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79화 (79/199)

< 국뽕 박규태 선생 #79 >

곽진수는 악착같이 뛰었다.

그는 케빈 티몽의 유니폼을 잡고 놓지 않았다.

박규태와 가스통 렌도의 골로 2골을 앞서나가던 울브스는 전반전이 끝나는 순간 점수는 한 점을 따라 잡혔다.

케빈 티몽을 완벽하게 막지 못한 대가였다. 그가 올린 아름다운 크로스가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하지만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실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만족스러운 얼굴로 곽진수를 다독였다.

“더 뛰어! 더 잡고 늘어져!”

그것이면 충분했다.

후반전이 시작됨과 동시에 케빈 티몽의 두 번째 어시스트가 터졌다. 그런데도 곽진수는 위축되지 않았다.

그가 공을 잡는 순간에 첼시의 원정팬들이 원색적인 욕설을 내뱉었지만, 곽진수는 오히려 중요한 기회를 만들면서 박규태의 두 번째 득점의 기점이 되었다.

-고오오오올!

-박규태! 시즌 42호고오오올!

-곽진수 선수의 크로스를 받아낸 엠마누엘 메르시에 선수가 반대편으로 돌아 뛰던 박규태 선수에게 연결했고, 박규태 선수가 깔끔한 마무리로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다시금 앞서나가는 골! 동점으로 따라붙은 첼시가 허탈할 정도로 필요한 순간에 터진 골입니다!

-무섭습니다! 필요한 순간에 항상 골을 넣어주는 박규태! 이걸로 첼시의 추격을 뿌리쳤습니다!

-점수는 3 대 2! 울브스가 앞서나갑니다!

후반전에 동점을 만들었던 첼시의 선수들.

그들이 허탈한 표정으로 골대에 들어간 공을 바라봤다. 박규태는 골을 넣고서 빠르게 관중석 근처로 뛰어가면서 소리쳤다.

“다 같이! 주-모우우우우우!”

주-모우우우우! 샤따-내려어어어!

첼시의 선수들.

특히나 수비수들이 질린다는 표정으로 박규태를 노려봤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다시 경기가 시작되기 무섭게 첼시는 박규태를 강하게 압박하면서 그가 제대로 공을 잡지 못하게 만들었다.

문제는 박규태‘만’ 마크했을 뿐이었다.

-고오오오올!

-엠마누엘 메르시에의 득점!!

-4 대 2로 달아나는 울브스!

-이건 너무 치명적인 실점입니다! 첼시의 선수들이 힘이 쭉 빠질 수밖에 없죠!

-맞습니다. 힘이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울브스의 네 번째 득점이 터진 순간.

첼시의 아르멜루 티치 감독이 고개를 푹 숙였다. 이미 첼시의 선수들도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예측하였다.

철썩!

그리고 후반 37분.

울브스의 5번째 득점이 터졌다.

왼쪽 풀백인 카를로스 디오고의 벼락같은 슈팅이었다.

2 대 2까지 잘 따라붙었던 첼시가 박규태의 두 번째 골을 시작으로 급격히 무너지면서 결국 5 대 2까지 점수를 허용하고 말았다.

삐이익! 삐익! 삐이이익!

경기의 끝을 알리는 주심의 휘슬.

동시에 울브스의 홈팬들이 큰 목소리로 환호성을 내질렀다. 박규태는 그런 홈팬들에게 앞에서 소리쳤다.

“위! 고! 윔블리! 위! 고! 윔블리!”

당연히 팬들도 그의 외침을 따라 했다.

위! 고! 윔블리!

위! 고! 윔블리!

첼시의 선수들은 고개를 푹 숙이고 필드를 빠져나갔다.

반대로 울브스의 선수들은 꽤 오래 결승 진출을 만끽했다.

* * *

[준결승 2차전 5 대 2 승리! 울브스 리그컵 결승 진출!]

[박규태 멀티골! 멋진 활약으로 팀을 이끌다!]

[곽진수, ‘박규태 선배는 정말 대단한 선수!’]

[코리안 듀오! 몰리뉴 스타디움을 뒤흔들다!]

-캬……. 미쳤다.

-취한다! 국뽕에 취해!

-이제 국뽕이 2배네……. 박규태도 잘했지만, 이번에 케빈 티몽을 상대로 곽진수가 잘 막아줬다.

-ㅇㅇ 솔직히 기술적인 부분에서 부족함이 많았는데, 적어도 수비적인 부분에서는 열일해줬음.

-고거슨 인정 또 인정이구욘.

첼시를 잡고 리그컵 결승에 진출한 울브스.

그들의 결승전 상대는 크리스탈 팰리스였다.

리그 15위의 팰리스는 본머스를 상대로 2차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승부 끝에 결승행을 잡아낼 수 있었다.

해볼 만한 상대였다.

