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75화 (75/199)

< 국뽕 박규태 선생 #75 (3권 분량) >

12월 21일.

프리미어리그 19라운드 뉴캐슬전.

-고오오오올!

-아! 자책골이네요! 박규태 선수의 슈팅이 자책골이 되어 뉴캐슬의 골망을 뒤흔듭니다!

-첼시전에 이어서 오늘 경기에서도 골을 넣을 기회가 있었는데……. 박규태 선수가 많이 아쉬워합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경기가 끝났습니다! 첼시와 경기에서 무승부를 기록했던 울브스가 뉴캐슬을 상대로 2 대 0 승리를 거두면서 승점 3점을 확보합니다!

울브스의 몰리뉴 스타디움이 관중들의 환호성으로 가득했다. 당연히 기쁠 수밖에 없었다.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이번 시즌의 울브스는 리그에서 선두권 경쟁을 하고 있으니까.

거기다 리그 컵은 물론이고 유로파 리그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매 시즌 7-8위에서 허우적거리던 울브스에게 볼 수 없는 좋은 경기력에 울브스의 팬들은 어쩌면 뭔가 타이틀을 하나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부풀리기 시작했다.

1, 토트넘 19경기 14승 3무 2패 승점 45.

2, 울브스 19경기 13승 5무 1패 승점 44.

3, 맨시티 19경기 13승 4무 2패 승점 43.

4, 리버풀 19경기 11승 6무 2패 승점 39

5, 첼시 19경기 11승 5무 3패 승점 38.

6, 맨유 19경기 9승 5무 5패 승점 32.

7, 아스날 19경기 9승 5무 5패 승점 32.

울브스가 맨시티와 첼시를 상대로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토트넘이 상대적으로 이득을 봤다.

오랜만에 리그 1위 자리를 차지한 그들은 일단은 아스날보다 높은 순위에 있다는 사실에 크게 좋아했다.

점점 12월 말로 향하는 격동의 EPL.

기자들은 연말을 지겹지 않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들은 조금만 논쟁거리가 될 것 같으면 신나게 키보드를 두들겼다. 덕분에 다양한 기사가 양산되었다.

[짐 테인, ‘거너스는 느낄 수 없는 위치.’]

[루카스 아르셀모, ‘지난 시즌에도 설레발을 친 그들의 마지막 순위가 6위였던 것을 기억한다. 아스날은 5위였지.’]

[케빈 티몽의 인터뷰 거절! ‘팍의 플레이를 보면서 과연 내가 계속해서 이런 플레이를 고집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박규태의 국뽕! 전 세계에 대한민국을 알려!]

[박규태 리그 18골로 EPL 득점 순위 1위! 2위는 토트넘의 짐 테인 15골!]

[박규태 효과? 잉글랜드와 프랑스에서 김치 매출 각각 7%와 11% 증가!]

[두 유 노 규태팍? 잉글랜드에서 이름을 떨치는 한국 최고의 공격수! 박규태!]

한국에서는 박규태와 관련된 기사가 쏟아졌다.

예전 토트넘에서 뛰던 손형민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거기다 이강민이 지난달에 허벅지를 다치면서 2개월을 쭉 쉬게 된 상황이었다.

덕분에 이번 한 달간 유일하게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는 박규태뿐이었다.

덕분에 박규태의 인기가 단기간에 치솟게 되었다.

“으음……. 좋군.”

아주 좋았다.

국뽕이 쌓이는 것이 눈에 보였다.

두 유 노 랭킹의 순위도 순식간에 16위를 기록했다. 어쩌면 2년 안에 더 높은 순위까지 올라갈지도 모른다.

물론, 그것은 희망 사항이었다.

[VTS 10번째 정규앨범 발매!]

[빌보드 차트를 점령하기 시작한 VTS!]

[식을 줄 모르는 인기! 누가 그들의 아성을 무너트릴 수 있을까? 이번에도 세계를 호령하는 총알소년단!]

[VTS! VTS! VTS! 역대급 명반! VTS는 살아 있는 전설이 되고 있다. 비틀즈와 비교되고 있는 그들!]

