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뽕 박규태 선생 #80 >
[짐 테인, ‘이번 경기에서 누가 더 뛰어난 선수인지 증명할 것이다. 아마도 승자는 내가 되겠지.’]
[리그 1-2위의 대결! 이번 경기는 승점 3점짜리가 아닌 6점과 다를 것이 없는 중요한 경기가 될 것이다!]
[토트넘과 울브스! 리그 우승권에 더 가까워질 팀은 누구인가? 이번 시즌 EPL에서 가장 흥미로운 경기!]
[토트넘vs울브스vs맨시티. 3파전으로 흐르는 우승권!]
1월 30일.
토트넘과 경기가 있기 전부터 언론은 신나게 두 팀과 관련된 기사를 생산하고 있었다.
특히나 SNS 중독자인 짐 테인은 지금이 아니면 죽을 것처럼 신나게 SNS에 울브스와 박규태를 향한 도발을 내뱉었다.
덕분에 기자들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짐 테인의 SNS에서 나오는 글들은 기사로 만들고 있었다.
[짐 테인, ‘맛없는 김치보다 스시를 더 좋아한다.’]
[짐 테인, ‘이번 시즌에 토트넘은 다른 세계를 맛볼 것이다.’]
[짐 테인, ‘다미안 세바요스가 울브스가 아닌 우리 토트넘으로 이적한 것도 우리가 울브스보다 뛰어나서 그런 것이다.’]
[토트넘의 전설인 손형민의 일침! ‘짐 테인은 예의가 부족한 것 같다. 조금은 SNS를 줄이는 것을 추천한다.’]
[짐 테인, ‘아무도 날 막을 수 없다.’]
“염병하고 있네. 김치찌개를 확 얼굴에다 엎어버릴까 보다. 조용히 있으니 날 만만하게 보는 것 같네.”
“선배님!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아니야. 선 넘는 놈에게는 격을 보여줘야지.”
“아…… 아아아!”
곽진수는 감동했다는 표정으로 박규태를 바라봤다.
그의 눈빛은 마치 무엇에 심취한 종교인을 보는 것 같았다.
훈련장에 도착한 두 사람.
그곳에서도 선수들은 짐 테인의 SNS를 봤는지 열심히 짐 테인과 토트넘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선수들도 불쾌감을 느낀 것 같았다.
“모두 주목!”
오전 훈련을 하기 전에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선수들을 불러모았다.
아무래도 선수들뿐만이 아니라 스태프들도 이번 짐 테인의 발언에 열이 오른 느낌이었다.
“30일에 있는 경기에서 무조건 이긴다.”
그가 눈에 힘을 주며 말했다.
주먹에 힘이 들어가기 무섭게 티셔츠가 부풀어 오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토트넘과 경기에서 지면 저 근육으로 압사당하겠지?’
박규태는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절레 흔들었다.
다른 선수들도 그와 같은 생각인지 주변에서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훈련에 들어가기 무섭게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선수들을 타이트하게 다그쳤다.
육체적인 부분에서 힘들지는 않았다.
오늘 훈련에서 선수들의 전술적인 움직임을 점검할 생각이었으니까. 하지만 쉽지도 않았다.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이번에 선수들에게 꽤 세부적인 움직임까지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선수들은 마이크 타이슨의 호랑이 같은 호통에 훈련 중에 몸을 움찔하고 떨어야 했다.
“꽈아아아악! 더 붙어! 돌파를 허용해도 강하게 붙어서 상대에게 압박해야만 우리 수비진이 자리를 잡을 시간을 만들어줄 수 있어! 망설이지 마! 플레이에 망설임이 있으면 골을 넣어도 그건 좋은 플레이가 아니야!”
“아구스티이이이이인! 그 맥빠지는 패스는 뭐야? 지금 장난하는 거야? 집중해!! 패스의 중심인 네가 망설이는 순간 우리 팀의 공격수들이 골을 넣을 기회가 3개씩 날아가는 거야!”
박규태도 저 호통에 자유로울 수 없었다.
