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101화 (101/199)

< 국뽕 박규태 선생 #101 >

11위-13위-12위-13위-11위.

박규태의 목숨줄인 ‘두 유 노 랭킹’은 좀처럼 10위를 뚫을 생각을 못 하고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순위가 들락날락했다.

예상으로는 11위에 있던 메이저리그에서 10년을 활약하며 사이 영 상을 받은 야구선수가 예능에 출연하면서 생긴 변화였다.

솔직히 생각하면 지금의 박규태가 충분히 넘어설 수 있는 명성과 국뽕이었다.

‘최근에 미국에서 밥 먹으면서 한국을 알리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멋진 활약을 하고 있다는 건데…….’

솔직히 말해서 그 예능이 끝남과 동시에 곧 인기가 시들해질 것이다. 결국에는 기다리는 것이 답이기는 했다.

알아서 ‘두 유 노 랭킹’ 10위에 올라갈 것이다.

하지만 박규태는 기다리지 않았다.

기회가 왔을 때 직접 랭킹에 오르기 위해서 그는 마침 자리가 나온 올림픽 대표팀에 합류했다.

그리고 박규태는 발롱도르 수상은 물론이고 ‘두 유 노 랭킹’에 도움이 될 올림픽에서 멋진 활약을 선보였다.

“대단하네…….”

“역시 박규태야. 박규태가 없으면 안 돼.”

“미친 새끼……. 저거 달리면서 뭐라고 중얼거리는 거야?”

“김치는 들리는데……. 다음은 뭐라는 거야?”

“무궁화? 민트? 까나리액젓? 치킨?”

그리고 지금 포르투갈과 경기에서 박규태는 자신의 존재감은 제대로 드러내며 자신의 국뽕력을 마음껏 뽐내고 있었다.

“헤이……! 지금 시비 거는 거야?”

티아고 페레이라는 코너킥을 위해 잠깐 경기가 멈춘 상황에서 박규태가 자신을 노려보자 얼굴을 찌푸렸다.

“묻겠다. 호날두 VS 메시는?”

“당연히 호날두 아니야?”

“틀렸다.”

“그럼 메시라고?”

“아니, 틀렸다. 정답은 ‘킹갓 제너럴 김치 중독 엠페러 대한민국 넘버원 플레이어 박규태’다.”

“네가 믿는 종교는 날아다니는 미트볼 스파게티 외계인이라도 되는 거야?”

“그쪽이랑은 동맹이다.”

“미친 새끼.”

이야기를 따라갈 수 없음을 느낀 티아고 페레이라가 고개를 돌렸다.

포르투갈이 점수를 만들 기회였기에 그는 박규태의 헛소리를 무시하고 경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필리페 알레그리아의 코너킥.

낮고 빠르게 올라가는 코너킥에 선수들이 서로 엉키며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왔다! 이건 잡을 수 있어!’

티아고 페레이라는 확신했다.

이번에도 좋은 기회가 찾아왔음을 말이다.

하지만 그의 앞에 큰 그림자가 생겼다.

티아고 페레이라와 비슷한 신장을 갖춘 수비수.

곽진수가 높게 뛰어올랐다.

그리고 완벽하게 공을 클리어했다.

위기를 넘긴 대한민국.

이번에는 그들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고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위기를 뒤집으면 기회지.”

“위기를 뒤집으면 ‘기위’아니야?”

“…….”

자신의 옆에서 태연하게 농담을 내뱉는 도밍고 미데이라를 못마땅한 표정으로 바라본 그가 공의 위치를 확인했다.

클리어된 공은 중앙에 있는 한기환에게 연결되었다.

피지컬이 부족한 한기환은 포르투갈의 뛰어난 미드필더진이 그를 마크하기 전에 깔끔하게 측면으로 공을 처리했다.

동시에 대한민국이 갖춘 최고의 장점이라고 볼 수 있는 두 윙어가 달리기 시작했다.

크로아티아 리그 소속인 디나모 자그레브에서 주전 윙어로 뛰고 있는 정우현.

그리고 라리가의 발렌시아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며 구단의 레전드로 성장한 이강민.

두 선수가 있는 대한민국의 측면은 유럽의 강팀과 비교해서 밀릴 이유가 없었다.

거기다 두 윙어가 운반한 공을 마무리할 최고의 스트라이커가 대한민국에 있었다.

“준영아!”

이강민의 외침에 고준영이 다시 자리를 잡고 슬쩍 공의 위치를 확인했다.

‘내 역할은…….’

나쁘게 말하면 전봇대였다.

하지만 기분 나쁘지 않았다.

