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74화 (74/199)

< 국뽕 박규태 선생 #74 >

똥침의 대가는 조금 컸다.

옐로카드를 수용한 박규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첼시의 관중들이 내지르는 야유가 그의 귓가에 들려왔다. 하지만 그의 뻔뻔한 표정에 변함은 없었다.

‘어차피 옐로카드 하나는 생각했으니까.’

똥침이라는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상대의 돌파를 막아서 그렇지 방금 상황에서 돌파를 허용했으면 분명히 실점을 허용했을 것이 분명했다.

-아……. 그게 박규태 선수가 몸싸움하다가 옐로카드를 받았습니다. 영 좋지 않은 부분을 노린 것 같습니다. 일부러 똥침을 놨을까요?

-급한 마음에 손이 먼저 올라간 것 같습니다.

중계진은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목소리가 다분했다.

당연히 인터넷 중계창의 채팅창은 혼돈에 휩싸였다.

-역시! 한국의 매운맛을 보여주는구나!

-그래! 미리 똥꼬를 단련하지 않으면 불닭매콤면을 먹을 수 없지! 나중에 박규태에게 감사하라고 케빈 티몽!

-엌ㅋㅋ 진짜 더티 플레이가 ‘더티’ 플레이가 되었네 ㅋㅋㅋ

첼시의 아르멜루 티치 감독이 터치라인에 바짝 붙어서 포르투갈어로 욕설을 내뱉고 있었다.

“개자식! 주심! 저 망할 녀석을 쫓아내! 비겁한 행동을 하잖아! 으아아아아! 이번에는 케빈의 옷에 코딱지를 묻히잖아! 누가 저 망할 녀석을 멈추게 해봐!”

이번에는 첼시팬들의 야유와 함께 욕설과 인종차별적 발언까지 들려오기 시작했다.

“망할 비치스! 죽여버리겠어!”

“런던을 지나다닐 때 조심해!”

“우우우우우!”

그때부터 울브스의 원정팬들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영어가 아니었다.

한국말로 만들어진 응원가였다. 중계를 지켜보고 있던 한국팬들은 그 의미를 깨닫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

(무지-개! 바안사!)

(무지-개! 바안사!)

(무지-개! 바안사!)

(무지-개! 바안사!)

환상적인 돌림노래였다.

거기다 의외로 입에 착착 감겼다.

첼시의 몇몇 팬들은 울브스의 원정팬이 내뱉는 응원가에 묘한 짜증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응원가를 부르든 울브스의 팬들은 ‘무지개 반사’로 맞받아치고 있었으니까.

뭔가 자신들의 디스가 통하지 않는 느낌이었다.

촤아아악!

슬라이딩 태클로 케빈 티몽의 발에 있는 공을 빼앗은 파비오 델파우리가 박규태에게 공을 연결했다.

역습을 위해 측면을 타고서 달리기 시작한 박규태.

첼시의 수비진이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박규태가 패스나 드리블 같은 부분에서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것도 최고의 선수들 사이에서 그런 것이지 일반적인 선수들 사이에서는 적어도 평균은 된다.

뻐엉!

길게 크로스를 올린 박규태.

엠마누엘의 발에 정확하게 연결은 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역습의 흐름이 끊기는 엉망진창의 크로스는 아니었다.

-엠마누엘, 공을 잡아냈습니다!

-가속도가 살짝 죽었지만, 아직 엠마누엘에게는 선택지가 많습니다! 반대쪽 측면에는 가스통 렌도가 있습니다!

날카로운 슈팅.

전반전의 두 번째 기회를 엠마누엘은 놓치기 싫었다. 과감한 슈팅을 시도한 그가 얼굴을 찌푸렸다.

첼시의 골키퍼인 알로이스 배리가 몸을 던져 엠마누엘의 날카로운 슈팅을 막아냈다.

와아아아아!

뉴 스탬포드 브릿지가 환호성으로 물들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첼시는 영웅이고, 울브스는 악당이었다. 전반전의 마지막 기회를 날린 엠마누엘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탄식을 내뱉었다.

* * *

전반전.

나쁘지 않았다. 첼시의 강력한 공격수들을 상대로 무실점으로 전반전을 끝냈으니까.

하지만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얼굴을 찌푸렸다.

전반전에 나온 울브스의 슈팅이 고작 3개였기에 만족할 수 없었다. 경기력은 좋았지만, 그가 원하는 축구가 아니었다.

“팍! 후반전에는 최전방에서 골을 노려.”

“그 말을 기다렸습니다.”

결국에는 다시 돌아왔다.

역시 울브스는 공격적이어야 했다.

골을 허용해도 상관이 없으니 도전적인 패스를 시도해야 하고, 그 누구보다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선수들의 눈이 반짝였다.

체력적으로 지치고.

개인 역량에서 밀리는 상황.

하지만 선수들은 이렇게 답답한 축구를 원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도 마이크 타이슨 감독의 축구에 중독되어 있었다.

포메이션은 그대로였다.

