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88화 (88/199)

< 국뽕 박규태 선생 #88 >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다.

그리고 그 망각은 축복이자 저주다.

테러가 있었지만, 사람들은 어느덧 슬픔을 조금씩 잊고 다시금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풀햄은 물론이고 크리스탈 팰리스까지 잡아낸 울브스는 리그 1위를 잡고 놓지 않고 있었다.

1, 울브스 32경기 25승 6무 1패 81승점.

2, 맨시티 32경기 22승 7무 3패 73승점.

3, 리버풀 32경기 20승 7무 5패 67승점.

4, 토트넘 32경기 20승 6무 6패 66승점.

2위인 맨체스터 시티와 승점 차이가 컸다. 그렇기에 모두가 울브스의 리그 우승을 확신하고 있었다.

자칭 축구전문가들은 시즌 초에 자신들이 내뱉었던 리그 순위 예측을 망각이라도 한 듯이 울브스를 칭찬하기 바빴다.

그만큼 이번 시즌의 울브스는 대단했다. 압도적인 공격력은 물론이고 단단한 수비도 인정받고 있었다.

거기다 시즌 초부터 지금까지 꾸준한 득점력을 보여준 박규태가 후반기에 들어서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성장하는 괴물! 박규태는 누구인가?]

[잉글랜드에서 한 시즌 60골을 넣은 괴물의 등장? 새로운 신계에 들어설 선수는 아시아 출신!]

[박규태, 약점이었던 드리블까지 능수능란!]

과연 박규태의 약점은 무엇일까.

많은 전문가가 떠들었다.

-드리블은 확실히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중거리 슈팅에서 나오는 정확도는 조금 부족하죠.

-볼 터치가 좋은 편이지만……. 월드 클래스의 선수들과 비교하기에는 조금 손색이 있습니다.

-주력이 신장에 비례해서 빠르지만, 압도적이지는 않습니다.

-몸싸움도 유럽 상위권이죠. 진짜 대단한 피지컬을 갖춘 선수와 비교하면 손색이 있습니다.

아직도 약점은 많았다.

중거리 슈팅도 그렇게 정확한 편은 아니었고, 볼 터치가 뛰어났지만, 월드 클래스의 선수들과 비교하면 조금 손색이 있었다.

거기다 피지컬적인 부분도 뛰어났지만, 세계 최고라기에는 조금 손색이 있었다.

그래, 박규태는 약점이 많았다.

문제는 그런 박규태를 막을 수 없다는 점이었다. 벌써 시즌 57호 골까지 도달한 득점력을 보면 알 수 있었다.

4월 3일.

블랙번 로버스와 경기에서 알 수 있었다.

그가 공을 잡기 무섭게 블랙번 로버스의 수비진은 긴장한 표정으로 빠르게 공격수가 파고들 틈을 막기 시작했다.

“절대 드리블 돌파를 시도할 공간을 허용하면 안 돼!”

“틈을 막아!”

“라인을 지켜!”

파이브백으로 구성된 블랙번의 수비진은 박규태의 드리블 돌파를 극도로 경계했다.

그러자 박규태가 꺼내 든 것은 중거리 슈팅이었다.

그야말로 난사였다.

‘규틀링건’이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박규태는 그냥 조금의 틈만 생기면 시원하게 슈팅을 가져갔다.

중거리 슈팅의 정확도가 떨어진다?

그러면 들어가는 순간까지 시도하면 된다.

“대도 날강두 선생이 나에게 알려줬지.”

남의 슈팅을 훔쳐서라도 슈팅을 많이 가져가면 결국에는 골을 넣을 수 있다고.

만약 누군가 박규태의 생각을 읽는다면 정말 졸렬하고 탐욕스러운 녀석이라고 하겠지만, 그는 그 비난에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어차피 골을 넣었잖아?”

어떤 공격수에게 골이라는 것은 딸의 명예까지 걸고 얻어야 할 정도로 중요한 것이었다.

박규태는 그 중요한 골을 넣기 위해서 더 많은 기회를 가져갈 뿐이었다.

그리고 블랙번과 경기에서 22개의 슈팅을 가져간 박규태는 기어코 골을 터뜨리며 울브스의 팬들을 기쁘게 만들었다.

22개의 중거리 슈팅이 너무 과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 있겠지만, 의외로 박규태는 유효슈팅의 비율이 상당히 높았다.

필요할 때는 난사도 해야 하는 법이다.

박규태는 그것을 잘 활용하고 있었다.

철썩!

-고오오오올! 블랙번을 무너트리는 두 번째 골! 박규태 선수가 PK를 완벽하게 처리했습니다!

-페널티킥으로 시즌 59호골을 터뜨린 박규태! 이제 시즌 60호까지 남은 골은 단 1골입니다!

