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100화 (100/199)

< 국뽕 박규태 선생 #100 (4권 분량) >

경기가 끝나고 비가 그쳤다.

후반 44분에 터진 이강민의 환상적인 프리킥이 독일의 골망을 흔들자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있는 아파트 단지가 지진이 난 것처럼 사람들의 함성으로 흔들렸다.

와아아아아아아아!

-3 대 2! 대한민국이 후반 막판에 질척질척한 수중전에서 독일을 상대로 앞서나갑니다!

-조금만 버티면 올림픽 8강에 진출합니다!

-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우리 붉은 악마들의 응원으로 우리 선수들이 조금만 힘을 더 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독일의 선수들이 바삐 움직였다.

브라질을 상대로 조별예선 1차전에서 2 대 1 패배를 당한 독일로서는 최소한 대한민국과 무승부를 해야만 올림픽 8강 진출의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대한민국도 악착같이 뛰었다.

특히나 젊은 선수들.

병역 특례가 필요한 그들의 눈은 독기로 가득했다. 그들에게 오늘 경기는 인생이 걸린 경기나 다름이 없었다.

그리고 남은 추가시간이 끝나는 순간.

삐익! -삐익! 삐이익!

-경기 끝났습니다!

-대한민국이 독일을 3 대 2로 잡아내면서 올림픽 8강에 진출합니다! 2018년 러시아에서 우리 대한민국이 독일을 2 대 0으로 잡아낸 이후로 오랜만에 다시금 독일을 상대로 승리를 거둡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보여줬던 기적을 다시금 보는 것 같아 정말로 기쁩니다!

-아……! 우리 교민들이 태극기를 흔듭니다!

-다시……! 다시 대한민국이 역사 교과서에 이름을 남깁니다! 그 강력한 독일을 상대로 10년 동안 아시아 팀에게 패배가 없었던 독일을 상대로 대한민국이 승리를 따냈습니다!

-독일이 올림픽 조별예선에서 탈락합니다! 이건 믿을 수 없는 기적입니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이 독일에게 패배한 것을 제대로 복수했습니다!

대단한 일이었다.

독일은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에 패배한 것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단 한 경기도 아시아 팀에게 패배한 적이 없는 팀이었으니까.

성인대표팀은 물론이고 23세 이하 국가대표팀이 만난 모든 아시아 팀들은 독일에 패배하거나 무승부로 만족했어야 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달랐다. 3 대 2 짜릿한 역전을 거두며 기어코 올림픽 8강에 진출했다.

비록 그것이 23세 이하 국가대표팀이었다고 해도 독일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명성을 깎을 수 없었다.

[위대한 승리! ‘어게인 2018!’]

[박규태 2골 MoM! 이강민 1골 1도움!]

[2026 월드컵에서 겪은 패배를 완벽하게 설욕한 자랑스러운 태극 후배들!]

[골짜기 세대? 박규태, 곽진수, 한기환, 고준영까지! 재능 넘치는 선수들이 분포한 최강의 세대!]

[BBC 조나단 베이커 해설가, ‘충격적인 경기! 대한민국이 수중전에서 독일을 압도했다!’]

-키아아아아아! 주모오오오오오오오!

-이겼다! 독일을 이겼다고!

-ㅋㅋㅋㅋㅋ 추측국 상대로 강한 대한민국!

-추측X 추축O 제발……. 공부합시다.

-퍄퍄퍄퍄! 미쵸따! 미쵸써!

-이걸로 올림픽 8강 진출! 딱 2번만 더 이기자! 금메달은 바라지 않으니까. 제발 어게인 2012년으로 광명 찾자!

-진짜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에 2 대 0으로 지고서 지금까지 아시아 팀에게 단 한 번의 패배도 하지 않았던 독일이 기어코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에 또 패배를 헌납하는구나!

언론이 신나게 떠들었다.

다음 8강 상대가 스페인이었음에도 언론은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의 기적처럼 이곳 로스앤젤레스에서 다시 대한민국이 메달을 가져올 수 있다는 ‘국뽕’에 전염되었다.

덕분에 인터뷰 질문도 상당히 ‘국뽕스러운 것’이 전부였다. 축구와 관련된 세부적인 기록이나 자료를 가지고 질문을 하는 기자가 소수일 정도로 그저 ‘승리’만 집착하는 기사가 넘쳐났다.