박규태와 엠마누엘 메르시에가 위치를 바꾼 것을 제외하면 다를 것은 없었다.

하지만 전술적인 움직임은 달라질 것이다.

그 부분을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선수들에게 하나씩 세세하게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짧은 하프 타임이 끝났다.

선수들이 입장하기 무섭게 첼시의 팬들이 울브스의 선수들을 향해서 큰 야유를 보내기 시작했다.

물론, 그 야유에 울브스의 원정팬들은 최대한 큰 목소리로 ‘무지개 반사’를 외치고 있었다.

소란스러운 뉴 스탬포드 브릿지.

후반전이 시작되는 순간.

첼시의 선수들은 당혹감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전반전과 다르게 울브스의 선수들이 공격적으로 나섰으니까.

-전반전과 다르게 후반전이 시작되기 무섭게 울브스가 상당히 공격적으로 라인을 올립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아구스틴 퀴논이 가스통 렌도에게 공을 연결합니다!

깔끔하게 연결된 공.

가스통 렌도는 첼시의 오른쪽 수비수인 알렉상드르 베르티에르를 제치며 미소를 지었다.

‘그래, 우리 팀은 이래야지.’

그리고 중앙에서 번쩍 손을 들어 올린 박규태를 보며 평소에 올리던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다.

김치를 사랑하는 크레이지 코리안은 분명히 그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환상적인 모습으로 골을 넣어줄 것이다.

순간적으로 첼시의 두 중앙 수비수가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슈팅을 허용하고 말았다.

공간을 내어준 것이다.

그것도 너무 허무하게.

어처구니없는 실수였다.

전반전에 그들이 상대하던 엠마누엘 메르시에와 박규태는 전혀 다른 선수였기에 이런 실수를 하고 말았다.

당연히 박규태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뻐엉!

날카롭게 날아드는 슈팅에 첼시의 골키퍼인 알로이스 배리가 급히 몸을 날렸다.

-오우!

-알로이스 배리의 환상적인 선바아아앙!

-급하게 공을 옆으로 걷어내는 첼시의 중앙 수비수입니다! 박규태 후반전에 들어서는 상당히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반전과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이거죠! 이게 김치전사 박규태! 국뽕전사 박규태! 슈퍼 코리안 박규태가 아니겠습니까? 전반전에는 완전 빠꾸이태였어요! 빠꾸이태! 토종 한국인이 아니었다고요!

선을 넘는 중계진의 외침.

하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경기의 탬포가 올라가면서 그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이번에는 첼시의 역습이었다.

울브스는 당연히 라인을 올린 위험성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박규태와 파비오 델파우리가 막아내던 케빈 티몽이 울브스의 오른쪽을 찢어버렸다.

펄펄 날던 케빈 티몽은 기어코 골을 넣었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실점이었다. 공격적으로 찔러넣은 패스가 끊기면서 생긴 실수였다.

-케빈 티모오옹!

-고오오오오올! 아!! 너무 좋았는데요! 울브스가 정말로 화끈한 공격력을 보여주려고 하는 순간에 이런 역습을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전반전과 다르게 후반전은 정말 속도가 빠릅니다!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선수들을 독려합니다.

“신경 쓰지 마! 1골을 내줬어? 그러면 2골을 넣어! 도전! 항상 도전적으로 달려들어! 망설이는 플레이만 없으면 되는 거야! 알겠어? 울상짓는 녀석이 있으면 내가 두 손으로 얼굴을 평평하게 펴버릴 거야! 고! 고! 고!”

솔직히 공격적으로 나선 뒤에 역습으로 골을 허용한 순간 선수들의 집중력은 크게 떨어진다.

그것을 다시 바로 잡기에는 조금 시간이 걸린다.

다행이라면 아직 후반전이 30분은 남아 있다는 점이었다.

거기다 최전방의 박규태가 전반전에 케빈 티몽을 괴롭히듯이 이번에는 첼시의 중앙 수비수 둘을 괴롭히고 있었다.

“젠장! 미쳐버린 김치싸이코! 너희 나라로 돌아가!”

“크레이지 코리안! 꺼져! 제발 꺼지라고!”

경기를 일으키는 첼시의 두 중앙 수비수.

하지만 말과 다르게 그들은 박규태를 밀착 마크하면서 동점을 허용하지 않으려고 발악했다.

“흐응……! 말과 다르게 몸은 솔직하구나.”

짐승 같은 눈빛으로 두 중앙 수비수를 훑어보자 선수들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젠장! 김치에 미친 새끼!”

“경기 끝나고 김치를 먹을 테니까. 이제 그만해! 제발! 아이 러브 코리아! 아이 러브 한복! 아이 러브 김치!”

“정말 김치를 먹을 거야?”

“경기 끝나고 당장 먹을 수 있어! 그러니까 제발 입을 닫아줘! 제발! 사랑해요. 욘혜가준계! 아이 러브 VTS!”

오죽하면 경기가 끝나고 한국의 모든 문화를 받아들일 테니 입을 닫아달라는 말을 들었을까.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중앙 수비수를 괴롭히며 기회를 찾던 박규태.