“…….”

발롱도르 2번으로는 무리일 것 같았다.

적어도 발롱도르를 5번은 수상해야지 저 아성을 무너트릴 수 있을까?

“살고 싶다……. 제발! 국위선양 좀 그만해주세요! VTS 형님들……! 제발……! 엉엉엉! 나만 국뽕을 쌓아야 한다고!”

박규태가 좌절했다.

하지만 슬픈 표정과 다르게 손은 정직했다.

그것은 본능에 가까웠다.

살고자 하는 남자의 본능.

타다다다닷.

번개같이 빠르게 움직이는 손가락.

그의 SNS에 하나의 글을 올렸다.

[#KimchiPakkk]

-와아아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VTS의 10번째 정규앨범 발매를 축하합니다! 이번 시즌에 EPL 득점왕을 수상하면 VTS의 10번째 정규앨범 타이틀의 커버댄스를 추겠습니다!

박규태는 어떻게 VTS가 가진 화제성을 자신에게 가져올 방법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행동으로 빠르게 가져갔다.

당연히 그의 SNS는 빠르게 화제가 되었다.

VTS는 살기 위해서 넘어서야 할 벽이지만, 동시에 그 어떤 인물보다 박규태의 국뽕을 끌어올릴 수 있는 최고의 소재였다.

대한민국에서 ‘두 유 노 VTS?'라고 물어본 것만으로 2박 3일을 환상적이게 보냈다는 외국인이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현재 VTS는 국뽕의 최고봉이었으니까.

박규태가 그것을 놓칠 리 없었다.

* * *

“초이! 4번 테이블 좀 치워줘!”

“네! 여기만 치우고 바로 4번 테이블로 갈게요.”

울버햄튼의 유명 술집인 ‘찰리와 아이들’에서 일하고 있는 최영준은 EPL에서도 대한민국과 김치의 위대함을 알리는 박규태의 모습에 힘든 일을 하면서도 지치지 않을 힘을 얻었다.

그리고 최근에 소아병원을 찾아 아이들과 즐겁게 시간을 보낸 박규태를 보며 깊은 국뽕을 느낄 수 있었다.

바쁜 시간대가 지나가고 조금 여유가 생긴 상황에서 최영준은 조용히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인터넷 기사를 보고 흐뭇하게 웃었다.

[울브스의 박규태! ‘파김치 워리어’ 코스프레를 하고 잉글랜드의 아이들에게 김치의 우수성을 전파해!]

[EPL 최고의 공격수 반열에 든 박규태! 프랑스는 물론이고 잉글랜드에서도 최고의 활약을 보여줘!]

[봉사 활동도 월클! 대한민국의 자랑 박규태!]

박규태가 점점 세계무대에서 인정받기 시작한 것처럼, 그도 자신의 꿈에 조금씩 가까워져 가는 것이 너무 좋았다.

그때였다.

그의 눈에 한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박규태, 음원 발매! 노래 제목은 ‘김치어택!’]

[환상적인 트로트! 세계에 널리 퍼지는 박규태의 김치 사랑!]

[전국 불고기 협회, ‘박규태 너무 김치만 사랑해!’라며 불만을 드러내다!]

[세계에 한식을 알리는 박규태! 한식 홍보대사에 위촉될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가?]

“노래?”

언제 노래를 부른 것일까.

그리고 박규태가 얼마나 노래를 잘 부를 것인가.

의아함이 가득한 그가 급히 링크를 따라서 미튜브에 올라온 박규태의 음원이 담긴 영상을 틀었다.

(김치! 기-임치! 김치어택!)

(김치를 밥에 올려 먹어라!)

(김치! 기-임치! 김치어택!)

(김치를 라면에 올려 먹어라!)

생각보다 능숙한 꺾기.

그리고 이어지는 중독되는 후렴구.

묘하게 흥이 돋는 반주.

마지막으로 부끄러워지는 가사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트로트’였다.

최영준이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때 그의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초이! 그건 뭐야?”

스마트폰에서 박규태의 목소리가 들리자 펍의 주인인 찰리가 관심을 보였다.

