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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78화 (78/199)

< 국뽕 박규태 선생 #78 >

두 골이 터졌다.

그것도 전반전의 절반이 지나기 전에.

레딩의 원정팬들은 낙심한 표정으로 멍하니 몰리뉴 스타디움의 필드를 바라봤다.

반대로 기세등등한 울브스의 팬들은 신나게 선수들의 응원가를 부르며 전의를 불태웠다.

텐백을 하던 레딩을 2 대 0으로 밀리는 순간 라인을 끌어올렸지만, 전반 37분에 터진 아르사네 디예의 멋진 돌파에 골을 허용하면서 역습조차 해보지 못하고 전반전을 끝냈다.

하프 타임.

곽진수는 상당히 상기된 표정으로 라커룸에 들어와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가 자랑스럽게 여기는 박규태가 2골을 넣었으니까.

그리고 후반전에 1골을 마저 넣고 해트트릭을 기록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주-모!”

“웨얼 이즈 주모!”

“주-모! 주-모!”

“키아! 주모! 샤따내려!”

라커룸의 분위기가 타올랐다.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문을 부실 것처럼 열고 라커룸에 들어서는 순간까지 선수들은 신나게 주-모를 외쳤다.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들떠있는 선수들을 보며 굳은 표정의 마이크 타이슨이 라커룸 중앙에 섰다.

그제야 선수들이 침을 삼키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마이크 타이슨이 얼마나 열정적이고 화가 나면 무서운지를 아는 선수들은 입을 싹 닫고 그가 어떤 말을 할지 기다렸다.

갑자기 고요해진 라커룸.

순간 마이크 타이슨이 씩 웃고는 입을 열었다.

“주-모!! 후반전에도 주-모를 외칠 수 있게 날뛰어! 알겠어? 전반전? 환상적이었어! 그리고 후반전에도 전반전처럼만 날뛰면 내가 오늘 울버햄튼에 있는 한국식당에서 저녁을 사도록 하지!”

그제야 선수들이 다시 밝게 웃으며 떠들었다.

그러는 사이에 하프 타임이 끝났다.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딱히 전술적인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그만큼 울브스와 레딩의 기량 차이가 컸으니까.

후반전이 시작되기 무섭게 박규태가 움직였다.

해트트릭까지 남은 골은 하나 뿐이기에 의욕적으로 골을 생산하기 위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덕분에 박규태를 마크하고 있는 레딩의 중앙수비수들이 곤욕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몸이 단단하다! 거기다 주력도 빨라!’

레딩의 중앙수비수인 케빈 스토리가 박규태의 돌파를 막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다.

쭈욱 늘어나는 박규태의 유니폼.

하지만 케빈 스토리의 방해에도 박규태는 자신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불안정한 자세.

하지만 박규태의 시선은 이미 골대로 향하고 있었다. 동시에 그의 발은 공에 정확히 임팩트가 되었다.

뻐엉!

길게 날아가는 공.

하지만 빠르고 날카로웠다.

레딩의 골키퍼가 조금 늦게 반응했다.

펄쩍 뛴 그의 손을 스치고 골망을 흔드는 박규태의 슈팅. 골이 들어가는 모습을 확인한 박규태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커모오오오온!”

와아아아아아!

몰리뉴 스타디움을 가득 채우는 환호성.

박규태가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규태팍! 규태팍! 규태팍! 규태팍!

그의 이름을 외치는 울브스의 팬들.

박규태가 관중석 가까이 뛰어가 펄쩍 뛰어올랐다.

“주-모우!”

* * *

[울브스 레딩 4 대 0 격파! 박규태 해트트릭!]

[시즌 40호골 기록! 박규태는 올해 발롱도르 후보에 들어갈 수 있을까?]

[EPL 적응력 확인 완료! 박규태 시즌 60골 페이스!]

[다음 상대는 첼시! 2차전에서 승리해서 리그컵 결승에 진출하고 싶은 울브스!]

-캬……. 항상 질 좋은 국뽕을 마시고 갑니다.

