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뽕 박규태 선생 #95 >
‘축구가 우스워?’
다니엘 시몬은 유로파리그 결승전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의 그대와 다르게 경기의 흐름은 그가 생각했던 것처럼 치열하면서도 프로 스포츠다운 뜨거움이 없었다.
울브스의 선수들은 뭔가 축구를 하는 데 있어서 절박함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들에게 있어서 유로파리그 결승전은 꼭 흔하디흔한 이벤트 경기와 비슷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왜?’
문제는 울브스가 경기에서 이기고 있다는 점이었다.
-고오오오오오올!
-마르시오! 골입니다! 골이 터졌습니다!
-박규태 선수가 머리로 받아준 공을 부드럽게 받아서 완벽한 마무리를 보여줬습니다!
-다시 3 대 1로 앞서나가는 울브스 입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경기장을 찾은 울브스의 팬들이 내지르는 함성이 다니엘 시몬의 귓가를 때리고 있었다.
“어째서……!”
이를 악문 그가 골을 넣은 마르시오는 물론이고 같이 세레머니를 하는 울브스의 선수들을 바라봤다.
분명히 그들은 달랐다.
후반전이 시작되기 무섭게 2대1로 따라잡혔음에도 울브스의 선수들은 큰 변함이 없었다.
특히나 박규태를 필두로 몇몇 선수들은 그리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은 한 골을 더 넣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오히려 경기에 집중했다.
그리고 그들은 성공했다.
분명히 후반전이 시작하자마자 교체로 흐름을 바꾼 도르트문트였다.
그 기세를 활용해서 추격포를 터뜨리면서 기세를 타고 있었는데, 경기의 흐름이 엉망진창이 되더니 기어코 울브스가 3 대 1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축구를 우습게 생각하지 마!’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했다. 온몸이 고통스러워도 그는 축구라는 것을 잘하기 위해서 정말 많이 노력했다.
툭!
이를 꽉 문 그가 질주하기 시작했다.
후반전의 절반이 지난 시간에도 그의 발은 느려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빠르고 날카롭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상대의 태클도 피한 그가 울브스의 측면을 뚫으려는 순간에 뚝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실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들었다.
이번 시즌이 끝나는 소리를 말이다.
‘어째서…… 지금이냐?’
그래, 어째서 지금일까.
햄스트링이 찌릿했다.
그리고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햄스트링이 맛이 갔다는 것을 말이다.
털썩……!
그가 햄스트링을 잡고 쓰러진 순간에 도르트문트의 팬들은 알 수 있었다.
도르트문트의 공격을 이끄는 그가 쓰러지는 순간 에두아르트 그라이프 감독은 눈을 질끈 감았다.
어째서 지금일까.
그런 생각을 했지만 바뀌는 것은 없었다.
그가 급히 교체카드를 꺼내 들었다.
박규태는 들것에 실려서 필드를 나가는 다니엘 시몬을 덤덤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 * *
철썩!
울브스의 4번째 골이 들어가자 도르트문트의 선수들이 필드에 주저앉았다.
“아…….”
이번에도 박규태가 머리로 받아서 가스통 렌도에게 깔끔하게 공을 연결하면서 만들어진 골이었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박규태는 골만 잘 넣는 포워드가 아니었다.
이제 남은 시간은 추가시간 5분.
하지만 모두 알고 있었다.
남은 시간에 도르트문트가 울브스를 따라잡기란 정말 힘들고 불가능한 일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계속해서 흐르는 시간.
주심이 시계를 보고 휘슬을 입에 가져갔다.
삐익! 삐이익! 삐-익!
경기의 끝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도르트문트의 선수들이 필드에 주저앉고 울기 시작했다.
반대로 울브스의 선수들은 승리를 만끽했다.
와아아아아아!
“울브스! 울스브! 울브스!”
“미니 트레블이야! 미니 트레블을 달성시켰다고!”
“팍!! 킴치팍!! 킴치 팍!”
“진짜 최고야! 넌 진짜 최고라고!”
