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뽕 박규태 선생 #85 >
사실 울브스가 독특한 것이다.
박규태의 몸에서 나는 마늘 냄새와 마르시오의 몸에서 나오는 묘한 된장 냄새를 신경 쓰지 않았으니까.
당연히 박규태의 몸에서 나오는 마늘 냄새를 못 버틴 선수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입을 닫았다.
프로니까.
축구를 잘하는 놈이 왕이다.
거기다 프리미어리그 28라운드 사우스햄튼과 경기에서 1 대 0 승리를 확정 짓는 결승골을 넣은 박규태였다.
리그 29호 골.
예전 리버풀에서 모하메드 살라가 17-18시즌 리그에서 32골을 넣은 이후로 처음 리그 30골에 근접한 선수였다.
누가 이런 선수의 몸에서 마늘 냄새가 난다고 비난을 할 수 있을까. 아니, 오히려 울브스의 선수들은 마늘을 먹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서 다양한 한국 음식을 접하기 시작했다.
박규태가 축구를 잘 하니까.
그래서 그의 모든 것을 따라 했다.
덕분에 짧은 시간에 울브스는 박규태의 신봉자로 가득 채워지기 시작했다.
조르제 멘데스의 도움으로 포르투갈 컬렉션을 잔뜩 모아둔 유소년 아카데미에도 김치와 불고기 열풍이 불었다.
“또 토트넘이야?”
“진짜……. 끈질기네.”
“잘됐어! 지난 시즌에 FA컵 결승에서 당했던 패배를 이번 유로파리그 8강전에서 갚아주자고!”
“김치 파워어어어!”
“울브스와 김치의 힘을 보여주자!”
유로파리그 8강 1차전을 앞두고 울브스의 선수들은 지난 시즌의 FA컵 결승을 시작으로 악연을 쌓고 있는 토트넘을 생각하며 승부욕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이번 시즌.
토트넘은 자주 울브스의 앞을 막았다.
시즌 초반에도 연승을 이어가려는 울브스와 붙었고, 후반기에는 리그 1위를 두고 울브스와 붙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 들어와서 울브스는 토트넘을 상대로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승리를 거둬왔다.
2028년 3월 1일.
토트넘과 경기를 앞둔 하루 전.
박규태는 SNS에 3.1절과 관련된 코멘트를 남겼다.
하지만 3월 1일은 또 다른 의미가 있었다.
바로 박규태의 생일이었다.
당연히 박규태의 팬클럽 카페인 ‘김치규태교’는 3월 1일이 생일인 박규태를 위해서 서울역 지하철 전광판을 빌려 그의 생일을 축하했다.
(김치마왕 박규태의 탄신일.)
(일뽕 뿌셔! 국뽕 채워! 기호 1번 박규태!)
(애국자 박규태는 생일도 3.1절이다.)
(3월 1일 당신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인도 발리우드 영화의 한 장면처럼 김치 토네이도 앞에서 양팔을 벌리고 싱그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박규태의 사진과 함께 적혀 있는 그의 생일 축하 문구까지.
정상적이지 않았음에도 모두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박규태라면……. 뭐.”
“그 축구선수에 그 팬이지.”
“캬……. 김치 토네이도가 싸롸있네!.”
“사진인데도 발리우드 영화 한 편을 본 것 같아.”
점점 국뽕전사의 이미지가 굳어지고 있는 박규태는 SNS로 접한 자신의 전광판 사진을 보며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장가 다 갔네…….”
아무래도 결혼하긴 힘들 것 같았다.
* * *
(나 골 넣고 울브스 무너트리는 상상함)
(짐 테인 꽈당 쓰러지는 사진)
“…….”
짐 테인이 얼굴을 찌푸렸다.
최근에 자신을 조롱하는 SNS가 자주 보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는 SNS에 여러 발언을 하면서 토트넘과 잉글랜드를 제외한 모든 축구팬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남겼다.
싸움닭이라는 별명처럼 그의 공격적인 언행은 남들을 꽤 불편하게 만들었으니까.
그래서 이번 유로파리그 8강이 중요했다. 자신을 조롱하는 이들에게 짐 테인을 본때를 보여줄 생각이었다.
그렇게 3월 2일이 찾아왔다.
울브스의 홈 경기장인 몰리뉴 스타디움은 사람들로 가득 차기 시작했고, 경기가 시작될 시간이 다가올수록 울브스의 응원가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오늘 경기에서 널 꼭 무너트릴 거다.”
짐 테인은 필드에 입장하기 전 복도에서 박규태를 보며 경고했다. 당연히 박규태는 그의 말에 반응하지 않았다.
그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네이마르? 아니면 호나우지뉴? 메시의 드리블도 좋을 것 같고……. 어떤 드리블 능력이 나오려나.’
그는 이미 토트넘의 뒤를 보고 있었다.
8강전에서 승리하고 얻어낸 보상.
유로파리그 4강에 진출하면 얻을 수 있는 드리블과 관련된 플래티넘 카드에서 과연 어떤 선수의 재능이 나올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윽고 필드에 입장하는 두 팀의 선수들.