“파아아아악! 그냥 쏴! 호날두처럼 쏘라고!”
“호날두는 좀 별로고 차라리 즐라탄처럼 하겠습니다.”
“좋아! 집중해!”
살짝 슈팅을 끌었더니 마이크 타이슨 감독의 호통이 들려왔다.
호날두처럼 슈팅을 가져가라는 말에 박규태는 차라리 즐라탄처럼 슈팅을 가져가겠다고 대답했다.
철썩!
“그래! 이제야 즐라탄처럼 보이네! 빠르게! 도전적으로! 과감하게! 이번 토트넘과 경기에서 필요한 것은 과감함이야! 알겠지? 필요하면 애매한 위치에서도 슈팅을 가져가!”
“그러다가 무득점으로 경기가 끝나면요?”
박규태의 물음에 그가 대답했다.
“그러면 넌 호날두가 되는 거야! 알겠지?”
“젠장! 꼭 골을 넣어야겠네!”
마이크 타이슨 감독의 말에 박규태가 이번 토트넘의 경기에서 골을 넣어야겠다고 다짐했다.
* * *
“음…… 나쁘지 않아.”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최근에 투톱을 연구하고 있었다.
그리고 박규태와 마르시오의 호흡을 보면서 묘한 눈길을 주었다.
“나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좋은데요?”
마르시오는 브라질의 ‘백작’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로 베르바토프처럼 섬세하고 아름다운 발기술로 B팀의 수비진을 흔들었다.
남미 계열의 일반적인 선수들이 탄력적인 육체로 상대 수비진의 틈을 만드는 것과 다르게 그는 섬세한 기술로 A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B팀은 쉽게 마르시오를 압박하지 못했다.
몸으로 밀어붙이기 전에 마르시오는 미꾸라지처럼 공을 전방에 있는 박규태나 측면에 있는 윙어들에게 연결했으니까.
덕분에 B팀의 수비진은 노이로제가 걸릴 것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고 있었다.
“어떻게 저런 플레이를 할 수 있지?”
“와……. 공이 발에 붙어 있는 것 같아.”
“브라질에서 온 백작이라는 별명이 어색하지가 않아. 진짜 플레이가 우아하네.”
“캬! 저런 발기술은 가스통도 못할걸?‘”
샘 빈치의 말에 가스통 렌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그가 마르시오만큼의 발기술이 있었다면 맨체스터 시티의 파블로 로탱과 발롱도르 경쟁을 하고 있었을 테니까.
“내가 저렇게 발기술이 좋았으면……. 아마도 발롱도르를 수상하지 않았을까?”
“그럴지도 모르지. 진짜 대단하네.”
선수들의 감탄은 끝날 조짐이 없었다.
마르시오가 우아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었다면, 박규태는 투박함에서 나오는 압도적인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있었다.
공을 잡은 마르시오가 상대 수비진에서 공간을 만들면 박규태는 그것을 놓치지 않고 잘 활용했다.
“두 선수의 호흡이 너무 좋은데요?”
“마르시오의 장점과 팍의 장점이 시너지를 내고 있어. 어쩌면 다음 시즌에 투톱을 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이번 시즌에 반짝 카드로 써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전술 코치와 이야기를 나누는 마이크 타이슨 감독의 표정에 기대감이 서렸다.
“확실히…… 돈을 써야 팀이 굴러간다니까.”
“이번에 새로 부임한 아스날의 폴 부아예 감독이 들으면 목덜미를 잡고 쓰러질 이야기네요. 거기는 이번 시즌에도 영입이 없었잖아요.”
“아스날은 고생을 좀 해야 해.”
“왜요?”
“내가 아스날을 싫어하거든.”
“어째서요?”
“내 첫사랑을 뺏어간 녀석이 거너스야.”
“음……. 그 친구 살아는 있어요?”
“내가 그렇게 힘으로 해결하는 녀석처럼 보여? 이래 보여도 준법 시민이야. 세금도 꼬박꼬박 내고 있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박규태가 B팀의 수비수를 제치고 슈팅을 가져갔다.
