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104화 (104/199)

< 국뽕 박규태 선생 #104 >

시즌 초.

울브스는 박규태의 빈자리를 뼈저리게 느꼈다.

유럽 슈퍼컵에서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인 첼시를 상대로 3 대 2로 패배를 기록한 것은 물론이고.

채리티 쉴드에서 리버풀을 상대로 3 대 1로 패배를 기록하면서 시즌 초반부터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행히 리그에서는 초반에 2연승을 하며 좋은 출발을 보여주었고, 올림픽에 출전했던 박규태와 곽진수가 팀으로 복귀까지 하면서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풋볼 코리아의 진상운 기자입니다. 풀햄을 상대로 꽤 힘든 경기를 이어가던 상황을 프리킥으로 바꾸셨습니다. 지금 기분이 어떠시나요?”

“좋습니다. 상대가 수비적으로 나와서 힘들게 이겼지만, 이런 경기에서 승점을 차곡차곡 쌓는다면 분명히 저희는 이번 시즌이 끝났을 때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을 겁니다.”

“올림픽 우승으로 발롱도르 수상에 제일 가깝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레알 마드리드의 파비오 실바는 물론이고 바르셀로나의 미구엘 모레노는 훌륭한 선수입니다. 아직 12월은 멀었습니다.”

여러 질문이 이어졌다.

박규태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며 슬슬 인터뷰를 끝낼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때 한 기자가 손을 번쩍 들었다.

마지막 질문이라 생각한 박규태가 그 기자를 켜고 고개를 끄덕이자, 자리에서 파딱하고 일어난 기자가 예상치 못한 이상하면서도 묘한 질문을 그에게 남겼다.

“울브스에서 팍을 테마로 한 ‘테마파크’의 개방이 일주일 남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 아는 부분이 있으십니까?”

“예?”

“김치와 태극기가 가득한 테마파크요.”

“김치랑 태극기요?”

“네! 김치랑 태극기랑 박규태 선수가 가득한 테마파크를 말하는 겁니다. 벌써 울버햄튼의 시민들이 많은 관심이 있는데……. 혹시 모르십니까?”

“…….”

뭔가 이상했다.

하지만 박규태가 당혹스러운 얼굴을 감추고 씩 웃으며 그 기자에게 대답해주었다.

이미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말이다.

“이런…….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했는데……. 실수했군요. 그렇습니다! 김치팍 테마파크는 곧 열릴 겁니다.”

* * *

현대에 와서 구단은 다양한 방법으로 관중을 끌어모으기 위해서 경기장이나 구단 사무실은 물론이고 훈련장 근처에 다양한 놀잇거리와 먹거리를 배치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어떤 곳은 경기장 옆에 거대한 공연장을 놔둔 구단도 있었으며, 어떤 구단은 선수들이 훈련하는 훈련장 옆에 큰 대형할인점을 놓으며 팬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심지어 경기장의 옆에 테마파크를 설립하거나, 아예 경기장에 가까운 곳에 수산물 시장을 놔둔 구단도 있었다.

그리고 울브스는 경기장 옆에 울브스의 팬들이 즐길 수 있는 테마파크를 설립해서 짭짤한 이득을 본 구단이었다.

꽤 오래전 이야기였다.

박규태를 앞세운 울브스가 리그 우승을 앞둔 상황에서 그들의 경기장 옆에 만들어진 테마파크의 다음 테마를 정하던 회의에서 폴 앤더슨 구단주가 끼어들었다.

그는 구단의 프런트를 보며 입을 열었다.

“이번 테마파크의 주제는…… 김치입니다.”

폴 앤더슨 구단주의 말에 이사진들의 표정이 ‘와락’하고 구겼다.

하지만 아무런 말도 꺼낼 수 없는 것이 폴 앤더슨 구단주가 지시한 이적이나 아이디어로 손해를 본 적이 없다는 점이었다.

“폴……. 아무리 생각해도 김치 테마파크는 조금……. 여기는 잉글랜드야. 그리고 울버햄튼이지! 차라리 다양한 동양인들이 찾을 수 있게 조금 더 대중적인 테마를 가지는 게 어떨까 싶네. 판다라던가…… 아니면 사무라이 같은 것 말일세.”

“놉. 김치는 완벽합니다.”

“…….”

“우리의 성적을 봐요! 리그 우승이 확정적이며 유로파리그에서도 환상적인 성적을 거두고 있죠.”

“그래도 김치는 무리야.”

“그렇다면 김치에 태극기까지 섞죠.”

“자넨 미쳤어.”

“미쳤기에 세계 10대 부자에 속할 수 있었죠. 기름쟁이들을 제외하면 재력으로 날 이길 사람이 있을까요?”

“그래도…… 김치랑 태극기라니! 울브스의 팬들이 싫어할 게 분명해! 조금은 아이들이 좋아할 테마를 선보여야지. 이를테면…… 공룡도 좋고……! 아이들의 교육에 좋은 과학적인 테마도 좋을 것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김치는 너무 나간 것 같네.”

“차라리 양자역학공룡을 테마로 테마파크를 만드는 게 훨씬 새롭고 멋질 것 같습니다.”