-위대한 승리였습니다. 승리한 소감이 어떠신가요?

“기쁩니다. 독일은 강팀이었고, 우리는 언더독이었습니다. 하지만 선수들이 단합해서 잘 이겨냈다고 생각합니다.”

‘위대한 승리라…….’

기자의 질문을 곱씹은 박규태.

그가 순간적으로 묘한 상상을 했다.

나중에 북한 출신 축구 선수가 골을 넣으면 ‘주-모우!’가 아니라 ‘동-무우우!’하고 자신을 따라 하지 않을까.

중국의 짝퉁도 ‘따-거어어!’하면서 자신을 따라 했던 것이 기억난 박규태였다.

“나중에 북한 선수가 골 넣으면 북한 주민들이 ‘노동! 노동! 노동! 노동!’ 하거나 ‘평양냉면! 평양냉면!’ 또는 ‘위대한 수령 동지가 축복을 내렸다!’라면서 구호를 외치는 것도 재미있을지도…….”

그러거나 말거나 인터뷰는 계속 이어졌다.

일본 기자의 질문이었다.

그들의 눈에는 질투가 가득했다.

일본은 LA 올림픽 남자축구 1차 예선 겸 2028 아시아 축구연맹 23세 이하 챔피언십 예선에서 무너지면서 아예 올림픽 조별예선의 무대에 진출하지도 못했으니까.

-다음 상대는 스페인이다. 이길 자신이 있나? 한국이 승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다.

부러움과 질투가 가득한 질문.

그 물음에 이번에는 박규태가 아닌 옆에 있던 곽진수가 그 질문에 대답했다.

“우리 팀에는 존윅이 있다. 한국의 존윅은 당신의 질문에 대답할 시간에 슈팅을 3번 더 하고 3골을 더 넣는다.”

* * *

스페인.

어려운 팀이었다.

그래도 독일을 상대하는 것보다는 훨씬 마음이 편한 것은 사실이었다. 성인대표팀이면 몰라도 스페인의 23세 이하 대표팀의 수비진은 상당히 빈약했으니까.

‘성인대표팀의 스페인은 무적함대라는 말이 어울리는 팀이지만……. 23세 이하 대표팀은 적어도 수비진만큼은 큰 구멍이나 다름이 없지. 오죽했으면 이번 23세 이하 대표팀이 아닌 다음 세대의 수비수들이 스페인의 희망이라고 불렸겠어?’

그렇기에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박규태의 예상을 멋들어지게 들어맞았다.

-으아아아아!

-고오오오올! 박규태! 폭주합니다! 어나더 팍! 국뽕팍! 독일을 잡아낸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공격수! 한국의 존윅은 세계가 인류애를 위해 부르짖을 때 승부차기로 팀의 승리를 이끕니다!

-주-모오오오오오! 대한민국이 미쳤습니다!!! 스페인을 상대로 승부차기 끝에 승리합니다!

-대단합니다! 박규태! 그리고 대한민국! 스페인과 경기에서 2 대 2 무승부로 연장전까지 갔고……! 기어코 승부차기에서 스페인을 꺾고 4강에 진출합니다!

-메달에 정말 가까워졌습니다! 대한민국!! 대단합니다!

박규태가 전후반에 넣은 2골 덕분에 스페인과 2 대 2 무승부를 기록한 대한민국은 이어지는 연장전에서 끈질긴 투지로 점수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승부차기까지 이어갔다.

그리고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5-4로 승리하며 4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박명훈 감독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기대하지 않았던 승리였다.

그렇기에 더 달콤했다.

거기다 박규태가 폭주하고 있었다.

‘저런 공격수를 가지고…… 어느 정도의 성적을 못 낸다면……. 그건 감독 실격이나 다름이 없지.’

치트키였다.

박규태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상당했다.

특히나 공격에서 보여주는 임팩트는 박규태를 따라갈 선수가 없었다.

‘박규태가 있기에 고준영이 타겟터로 더 빛나는 것이고 이강민이나 정우현이 측면에서 더 편하게 움직일 수 있지.’

박명훈 감독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남은 경기는 이기든 지든 딱 ‘2경기’였다.

이기면 결승전이고.