-벌써 아시아의 기록이 모두 깨졌습니다! 아시아 선수 최초로 유럽 리그에서 한 시즌에 60골을 넣은 최초의 선수가 될 수 있는 박규태 선수입니다!

거기다 중거리 슛에만 의존하지 않았다.

박규태는 드리블러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팀에 이바지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반칙만 유도해도 팀의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그리고 박규태는 아자르의 드리블 재능을 얻었다.

블랙번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들의 눈에 박규태의 모습은 공략 불가에 가까운 최종 보스였다.

“내가 멍청했어.”

블랙번의 감독은 고개를 절레 흔들었다.

자신이 망각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울브스는 평범한 팀이 아니었다.

그들은 이제 리그를 아우르는 ‘챔피언’이었다.

* * *

사람은 언제나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인생을 살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은 프로 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리그 1위인 울브스가 리그 20위인 더비 카운티를 상대로 2 대 2 무승부를 기록할 것이라고 누가 알 수 있었을까.

‘레드카드를 받은 알렉스코 아리에타도 자신이 오늘 경기에서 퇴장당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겠지.’

덕분에 11 대 10의 싸움으로 힘겹게 무승부를 만들었다.

풀이 죽은 알렉스코 아리에타는 침묵을 유지했다.

그의 인생 첫 레드카드였다.

선수들은 그를 질책하지 않았다.

필요한 플레이였다.

알렉스코 아리에타의 태클이 어설퍼서 레드카드를 얻었지만, 원래라면 옐로카드로 끝났어야 할 반칙이었다.

“음……. 나중에 알렉스코에게 태클을 좀 가르쳐야겠어.”

“네, 훈련에 추가하겠습니다.”

선수들의 기술적인 부분을 돕는 네르반 후치스 코치가 고개를 끄덕이며 급히 메모장을 꺼냈다.

“그래도 만족스럽군.”

더비와 비겼음에도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기분이 그리 나쁜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확정 짓지 않았습니까? 정말 황홀한 시즌인 것 같습니다. 울브스가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다니.”

“맞아. 정말 대단하지.”

전술 코치의 말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대단한 업적이었다.

하지만 울브스는 이것으로 만족할 생각이 없었다.

리그에서 우승을 거두는 것은 물론이고 이번 시즌에 유로파리그에서 우승을 거머쥘 생각이었다.

“유로파리그 4강 준비는 잘 되고 있나?”

“자료는 잘 정리하고 있습니다. FC 포르투는 알아주는 강팀이지만 그렇다고 상대 못 할 팀은 아니니까요.”

울브스의 유로파리그 4강 상대는 포르투갈 리그의 맹주이자 거상이라는 별명이 어울리는 포르투였다.

그들은 이번 시즌에도 포르투갈 리그에서 그들의 경쟁자인 벤피카를 제치고 리그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쉬운 상대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어려운 상대도 아니었다.

울브스는 EPL의 강팀을 상대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었고, 몇몇 경기에서는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포르투에 밀릴 이유가 없었다.

“반대편에는 도르트문트와 아스날이지?”

“맞습니다. 아스날은 고약하겠네요. 하필이면 같은 처지의 도르트문트를 4강에서 만나게 되었으니까요.”

“두 팀 모두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가깝지?”

“맞습니다. 아스날은 5위고, 도르트문트는 아슬아슬하게 리그 4위를 지키고 있죠.”

“반대로 우리 쪽은 챔피언스리그 진출 확정된 두 팀이 맞붙는 건가? 뭔가 묘한 대진이 완성된 것 같은데?”

“그런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이 잡담을 나누는 사이.

오전에 있던 회복훈련이 끝났다.

* * *

[울브스! 리그 우승까지 필요한 승리는 딱 2승!]

[챔피언스리그 4강! 맨시티 vs 바르셀로나! 그리고 바이에른 뮌휀 vs FC 첼시!]

[바르셀로나의 미구엘 모레노! 발롱도르를 수상하기 위해서는 리그 우승만이 아니라 챔피언스리그 우승이 필요하다!]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있었다.

동시에 점점 리그 우승의 행방이 가려지고 있었다.

더비 카운티와 경기에서 비긴 울브스.

그들은 흔들림이 없었다.

4월 16일에 있던 스완지 시티와 경기에서 2 대 0 승리를 거두면서 우승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갔다.

이제 우승까지는 딱 1승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뒤를 바짝 따라붙는 맨체스터 시티는 남은 3경기에서 울브스가 모두 패배하기를 기다려야 했다.

특히나 재미있는 것은 울브스의 남은 3경기 중에 남은 두 경기가 맨체스터 시티와 첼시의 경기라는 점이었다.

[본머스전에서 승점 1점이라도 필요한 울브스!]

