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뽕 박규태 선생 #97 >
“오늘 우리를 도와준 곰 인형은 사실 박규태 선수였습니다! 모두 박수로 맞아주세요!”
“진짜 박규태 선수였어요?”
“와! 미쳤어! 진짜 미쳤어!”
“어떻게 섭외한 거야?”
스코어 7 대 4로 끝난 풋살 경기.
인형 탈을 벗은 박규태의 모습을 본 ‘아저씨가 간다!’ 맴버들은 감탄을 내뱉으며 좋아했다.
박규태를 상대했던 풋살 국가대표인 이해진도 반짝이는 눈으로 뭔가를 기대하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간단한 인터뷰를 시작으로 박규태는 같이 풋살을 뛰었던 중학교 축구부 아이들과 사진도 찍어주었다.
거기다 ‘아저씨가 간다!’ 맴버들은 물론이고 풋살 국가대표인 이해진과 김주진 PD와 촬영이 끝나고 가볍게 저녁을 먹으며 작은 친분을 쌓을 수 있었다.
“일정이 거의 끝났군요.”
일정이 끝날 무렵에 르르에 콜리쉬를 만난 박규태는 슬슬 다음 시즌의 준비를 시작했다.
“우선…… 이번 2028 올림픽 대표팀에서 팍을 뽑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23세 국가대표팀 감독인 명훈 팍은 아무래도 다양한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 생각인 것 같습니다.”
“거기다 이번 9월부터 시작되는 월드컵 최종예선까지 있으니까요, 쉽게 뽑을 수 없었겠죠.”
어느 정도 이해는 할 수 있었다.
박규태 올해로 만 22세.
한국 나이로는 23세인 박규태이기에 와일드카드를 소모할 필요 없이 뽑을 수 있는 선수였다.
하지만 축구협회가 원하는 것은 2002 월드컵의 4강 신화를 재현하는 것이기에 올림픽보다는 박규태가 월드컵에 더 집중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박규태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어차피 2028년 발롱도르 수상은 조금 힘들 것 같으니까요. 만약에 포르투갈이 유로 2028에서 우승하면 또 이야기는 달라지겠죠. 파비오 실바가 좋은 기록을 가지고 있지만……. 유로 2028 우승 하나로 발롱도르를 받기에는 부족하니까요.”
“맞습니다. 반대로 스페인의 미구엘 모레노가 스페인을 우승으로 이끌면……. 아마도 그가 발롱도르를 수상할 겁니다. 그리고 이번 유로에서 스페인이 보여주는 모습은 정말 매섭죠. 아마도 스페인이 이번 유로에서 우승을 가져갈 것 같습니다.”
그리고 미래를 알고 있는 박규태는 포르투갈이 4강에서 스페인에 패배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르르에의 말이 맞아. 스페인이 우승하겠지. 라리가 우승과 유로 우승으로 미구엘 모레노가 발롱도르를 수상할 거야. 아마도 난 2위로 끝나겠지. 이건 내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거야.’
고개를 끄덕인 박규태.
하지만 며칠 뒤에 펼쳐진 4강 경기의 결과가 바뀌었다. 스페인을 상대로 포르투갈이 2 대 0 승리를 거두면서 결승 진출에 성공하면서 미래가 바뀌고 말았다.
덕분에 분위기가 달라졌다.
발롱도르의 행방이 더 알 수 없게 된 것이다.
[미구엘 모레노의 좌절!]
[파비오 실바! 압도적인 모습으로 스페인의 수비진을 무너트렸다! 수렁으로 빠진 발롱도르의 행방!]
[유로 2028! 네덜란드 vs 포르투갈의 결승전!]
거기다 주변 상황이 박규태를 돕기 시작했다.
비록 다른 사람의 불행이었지만, 오히려 그 불행이 박규태에게는 어마어마한 행운으로 돌아왔다.
[올림픽 대표팀 공격수 임수영 마약 파티 정황!]
[충격적인 발표! 국가대표의 마약 범죄!]
[파비오 실바의 포르투갈! 네덜란드를 상대로 1 대 0 승리를 거두며 유로 2028 우승!]
[네덜란드를 상대로 환상적인 골을 터뜨린 파비오 실바! 포르투갈을 우승으로 이끌다!]
[축구협회 임수영 영구제명!]
[비어버린 공격수 자리! 박명훈 감독의 선택은 역시나 ‘박규태’뿐이었다!]
[혹독한 일정을 겪는 박규태! 몇몇 전문가들은 체력적으로 큰 걱정을 내비쳐!]