“자넨 정말 미쳤어. 아무리 구단을 찾는 팬들이 개돼지여도 그런 이상한 테마를 보고 테마파크를 찾을 것 같나?”

폴 앤더슨 구단주의 행보를 항상 방해하는 존 테일 기술 이사의 말에 몇몇 직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팬들을 개돼지라고 말하지 마시죠. 존!”

“아무튼, 김치랑 태극기? 차라리 팍의 얼굴을 테마로 한 테마파크를 만들지 그러나?”

빈정거리는 존 테일 기술 이사의 말에 폴 앤더슨 구단주가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뭐, 뭐야? 왜 그러나?”

“젠장……! 존! 당신은 진짜 천재군요!”

“뭐?”

“김치와 태극기……. 그리고 규태팍을 테마로 잡고 이번 여름의 테마파크를 준비합시다. 다른 의견을 받지 않겠습니다. 하하하하하하! 좋군요! 좋습니다!”

존 테일 기술 이사가 미친 듯이 웃고 있는 폴 앤더슨 구단주를 보며 이를 꽉 물었다.

“여긴 미쳤어!”

* * *

[울브스의 테마파크! 이번 여름의 테마는 김치와 태극기! 그리고 발롱도르에 가까운 울브스 최고의 공격수인 박규태!]

[김치팍 테마파크 D-5]

[8월 27일 레딩과 경기 날에 몰리뉴 스타디움의 옆 울브스 파크 개장! 김치와 태극기를 활용한 아시아 마케팅!]

[폴 앤더슨, ‘판다와 사무라이는 많았지만, 김치와 태극기는 없었던 아시아 마케팅에 이제 김치와 태극기가 들어설 시간이 왔다고 확신한다. 우리는 김치팍의 시대에 살고 있다.’]

[울브스의 구단 관계자, ‘울브스가 미쳐버렸다.’]

[폴 앤더슨이 밀어붙인 울브스의 테마파크는 이번 테마로 흥행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폴 앤더슨이 조금 선을 넘었다고 지적!]

[8월 15일, 울브스 2 대 1로 사우스햄튼을 잡아내다!]

[이번에도 프리킥 득점! 박규태 결승골을 넣고 태극기를 흔들며 광복절을 기념하다!]

[일본 언론, ‘박규태 정치적 의도 있는 세레머니 자제해야 한다. 피파에 제소할 생각!’]

[박규태, ‘난 내 세레머니를 표절한 일본의 한 선수를 고소할 생각이다. 골을 넣을 때마다 ‘스-시이이!’를 해봤자 진정한 ‘주-모우!’ 세레머니를 따라 할 수 없다.’]

-진정한 김치 황제가 돌아왔다!

-멍청한 피쉬앤칩스 녀석들! 잉글랜드를 삼켜 먹을 국뽕팍을 찬양하라! 김치팍! 김치팍! 김치김치팍팍!

-원래 8월 15일에 있었던 사우스햄튼과 경기에서 이번 울브스 파크를 개장하려고 했는데, 하필이면 이날이 원정경기라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함.

-캬……. 이게 국위선양이 아니냐? 세계에 김치와 태극기를 돈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알리잖아.

-울브스가 저렇게 박규태를 테마로 테마파크를 해줄 정도로 지금 우리 김치팍의 위상이 많이 올라갔지.

-자기들은 2020 올림픽에서 전범기를 흔들었으면서, 광복절이라는 뜻깊은 날에 태극기 좀 흔들었다고 태클 거네.

-박규태는 불쾌한 사람. 일본과 관계를 생각해서 조금은 자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 일뽕이 있다! 십자가에 묶어서 김칫국물과 청국장! 그리고 초지옥떡볶이를 먹여라!

-느그나라에 ‘김치팍’같은 국뽕 전사 없지? ㅋㅋㅋㅋ 일뽕들 수준……! 불만 있으면 너희도 일뽕 전사를 만들어보던가?

8월 15일.

사우스햄튼과 경기에서 2 대 1 승리를 거둔 울브스는 리그에서 3연승을 하면서 좋은 출발을 시작했다.

특히나 1 대 1로 경기가 팽팽하게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박규태는 새롭게 장착한 무기인 ‘프리킥’을 활용해서 결승골을 넣으면서 팀의 승리를 챙겼다.

으아아아!

팍! 넌 정말 대단한 녀석이야!

기-이이임치! 넌 정말 대단해!

커모오오오온 김치팍!

원정까지 따라온 울브스의 팬들이 박규태의 활약에 큰 환호를 보냈으며, 반대로 사우스햄튼의 홈팬들은 거친 욕설과 함께 박규태에게 오물을 투척하기도 했다.

두 경기에서 모두 골을 넣은 박규태의 활약으로 리그 3경기에서 모두 승리한 울브스.

덕분에 시즌 초반에 흔들리는 울브스를 가지고 수군거리던 언론도 꽤 조용해졌다.

그들의 시선은 이제 다른 곳으로 향했다.

울브스와 바이에른 뮌헨의 오퍼를 고민하던 다니엘 시몬이 뮌헨으로 떠나서 어떤 활약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파비오 실바와 다른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의 불화설이라던가.