리그컵 준결승 2차전에서 승부차기로 승리한 것을 제외하면, 크리스탈 팰리스는 8경기 연속 무승을 기록하고 있었다.

거기다 박규태의 울브스는 기세를 탄 상황이었다.

9월에 리버풀에게 패배를 기록한 이후 지금까지 단 하나의 패배도 기록하지 않고 계속해서 승점을 쌓고 있었으니까.

덕분에 몇몇 울브스의 팬들은 벌써 리그컵 우승이 자신들의 것이라며 좋아했다.

“설레발은 필패거늘…… 쯧쯧쯧!”

“맞습니다! 선배님! 설레발은 필패죠!”

박규태의 말에 곽진수가 고개를 끄적이며 호응했다.

요즘 그는 박규태가 말하는 모든 것을 믿는 수준까지 왔다.

며칠 전에 박규태가 훈련장 근처를 지나가는 들개를 보고 ‘저것은 고양이다!’라고 말하자 곽진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믿습니다!’라고 외치는 수준이었으니까.

아무튼, 그런 두 사람이 울버햄튼의 작은 보육원에 왔다. 이유라면 당연히 국뽕을 위해서였다.

봉사 활동은 물론이고 아이들을 위해 박규태와 곽진수는 다양한 선물을 아이들에게 안겨주었다.

아이들은 최근에 울브스에서 가장 핫한 박규태를 보면서 크게 좋아했다.

‘역시…… 선배님! 멋지십니다!’

곽진수는 아이들과 놀아주며 한국의 정을 알리는 박규태의 모습에 감격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하! 모두 김치! 자자! 김치!”

마무리로 아이들과 함께 기념사진까지 찍은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보육원을 운영하는 필립은 크게 감동한 표정으로 눈물을 글썽였다.

그리고 며칠 뒤에 이번 봉사 활동이 박규태의 개인 미튜브에 편집이 되어 올라왔다.

제목은 ‘잉글랜드 아이들에게 김치를 먹이는 축구선수가 있다? 뿌슝빠슝!’이었다.

* * *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오른쪽 풀백인 셰인 베이트먼이 결국에는 울브스에 합류했다.

웨스트햄의 팬들은 배신자라며 울부짖었지만, 이적한 셰인 베이트먼은 ‘같은 팀으로 만난 코리안 김치맨은 환상적이다’라는 인터뷰를 남기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지는 FA컵 4라운드.

울브스는 본머스를 상대하게 되었다.

그리고 9월 이후로 끊기지 않았던 무패행진이 이번 경기에서 깨지게 되었다.

3 대 1로 패배한 울브스.

오랜만의 패배였기에 몇몇 선수들은 꽤 낙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 흔들었다.

원인은 역시나 갑작스럽게 바뀐 오른쪽 측면이었다. 곽진수가 첼시전과 다르게 크게 흔들리면서 실점의 원인이 되었다.

하지만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딱히 그를 질책하지 않았다. 세상에 완벽한 선수는 없는 법이었으니까.

다행히 흔들렸던 곽진수와 다르게 1월 23일 유로파리그 32강 1차전 아탈란타 원정과 1월 25일에 있었던 레스터 시티와 경기에서 새롭게 팁에 합류한 셰인 베이트먼이 멋진 활약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레스터 시티와 경기에서 10분을 남기고 교체로 투입된 곽진수는 경기가 끝나기 무섭게 훈련을 하겠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이제 1월의 남은 경기는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1월 30일에 있는 토트넘과 경기만 남았다.

리그 1위 자리를 두고 펼쳐지는 승점 6점짜리 경기였기에 선수들도 꽤 준비를 많이 했다.

그리고 레스터 시티와 경기가 끝나고 며칠 뒤에 박규태의 백업으로 뛰게 된 브라질의 마르시오가 팀에 합류했다.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꽤 기대했다.

축구선수라기에는 뭔가 부족한 피지컬.

하지만 그런 피지컬로 마르시오는 브라질 1부 리그에서 매 시즌 두 자릿수 골을 넣었다.

그의 스타일을 비교하자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었던 공격수로 ‘백작’이라는 별명을 가졌던 디미타르 베르바토프가 마르시오와 가장 비슷한 스타일의 공격수였다.

뛰어난 볼 키핑과 아름다운 볼 터치.

박규태의 투박함과 비교하면 차원이 다름이 느껴질 정도로 환상적인 발기술을 갖춘 선수였다.

“대단하네.”

좋은 재능인 ‘한기환의 볼 터치’도 마르시오가 보여주는 볼 키핑과 터치와 비교하면 부족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입을 꾹 닫고 경기에 집중하는 마르시오.

그는 과묵한 성격이었다.

종종 박규태와 곽진수를 은근한 눈빛으로 바라봤지만, 솔직히 별다른 행동은 없었다.