지면 3-4위전이다.

그리고 박명훈 감독은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보여주었던 기적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두었으면 하는 욕심이 있었다.

“다음 상대는…….”

독일.

그리고 스페인.

강팀을 연이어 상대한 대한민국.

그들에게 쉴 틈은 없었다.

“필리페 알레그리아가 있는 포르투갈이라…….”

다음 상대는 포르투갈이었다.

* * *

“파비오 실바가 없는 포르투갈이라…….”

어색했다.

강날두가 없는 유벤투스쳐럼 파비오 실바가 없는 포르투갈은 단팥 없는 찐빵이자 튀김 없는 떡볶이였다.

‘필리페 알레그리아?’

‘알레그리아’라는 성은 ‘기쁨, 환희’를 뜻하는 스페인어로 그는 스페인 출신의 아버지와 포르투갈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었다.

18세에 공격형 미드필더로 두각을 드러낸 그는 도르트문트에서 로테이션으로 27경기에 출전해서 5골 8도움을 기록했다.

도르트문트에서 보여준 인상 깊은 활약 덕분에 그 스페인과 포르투갈 연령별 대표팀의 러브콜을 받았다.

그의 선택은 어머니의 나라인 포르투갈이었다.

‘좋은 선택이지.’

그의 플레이 스타일은 스페인의 희망이자 리오넬 메시의 후계자라 평가받는 미구엘 모레노와 맞지 않았다.

어떻게 그 사실을 아느냐고?

‘회귀 전에는 필리페 알레그리아가 스페인에서 국가대표로 뛰었으니까. 어째서 지금은 포르투갈 출신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발롱도르 후보에 가까워진 것처럼 미래가 많이 바뀌었으니까. 이해 못 할 것도 없지.’

그렇기에 박규태는 확신할 수 있었다.

미구엘 모레노와 필리페 알레그리아.

두 선수는 절대 같이 뛰면 안 된다.

“그것보다……. 유로 2028의 영향 때문인가? 파비오 실바가 올림픽 대표팀에 합류하지 않아서 조금 다행이네.”

만약 그가 유로 2028에 참가하지 않았다면, 대한민국은 올림픽에서 파비오 실바를 만나야 했을 수도 있었다.

‘그건 좀 끔찍하지.’

고개를 끄덕인 박규태.

그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포르투갈의 자료를 바라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필리페 알레그리아만 조심하면 될 것 같았다.

몇몇 선수를 제외하면 23세 이하 포르투갈 대표팀의 수준은 8강에서 상대했던 스페인보다 떨어졌으니까.

그리고 찾아온 경기 날.

빡빡한 올림픽 일정에 선수들의 얼굴에 피로가 가득했다. 하지만 그들의 눈빛은 투지로 가득했다.

어제 포르투갈의 몇몇 팬들이 호날두를 이용해서 대한민국의 선수들을 깎아내렸기 때문이었다.

-한국은 언제까지 그때의 이벤트 경기 하나로 호날두를 깎아내리는 거지?

-솔직히 호날두가 힘들면 안 뛸 수 있지.

-너희가 잘못한 것을 우리에게 따지지 마. 솔직히 호날두가 경기에서 뛰어야 하는 조항이 있었지만, 그건 위약금으로 충분히 처리할 수 있던 문제라고!

-그 나라 사람들의 수준에 어울리는 수준의 선수들임.

예전 유벤투스와 관련된 노쇼를 들먹이며 대한민국의 선수들은 물론이고 그들을 응원하는 국민까지 욕 먹였다.

당연히 선수들의 눈에 투지가 가득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오늘 경기로 증명하고 싶을 테니까.

국민의 수준에 어울리는 선수들.

그래, 오늘 경기로 보여줄 생각이었다.

국민의 수준을 절대 낮지 않다고.

올림픽 결승전에 진출한 대표팀처럼 국민의 수준도 높다는 말을 돌려주고 싶었다.

“가자.”

이강민의 짧은 말에 선수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복도에 선 두 팀의 선수들.

“4강전을 여기서 치르는 것처럼 결승전도 오늘 이 경기장에서 치른다. 그러니까 오늘 경기에서 이겨서 다시 이 필드에서 경기하자. 그리고 금메달을 가져가자.”