벤치에 앉아 있는 아르사네 디예의 시선이 자신을 다치게 만든 로베르트 코흐에게 향했다.
그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당연히 울브스의 팬들도 야유를 보냈다.
건방진 짐 테인과 그들의 선수를 다치게 했던 로베르트 코흐에게 보내는 거대한 야유였다.
필드에 선 박규태는 아직도 보상이 뭐가 나올지 생각에 잠겨 있었다. 만약 누군가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지금 박규태의 생각을 읽으면 건방지다고 하지 않을까.
하지만 박규태는 자신이 있었다.
벌써 이번 시즌에 3번째 만남이었다.
토트넘의 수비진이 최고라고 할 수 없지만, 적어도 EPL에서 평균 이상은 해주는 수비진이었다.
주전 골키퍼인 잭 버틀랜드를 넘어서 후반기에 출전 경기를 늘려나가고 있는 제롬 라파몬드.
카드수집가지만 적어도 큰 경기에서는 나쁘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로베르트 코흐.
아직 유망주 수준에 불과하지만, 월드클래스의 수비수로 성장하는 필리페 가르시아.
토트넘의 수비진을 지휘하는 커맨더형 수비수이면서 뛰어난 대인마크 능력이 일품인 음비아 디알루.
수비 전체를 모두 뛸 수 있는 만능형 수비수인 리산드로.
넷으로 이루어진 수비진은 결코 울브스의 공격진이 쉽게 볼 수 있는 수준의 수비진이 아니었다.
하지만 박규태는 다르게 생각했다.
제롬 라파몬드는 젊어서 경험이 없고.
로베르트 코흐는 잘 흥분하며, 월드클래스의 잠재력이 있는 필리페 가르시아는 아직 유망주였으며, 수비진의 핵심인 음비아 디알루는 발이 느렸다.
거기다 리산드로는 말이 만능형이지.
모든 것이 어중간한 수비수였다.
그리고 박규태는 이들의 약점을 잘 후벼팠다.
음비아 디알루를 상대할 때는 자신의 준수한 주력을 활용해서 흔들었고, 필리페 가르시아를 상대할 때는 자신의 압도적인 경험을 활용해서 찍어눌렀다.
철썩!
-고오오오오올!
-엠마누엘 메르시에의 선취점!
-박규태 선수가 내어준 패스가 가스통 렌도 선수의 발에서 바로 엠마누엘 메르시에게 연결되면서 골이 만들어졌습니다.
-최전방에 있는 3명의 공격수가 상당히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면서 토트넘의 수비진을 뚫었습니다!
박규태는 철저하게 자신을 미끼로 삼았다.
오늘 경기에서 토트넘이 자신을 막으려고 많은 것을 준비했다는 게 눈에 들어왔으니까.
그래서 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울브스는 박규태만 있는 팀이 아니었다.
저렇게 노골적으로 ‘박규태’만 막겠다는 수비수를 상대로 가스통 렌도나 엠마누엘 메르시에가 멍청하게 구경만 하고 있을 선수들은 아니었으니까.
“캬! 오랜만에 날로 먹는 경기네.”
얼마나 좋은가.
공을 잡고 뛰다가 패스를 하면 울브스의 두 윙 포워드가 마무리하면서 토트넘의 수비진을 흔들었다.
오랜만에 주급 루팡을 하고 있었다.
열심히 뛰었다.
그냥 열심히 뛰기만 했다.
최고의 미끼가 되어서 토트넘의 수비진을 흔들자 알아서 그들이 무너졌다.
와아아아아아!
이번에는 중거리에서 터진 슈팅이었다.
-고오오오올!
-아구스틴 퀴논! 환상적인 중거리 슛입니다!
-오늘 경기에서 박규태 선수가 기점이 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경기를 이끌고 있습니다!
조직적으로 잘 마련된 수비진과 미드필더진.
두 라인 사이의 공간이 뻥 뚫려서 생긴 실점.
당연히 두 라인 사이의 공간을 만든 것은 박규태였다. 공을 잡고 뛰면 토트넘의 수비진은 허겁지겁 박규태에게 달라붙을 수밖에 없었다.
박규태가 미끼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 미끼를 가만히 놔두면 갑자기 지뢰가 되어 터져버릴 테니까.
2 대 0으로 앞서나가는 울브스.
전반전 45분이 모두 지나기 전에 터진 두 골로 토트넘의 수비진이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기세가 꺾인 것이다.
짐 테인이 최전방에서 열심히 노력했지만, 하늘 높이 올라가는 로켓 슈팅 3방이 전부였다.
박규태처럼 침묵하고 있지만, 그는 연계에 신경 쓰고 있는 박규태와 다르게 자신이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더 많은 슈팅을 가져가고 있었다.
짐 테인은 전반전이 끝날 때까지 13번의 슈팅을 가져갔는데, 단 하나의 유효슈팅을 제외하고는 모두 골대를 크게 벗어났다.