[만약에 울브스가 본머스와 경기에서 패배하면 리그 우승의 행방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희망이 살아 있는 맨시티! 필리페 아리에타 감독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남은 경기는 3경기였고.

울브스가 승점 1점이라도 거두면 우승이 확정되는 상황에서 그들의 다음 상대는 본머스-맨시티-첼시였다.

리그 18위로 리그 17위인 레딩과 승점 1점 차이인 본머스는 물론이고, 어떻게든 울브스의 발목을 잡아야 하는 리그 2위 맨체스터 시티도 문제였다.

거기다 확실한 유로파리그 진출권을 얻기 위해서 리그 6위를 지켜야 하는 첼시까지.

울브스의 남은 3경기는 순탄치 않았다.

거기다 이번 시즌에 한 달이라는 시간을 빠르게 시작했던 유로파리그가 테러로 다시 평소의 일정으로 돌아오면서 4월 중순부터 일정이 빡빡했다.

본머스와 경기에서 패배하면 울브스는 포르투-맨시티-포르투-첼시를 상대해야 했다.

홈과 원정을 넘나드는 힘든 싸움이 될 것이 분명했기에 약팀인 본머스를 꼭 잡아야 했다.

“어떻게든 남은 3경기에서 승점을 얻는다.”

비기기만 하면 된다.

어떻게든 승점 1점만 먹으면 리그 우승이 확정이다.

하지만 본머스와 경기에서 울브스의 선수들은 느낄 수 있었다.

강등권에 걸쳐 있는 팀이 시즌 말에 보여주는 어마어마한 경기력을 말이다.

-아아아아! 졌습니다!

-이건 울브스에게 치명적인데요?

-스완지 시티와 경기에서 시즌 60호 골을 넣었던 박규태 선수도 본머스와 경기에서 침묵했습니다!

-울브스의 1 대 0 패배! 이러면 다음 경기가 여러분을 흥미진진하게 만들 것 같습니다!

패배하면 안 되는 경기에서 져버렸다.

울브스의 선수들이 얼굴을 찌푸렸다.

다음 상대는 어떻게든 물고 늘어져서 울브스의 리그 우승을 빼앗으려는 맨체스터 시티가 상대였다.

문제는 리그 37라운드인 맨체스터 시티와 경기가 원정경기라는 점이었다.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처음으로 마른세수를 하며 길게 한숨을 내뱉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선수들도 과하게 의식하기 시작했다.

의식이 될 수밖에 없었다.

승점 1점만 쌓으면 리그 우승이었다.

그것을 의식하지 않을 선수는 정말 대단한 멘탈을 갖춘 선수이거나 아마도 ‘또라이’일 것이다.

덕분에 선수들의 움직임은 뭔가 굳어 있었다. 그리고 그런 선수들을 보며 박규태가 얼굴을 찌푸렸다.

“편하게 국뽕을 채우려고 했는데……. 분위기가 왜 이러는 거야? 이러다가 ‘두 유 노 랭킹’이 떨어지겠어.”

꾸준하게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그래야 ‘두 유 노 랭킹’이 상승할 테니.

그런데 지금 선수들의 분위기는 절대 우승팀의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들의 표정은 꼭 제대로 고기를 먹어본 적이 없는 촌놈의 얼굴과 상당히 흡사했다.

이러다가는 우승도 내어주고 국뽕도 쌓지 못하고 ‘두 유 노 랭킹’이 떨어지면서 그대로 비명횡사를 할 것 같았다.

박규태가 이를 갈았다.

기어코 그가 선수들을 불러모았다.

박규태는 회귀 전에 유럽은 아니더라도 아시아에서 꽤 많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공격수였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도 들어 올렸고.

K-리그 우승을 해본 적이 있었다.

‘EPL이랑 수준이 다르지만……!’

우승을 경험했던 DNA가 그의 몸에 새겨져 있었다.

박규태는 그 경험을 활용해서 선수들을 휘어잡았다.

주장인 앤디 수아즈도 도왔다.

그도 PSG에서 우승 트로피를 많이 들어봤을 테니까.

박규태가 하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일종의 정신 무장이었다.

그의 말을 듣고 선수들의 눈빛이 바뀌었다.

박규태의 말은 그만큼 파급력이 있었다.

그리고 신흥 사이비 교주처럼 박규태가 선수들을 보면서 두 팔을 번쩍 벌리고는 소리쳤다.

“김치! 불고기! 비빔밥!”

그리고 선수들이 그것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김치! 불고기! 비빔밥!”

“김치! 불고기! 비빔밥!”

“김치! 불고기! 비빔밥!”

“김치! 불고기! 비빔밥!”

하나의 종교처럼 선수들의 눈빛이 바뀌었다.

박규태가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선수들의 눈빛에는 그를 향한 믿음이 굳건했다.

< 국뽕 박규태 선생 #88 > 끝

ⓒ 엉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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