높게 연결되는 공을 잡아서 대한민국이 배출한 최고의 스트라이커가 마무리할 수 있게 공을 주면 된다.

“흡!”

그가 높게 떠올랐다.

신장도 큰데 근육의 탄력도 좋아서 점프력이나 몸의 균형감각도 상당히 뛰어났다.

덕분에 그는 유럽의 수비수들에게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더 높게 뛰어올라 그들을 찍어눌렀다.

-고준영! 머리로 공을 떨궜습니다!

-급히 그를 밀어내며 공을 잡으려는 도밍고! 하지만 우리 자랑스러운 고준영 선수가 공을 잘 지켜냅니다!

-전방에 있는 박규태 선수에게 패스하는 고준영!

나쁘지 않은 패스였다.

고준영이 수비수 하나를 끌고 공을 지켜준 덕분에 코너킥 수비를 한 뒤에 급히 최전방까지 올라온 박규태가 편하게 포르투갈의 비어 있는 공간으로 파고들 수 있었다.

‘후우……!’

기가 막힌 감아차기.

박규태의 발을 떠난 공이 크게 휘어 골망을 흔들었다. 포르투갈의 골키퍼는 팔을 길게 뻗었지만 무리였다.

철썩!

공이 골대에 들어가기 무섭게 박규태가 한국 관중이 많이 있는 방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진짜가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주-모우우우우우우우우!!!”

주모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교민들과 멀리 LA까지 찾아온 붉은 악마들이 외치는 ‘주-모우!’을 보며 많은 이들이 짜릿한 무언가를 느꼈다.

-고오오오오오올!

-전반 41분에 박규태 선수가 2 대 1로 달아나는 골을 터뜨렸습니다! 이번 올림픽에서 미친 듯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거죠! 주-모우우우우우!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스트라이커 박규태 선수가 오늘 경기에서 멀티골을 성공시켰습니다!

짝퉁이 품을 수 없는 품격!

‘호-우!’에게서 느낄 수 없는 아름다움.

박규태가 두 팔을 벌리며 소리쳤다.

“아임! 어나더! 김치 스트라이커!!”

와아아아아아아아!

메모리얼 콜리세움을 가득 채운 관중들이 짙은 농도의 국뽕에 취해 열심히 태극기를 흔들었다.

* * *

[박규태 더 김치! 포르투갈과 경기에서 4골을 폭발하며 자신의 품격을 보여주다!]

[‘호-우?’ 이제는 ‘주-모우!’의 시대다.]

[대한민국 포르투갈을 4 대 2로 잡아내다!]

[대한민국 은메달 확정!]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의 경기! 어마어마한 시청률!]

[2012년 이후로 남자축구에서 얻어낸 첫 메달!]

[박명훈 감독, ‘선수들이 너무 자랑스럽다.’]

[박규태……! 합법적 병역 브로커!]

-아……. 진짜 믿기지 않는다.

-우리가 은메달이라고? 진짜 요즘 한국 축구 미쳤네……. 어떻게 저럴 수 있지?

-소수의 착한 사람들 덕분에 헬조선이 망하지 않는 것처럼, 망해야 할 축구협회가 근본 있는 박규태와 몇몇 선수들 덕분에 망하지 않고 있다.

-결승전 상대는 예선에서 마주쳤던 브라질이지?

-예선에서 3 대 1로 발렸잖아……. 금메달은 무리겠지?

-솔직히 은메달로 만족해야지.

-이번 브라질은 너무 쌤. 수준이 다른 팀이긴 함.

대한민국의 은메달이 확정된 순간.

많은 언론이 올림픽 대표팀의 성과를 조국에 퍼 나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올림픽 축구 신드롬에 빠졌다.

박명훈 감독은 세계 최고의 감독으로 둔갑하였고, 올림픽 축구 대표팀은 세계 최고 수준의 축구팀으로 바뀌었다.

거기다 매 경기에서 골을 터뜨리고 있는 박규태는 이제 축구 커뮤니티에서 신처럼 받들어지고 있었다.

덕분에 박규태와 관련된 글이 자주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대부분 농담 따먹기나 다름없는 글이었지만 말이다.

[박규태 도핑 테스트 양성 반응……!]

-내용: 도핑 테스트 중 박규태의 몸에서 다량의 김치! 국뽕! 청국장!이 검출됨.

[박규태 울브스 방출 결정!]

-내용: 박규태의 무한한 김치와 국뽕을 방출!

[우리 할머니도 박규태를 알고 있다.]

-내용: 내가 할머니에게 박규태를 아느냐고 묻자 할머니가 ‘Sir! The Kimchi Park Gug ppong Legend!’를 세 번 외치면서 김장 김치를 60포기를 담그시더라.