팬들은 그저 승리를 만끽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들은 계속해서 ‘울브스!’를 외치며 시즌의 마지막을 깔끔하게 마무리한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흥분했는지 주먹을 불끈 쥐고 이상한 괴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테오 나두는 펄쩍 뛰면서 좋아했다.
소쇼에서 보던 에고이스트적인 면모가 사라지기는 했지만, 오히려 지금의 모습이 더 즐거워 보이는 것 같았다.
다른 선수들도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박규태는 가만히 그런 울브스의 선수들을 보면서 이번 시즌의 마무리를 조용히 즐겼다.
아니, 박규태의 침묵은 폭풍전야의 조용함과 같았다. 몇몇 한국 팬들은 그가 유로파리그 우승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면서 묘한 꺼림칙함을 느낄 수 있었다.
-2골 2도움을 기록한 김치팍은 왜 저렇게 조용하지?
-뭐냐? 난 빠꾸이태가 유로파리그 우승 확정지으면 김치로 샤워라도 할 것처럼 보였는데……. 그냥 무난하네?
-뭐냐……. 무슨 꿍꿍이냐……!
-박규태 뭐함? 한국팬을 위해서 태극기를 들고 막걸리를 한 사발하고 날뛰어야 하는 거 아니냐?
-규태님! 우리를 발할라로 이끌어주십시오!
어느덧 시상식의 준비가 끝났다.
도르트문트의 선수들이 메달 수여가 끝나고 울브스의 선수들이 하나씩 메달을 목에 걸고 트로피가 있는 단상으로 올랐다.
“우우우우우우우!”
앤디 수아즈가 트로피를 잡고 들어 올릴 준비를 하자 주변에 있는 선수들은 물론이고 오늘 경기를 보기 위해서 먼 잉글랜드에서 러시아까지 찾아온 원정 팬들이 호응했다.
번쩍하고 트로피를 들어 올린 앤디 수아즈.
그제야 경기장에 환호성으로 물었다.
우아아아아아아!
-우승입니다! 울브스가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승리하면서 팀 역사상 최초의 유로파리그 우승을 기록합니다!
-대단합니다! 클럽 역사상 프리미어리그 4번째 우승은 물론이고 클럽 최초 유로파리그 우승까지 기록했습니다. 지금의 울브스는 다음 시즌까지 기대되는 마력이 있는 팀입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우리 박규태 선수가 유로파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기쁨을 만끽합니다!
-박규태 선수! 정말 대단한 활약을 보여줬습니다! 리그 우승은 물론이고 유로파리그 우승에 EFL 리그 컵 우승까지!
-맞습니다! 거기다 EPL 득점왕은 물론이고 유로파리그 결승전 MVP까지 가져갑니다!
-박규태 선수를 보십시오! 저 먼 유럽의 땅에서 그가 태극기와 함께 김치를 흔들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김치를 흔들고……. 어?
-김치?
그래, 박규태는 김치를 흔들고 있었다. 태극기와 함께 김치가 그려진 깃발을 흔든 박규태는 오늘 경기를 보기 위해서 러시아까지 찾아온 삼촌의 가족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오랜만에 본 조카가 자신이 들고 있는 김치 깃발을 보며 좋아하자 박규태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반대로 삼촌은 상당히 심란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울브스, 유로파리그 우승!]
[박규태 2골 2도움 맹활약! 팀의 우승을 이끌다!]
[박규태의 유니폼 결승전이 끝나고 판매량 증가!]
[다음 시즌의 목표는 챔피언스리그 우승? 박규태는 과연 울브스를 이끌고 자신의 꿈에 도전할 수 있을까?]
[27-28시즌 57경기 67골 17도움을 기록한 박규태! 발롱도르 수상 가능성?]
결승전이 끝나기 무섭게 언론은 울브스의 유로파리그 우승을 퍼 나르기 시작했다.
덕분에 박규태를 향한 다양한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었다. 다양한 CF부터 시작해서, 예능 방송의 출현과 간단한 인터뷰 요청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홈쇼핑에서도 박규태를 찾았다.
하지만 박규태는 자신의 에이전트인 르르에 콜리쉬에게 모든 일을 맡기고 다음 주에 있을 카퍼레이드에 집중하고 있었다.