최영준은 그에게 박규태가 한국에서 발매한 음원이라고 설명했다. 찰리는 그의 말을 듣고 살짝 놀란 표정을 보였다.

“팍이 노래를 불렀다고?”

그가 박규태가 부른 ‘김치어택!’을 감상했다.

그리고 묘하게 중독되는 후렴구를 따라 하며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팍이 이렇게 노래를 잘 불렀어?”

“저도 몰랐어요.”

애초에 언제 녹음을 했는지도 몰랐다. 덕분에 미튜브에서 박규태의 신곡은 어마어마한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나온 축구 선수의 트로트.

신선한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묘하게 중독되는 후렴구와 약을 잔뜩 먹은 듯한 뮤직비디오는 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결국에는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펍에는 박규태의 노래가 퍼지게 되었고, 손님들은 ‘김치어택!’의 후렴구를 부르며 그가 부른 노래에 중독되기 시작했다.

* * *

12월 26일.

크리스마스가 지난 다음 날.

박규태와 울브스는 그들의 홈에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를 상대하게 되었다.

선수들이 필드에 들어서기 무섭게 울브스의 팬들은 큰 목소리로 울브스의 응원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장인 파비오 델파우리를 시작으로 팀의 주축이라 할 수 있는 선수들의 응원가를 불렀다.

경기가 시작되기 무섭게 울브스는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를 거세게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웨스트햄도 남자의 축구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일진일퇴의 상황.

테오 나두가 전반전 7분에 선취골을 넣기 무섭게 웨스트햄의 캘리 윌슨이 4분 뒤에 골을 넣었다.

다시 전반전 16분에 아구스틴 퀴논이 골을 넣자.

이번에는 웨스트햄의 젊은 골게터인 재스퍼 다우스과 화끈한 중거리 슛을 성공시키며 따라잡았다.

전반전 20분이 조금 넘는 시간에 4골이 터지자 몰리뉴 스타디움은 환호성으로 물들었다.

“좋아! 화끈하게 밀어붙여!”

“4골을 내주면 6골을! 5골을 내주면 7골을 넣어버려! 무조건 많이 골을 넣어! 울브스!”

“고! 고! 고! 울브스!”

그리고 전반전 41분에 웨스트햄의 공격수인 호세 베네트가 역전 골을 터뜨리며 울브스의 기세를 빼앗았다.

그야말로 환상적인 골이었다.

울브스에게서 기세를 빼앗아오는 완벽한 득점이었다.

순간적으로 몰리뉴 스타디움이 침묵에 빠질 정도로 좋지 않은 타이밍에 나온 실점이었다.

하지만 울브스의 팬들은 걱정하지 않았다.

그들의 희망이자.

그들의 영웅이자.

국뽕에 미쳐버린 어나더 레벨의 크레이지 김치 코리안이 불을 뿜었으니까.

전반전 45분에 박규태가 웨스트햄의 중앙수비수인 파나 레요스를 제치고 그대로 슈팅을 가져갔다.

-고오오오올!

-박규태! 동점골을 터뜨립니다! 민트 치킨 챌린지를 위해서 많은 골을 넣어야 하는 박규태가 다시금 득점 행진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뉴캐슬전에서도 좋은 기회가 있었는데 결국에는 무득점으로 끝났거든요? 오늘 경기에서 그 아쉬움을 잘 털어낸 것 같습니다! 정말 멋집니다!

첼시전에서 막장 중계로 욕을 먹었던 중계진이 조심스럽게 중계를 이어나갔다.

그들은 박규태가 넣은 골에 초점을 맞췄다. 중계진은 전반전이 끝나는 순간까지 경기에 관한 내용보다는 박규태와 관련된 내용을 더 많이 내뱉었다.

전반전이 끝나고.

빠르게 찾아온 후반전.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는 물러설 수 없다는 듯이 공격적으로 튀어나왔다.

해머스라는 별명처럼 그들은 무자비한 공격력을 선보이며 울브스의 수비진을 괴롭혔다.