당연히 빈 공격수 자리를 채우기 위해서 올림픽 대표팀 감독인 박명훈 감독은 박규태를 소집할 수밖에 없었다.
“미안하다. 규태야.”
“아닙니다. 그럴 수 있죠.”
“후우……. 7월 21일부터 시작되는 올림픽 일정에 9월부터 시작하는 월드컵 최종예선까지 하려면……. 진짜 힘들 텐데…….”
착잡한 표정의 박명훈 감독.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조국의 영광을 위해서 열심히 뛰겠습니다. 어찌 제가 사사로운 감정으로 대표팀의 부름에 불만을 느끼겠습니까?”
박규태의 국뽕이 잔뜩 첨가된 대답에 박명훈 감독이 감동하였는지 찡한 눈빛을 보냈다.
그렇게 박규태의 올림픽 대표팀 출전이 급히 확정되었다. 당연히 박규태는 따로 노림수가 있었다.
“미구엘 모레노는 리그 우승뿐이고, 파비오 실바는 유로 2028 우승뿐인데……. 난 리그 우승에 유로파리그 우승이 있다. 여기에 올림픽 금메달까지 얻으면?”
어쩌면 그의 생각보다 이른 시일에 발롱도르 수상이 가능할 것 같았다.
아니, 거의 확정이라고 생각해도 좋았다.
그만큼 그의 공격포인트는 물론이고 그가 들어 올린 트로피도 많았기에 가능한 이야기였다.
* * *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많은 이들이 기대하고 있는 세계 최고의 스포츠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서 박규태가 대표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갑작스럽게 23세 이하 대표팀에 합류했지만, 박규태는 그 누구보다 빠르게 선수단에 녹아들며 박명훈 감독과 코치진을 놀라게 했다.
“정말 대단하네요.”
“저러니까…… 발롱도르 수상에 가까운 선수라고 평가를 받지. 어쩌면 이번 시즌에 진짜 발롱도르를 수상할지도 모르고……!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기 시작했어.”
“저는 스페인이 우승할 거로 예상했는데……. 사람의 인생이라는 게 정말 알 수 없네요. 설마 파비오 실바가 계속 골을 넣으며 활약하더니 결국에는 포르투갈을 우승시켰잖아요.”
“그렇지.”
“우리도 우승할 수 있을까요?”
“우승이라…….”
힘들 것이다.
박규태와 곽진수가 포함된 엔트리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이번 23세 이하 국가대표팀의 수준을 썩 좋은 편이 아니었다.
이번 23세 이하 국가대표팀은 골짜기 세대였다.
박규태와 곽진수를 제외하면 그리 뛰어나다고 평가를 받은 선수가 전혀 없었다.
그래도 해볼 만은 하다고 생각했다.
와일드카드로 합류한 이강민과 정우현, 그리고 김한솔이 있기에 가능성은 어느 정도 있었다.
“나이스 패스!”
이강민의 날카로운 패스를 받은 박규태가 골망을 가르는 깔끔한 슈팅을 가져갔다.
그렇게 올림픽 대표팀에 단기간에 녹아든 박규태는 대표팀과 함께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향했다.
[대한민국 올림픽 조별예선 상대는 독일-브라질-미국-대한민국! 최악의 조별편성!]
[조별예선 통과를 위한 미션! 첫 경기인 미국을 잡아라!]
[갑작스럽게 올림픽 대표팀에 합류했음에도 태연한 박규태의 미소! 팬들에게 손을 흔드는 여유까지 있었다!]
[대한민국은 지옥의 조에서 독일과 브라질을 잡고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많은 이들이 대한민국의 올림픽 금메달 수상이 쉽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조별예선 A조에 속한 대한민국의 상대가 너무나 강력했으니 말이다.
“독일은 무라트 카잔키가 와일드카드에 포함되어 있고, 브라질은 이번에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서 엄청난 스쿼드를 준비했으니까. 분명히 쉽지 않겠지.”
박규태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첫 경기인 미국과 경기에서 승리가 필요했다.
그리고 다가온 7월 21일 경기.
대한민국과 미국의 경기가 작년에 새롭게 만들어진 LA의 뉴 메모리얼 콜리세움에서 펼쳐지게 되었다.
곧 있으면 경기가 시작되는 상황.
라커룸에서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대한민국의 선수들이 굳은 표정으로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몇몇 선수를 제외하면 이런 큰 대회를 경험한 선수가 그리 많지 않았기에 박규태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나마 공격을 이끄는 이강민이나 정우현과 호흡을 자주 맞춰본 적이 있기에 공격에서의 걱정은 없었다.