클럽 역사상 첫 유로파리그 우승은 물론이고 미니 트레블이라는 어마어마한 기록까지 쌓은 시즌이었다.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잠잠했던 박규태가 카퍼레이드에서는 고삐를 푼 망아지처럼 날뛰었다.
“발할라! 발할라! 발할라! 발할라!”
김치 왕관을 쓴 울브스의 왕.
자신이 직접 만든 김치 왕관을 쓴 박규태가 두 손을 벌렸다.
그러자 카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나온 울브스의 팬들이 발할라를 외치기 시작했다.
“발할라! 발할라! 발할라! 발할라!”
이번 시즌 그가 보여준 활약을 보고 황홀함을 느낀 울브스의 팬들에게 박규태는 그야말로 발할라에서 내려온 천사나 다름이 없었다.
그렇게 박규태의 첫 EPL 시즌이 끝났다.
* * *
시즌이 끝나고 선수들은 휴가를 떠났다. 당연히 박규태도 한국에서 휴가를 보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직 한국으로 떠날 생각은 없었다.
5월 27일에 있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바르셀로나와 첼시의 경기를 볼 생각이었다.
“아쉽네……. 다른 녀석들이랑 같이 보면 좋을 것 같았는데.”
다른 선수들은 코파 아메리카와 유로 2028을 위해서 자신이 속한 국가의 대표팀으로 떠났다.
덕분에 그는 홀로 5월 28일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보기 위해 프랑스로 향했다.
셍드니의 스타드 드 프랑스.
이미 관중들로 꽉 들어찬 경기장은 팬들의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바르셀로나의 팬들은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고, 반대로 첼시의 팬들은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필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팀을 이끌던 감독이 4월 중순에 경질당하면서 조니 에드워즈라는 임시 감독이 팀을 이끄는 상황이었다.
‘바르셀로나가 낙승하려나?’
하지만 생각보다 경기는 치열했다.
첼시는 철저하게 바르셀로나의 크랙인 미구엘 모레노를 고립시키며 그들의 공격을 차단했다.
전반전은 바르셀로나가 가져갔다.
하지만 이상하게 골이 터지지 않았다.
바르셀로나의 슈팅이 24번이나 나왔음에도 그들은 단 하나의 슈팅도 골망을 흔들지 못했다.
반대로 첼시의 슈팅은 딱 4개로 끝났다.
골이 터지지 않았던 경기인데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상당히 흥미로운 양상으로 흘러갔다.
후반전이 시작됨과 동시에 바르셀로나는 중앙 미드필더와 오른쪽 윙어를 교체하며 승부수를 가져갔다.
교체는 훌륭했다.
첼시가 3번이나 결정적인 기회를 허용했으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첼시의 골키퍼.
이제 고작 20살에 접어든 젊은 천재인 알로이스 배리 골키퍼가 바르셀로나의 슈팅을 연이어 선방하며 팀을 살렸다.
후반전도 0 대 0으로 끝났다.
경기는 연장전으로 흘러갔다.
바르셀로나는 남은 교체카드를 모두 사용했다. 대체로 지친 수비진을 보강하는 교체였다.
그들은 혹시 모르는 승부차기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첼시의 선택은 달랐다.
그들은 팀의 중심을 잡아주던 미드필더와 수비수를 빼고 공격수 둘을 투입하는 도박을 시도했다.
그리고 연장전 후반의 마지막 기회.
첼시의 주장이자 중앙 수비수인 토미 린튼.
그가 코너킥 찬스에서 헤딩에 성공하면서 스페인의 거함인 바르셀로나를 무너트리는 데 성공했다.
-이변입니다! 엄청난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리그 6위로 시즌을 마감했던 첼시가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연장전까지 가는 치열한 승부 끝에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승리를 확정 지었습니다!
-탄탄한 수비의 승리라고 볼 수 있었습니다. 정말 멋진 경기였습니다!
첼시의 선수들이 빅 이어를 들어 올리는 것을 보며 박규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진짜 시즌이 끝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박규태와 울브스의 2027-28시즌이 끝났다.
< 국뽕 박규태 선생 #95 > 끝
ⓒ 엉심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