[박규태의 라커룸에서 의문의 물질 대량 발견!]

-내용: 조사결과는 자랑스러운 국뽕, 매서운 김치, 그리고 포기를 모르는 태극전사의 열정으로 밝혀져……!

바깥이 시끄러운 상황.

대표팀의 선수들은 오히려 침착하게 8월 5일에 있을 결승전 경기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상대는 조별 예선에서 그들을 꺾은 브라질.

결코, 방심할 수 없는 상대였다.

하지만 대표팀의 선수들은 바쁜 와중에 짬을 내서 한 선수를 축하하고 있었다.

“한솔아 축하한다!”

“이야……. 맨체스터 시티라니……. 진짜 대단합니다! 역시 김한솔 선배님입니다!”

“작년부터 말이 나왔는데 결국에는 이적하네.”

“선배님, 축하드립니다!”

레버쿠젠 소속의 풀백인 김한솔이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했단 소식이 들려왔다.

박규태도 선배인 김한솔의 이적을 축하해주었다.

워낙 쟁쟁한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단이기에 김한솔은 로테이션 맴버로 이번 시즌을 시작할 것이다.

‘선배라면…… 잘 적응하겠지.’

그라면 충분히 적응할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8월 5일이 다가왔다.

올림픽 남자축구 결승전을 보기 위해서 LA 메모리얼 콜리세움에 많은 관중이 몰리기 시작했다.

* * *

“대한민국은 강하다.”

브라질 올림픽 대표팀 감독.

카를로스 아마데우의 말에 선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상대인 대한민국을 무시할 수 없었다.

대한민국은 충분한 자격을 갖춘 도전자였다.

그렇기에 오늘 경기의 결과가 작은 차이로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었다.

예선에서 거둔 3 대 1 승리는 잊었다.

“상대인 대한민국은 전통적인 4-4-2 포메이션으로 우리를 막아설 것이다. 모두 대한민국의 수비가 약할 것으로 생각할 텐데……. 의외로 대한민국의 수비진은 탄탄하다.”

“맞아. 대한민국의 수비진은 우리를 상대할 때를 제외하면 한 경기에서 3점 이상을 실점한 적이 없는 팀이지.”

“대한민국의 약점은 오히려 중앙 미드필더진이다. 특히나 공을 측면으로 연결하는 6번은 뛰어난 볼 터치와 패스 능력을 보여주지만, 피지컬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지.”

“파트너인 8번은 넓은 활동량을 제외하면…… 그리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는 선수가 아니지.”

브라질의 스텝들은 대한민국의 모든 것을 알아냈다.

선수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모아서 그들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지를 결정했다.

“플랜B로 대한민국을 상대할 생각이야. 4-1-4-1 포메이션으로 이번 결승전에서 우리는 승리할 거다.”

“대한민국의 중앙을 뭉개고……! 마지막으로 한국의 ‘크레이지 나인’ 규태 팍을 고립시킬 거다! 우리는 올림픽이라는 역사에 이름을 남기겠지.”

“대한민국의 중앙이 측면으로 공을 연결할 수 없게 만들어! 대한민국의 장점은 측면이지만……. 중앙에서 공이 연결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 할 거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브라질 선수들의 눈에서 자신감이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카를로스 아마데우 감독은 그런 선수들의 기세를 느끼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반대로 대한민국의 라커룸은 조용했다.

박명훈 감독은 물론이고 스텝들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들은 조용히 경기 시각이 다가오길 기다렸다.

브라질의 라커룸과 분위기가 달랐다.

박명훈 감독이 조용히 감았던 눈을 떴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딱 하나만 지키면 된다.”

대한민국의 전술은 단순했다.

수비진은 물론이고 미드필더진도 지친 상황에서 브라질을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는 더 단순하게 생각했다.

“박규태를 제외한 모두가 수비한다.”

이제 여유는 없었다.

남은 체력을 수비에 쏟을 생각이었다.

중앙에서 공을 지키고 측면으로 공을 운반하는 대한민국의 공격 패턴을 꺼낼 생각은 없었다.

그냥 쭉 막다가 길게 찬 공을 박규태가 잡아서 한 골 넣고 잠가버릴 생각이었다.

“그냥 뻥 차.”

“…….”

감독으로서 상당히 무책임한 말이었다.

하지만 선수들은 이상하게 질 것 같지 않았다.

“그러면 박규태가 골을 넣을 거다.”

자신에게 믿음을 보내는 박명훈 감독.

반짝이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선수들에게 박규태가 자신감이 넘치는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렇게 필드에 입장할 시간이 다가왔다.

< 국뽕 박규태 선생 #101 > 끝

ⓒ 엉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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