이강민의 말에 선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곧 올림픽 관계자의 입장하라는 말에 선수들이 당당한 표정으로 필드에 입장하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아!

LA 메모리얼 콜로세움을 가득 채운 관중들의 함성을 들으며 두 팀의 선수들이 투지를 불태웠다.

그렇게 두 팀의 선수들이 악수를 나누고.

며칠 전에 교통사고로 죽은 아르헨티나 출신의 축구 선수를 추모하는 묵념을 끝낸 뒤에 필드로 흩어졌다.

주심이 시계를 보고 힘차게 휘슬을 불었다.

삐이이이익!

-경기 시작합니다!

포르투갈은 4-2-3-1을 꺼냈고.

대한민국은 4-4-2를 꺼냈다.

경기 초반은 의외로 대한민국이 포르투갈을 압도하며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기세를 탄 대한민국은 전반 7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었다.

당연히 그 중심에 박규태가 있었다.

이강민의 대지를 가르는 패스가 포르투갈의 선수들 사이를 지나서 박규태의 발에 걸리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이걸 놓치면……. 빠꾸이태가 될 거야.’

이건 꼭 넣어야 하는 슈팅이라고.

그렇기에 박규태는 과감하게 발을 휘둘렀다.

공을 포르투갈의 골키퍼를 지나 골망을 흔들었고.

박규태는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으로 팬들에게 달려가 무릎 슬라이딩을 하며 소리쳤다.

“say my name(내 이름을 불러봐)!!!”

와아아아아아!

박규태! 박규태! 박규태!

국뽕팍! 국뽕팍! 국뽕팍!

올림픽을 보기 위해서 미국까지 날아온 붉은 악마는 물론이고 교포들까지 박규태의 이름을 외치기 시작했다.

-고오오올!

-박규태! 선취점을 터뜨렸습니다!

-포르투갈을 상대로 전반 7분에 박규태 선수가 선취점을 터뜨리면서 1 대 0으로 우리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포르투갈을 앞서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이거죠! 우리가 TV 앞에 앉아 있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이렇게 시원한 슈팅을 보려고 그런 거잖아요!

-국뽕팍! 국뽕팍! 신나는 노래! 나도 한번 불러본다! 김치 따리! 김치팍! 캬! 진짜 멋진 슛이었습니다! 이거죠! 진짜 포르투갈도 놀랐을 겁니다!

중계진도 국뽕에 취해서 신나게 대한민국과 박규태의 활약을 부르짖었다.

물론 그것도 잠깐이었다.

전반 7분에 터진 박규태의 시원한 선취점으로 앞서나가는 대한민국이었지만 리드는 그리 길지 않았다.

포르투갈의 필리페 알레그리아가 예상보다 빠르게 대한민국의 수비진을 흔들었으니까.

덕분에 박규태가 골을 넣은 지 10분이 지난 전반 17분에 포르투갈의 동점 골이 터졌다.

필리페 알레그리아의 패스가 대한민국의 틈을 제대로 파고들었다. 마무리는 윙 포워드인 티아고 페레이라였다.

-아쉽습니다.

-리드를 잡았는지 10분 만에 다시 동점을 허용한 대한민국! 하지만 실망하기는 이릅니다! 아직 전반전은 절반도 지나지 않았으니까요. 믿습니다! 대한민국! 믿습니다! 태극전사!

그때였다.

골을 넣은 티아고 페레이라.

그가 관중을 향해 달렸다. 그리고 한국인이라면 대부분이 싫어할 세레머니를 선보이며 도발했다.

어제 있던 포르투갈과 한국팬들의 SNS 설전 소식을 들었던 한국 선수들의 눈빛이 변했다.

“siuuuuuuu!”

한국 사람들에게 아직도 욕을 먹는 ‘호날두’의 세레머니를 선보인 티아고 페레이라를 보면서 박규태가 눈을 빛냈다.

“이 시국에 선을 넘네?”

아무래도 세레머니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저 멍청한 포르투갈 친구에게 알려줘야 할 것 같았다.

‘호-우’ 같은 짝퉁이 아닌 명품인 ‘주-모우’를 보여줘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박규태가 살벌하게 웃었다.

< 국뽕 박규태 선생 #100 (4권 분량) > 끝

ⓒ 엉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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