-진짜 박규태 너무 잘한다.

-박규태 발롱도르 수상 씹건웅?

-솔직히 이번 시즌이나 다음 시즌은 무리겠는데……. 언젠가는 탈 수 있을 것 같음. 진짜 폼이 미쳤음.

-ㅇㅇ 솔직히 차세대 신계에 들어갈 선수다. 언젠가 파블로 로탱보다 더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겠지.

-크크……. 주모!! 외국에서 잘살고 있지?

-빨리 첼시랑 경기도 보고 싶다.

-케빈 티몽은 부상이라며? 이번 리그컵 준결승 2차전은 울브스가 많이 유리한 것 같은데?

-ㅇㅇ 원저에서 무승부 가져갔잖아. 그래서 울브스가 2차전에서는 많이 편해짐.

경기가 끝나고 해외축구를 사랑하는 많은 한국축구팬들이 박규태의 활약에 큰 반응을 보였다.

예전에는 부끄럽거나 조금 요란스럽다고 생각되던 박규태가 점점 호감형으로 변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에이전트인 르르에 콜리쉬는 좋은 소식이라면서 좋아했다. 특히나 김치냉장고 or 한식 광고밖에 제의가 들어오지 않던 박규태에게 최근에 스마트폰이나 의류광고가 제의가 들어오고 있다는 점이 그를 가장 기쁘게 만들었다.

좋은 소식이 계속 이어지던 울브스.

하지만 이번에는 나쁜 소식이 들려왔다.

[오른쪽 주전 풀백인 파비오 델파우리. 울브스와 재계약 협상 결렬! 상하이 상강과 접촉!]

[파비오 델파우리, ‘솔직히 더 많은 주급을 원한다. 하지만 울브스는 내게 약 27만 파운드밖에 제시하지 않았다.’]

[약 4억 원의 주급으로도 만족하지 못한 파비오 델파우리. 상하이 상강이 약 6억 원의 주급을 제시하다!]

팀의 중심을 잡아주던 베테랑.

파비오 델파우리의 재계약 협상이 결렬되었다.

그는 주장으로서 약 33만 파운드의 주급을 원했지만, 울브스는 그의 제의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괘씸할 수 있는 상황에서 울브스는 파비오 델파우리의 상황을 이해했다.

그는 돈이 상당히 급했으니까.

하나밖에 없는 딸의 장애를 치료하기 위한 비용과 도박중독에 빠진 그의 아버지가 진 빚은 물론이고 이혼을 하면서 생긴 위자료와 아들을 데려간 아내에게 양육비를 지급해야 했다.

아마도 지금 받는 주급으로는 부족함이 많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파비오는 많은 주급을 원했다.

하지만 울브스는 파비오 델파우리에게 많은 주급을 안겨줄 수 없었다. 2010년대 후반의 혼란스러웠던 맨유의 주급체계처럼 엉망이 되기 싫었으니까.

[마이크 타이슨 감독, ‘파비오 델파우리. 그의 상황을 알고 있기에 다른 말을 꺼낼 수 없다.’]

[박규태, ‘좋은 선수다. 중국에 가서도 분명히 멋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파비오 델파우리의 이적으로 가장 큰 혜택을 받는 선수는 이번 겨울에 이적한 곽진수!]

[백업에서 단숨에 주전으로? 곽진수! 그는 누구인가?]

[두 유 노 찐수꽉?]

덕분에 곽진수의 입지가 많이 좋아졌다.

앞선 레딩과 경기에서 보여준 기술적인 부분에서 아쉬움이 많았지만, 적어도 피지컬적인 부분에서는 EPL에서도 평균 이상이라는 인상을 남겼다.

거기다 실수를 했음에도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만회하기 위해서 악착같이 뛰는 정신력을 보고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크게 만족했다는 말까지 들려왔다.

그렇기에 울브스의 내부 스태프들은 주전인 파비오 델파우리의 자리는 곽진수가 가져갈 것이라 평가하고 있었다.