또 바르셀로나가 박규태의 영입에 어떤 금액을 쓸 것인지.

또는 리버풀의 철벽이던 줄리아노 네우만이 한화로 약 2,200억의 몸값을 기록하며 바르셀로나로 이적했다는 소식까지.

기자들은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움직였다.

하지만 그들의 시선은 울브스에 있었다.

발롱도르 수상에 가까운 박규태.

그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는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오늘이군.”

“초청장을 받아서 다행이에요.”

잉글랜드의 삼류 언론사.

‘띵크사커’의 기자인 톰 베이커는 자신을 도와주는 후배 기자와 함께 내일 개장할 ‘울브스 테마파크’를 찾았다.

“울브스 테마파크는 개장하기 하루 전에 관계자는 물론이고 그들의 가족들과 언론에게 먼저 공개하니까.”

“도대체 어떻게 꾸몄을까요?”

“몰라……. 김치랑 태극기랑…… 팍을 테마로 만들었으니까. 뭔가 한국적인 느낌이 가득하지 않을까?”

그들은 구단의 관계자.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

마지막으로 많은 수의 기자들과 함께 울브스의 테마파크를 남들보다 먼저 보기 위해 이곳에 찾았다.

“아! 문이 열렸네요.”

“음……. 과연 어떨지 모르겠군.”

“사진은 금지였죠?”

“나중에 기사를 쓸 때는 지난 시즌에 찍었던 울브스 테마파크 사진을 올리면 될 것 같다.”

“네, 그렇게 할게요.”

그때였다.

테마파크에 입장한 두 사람.

그들의 앞에 섰던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었다.

“이…… 게 뭐야?”

톰 베이커가 입을 벌리고 멍하니 ‘울브스 테마파크’의 꾸며진 모습을 바라봤다.

* * *

8월 27일.

레딩과 경기가 있는 날의 아침.

많은 이들이 울브스 테마파크를 찾았다.

그곳은 신세계였다.

그리고 발할라였다.

김치가 가득한 발할라.

거기에 태극문양이 새겨진 다양한 놀이기구는 물론이고 테마파크 내부에 들어선 음식점들은 김치가 들어가지 않은 것이 거의 없을 정도로 상당히 많았다.

김치전, 그리고 김치찌개와 김치 튀김은 물론이고 김치찜과 김치 구이 등등.

다양한 한국 음식들이 그들을 반겼다.

“아……. 이게 도대체 뭐지?”

“미쳤어. 여긴 천국이야!”

“엄마! 김치팍이 있어요! 김치팍 인형이요!”

“아아……. 규-멘!”

“김치팍이 우릴 발할라로 이끌었다!”

“주-모우우우우우우!”

울브스의 팬들은 이번에 새롭게 정해진 테마를 보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특히나 아이를 데려온 부모들의 만족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아이들 사이에서 박규태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았다.

독특한 기행과 더불어 팀원을 챙기려는 따뜻함.

거기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희생정신까지.

그야말로 인기가 없을 수 없는 선수였다.

“엄마! 나 김치팍 인형!”

“인형 사줘어어어어! 사줘어어어어!”

“자기야! 김치팍 인형 하나만 사자!”

환하게 웃고 있는 박규태의 인형.

귀엽게 SD 캐릭터로 만들어진 인형은 태극기 망토를 하고 손에는 김치를 들고 있었다.

김치팍 인형은 아이들에게 엄청난 인기가 있었다.

거기다 이번 테마파크가 소문이 퍼지면서 멀리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과 중국의 관광객도 이곳을 많이 찾았다.

“김치팍! 김치팍!”

“뽕렐루야! 규-멘!”

“아아아아! 여기가 발할라야! 김치 발할라!”

“올해의 테마가 마음에 든다! 진짜 최고야!”

거기다 퍼레이드도 환상적이었다.

동양적인 느낌.

특히나 한국적인 특색이 가득한 퍼레이드는 울버햄튼의 주민들과 테마파크를 찾은 관광객의 눈을 즐겁게 했다.

“우와! 저게 한복인가 봐!”

“신기하다! 저건 뭐야?”

“부채? 저런 것도 있구나.”

“아빠! 저 언니 좀 봐요! 되게 이쁜 옷을 입었어요! 나도 입어보고 싶다…….”

그리고 즐거워하는 사람들과 다르게 구단의 창밖으로 사람들이 가득한 테마파크를 보며 존 테일 기술 이사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 광경을 바라봤다.

그는 이번 테마의 실패를 확신했었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

많은 이들이 찾았고.

첫날이지만 이번 테마의 실패를 생각하는 이들은 없었다. 오히려 팬들이 너무 좋아했다.

존은 지금 상황이 조금 무서웠다.

“미쳤어……. 이건 김치로 만든 지옥이야.”

그가 손을 부르르 떨며 힘들게 물을 들어 올렸다.

세상이 미친 것 같아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크레이지 김치 월드.”

진짜 미쳐버린 김치 세상이었다.

< 국뽕 박규태 선생 #104 > 끝

ⓒ 엉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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