철썩!
골망이 흔들리는 소리를 듣고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수박을 악력으로 박살 낸 손으로 짝짝 크게 박수를 쳤다.
“좋아! 멋진 플레이였어!”
만족스러웠다.
그가 원하던 그림이 그려졌다.
거기다 호되게 혼내고 있지만, 곽진수의 성장세도 눈여겨봐도 좋을 정도로 빠르게 오르고 있었다.
만족스러웠다.
“후반전에 4-4-2를 꺼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스태프와 이야기를 나누던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B팀의 수비진을 뚫고 골을 넣은 박규태가 잔디에 미끄러지면서 소리를 내지르는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젠장……. 나중에 ‘울버햄튼 윈더러스’가 아니라 ‘울버햄튼 코리아나’가 되는 것 아닐까?”
“그것보다는 ‘울버햄튼 김치버거스’가 훨씬 어울릴 것 같은데요? ‘김치버거’를 한국에서 먹어봤거든요.”
“그건 좀…….”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고개를 절레 흔들었다.
* * *
(이번 겨울! 김치 냉장고를!)
(살까! 말까! 살까! 말까!)
늦은 저녁.
TV에는 박규태가 미리 찍어놨던 광고가 김치냉장고 광고가 나왔다.
그리고 그 앞에 모이는 젊은 청년들은 치킨과 피자를 테이블에 잔뜩 올려놨다.
그들은 울브스의 레플리카 유니폼을 입고 오늘 중계될 울브스와 토트넘의 경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캬……! 우리 김치팍! 광고빨 잘 받아!”
“벌써 시즌 43호 골이었지?”
“미쳤지. 리그는 벌써 26호 골이라며?”
“EPL에서는 난리라잖아. 오랜만에 한 시즌에 리그 30골을 넣은 득점왕이 나올지 모른다면서!”
“캬……! 요즘 울브스에 여행 가면 국뽕에 중독된다던데……. 진짜 박규태가 한국을 알린다! 한국을 알려!”
유일한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청년이 고개를 절레 흔들며 기뻐하는 그들의 초를 쳤다.
“이번에는 토트넘이 이긴다.”
“어휴……. 저 답 없는 닭집 녀석.”
“짐 테인이 얼마나 대단한 선수인데! 분명히 오늘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고 울브스에게 패배를 심어주겠지. 그리고 곧 리그 득점 선두도 빼앗을 거야.”
“이 시국에 김치는 별로고 초밥을 옹호한 짐 테인을 응원한다고? 제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울브스를 응원합시다!”
“야! 리그 26골 vs 리그 17골을 넣은 공격수가 비교할 수 있어? 벌써 9골 차이가 나는데?”
티격태격하는 친구들.
그때였다.
긴 광고가 끝나고 드디어 토트넘과 울브스의 경기가 중계되기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프리미어리그 25라운드! 리그 1위인 토트넘과 리그 2위인 울브스의 경기를 중계해드리겠습니다!
최근에 국뽕 편파해설로 은근한 인기를 끌고 있는 중계진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들은 오늘 경기를 기대하는 많은 한국 축구팬들의 가슴에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짐 테인 선수가 SNS로 했던 발언이 꽤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울브스는 딱히 별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았지만……. 아마 어느 정도 의식을 하고 있을 거예요.
-맞습니다! 솔직히 선을 넘는 발언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저희 김치가 어때서요? 솔직히 전 김치가 초밥보다 맛있다고 생각합니다. 아! 물론 저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아! 말씀드리는 순간! 토트넘과 울브스의 선수들이 필드에 입장하기 시작합니다!
-네! 두 팀이 모두 최고의 전력을 데리고 나왔습니다! 울브스는 칠레 올림픽 대표팀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은 루카스 페레즈가 없는 것이 아쉬울 것 같습니다.
-토트넘은 주전 수비진의 컨디션이 문제가 되고 있죠? 특히나 미콜라와 리산드로의 컨디션이 썩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전술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
토트넘은 그들이 가장 잘 구사할 수 있는 4-2-3-1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고, 울브스는 4-3-3 포메이션으로 전반전에 토트넘을 상대하게 되었다.