그렇게 훈련이 끝난 울브스의 선수들.

집으로 돌아가려는 박규태와 곽진수.

두 사람을 마르시오가 불렀다.

“집으로 초대하고 싶다고?”

“응.”

마르시오의 건조한 대답에 박규태가 씩 웃었다.

그리고 오늘 저녁에 시간이 되는 퀴라시 아메드와 엠마누엘 메르시에까지 초대하는 것이 어떠냐고 되물었다.

“좋아.”

덕분에 박규태와 곽진수.

그리고 퀴라시 아메드와 엠마누엘 메르시에는 작은 선물을 사 들고 저녁에 마르시오의 집으로 향했다.

“브라질이라……! 슈하스코가 맛있기는 하지.”

“아! 소, 돼지, 양, 닭 등을 꼬챙이에 큼직하게 썰어서 꼽은 후에 불에 돌려가며 익히고 먹는 음식을 말하는 거지?”

“기대된다. 페이조아다도 꽤 맛있거든.”

기대감이 가득한 선수들.

곧이어 마르시오가 사는 울버햄튼의 외곽에 있는 펜트하우스에 도착한 네 사람은 코를 찌르는 독특한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그것은 상당히 독특한 향이었다.

퀴라시 아메드는 물론이고 엠마누엘 메르시에는 경험하지 못한 냄새였다.

“이 냄새는?”

하지만 박규태는 이 냄새를 잘 알고 있었다.

물론, 그것은 곽진수도 마찬가지였다.

“선배님…… 이거!”

구수한 향.

외국인들은 이 음식은 ‘dead body soup’으로 표현하고는 한다. 직역하면 ‘시체국’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음식의 이름을 박규태와 곽진수는 잘 알고 있었다.

“청국장!”

“말도 안 돼!”

토종 브라질 선수인 마르시오가 어떻게 청국장을 알고 있는 것일까.

박규태와 곽진수가 의아한 표정으로 집에 들어섰다.

문을 열어준 마르시오는 그들을 거실로 안내했다.

조금 적응한 것인지 퀴라시 아메드와 엠마누엘 메르시에도 청국장의 냄새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거실에 들어선 네 사람.

그들은 펜트하우스의 거실에 놓인 여러 장독대를 보고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확신할 수 있었다.

마르시오가 한국 문화를 좋아한다고.

“이거 장이잖아.”

“네, 간장이랑 된장도 있고……! 여기 고추장도 있어요! 와! 밖에 마당에는 메주도 있는데요?”

정말로 한국의 소스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조금 걱정했다.

혹시나 오늘 저녁은 청국장이 아닐까.

하지만 마르시오는 사람 됨됨이가 좋은 녀석이었다.

그는 자신이 직접 담근 고추장을 첨가한 제육볶음과 간장 소스를 첨가한 한국식 치킨을 대접했다.

박규태는 음식을 먹으며 생각했다.

‘강호의 도리를 아는 친구고만.’

맛이 상당했다.

한국에서 먹었던 제육볶음이나 간장 치킨과 비교해도 손색을 없을 정도로 맛있었다.

그렇게 식사를 끝낸 네 사람.

마르시오는 밥알이 없는 식혜를 후식으로 가져왔다. 당연히 맛은 훌륭했다.

박규태는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그리고 마르시오에게 장독대와 관련된 질문을 하니 그가 명쾌하게 해답을 주었다.

“어째서 한국의 소스에 관심을 두게 된 거야?”

“내 루틴이야.”

“뭐? 루틴이라고?”

박규태의 물음에 그가 끄덕였다.

“한국의 소스를 먹지 않으면…… 골을 넣을 수 없어. 그렇기에 경기 전에 항상 청국장을 먹었어.”

“팀에서 뭐라 하지 않아? 청국장은 냄새가 심하잖아. 고추장이나 간장도 뭔가 꿉꿉한 군내가 나기도 하고.”

“딱히……. 그렇게 냄새가 심해?”

아무래도 모르는 것 같았다.

박규태는 마르시오가 축농증에 걸리지 않았을까 하는 작은 의심을 해봤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예전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어. 하지만……! 이제 한국의 소스가 없으면 살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어!”

“…….”

“이게 습관이 되어버린 거야.”

박규태는 알 수 있었다.

이 녀석도 곽진수처럼 맛이 간 녀석이라고.

다양한 루틴이 있지만, 한국의 소스를 먹어야 경기에 집중할 수 있다는 루틴은 처음인 것 같았다.

“한국의 소스를 참을 수 없어! 츄릅!”

마르시오의 반쯤 풀린 눈빛에 박규태가 침을 삼켰다.

‘이 새끼……. 약하는 놈 아니겠지?’

아무래도 비정상이 한 명 늘어난 것 같았다.

< 국뽕 박규태 선생 #79 > 끝

ⓒ 엉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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