!”

부웅 부우웅! 부우우우웅!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허공에 팔을 휘둘렀다.

메튜 카니는 그 모습을 보며 침을 삼켰다.

“어째서 울브스에 지각하는 사람이 없는지 알 것 같아요. 방금 보셨어요? 산소가 찢겨서 죽었어요.”

메튜 카니의 헛소리를 듣고 있는 테오 나두는 그의 말에 딱히 무엇인가 반박을 할 수 없었다.

마이크 타이슨 감독의 주먹질을 보면 그의 표현이 결코 허풍처럼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그래! 팍! 가서 보여줘! 뭐? 무전술 감독이라고? 그딴 헛소리를 하는 녀석들에게 내 전술의 무서움을 보여주라고!”

* * *

첫 번째 골이 들어간 후.

박규태를 바라보는 레딩 수비수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들은 거친 반칙을 해서라도 그를 막아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박규태는 교활했으니까.

거기다 몰리뉴 스타디움의 홈팬들이 뿜어내는 광기는 레딩의 선수들을 정신적으로 힘들게 만들었다.

“아아아악!”

“레프리! 아니에요! 이번 태클은 깊지 않았어요.”

박규태가 발목을 잡고 쓰러지자 주심이 휘슬을 불었다. 레딩의 수비수는 억울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주심의 마음은 바뀌지 않았다.

그가 옐로카드를 꺼내 들자 몰리뉴 스타디움의 팬들이 야유하며 판정에 불만을 드러냈다.

새빨간 김치와 같은 레드카드를 꺼내!

주심! 미쳤어? 저 X같은 놈에게 레드를 줘!

김치! 우우! 우우! 김치 같은 레드카드!

김치! 우우! 우우! 김치 같은 레드카드!

돌림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울브스의 팬들의 목소리가 몰리뉴 스타디움을 가득 채웠다.

급히 만들어진 노래임에도 노래는 중독성이 있었다.

“팍! 다리 괜찮아?”

다른 선수의 걱정과 다르게 박규태는 여유가 있는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걱정하지 마. 일부러 누운 거니까.”

“레딩 녀석들 오늘 정말 거치네.”

확실히 거칠었다.

아무래도 오늘 원정에서 어떻게든 승점을 쌓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다음 경기가 맨체스터 시티고 다다음 경기는 홈구장에서 깡패인 번리였으니까.

“아무튼, 부상을 조심해.”

엠마누엘의 말처럼 조금은 부상을 조심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박규태의 눈은 도전적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래야겠지.”

골대에서 가까운 거리에서 프리킥 찬스를 얻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박규태가 아닌 엠마누엘이 키커로 나섰다.

-고오오오올!

-엠마누엘 메르시에의 프리킥이 골망을 가릅니다! 2 대 0으로 앞서나가는 울브스!

-레딩으로서는 치명적인 실점입니다.

골이 들어가기 무섭게 엠마누엘이 박규태의 세레머니를 따라 했다. 그의 입에서 ‘주-모우!’가 튀어나왔다.

“쥬-모우우우우!”

주-모우우우우우우우!

몰리뉴 스타디움이 ‘주-모우!’로 물들었다.

2 대 0으로 앞서나가는 울브스.

레딩의 선수들이 얼굴을 찌푸렸다.

* * *

[울브스 3 대 0으로 레딩을 잡아내다!]

[박규태 멀티골! 3경기에서 4골을 몰아넣어!]

[울브스의 테마파크! 박규태를 활용한 마케팅으로 어마어마한 인기와 매출을 올려!]

[가까워지는 챔피언스리그 조 추첨! 8월 28일에 별들의 전쟁을 알리는 서막이 시작된다!]

[마이크 타이슨 감독, ‘내가 전술이 없는 감독이라면, EPL의 축구는 전술이 없는 공놀이일 뿐이다.’]

[박규태, ‘세계에 김치와 태극기를 알릴 수 있어서 좋았다. 열심히 활약해서 다음에는 다른 한국적인 것도 알리고 싶다.’]

-진짜 요즘 김치팍 무르익었다.

-통산 108경기 108골……. 경기당 1골씩 꼭 넣는 수준이네. 메시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진짜 어마어마한 득점력이다.

-이걸 메시랑 비교하네. 라리가에서 검증을 받아야 함. 그래야 메시랑 비교 가능함.

-그럼 이걸 날강두랑 비교하냐? 김치팍은 이미 날강두는 넘었음. 이제 남은 건 메시랑 파블로 로탱만 남았을 뿐이지.

-내일 진짜 기대된다.

-챔스 조 추첨도 꿀잼이지!

레딩과 경기에서 3 대 0 승리를 거둔 울브스.