“전반기 경기처럼 운이 좋지 않을 거다.”
전반기의 패배를 곱씹는 짐 테인.
박규태는 귀찮다는 표정으로 그를 무시했다.
그게 더 마음에 들지 않았을까.
짐 테인이 이를 꽉 물었다.
‘그래, 이곳에서 전반기에 있었던 치욕을 씻고 우승에 한 발자국 내딛는 거다!’
할 수 있다.
그렇게 마음을 가다듬었다.
삐이익!
경기가 시작되기 무섭게 홈팀인 토트넘은 뛰어난 경기력으로 울브스의 선수들은 압박하기 시작했다.
‘전반기의 패배는 홈 경기가 아니어서 그렇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플레이였다.
하지만 울브스도 전반기의 그 팀이 아니었다.
호흡도 엉성하고 플레이도 조잡했던 그런 팀이 아니었다.
토트넘이 강해진 것처럼, 울브스의 선수들도 팀워크는 물론이고 개인적인 역량이 많이 성장했다.
촤아아악!
“아아아악!”
측면으로 스위칭한 짐 테인이 공을 잡기 무섭게 곽진수의 태클이 들어왔다.
정당한 태클이었지만.
짐 테인은 엄살이 심했다.
그가 주심에게 파울이 아니냐는 항의를 했지만, 주심은 그리 거친 태클이 아니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제길……! 망할 뻐킹 김치 코리안!”
욕을 내뱉으며 화를 내는 짐 테인.
곽진수는 과민 반응을 보이는 그를 보며 어깨를 으쓱 들고는 다시 경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우!
거친 야유가 토트넘 핫스퍼 스타디움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울브스의 선수들은 위축되지 않았다.
토트넘의 선수들은 그런 울브스의 선수들을 기죽이기 위해서 조금씩 거친 플레이를 섞기 시작했다.
삐이익!
-아! 오늘 경기가 상당히 거칩니다.
-위험한데요.
걱정스러운 상황이 많이 나왔다.
그리고 기어코 좋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중앙에서 공을 잡아낸 아르사네 디예가 측면으로 공을 옮기다가 빠르게 뛰어든 토트넘의 측면 수비수인 로베르트 코흐의 거친 태클에 발목을 잡고 쓰러졌다.
“아아아악!”
잠깐 경기가 중단된 상황.
격양된 표정의 아구스틴 퀴논이 로베르트 코흐와 말싸움을 벌였다.
주심이 곧 로베르트에게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아! 거친 반칙이었는데……. 옐로카드에서 끝나네요.
-이건……. 레드카드를 줘도 할 말이 없는 반칙이었습니다. 양발이 같이 들어간 태클이었어요. 악의적인 태클이었다는 뜻입니다. 옐로카드는 많이 약한 것 같습니다.
-울브스의 선수들이 항의합니다.
로베르트가 얼굴을 찌푸리며 옐로카드가 아니라고 항의했다.
당연히 울브스의 선수들은 뻔뻔한 그를 보며 화를 냈다.
잠깐 엉망이 된 경기.
화가 난 울브스의 선수들이 토트넘의 선수들을 노려봤다.
끝까지 고통을 호소하던 아르사네 디예가 샘 빈치와 교체되어 필드를 빠져나가는 것을 지켜본 박규태.
그가 아르사네 디예를 거친 태클로 다치게 만든 로베르트 코흐를 차가운 눈으로 노려봤다.
“너……. 입 닫고 경기하는 게 좋을 거야.”
“뭐?”
“어금니 꽉 깨물라고.”
침을 꿀꺽 삼키는 로베르트 코흐.
그를 보며 박규태가 경고했다.
“금이빨 모조리 뽑아줄 테니까.”
그가 처음으로 차가운 분노를 내뱉었다.
< 국뽕 박규태 선생 #80 > 끝
ⓒ 엉심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