덕분에 한국 언론은 ‘국뽕’을 ‘드링킹’하면서 좋아했다. 반대로 파비오 델파우리의 슬픈 사연도 소개했다.

덕분에 파비오 델파우리의 이미지는 나빠지지 않았다. 박규태는 파비오의 소식을 듣고 자신이 너무 동료들에게 관심이 없었다고 자책하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대니얼 켈버트가 사우스햄튼으로 이적하기 무섭게 파비오 델파우리도 이적을 위한 협상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상하이 상강이 상당히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들은 파비오 델파우리의 영입을 확신하고 있었다.

동시에 울브스도 바삐 움직였다.

[울브스! 파비오 델파우리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서 웨스트햄의 셰인 베이트먼에게 접근!]

[울브스! 이번에는 브라질 내셔널 1부의 COR에서 기대되는 스트라이커 유망주 ‘마르시오’ 관찰!]

계획과 다르게 활발한 겨울을 보내고 있는 울브스. 덕분에 스카우트들의 고성이 회의실을 통해서 자주 들려왔다.

바쁜 것을 그들만이 아니었다.

훈련장에서 선수들이 첼시전을 준비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길게 한숨을 내뱉은 박규태.

"후우……!"

그의 옆에 도미닉 매든이 입을 열었다.

“엄마가 이번 경기에서 지면 집에 들어올 생각도 하지 말래. 거기다 머리를 민둥산으로 만들겠데.”

도미닉 매든의 말에 박규태가 물었다.

“어머님이 첼시를 싫어해?”

“아니, 그냥 울브스가 지는 걸 싫어하셔.”

“전반기에 엄청 좋아하셨겠네. 딱 리버풀전을 제외하면 패배가 없었으니까.”

“아니, 리버풀에 져서 이틀 동안 눈칫밥을 엄청 먹었지. 그때가 제일 힘들었어.”

“그래?”

“어, 어머니가 첼시를 싫어하지 않는데, 리버풀은 정말 싫어하셔……. 예전에 리버풀이 울브스의 우측 풀백인 맷 도허티를 데려갔거든. 그 시절이 마침 팀이 크게 흔들리던 시절이라서 엄마가 리버풀이랑 맷 도허티를 엄청 욕했지.”

“그건 좀 무섭네.”

“아직도 뭐라고 욕했는지 기억나는걸? 이런 xxx같은 xxx놈이 xxx의 xxx나 xxx해라! 망할 xxx놈아. 이런 레퍼토리였지.”

박규태가 입을 조용히 닫았다.

도미닉 매든의 어머니가 얼마나 울브스를 사랑하는지 알 것 같았다. 동시에 오늘 경기에서 꼭 이겨야겠다고 생각했다.

팀 동료의 가족에게 험한 욕을 듣기 싫었으니까.

* * *

“1차전과 전혀 다를 거야.”

케빈 티몽의 말에 박규태가 어깨를 으쓱 들어 올렸다. 필드에 입장하기 전부터 그의 눈에는 승부욕이 가득했다.

박규태는 그런 케빈 티몽을 무시했다.

오늘 그는 케빈 티몽과 마주칠 일이 거의 없었다.

그는 최전방 공격수였고.

케빈 티몽은 왼쪽 윙 포워드였으니까.

거기다 케빈 티몽은 이제 그와 같은 ‘급’이 아니었다. 박규태는 자신의 추종자를 불렀다.

“꽈찌쭈!”

케빈 티몽이 자신의 포부에 대한 대답도 없이 누군가를 부르는 박규태를 차가운 눈으로 바라봤다.

그때 국뽕전사 2호이자 새롭게 김치규태교의 부교주가 된 곽진수가 박규태의 옆에 섰다.

“선배님! 부르셨습니까?”

고개를 끄덕인 박규태.

“케빈 티몽이라고, 너랑 친구가 되고 싶데.”

“정말입니까? 이야! 월드클래스의 실력을 갖췄는데도 인성이 된 친구네요! 하하하! 마! 반갑다! 니 부싼아나? 거기 용찬햄이 프랑스에서 일주일 살았다아이가? 니 모르나?”