박규태는 레딩과 경기가 끝난 다음 날에 챔피언스리그 조 추첨을 보기 위해서 TV 앞에 앉았다.

그의 집에는 그와 친한 테오 나두와 곽진수.

그리고 엠마누엘 메르시에가 있었다.

“누구랑 붙을 것 같아?”

“누구든 제발 먼 러시아 원정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진짜 그거 너무 까다롭거든.”

테오 나두의 말처럼 너무 긴 원정 거리는 사절이었다. 그만큼 체력적인 부분에서 힘들 테니까.

“시작한다!”

이윽고 시작된 조 추첨.

A조를 시작으로 H조까지 각 구단의 이름이 나올 때마다 선수들의 표정은 변했다.

“우리는 D조네?”

“일단 유벤투스랑 발렌시아가 A조구나.”

“B조는? 샬케랑 어디야?”

“AT 마드리드. 저기도 만만찮겠네.”

오랜만에 간식도 즐기며 TV를 보는 선수들의 눈은 D조의 두 번째 팀이 될 캡슐이었다.

“설마…… 바르셀로나는 아니겠지? 레알 마드리드라도 잡히려나? 도르트문트가 잡혔으면 좋겠는데.”

“테오!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

-D조의 두 번째 팀은……!

-레알 마드리드입니다! 레알 마드리드가 울브스와 함께 D조에 속하게 되었습니다!

“…….”

“하…… 하하하! 바르셀로나는 아니네.”

“하필이면 레알 마드리드라니…….”

절망하는 다른 선수들과 다르게 박규태의 눈은 밝게 빛났다. 그의 표정은 꽤 좋아 보였다.

‘잘됐군. 레알 마드리드와의 경기에서 파비오 실바보다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면 기자들의 인식이 달라지겠어.’

잘됐다고 생각했다.

레알 마드리드와 경기에서 파비오 실바를 상대로 박규태가 더 좋은 활약을 하게 되면 발롱도르에 더 가까워질 것이다.

‘그만큼 임팩트라는 게 중요하지.’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2포트에 있는 팀의 조 추첨이 끝났다. 남은 것은 3포트와 4포트의 팀들뿐.

“모나코랑 인테르만 피하면…… 다 상대해볼 만하겠어. 설마 우리 조로 모나코나 인테르가 오겠어?”

“테오……. 제발 입 닫아!”

그리고 테오 나두가 입을 닫기 무섭게 D조의 3포트 자리는 AS모나코가 자리를 잡았다.

-D조의 3번째 팀은 AS모나코입니다!

-D조……. 벌써 냄새나 납니다! 지난 시즌 EPL 우승팀과 라리가 양강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 그리고 리그앙의 강팀인 모나코까지! 이건 완벽한 지옥의 조입니다.

-최악이네요.

“…….”

저주받은 입을 가진 테오 나두를 샐쭉하게 바라보는 엠마누엘을 무시하고 박규태가 골똘히 생각했다.

‘설마 마지막 팀도 뭔가 껄끄러운 상대가 잡히는 건 아니겠지? 셀틱이나 네덜란드 팀이 잡혔으면 좋겠는데…….’

박규태가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을 때, 테오 나두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설마 원정 거리가 먼 러시아겠어.”

“누가 저 새끼 입을 좀 막아.”

“너 우리 조의 마지막 팀이 모스크바가 되면 진짜 입에 청국장을 먹여버릴 거야! 알겠어?”

“…….”

테오 나두는 속으로 제발 모스크바가 아니기를 기원했다. 하지만 축구의 여신은 그의 건강을 챙겨주고 싶어 한 것 같았다.

-D조 마지막 팀은 모스크바입니다!

-강팀 3팀에 원정 지옥까지! D조는 정말 최악의 구성이 되었습니다! 어느 팀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울브스의 관계자들이 얼굴을 굳힙니다. 그들이 생각했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결정되었습니다.

D조의 구성이 끝나는 순간.

선수들의 눈이 테오 나두에게 향했다.

“저 저주받은 주둥이를 청국장으로 막아!”

박규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박규태에게 선물하기 위해 청국장을 챙겨왔던 마르시오가 달려들었다.

“으, 으악!”

비명을 지르는 테오 나두.

박규태는 그를 신경 쓰지 않고 D조의 구성을 보며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D조]

-울브스

-레알 마드리드

-AS 모나코

-CSKA 모스크바

“하필이면 이런 지옥의 조라니.”

그가 길게 숨을 내뱉었다. 아무래도 그의 인생에 처음이 될 챔피언스리그는 고생길이 될 것 같았다.

< 국뽕 박규태 선생 #105 > 끝

ⓒ 엉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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