그리고 그의 플레이는 1차전은 물론이고 2차전이 끝나는 순간까지 바뀌지 않았다.
* * *
[울브스! 유로파리그 4강 진출!]
[3월의 팍팍한 일정의 절반을 모두 승리로 이끈 울브스!]
[리그에서도 선두 질주! 리버풀을 1 대 0으로 잡아낸 울브스! 점점 리그 우승에 가까워진다!]
[울브스의 미니 트레블! 드디어 가능성이 보이다!]
[2차전 결승골의 주인공은 박규태!]
[시즌 53호 골! 한 시즌 60골도 문제없어 보여!]
유로파리그 8강전.
1차전 2 대 0 울브스 승리.
2차전 1 대 0 울브스 승리.
울브스는 토트넘을 상대로 유로파리그 8강에서 격의 차이를 보여주며 승리를 거두었다.
특히나 많은 골을 넣겠다고 SNS에 호언장담했던 짐 테인은 이번 유로파리그 8강 1, 2차전에서 보여준 총 37번의 슈팅 중에서 5개만을 유효슈팅으로 기록하면서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2차전이 끝나기 무섭게 많은 이들이 이번 시즌에 달라진 울브스의 경기력을 집중 조명하기 시작했다.
[무엇이 울브스를 바꾸었는가?]
[울브스의 변화! 그 중심에는 박규태가 있었다!]
[김치팍과 국뽕팍. 그리고 어나더팍!]
[울브스의 리그 총 75득점 중에서 박규태가 홀로 29골을 넣어! 만약 그가 없었으면 울브스의 성적은 리그 중위권 예상!]
[도전적인 감독, 의욕적인 스태프, 단장과 감독에게 전권을 위임한 구단주. 그리고 팀을 위해 뛰는 선수들!]
[폴 앤더슨 구단주, ‘다음 시즌에 내 의지를 보여주겠다.’]
지난 시즌에 리그 7위였던 울브스를 리그 1위로 만든 것이 무엇인지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졌다.
울브스를 바꾼 원인이 무엇일까.
어떤 이는 마이크 타이슨 감독의 전술이라 생각했다.
어떤 이는 뛰어난 스태프들의 능력으로 생각했다.
어떤 이는 과감한 투자를 한 구단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장 정확한 이유는 한 선수 때문이었다.
“팍이 울브스를 바꾸었지.”
“그는 팀의 격을 한 단계 상승시키는 선수야. 예전 바르셀로나를 환상적인 팀으로 바꾸었던 메시처럼 말이지.”
최근에 박규태를 향한 시선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리고 모두의 주목을 받는 박규태.
그는 자신의 집 욕조에서 김치샤워를 하며 김치의 신에게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비나이다……! 제발! 비나이다!”
유로파리그 4강에 진출한 순간.
그의 눈앞에 두 번째 시련을 클리어했다는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그리고 드리블과 관련된 플래티넘 카드를 받을 수 있었다.
박규태는 그것을 지금 개봉할 생각이었다.
덕분에 그의 욕조는 김치 범벅이 되었다.
“김치,국뽕,태극기의 신이시여! 제발!”
[두 번째 시련을 정산 중입니다.]
-시즌 53골 기록 달성.
-유로파리그 4강 진출 달성,
[요구된 목표량을 초과해서 기록하셨습니다.]
-추가된 목표: 시즌 53골.
[정산이 완료되었습니다.]
-추가보상으로 ‘플래티넘 카드’에서 당신이 원하는 수준의 재능이 나올 확률이 증가했습니다.
-보상으로 ‘플래티넘 카드’를 획득하셨습니다.
보상을 얻기 무섭게 떠오른 홀로그램 창.
박규태가 침을 꿀꺽 삼켰다.
“후우……. 왜 이렇게 긴장이 되냐.”
-‘플래티넘 카드’를 개봉하시겠습니까?
(주의)
[이 카드에서는 ‘드리블’과 관련된 재능만 나옵니다.]
-
or
“좋아……! 가즈아!”
과감하게 를 누른 박규태.
순간 카드가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그가 조용히 카드 보면서 침을 삼켰다.
“제발……. 메시의 드리블! 아니! 그냥 이상한 카드만 아니면 된다고! 제발! 좋은 카드! 그냥 좋은 카드!”
그러다가 보지 못하겠는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아……. 못 보겠어!’
이윽고 카드의 회전이 멈춘 소리가 들렸고.
박규태는 손을 들어 올려 상태창을 열었다.
그리고 천천히 두 눈을 떴다.
<에당 아자르의 드리블>
그리고 크게 소리쳤다.
“김치 만세! 김치 만세! 김치 만만세! 키야아아아아아아 주-모우우우우! 샤따내려! 오늘 김치로 빤스 만들어서 입고 공원 한 바퀴 돌 거야!! 가즈아아아아!”
김치로 범벅이 된 박규태.
그가 나체로 욕실에서 기쁨의 괴성을 내질렀다.
< 국뽕 박규태 선생 #85 > 끝
ⓒ 엉심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