‘하지만…… 수비조직력은 좀 걱정인데.’
평소 울브스에서 측면 수비를 보는 곽진수는 대표팀에서는 중앙 수비수로 뛰게 되었다.
왼쪽 측면 수비수인 김한솔이 있다지만, 새롭게 대표팀에 합류한 이인우와 조상훈의 수준이 그리 높지 않았다.
분명히 두 선수가 많은 실수를 할 것이다.
그렇기에 박규태는 다짐했다.
‘3골을 내주면 4골을 넣으면 충분해.’
본프레레식 축구를 생각하며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그의 걱정과 다르게 필드에 입장한 대한민국의 선수들은 경기가 시작됨과 동시에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며 미국을 압박했다.
전형적인 4-4-2 포메이션을 준비한 대한민국은 미국의 공격을 잘 막아내며 자신들의 축구를 시도했다.
박규태가 자신에게 오는 공을 잘 지켜주었고, 그와 같이 최전방에서 뛰게 된 한정훈이 꽤 좋은 움직임을 보여주며 미국의 포백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철썩!
전반 21분에 첫 골이 터졌다.
박규태가 잡아준 공을 연결받은 한정훈이 날카로운 슈팅으로 미국의 골망을 뒤흔들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전반 37분에 이강민의 패스를 받은 정우현의 골.
전반 39분에 터진 한정훈의 중거리 슛.
그리고 전반 45분에 박규태가 머리로 골을 넣으며 4 대 0으로 전반전을 끝낼 수 있었다.
올림픽 축구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서 LA까지 찾은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대표팀의 활약에 환호성을 내질렀다.
“브라질? 독일? 대한민국이 최고야!”
“전반전에 4골이 터졌어! 미국을 때려잡고 다음 상대인 독일도 잡아서 바로 올림픽 본선에 진출하자!”
“가즈아아아아아! 킹한민국!”
전반전에 신나게 두들겨 맞은 미국은 후반전에도 별반 달라지지 않고 대한민국의 공격에 흔들렸다.
특히나 이강민과 정우현으로 이어지는 두 윙어가 보여주는 환상적인 패스는 그야말로 예술에 가까웠다.
후반전이 끝나기 무섭게 주저앉는 미국의 선수들.
미국의 홈그라운드에서 5 대 1 승리를 거둔 대한민국의 선수들이 기쁨을 만끽하며 승리를 만끽했다.
5 대 1 대승을 거두며 미국을 무너트린 대한민국의 다음 상대는 PSG의 골게터인 무라트 카잔키가 있는 독일이었다.
* * *
“무라트 카잔키? 대단한 선수지.”
“프로의식도 대단하고……. 거기다 PSG에서 긴 슬럼프에 빠지면서 폼이 떨어졌어도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것을 보여준 선수지. 진짜 대단한 친구야!”
“토마스 뮐러+레반도프스키를 섞은 느낌이었지?”
“골 결정력이 크게 뛰어난 선수라고 평가할 수 없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꼭 하나를 만들어주는 선수였지. 거기다 퍼스트 터치가 수준급이었어. 예전에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토마토도 가볍게 받아내던데? 놀랍게도 토마토가 찌그러지지 않았다니까!”
무라트 카잔키.
대단한 선수였다.
PSG 소속으로 데뷔는 호펜하임에서 시작했고, 어린 나이에 레버쿠젠으로 이적해서 분데스리가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거기다 프로의식도 뛰어나서 많은 감독이 가장 데리고 싶어 하는 유형의 공격수로 이름을 날렸다.
매 시즌 15-20골을 넣는 꾸준함과 큰 경기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그를 싫어할 감독은 없었다.
거기다 구설수도 없었다.
“완벽한 남자네.”
“얼굴도 잘생겼잖아.”
“금발의 쭉쭉빵빵한 여친도 있다지?”
“와…… 부럽다.”
“축구는 박규태처럼! 인생은 카잔키처럼!”
“그래, 축구는 박규태가 더 잘할지 몰라도 인생은 카잔키가 더 가치 있고 멋지게 살고 있지.”
여러모로 박규태와 반대가 되는 남자였다.
두 선수가 축구를 잘하는 것을 제외하면 완전 반대였다. 한쪽은 국뽕에 절인 인기 없는 아웃사이더라면, 무라트 카잔키는 여자에게 인기가 넘치는 정상적인 인사이더였다.
그렇게 김치 아싸 박규태와 독일 인싸 무라트 카잔키의 경기가 조금씩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 국뽕 박규태 선생 #97 > 끝
ⓒ 엉심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