문제는 전반전과 다르게 그들의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는 점이었고, 덕분에 울브스가 전반전과 다르게 후반전에 들어서는 웨스트햄의 공격에 잘 대처하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반대로 울브스의 공격진은 전반전보다 더 날카로운 역습을 보여주며 라인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웨스트햄의 뒷공간을 노리기 시작했다.

-고오오올!

-앤디 수아즈의 골입니다!

-4 대 3으로 달아는 울브스의 네 번째 고오오올!

네 번째 골이 터지고.

이어서 아르사네 디예의 다섯 번째 골까지 터졌다.

울브스가 5 대 3으로 앞서가기 무섭게 울브스의 팬들이 크게 환호성을 내지르며 좋아했다.

물론,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웨스트햄의 중앙수비수인 파나 레요스와 에릭 로즈 브랜든을 입으로 괴롭히던 박규태가 다시금 기회를 잡았으니까.

공을 잡기 무섭게 박규태는 두 선수를 제치고 공을 몰고 중앙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박규태! 빠릅니다! 웨스트햄의 두 중앙수비수가 그를 억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죠! 김치팍! 국뽕팍! 어나더팍! 센트럴 파크! 제너럴 파크! 팍크라이! 달려야죠! 골을 넣어야죠! 빠릅니다! 박규태! 박규태! 한 명! 두 명! 석삼! 너구리! 웨스트햄의 수비진을 상대로 투박한 드리블로 과감한 돌파를 보여줍니다!

박규태가 돌파하는 모습을 보고 중계진이 참지 못하고 이번에도 선을 넘으며 ‘뇌절’을 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들의 기대처럼 박규태는 자신이 만든 기회를 놓치지 않고 깔끔한 슈팅을 가져갔다.

뻐엉!

날카롭게 날아가는 공.

철썩!

공이 웨스트햄의 골키퍼인 루벤 블랑코를 스치고 골망을 흔들었다. 당연히 중계진이 괴성을 내질렀다.

-고오오오오오올! 김치팍! 고오오오오올!

-이이이이잉! 김칠라 알라이쿰! 김치가 함께합니다!

-이거죠! 이게 박규태 선수입니다! 웨스트햄의 둔한 해머로는 대한민국의 김치 전사를 상대할 수 없어요! 이거죠! 이걸 보려고 우리가 김치를 먹는 것 아니겠습니까?

골을 넣은 박규태.

그가 관중석을 향해 달렸다.

그리고 펄쩍 뛰어올랐다.

하지만 그가 뭔가를 외치기 전에 울브스의 팬들이 그를 향해서 큰 목소리로 응원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김치! 기-임치! 김치어택!)

(김치를 밥에 올려 먹어라!)

(김치! 기-임치! 김치어택!)

(김치를 라면에 올려 먹어라!)

눈치가 빠른 박규태는 아무런 말도 내뱉지 않았다. 그리고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팔을 벌리고 있을 뿐이었다.

팬들이 내뱉는 응원가.

‘김치어택!’의 후렴구가 반복재생이 되듯이 몰리뉴 스타디움을 계속해서 두들겼다.

-아! 마치 사이비 교주와 신도를 보는 것 같습니다! 울브스의 팬들이 박규태 선수가 최근에 발매한 트로트 노래의 후렴구를 따라부르기 시작합니다!

-으아아아아! 국뽕에 취한다!! 주모!! 여기 국뽕 한 사발 말아주시오! 그야말로 국격이 상승하는 느낌입니다! 이겁니다! 이게 바로 김치 종주국이죠!

-우리가 무슨 민족입니까? 배달의 민족 아닙니까? 국뽕도 배달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잉글랜드가 김치와 국뽕에 범벅이 되고 있습니다!

이제 포기했는지.

중계진의 근본 없는 드립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방송 PD는 경위서까지 각오한 것 같았다.

딱히 제지하는 움직임이 없었다.

그렇게 경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한국 중계진은 미친 듯이 폭주했고, 울브스는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6 대 3 승리를 굳혔다.

< 국뽕 박규태 선생 #75 (3권 분량) > 끝

ⓒ 엉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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