프랑스 출신인 케빈 티몽에게 어설픈 부산 사투리로 말을 거는 곽진수를 보며 박규태는 자신이 보는 눈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이놈은 미친놈이야.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

그때였다.

“입장하실 시간입니다!”

때마침 필드에 입장할 시간이 찾아왔다.

케빈 티몽은 벌써 피곤하다는 표정으로 첼시의 선수들을 따라 필드에 입장했다.

곽진수는 그런 케빈 티몽을 보며 초롱초롱 밝은 눈빛으로 기대감을 잔뜩 드러냈다.

“선배님! 오늘 열심히 뛰어서 케빈 티몽에게 유니폼을 교환하자고 해봐야겠습니다!”

“그래, 열심히 해라. 뺨 맞지 않게 조심하고.”

곽진수가 케빈 티몽을 잘 괴롭히기를 바라며 박규태도 울브스의 선수들과 함께 필드에 입장했다.

그리고 경기가 시작되기 무섭게 곽진수의 케빈 티몽과 친해지기 작전이 실행되었다.

곽진수는 공이 반대편에 있을 때는 케빈 티몽의 근처에 자리를 잡으며 쉼 없이 입을 나불거렸다.

케빈 티몽이 얼굴을 팍 찌푸렸다.

거기다 그가 공을 잡으면 곽진수는 입을 꾹 닫고 무섭게 달려들어 쉽게 돌파를 허용하지 않았다.

‘뭐 이딴 녀석이 다 있어?’

거기다 곽진수만 문제가 아니었다.

전반 11분에 박규태가 첼시의 수비진을 상대로 감각적인 슛으로 골망을 뒤흔들면서 첼시의 공격진을 조급하게 만들었다.

-고오오오올!

-기어코 오늘 경기에서도 해결사의 본능을 드러냅니다! 정말 감각적인 슈팅이었습니다! 박규태!

-시즌 41호 골! 정말 대단합니다!

마음이 급한 케빈 티몽.

문제는 그의 앞을 막고 있는 곽진수가 생각보다 뛰어난 측면 수비수라는 점이었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한참 부족했지만, 곽진수는 부족한 부분을 뛰어난 활동량과 나쁘지 않은 피지컬로 밀어붙였다.

덕분에 케빈 티몽은 전반 15분이 지나는 동안에 딱 한 번의 크로스밖에 올리지 못했다.

“제길!”

크로스에 실패한 케빈 티몽이 얼굴을 찌푸리자 곽진수가 눈치 없이 어설픈 영어로 질문했다.

“이봐! 구몬 선생! 아무도 죽지 않는 산맥이 뭔 줄 알아?”

“티몽이다! 날 이상하게 부르지 마!”

그의 물음에 잠깐 케빈 티몽이 몸을 멈췄다.

동시에 곽진수가 정답을 말했다.

“안데스 산맥.”

“…….”

“안이 한국에서 ‘아니’라는 뜻이고. 데스는 죽음이라는 뜻이잖아. 그러니까 안데스산맥. 푸하하하! 어때? 재미있지?”

케빈 티몽이 얼굴을 찌푸렸다.

그리고 곽진수를 보며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한국 사람들은 너희처럼 다 미쳤어?”

영어가 짧은 곽진수는 케빈 티몽의 버터 같은 발음을 듣고 뜻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아! 코리아? 한국은 비빔밥이 최고지! 선배님이 김치랑 불고기를 세계에 알리니까. 난 비빔밥을 알려야겠어. 너 비빔밥 좋아해? 두 유 노 비빔밥?”

곽진수는 ‘코리아’만 알아들었다.

케빈 티몽이 대답을 듣고 이를 꽉 물었다.

그리고 혼잣말을 내뱉었다.

“뻐킹 크레이지 코리안.”

공격에서 박규태.

수비에서 곽진수.

첼시가 ‘크레이지 코리아 듀오’에게 전반전부터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 국뽕 박규태 선생 #78 > 끝

ⓒ 엉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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