그는 생각보다 크게 흔들리는 울브스의 오른쪽 측면을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역시 조금 더 케빈 티몽을 괴롭혔어야 했나?’

케빈 티몽이 들었다면 질겁했을 생각을 하던 박규태.

그는 지금이라고 측면으로 달려가 그의 입에 자신의 코딱지를 쑤셔 넣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엠마누엘 메르시에가 빠지고 테오 나두가 교체로 투입되면서 아까보다 케빈 티몽의 돌파를 쉽게 허용하지 않기 시작했다.

하지만 점수는 1 대 0.

1골 차이로 지고 있는 쪽은 울브스였다.

뭔가 분위기를 바꿀 것이 필요했다.

당연히 그것은 골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골이 아닌 환상적인 골이 필요했다.

그리고 후반전 31분.

그 기회가 찾아왔다.

박규태가 거침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공을 잡은 선수는 테오 나두였다.

박규태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의 뒷골을 타고 오르는 묘한 감각.

좋은 기회가 찾아왔음을 박규태는 느낄 수 있었다. 그가 테오 나두의 패스를 기다렸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테오 나두가 첼시의 토미 린튼을 제치고 중앙으로 파고드는 순간에 박규태는 첼시의 뒷공간으로 파고들면서 테오 나두의 날카로운 패스를 기다렸다.

‘응? 이 녀석…… 설마?’

그런데 패스가 오지 않았다.

테오 나두는 슈팅을 할 생각이었다. 박규태가 생각했던 타이밍보다 반 박자 느리게 말이다.

당연히 첼시의 골키퍼인 알로이스 배리는 이미 반응하고 있었다.

박규태는 순간적으로 판단했다.

‘내 앞을 지나간다.’

저 공의 궤적을 바꾸면 골을 넣을 수 있다.

그의 감각이 울부짖고 있었다.

문제는 그는 지금 두 발을 움직일 수 없었다.

첼시의 중앙 수비수가 교묘하게 그의 유니폼을 잡아당기고 있었으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저 슈팅의 궤적을 바꿔야 할까.

생각은 길었지만.

그의 행동은 빨랐다.

퍽!

박규태의 몸에 맞고 궤적이 바뀐 테오 나두의 슈팅.

아니, 슈팅이 아닌 패스가 되어버렸다.

박규태가 궤적을 바꾼 공이 알로이스 배리가 생각했던 곳과 다른 골대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순간적으로 정적에 휩싸인 뉴 스탬포드 브릿지와 반대로 울브스의 원정 팬들은 크게 환호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고오오오오올!

-박규태!! 박규태가 동점골을 터뜨렸습니다!

-대단합니다! 그런데…… 괜찮을까요?

골을 넣은 박규태는 통증을 참았다.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런데도 그는 달렸다.

다리와 다리 사이.

세 번째 다리로 골을 넣었음에도 그는 고통을 참고 국뽕을 위해서 달렸다.

강인한 김치 전사는 자신의 급소에 통증이 크게 느껴진다고 세레머니를 포기하지 않았다.

빠르게 울브스의 원정팬이 있는 관중석으로 뛰어간 그가 펄쩍 뛰어오르며 소리쳤다.

아니다.

그것은 수컷을 다친 짐승이 내뱉는 울부짖음이었다.

“쭈-모오우우우!”

얼마나 고통스러우면 발음까지 이상할까.

비명에 가까운 ‘주-모우!’를 외친 박규태.

하지만 그의 표정만큼은 태연했다.

그가 팬들에게 소리쳤다.

“김치를 먹으면 땅콩으로도 골을 넣을 수 있어! 오케이? 그러니까! 김치를 많이 먹어!”

그 모습을 보면서 한 울브스의 팬이 광기가 가득한 목소리로 크게 소리쳤다.

“아아……. 김치를 먹으면 강철같은 땅콩을 얻을 수 있었어! 굉장해! 나도 이제부터 김치를 먹겠어! 그리고 강철같은 땅콩을 얻을 거야!! 으아아! 그는 신이야! 아이언 너츠!!”

세레머니를 끝내고 천천히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 박규태, 이미 그의 머릿속은 하얗게 변해 있었다.

다행히 더 이상의 실점은 없었다.

물론, 아쉽게도 울브스의 득점도 없었다.

그 골이 마지막이었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주심은 경기의 종료를 알리는 휘슬을 불었다.

1 대 1 무승부로 경기가 끝났다.

첼시로서는 아쉬운 결과였고.

울브스에게는 꽤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유니폼을 교환하던 선수들이 조용히 박규태를 바라봤다.

그들의 눈빛에는 묘한 감정이 서려 있었다.

그리고 경기가 끝난 며칠 뒤.

울버햄튼의 지역 신문에 한 남성이 김치를 잔뜩 먹고 자신의 땅콩을 향해 스스로 장난감 뿅 망치를 휘둘렀다가 병원에 실려 갔다는 내용의 기사가 올라왔다.

< 국뽕 박규태 선생 #74 > 끝

ⓒ 엉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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